Bug Player RAW novel - Chapter 104
제 104화
38장. 타락한 지하 사원 – 3화
‘확실히 타넥스를 착용하고 있으니 안정성이 좋아. 플라이 마법은 마법대로, 입체 기동은 기동대로 하면 되니까 말이야.’
나는 만족한 표정으로 타넥스의 몸체를 손끝으로 훑었다.
달리 탈착하지 않아도, 5번 옵션인 ‘초월 연계’를 이용해서 마법을 전개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었다.
[벨라레 : 00134 / 10000] [벨라로 : 00201 / 10000]처음 녀석들을 상대할 때만 해도 깎이지 않을 것 같던 체력이 시작 때 보다 99.98% 수준까지 대폭 떨어져 있었다.
놈들은 거의 탈진 직전이었다.
자신의 모든 마력과 힘을 쏟아부으며 날린 숨결들은 단 한 번의 유효타도 만들어 내지 못했다.
타넥스에 약간의 그을음과 작은 스크래치 정도만 냈을 뿐이다.
“쿠왓! 쿠왓! 쿠왓!”
“크아아아아아!”
벨라레와 벨라로는 완전 약이 오른 듯한 모습이었다. 나를 향해 포효하다가도, 이내 길길이 제자리에서 날뛰며 분노를 토해 냈다.
무리해서라도 벽을 타고 내게로 오르려다가 추락하는 바람에 뒤통수가 깨진 것도 여러 번이었다.
지능이 없는 몬스터가 아니기에 약이 잔뜩 올라 분노하고, 절규하고, 기를 쓰는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그런 분노가 결국 녀석들의 발목을 세게 잡았다.
나는 체력의 단 1%도 소비하지 않았지만, 놈들은 체력의 1%만 남았다.
이렇게 환상적인 대미지 교환은 지금까지 없었을 것이다.
보통 벨라레와 벨라로는 체력이 10% 단위로 떨어질 때마다 특수 페이즈라고 해서 고강도의 숨결을 내뿜는다.
여기서 거의 90%의 확률로 공략에 참여한 헌터 중 한 명이 죽는다.
한 명의 위치를 정확히 노린 다음, 두 형제가 숨결을 발사하는데.
이것이 화염과 빙결의 조합이라 막아 내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그뿐만 아니라 ‘돌진’ 패턴까지 있어, 숨결을 막아 내도 육탄 돌격에 깔려 죽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그래서 B코스를 선택했을 때의 생존율이 10%라는 것이다.
스무 명 정도가 오면, 두 명 정도가 살아서 나가니까. 이것도 평균이고 몰살도 무척 흔한 일이었다.
‘이젠 끝내 주마.’
화르르륵! 지르르륵!
그 와중에도 불길과 차가운 바람이 나를 향해 날아들었지만, 이제는 무시하기로 했다.
타넥스로 한두 번 정도의 공격을 받아 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으니까.
약간의 기체 파손이 있겠지만, 이는 마정석을 이용해서 보수하면 그만이었다.
우웅. 우우웅. 우웅.
나는 총구 두 개를 열고는 마력탄을 발사하기 위해, 모든 마력을 응축하기 시작했다.
기체의 마력은 되돌아 나갈 때 필요했으므로 남겼고, 내가 가진 마력을 전부 타넥스에 투자했다.
경제적인 관리 덕분에 가득 차 있던 6,733의 마력이 빠르게 소진되어 없어지고.
무디두스의 기도 옵션으로 재충전된 6,733의 마력이 다시 응축됐다.
도합 13,466의 마력이 응축된 마력탄이 두 개의 총구에서 발사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정도 마력탄이면, 그 위력은 벨라레 – 벨라로 형제가 해당하는 B급 보스 몬스터에게는 거의 일격필살에 가까울 정도다.
다만 장전까지 시간이 다소 걸리는 데다가 단번에 많은 마력을 소모하기 때문에 난사할 수 없을 뿐이다.
난사할 수 있는 마력만 충분하다면, 아마 던전 공략을 처음부터 끝까지 마력탄으로만 했을 터!
어쨌든 마력이야 꾸준히 육성하면 될 문제고!
나는 침착하게 두 형제의 머리를 노렸다.
“과아아!”
최후를 앞둔 괴성이었기 때문일까? 유독 강렬하고 악에 받친 벨라레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후.’
짧게 숨을 토해 내고는.
척.
마력탄의 발사를 위해 방아쇠를 당겼다.
슈아아아아아!
코앞에서 마력탄이 일직선으로 날아들었지만, 안타깝게도 시력이 형편없는 두 형제는 똑같이 그 정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퇴화된 시력을 대신해, 신성력 감지로 손쉽게 적군을 탐지해 왔던 벨라레와 벨라로의 비극이었다.
뻐어어억! 와드드득!
시원하게 머리통이 깨지는 소리가, 그것도 사이좋게 들렸다.
[‘타락한 지하 사원’의 보스 몬스터 ‘벨라레’, ‘벨라로’를 동시에 처치하였습니다!] [레벨이 25 상승합니다!] [칭호 ‘불과 얼음의 노래’를 획득하였습니다! 상세 정보 열람을 원하시면 여기를 눌러 주세요.] [칭호 ‘솔플의 품격’을 획득하였습니다! 신성력을 포함한 모든 스탯이 즉각 25 상승합니다!]‘바로 이거지!’
기분 좋은 알림의 향연이 이어졌다.
팀으로 와서 형제를 사냥하면, 100레벨 기준으로 1에서 2가 오르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독식을 한 덕분인지, 레벨이 단숨에 25나 올라갔다.
그리고 레벨 200이 넘는 보스 몬스터를 홀로 처치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칭호도 챙겼다.
솔플의 품격!
올 스탯 25 상승으로 옵션이 아주 좋았다.
혹자는 마법사에게 근력과 체력, 민첩이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 묻겠지만……. 글쎄.
에는 힘법사, 민법사, 체법사 같은 괴짜 마법사가 상당히 많았다.
처음에는 손가락질을 받으며 욕을 먹었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이것은 트렌드가 됐다.
각각의 콘셉트마다 유용한 전투 방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마력에 편중된 성장보다는 이런 칭호처럼 모든 스탯을 아우를 수 있는 특전이 더 좋았다.
어떤 마법사 콘셉트이든, 그것에 맞게 싸울 자신이 확실하게 있었으니까.
“불과 얼음의 노래……. 이건 원래 나스 대미궁 10층쯤 가야 얻을 수 있는 칭호인데, 생각해 보니 이 녀석들도 조건이 됐었구나.”
이어서 확인한 것은 바로 칭호인 불과 얼음의 노래. 줄여서 ‘불얼노’라고 불리는 녀석이었다.
[불과 얼음의 노래] [화염 계열, 결빙 계열의 마법 판정 등급이 한 단계 상승합니다.특수 형태로 마법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화염, 결빙 계열의 마법에 한정해서 양손에 별개로 교차 시전이 가능합니다.
단, 마력은 기존 소모 마력 값의 5배를 사용합니다.]
‘상극 속성인 불과 얼음에 대해서 사실 양쪽으로 저항력이 높은 사람은 드물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상극의 성질을 자랑하는 마법이기에, 확실히 양쪽을 모두 능숙하게 대응할 수 있는 사람은 적다.
앞으로의 전투에도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뜨거운 맛과 차가운 맛을 동시에 보는 것만큼, 적에게 무서운 것은 없을 테니까.
[화염 계열 마법 : SSS] [결빙 계열 마법 : B]게다가 두 속성 마법의 판정 등급도 한 단계씩 올랐다.
이 정도면 최대 사용 가능한 마력을 이용해, 4클래스 마법인 플레임 애로우를 트리플 트랜센던스로 시전한다면……?
아마 9클래스 화염 계열 마법인 헬 파이어의 맛보기 정도는 충분히 느끼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고다, 진짜.”
나는 뜨겁게 불타오르는 마음을 부여잡으며, 당장에라도 날아갈 것 같은 기쁜 마음을 참아 냈다.
분명 큰 성장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올라야 할 계단은 높고 많이 남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내가 작은 도약에 만족해 버린다면, 어느 순간부터는 발전하지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가슴 속에 굳혀 가던 냉정함도 잠시.
“와…….”
나는 벨라레와 벨라로가 죽어 없어진 자리에서 영롱하게 빛나고 있는 수많은 아티팩트를 보고 탄성을 터뜨렸다.
총 열 개의 아티팩트.
빠르게 등급만 훑었는데, 전부 최소 5성급 이상의 아티팩트였다.
게다가 내가 바랐던 대로 가신들에게 아주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아티팩트 위주로 나왔다.
선전 장관 발데스, 상단주 아르케네스, 요리장 메리를 포함한 다수의 가신에게 베풀 수 있는 선물이 한가득했다.
좌악! 좌아악! 좌악!
나는 도박판에서 칩을 쓸어 담듯, 재빨리 아티팩트들을 아공간 안으로 밀어 넣었다.
일단 공략과 동시에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델루크의 팔찌는 귀환하는 길에 확인해 보기로 했다.
어차피 타넥스를 타고 복귀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자동 이동 상태로 크리비아 대영지로 이동하는 동안, 공중에서 보내는 시간은 충분했다.
* * *
같은 시각.
“미친X이네, 이거…….”
전투 영상을 꼼꼼히 되새기며 양피지에 정리하던 사비오는 떨리는 손끝을 어찌할 길이 없어 만년필을 놓아 버렸다.
자레드가 마나탄 – 마력탄을 일컫는 사비오의 지칭 – 을 전개하기 위해 순식간에 끌어모은 마나양은 측정 불가였다.
무슨 뜻인가 하면, 7클래스 마법사를 뛰어넘을 수 있을 만큼의 마나를 사용했다는 뜻이다.
왜냐?
타트라 넥스에 설치한 감지 장치가 7클래스 마법사의 마나 최대치까지만 감지할 수 있어서다.
처음부터 범상치 않은 녀석임은 실감했지만, 이 정도면 상상 그 이상이었다.
하물며 던전에서도 완벽하게 안전 포인트를 잡고, 일방적으로 두 보스 몬스터를 두들겨 팼다.
기체의 피격 및 대미지 누적량을 체크해 보니, 전체 체력의 2%도 소모되지 않았다.
사실상 자잘한 스크래치 정도만 난 수준이었다.
악명 높기로 유명한 타락한 지하 사원의 보스 몬스터, 벨라레와 벨라로를 상대로 말이다!
“아, 진짜 근질거리네…….”
사비오는 당장에라도 자레드를 찾아가고 싶은 마음에 엉덩이가 들썩이는 것을 애써 참았다.
타트라 넥스를 개발해 온 지도 어언 7년.
그간 수많은 엘프가 파일럿을 자청했지만, 누구도 만족할 만한 기동력과 활용력을 보이지 못했다.
하지만 자레드는 달랐다.
마치 신이 자신에게 내린 최고의 파일럿을 보는 듯했다.
“너, 조만간 꼭 만나러 간다.”
사비오가 영상 속으로 보이는 자레드의 손끝을 보며, 마치 코앞에서 만지듯 화면을 어루만졌다.
만나고 싶었다.
그리고…… 갖고 싶었다.
이런 녀석이라면 타트라 넥스를 개발하는 보람을 뼛속까지 느끼게 할 수 있을 듯했으니까!
* * *
타락한 지하 사원에서 얻은 아티팩트 정산은 영주 저택에 돌아와서 하기로 한 후.
나는 야음(夜陰)을 틈타, 산 위의 하늘길을 통해 영지로 귀환하고 있었다.
전생이었다면, 대공 방어 시스템에 걸려 진즉에 집중포화라도 맞았겠지만.
여기는 중세와 근미래적 마도 공학이 접목된 세계라, 아직까지 그런 시스템은 없었다.
“역시 성장형 아이템의 뽕맛이란 이런 건가.”
나는 흐뭇한 얼굴로 업그레이드를 끝낸 델루크의 팔찌를 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업그레이드가 되면 1성이 오를 줄 알았는데, 분류 등급이 단번에 두 단계를 뛰었다.
덕분에 녀석은 7성이었다.
[델루크의 팔찌 : 절망(絶望)] [분류 등급 : 7성] [옵션 1 : 마력 300 증가] [옵션 2 : 지혜 150 증가] [옵션 3 : 마방 30 증가] [옵션 4 : 반경 100m 내에 있는 모든 생명체의 부정적인 감정에 반응합니다. 부정적인 감정은 팔찌에 쌓여, 더 강력한 형태의 팔찌로 바뀝니다.현재 수집된 절망 0 / 10000] [옵션 5 : 상대보다 자신의 레벨이 낮을 경우, 근력, 지혜 스탯이 2배 향상된 상태로 적용됩니다.] [옵션 6 : 멀티 텔레포트 – 1인당 마력 1천을 추가 소모하여, 함께 동시에 이동할 수 있습니다.] [옵션 7 : 약자 멸시 – 상대보다 자신의 레벨이 높을 경우, 근력, 지혜 스탯이 2배 향상된 상태로 적용됩니다]
‘6클래스 마법의 사전 보강. 거기에 강강, 약강 달성이군.’
강자에게 강한 것은 물론이고, 약자에게도 강해지는 7번 옵션.
내용을 확인한 내 입가에 사악한 미소가 그윽하게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