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g Player RAW novel - Chapter 12
제 12화
5장. 유망주를 찾습니다 – 1화
아침 식사를 끝내고 난 뒤.
자레드는 영지 시찰을 나갈 준비를 했다.
원래 다음 주부터 추진하려고 생각했었는데, 어제 레나를 만나게 되는 바람에 계획을 당겼다.
혹시라도 하루가 늦어, 만날 수 있는 인연을 놓칠까 싶은 생각에서였다.
레나라는 유망주를 얻은 후로 자레드는 더욱 유망주에 대한 갈망이 커지고 있었다.
한편 영지 시찰치고는 대기 중인 병사도 없고, 수행하는 하인도 전혀 없자, 헤이즈가 쪼르르 다가와서는 말을 건넸다.
“영주님! 저도 동행하면 안 될까요? 영주님이 목이 마르실 수도 있고, 다른 물건이 필요하실 수도 있으니까……. 제가 꼭 곁에서 모시고 싶어요!”
그녀의 반응은 칼 같았다.
마치 할 말을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것 같은 반응이었다.
충분히 이해가 갔다.
예전의 자레드가 그녀에게 초콜릿 심부름을 포함해, 잔심부름을 미칠 듯이 시켰기 때문에 생긴 노이로제였으니까.
그래서 특수 성향에 과민이 B랭크로 있었던 것이기도 하고. 저것은 절대 좋은 성향은 아니다.
“괜찮아. 쉬어. 정 신경 쓰이면 지하실만 좀 더 청결하게 유지해 주고. 거미줄이나 먼지가 내려앉지 않도록. 그리고 레나도 좀 더 챙겨 주고.”
자레드는 그녀에게 무조건의 거절 대신 일거리를 하나 던졌다.
그녀는 자신에게 ‘헌신’하며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찾고 있었다. 청소도 그중의 하나이니 문제 될 것은 없었다.
“네! 그럼 윤이 반짝반짝 나도록 제가 지하실을 전부 청소해 놓을게요! 레나도 좀 더 교육해 놓을게요!”
“좋아, 기대할게.”
“네에, 영주님!”
-심안 내놔! 심안 내놔!
막간의 틈을 이용해 다시 이자벨라가 소리를 빼액 질렀다.
그리고 잔뜩 화가 난 눈빛으로 헤이즈의 얼굴 여기저기를 꼼꼼히 살폈다.
그러자 처음으로 이자벨라가 다른 말을 꺼냈다.
-예쁘네?
“그치, 예쁘지?”
이자벨라의 말에 답하려던 것이 너무 큰 소리로 말해 버렸다.
뭐, 들어도 상관없지만.
“네? 무슨 말씀이세요, 영주님?”
“응? 아, 헤이즈 너, 예쁘다고.”
“감사해요! 호호.”
“그럼 다녀올게.”
“네, 영주님.”
-심안 내놔! 심안 내놔!
“적당히 해라. 절대 안 줄 거니까 포기하고 돌아가. 이제 넌 필요 없어.”
자레드는 작은 목소리로 이자벨라를 향해 일침을 날렸다.
그러고는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저택 밖으로 나섰다.
이제 준비는 끝났다.
크리비아 영지를 시찰하며, 심안을 이용해 괜찮은 인재가 있는지 확인해 볼 때가 왔다!
* * *
시내로 향하는 길.
유일한 동행인 치안대장 라키스는 자레드에게 마차를 권했다.
하지만 그는 한사코 거절하고 길을 따라 걷고 있었다.
마차로 다니다가는 지나가는 사람을 고루 보지 못하고 놓칠 확률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사람은 말과 마차가 아닌, 도보로 영지 시찰을 나와 있는 상태였다.
한편 라키스는 자레드의 요청으로 평복 차림에 마스크를 쓰고 있어 누군지 알아보기 힘들었다.
자레드 역시 서민과 비슷한 옷차림에 꾸밈없는 얼굴이었다.
영주의 얼굴을 자주 본 영지민이 아니면, 쉽게 알아차릴 수 없는 상태였다.
-심안 내놔!
깨알같이 옆에서 소리치는 이자벨라의 외침은 무시한 채.
자레드는 계속 영지민들을 관찰하고, 심안으로 체크하고 있었다.
저택을 나선 것은 아침인데, 어느새 점심을 지나 해가 뉘엿뉘엿 서쪽으로 넘어가는 저녁이 되어 있었다.
그 시간 동안 자레드는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영지 이곳저곳을 누볐다.
그래서인지 안색이 썩 좋지 않아 라키스가 걱정했지만, 자레드는 괜찮다는 말을 반복하며 계속 돌아다녔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더 흘렀을까?
다소 인적이 드문 길목으로 접어들며 주변이 조용해지자, 라키스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영주님, 부족한 제게 치안대장이라는 대임을 맡겨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딱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정말 제게는 최고의 자리인 것 같습니다. 가신 라키스, 오로지 영주님에 대한 충성 일념으로 치안에 매진하겠습니다!”
듣고 있으니 참으로 뿌듯해지는 그의 충성심이었다.
자레드가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해 주었다.
“기대하고 있소, 라키스.”
“믿어 주십시오! 영주님의 기대에 반드시 부응하겠습니다.”
그 순간, 시스템 메시지가 표시됐다.
[라키스의 충성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충성도 최대 수치가 200으로 경신됩니다.현재 충성도는 150. 충성도가 200이 될 경우, 대상은 ‘1차 각성’ 상태에 돌입합니다.]
‘라키스, 당신이 영지의 한 줄기 빛이네. 스탯도 치안대장으로서는 나쁘지 않고, 거기에다가 1차 각성까지 경험한다면 최고. 그 충성심, 내가 반드시 자극해 주겠어!’
1차 각성이란 군신 관계에 있는 신하가 주군을 상대로 한 충성심이 특정 수치 이상으로 상승할 경우,
스스로 내면의 변화를 일으켜 한계를 무너뜨리고, 한차례의 성장을 하는 것을 일컫는다.
레벨이 대폭 오르면서, 스탯이 급상승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F급의 무장을 육성 과정에 따라 S급으로도 만들 수 있는 묘미 중의 하나였다.
‘특성에 질서정연과 정의 구현이 있으니, 나쁜 놈들이랑 싸울 때는 거의 여포 수준이지! 본인도 엄청 신이 나서 싸웠을 거야.’
흡족했다.
치안대장은 그의 천직이다.
다른 건 몰라도 영지의 치안은 당분간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겠지 싶었다.
‘진짜 히든 스킬인 심안이 내게 있는 건 최고의 행운이다. 진짜.’
현생에 눈을 뜨자마자, 이자벨라를 불러내어 심안을 얻은 것은 가장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심안 내놔! 내 눈 내놔!
물론 귀찮은 방해꾼을 옆에 달고 다니게 됐지만 말이다.
‘유망주가 널려 있지는 않네. 하긴 흔하게 찾을 수 있다면 유망주가 아니겠지. 더군다나 우리 영지는 대륙 외곽에 있는 소영지이기도 하니까.’
꽤 오랜 시간을 걸어 다녔는데, 소득이 없었다.
몇몇 눈에 띄는 아이들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심안으로 살핀 결과, 전부 특수 성향이 아무것도 없는 경우였다.
특수 성향은 잠재력과도 같다.
그렇기에 특수 성향을 보유하지 않은 인재는 키운다고 해도 한계를 명확하게 보인다.
C급 인재로 분류될 정도의 수준이 최대치일 뿐이다.
정말 영혼을 담아 노력한다고 할 경우에만 아주 간혹, 희귀한 확률로 B급이 되는 것이 전부다.
그것도 어린 유망주인 경우에나 그렇지, 나이가 든 인재의 경우에는 발전이 더뎌 성장하지 않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성마 대전까지 앞으로 10년.
나스 대전쟁이라고 불리는 대륙 내전까지는 앞으로 5년.
짧은 시간은 아니나, 그렇다고 긴 시간도 아니다. 선택과 집중을 할 필요가 분명히 있었다.
바로 그때!
자레드는 약초꾼들이 모여 있는 술집 앞에서, 그들을 붙잡고 애원하고 있는 여자아이를 발견했다.
아이는 악에 받친 것처럼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며, 약초꾼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다.
“제발! 제발 저희 엄마를 도와 달란 말이에요! 엄마를 치료할 약초를 팔아 주세요! 원하신다면 저라도 팔아서 돈을 마련할 테니까, 제발요!”
‘미아.’
여자아이의 이름이 보였고, 이어서 스탯과 성향이 차례대로 눈에 들어왔다.
[미아 – Lv. 1] [근력 : 3][체력 : 4] [마력 : 1][지혜 : 7] [민첩 : 3][매력 : 5] [물리 방어력 : 0] [마법 방어력 : 1] [특수 성향 : 마나 감지 S] [일반 성향 : 효도, 탐구]‘마나 감지가 S? 저 말은 선천적으로 마나 감응 능력이 좋은 신체라는 얘기인데. 그렇지 않으면 어린아이가 벌써 S가 될 수는 없어. 레나만큼 수재급 재능이야!’
마나 감지 S는 현재 자레드가 가진 특수 성향 중의 하나이기도 했다.
다만 그것은 아버지 바렛 자작으로부터 가문의 비전으로 내려온 유칼레스 가문의 마나 심법을 수련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비전 마나 심법도, 그리고 마법조차 배우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아이가 마나 감지 S라니!
‘심봤다!’
이것 외에는 드는 생각이 없었다.
“저 아이를 도와야겠소. 라키스, 함께 갑시다.”
“예, 영주님. 언제든 제가 필요하시면 명령만 내려 주십시오.”
라키스는 절대 복종이었다.
그에게 영주 자레드는 고맙고 감사하기 이루 말할 수 없는, 정말 구원자 같은 존재였다.
심지어 영주로서는 하기 힘들었을 과오에 대한 사과까지 했다.
그런 그를 어찌 원망할 수 있겠는가?
뚱뚱한 외모?
전혀 중요치 않았다.
사람의 가치를 외모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라키스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뚱뚱했던 몸도 최근 속도가 제법 붙어, 점점 홀쭉해지고 있었다!
“후아, 후아.”
자레드가 흐르는 땀을 연신 닦아 내며, 미아에게로 향했다.
‘존경합니다, 영주님.’
라키스가 묵묵히 뒤를 따랐다.
* * *
“하아아.”
나는 울부짖다 지쳐, 털썩 주저앉은 미아에게 달려갔다.
아직 다이어트가 완성되지 않은 몸이라 금방 숨이 차올랐지만, 그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아이야, 이름이 뭐니?”
“누구…… 세요? 미아예요.”
“미아! 이분은 영주님이시다!”
내 정체를 옆에 있던 라키스가 시원하게 밝혀 버렸다.
누구냐고 대뜸 되묻는 것을 무례하다고 여긴 모양이다. 어린아이니까 당연한 반응이지만 말이다.
어차피 상관없기는 했다.
오히려 영주라고 밝히는 편이 경계심을 내려놓게 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것 같았다.
“여, 영주님이세요?”
믿을 수 없다는 미아의 표정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자초지종을 물었다.
“약초꾼들에게 어머니를 치료할 어떤 약초를 얻으려고 했는지 말해 줄 수 있을까?”
“엄마, 엄마가! 로넬라 병에 걸리셨어요. 이 병을 낫게 하려면 약초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약초꾼 아저씨들이 도통 팔아 주지를 않아요!”
“로넬라 병?”
“네! 약초꾼 아저씨들 말로는 그 병은 비싼 약으로 치료해야 하고, 병에 바로 쓸 수 있는 약초는 자기들은 모른다고…….”
로넬라 병.
내게는 익숙한 병이다.
폐병의 일종으로 결핵 같은 병이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전염병은 아니다.
이 병을 에서 알게 된 것은 대륙 외곽에 위치한 던전을 다녀온 유저들이 로넬라 병이라는 디버프성 질병을 얻게 되면서부터였다.
이름에 로넬라가 붙은 것은 이 병이 유행했던 곳인 로넬라 영지의 이름을 딴 것이다.
로넬라 병은 만성적인 기침을 유발하여 체력을 계속 저하시키고, 시야를 어지럽게 만들기 때문에 유저들이 무척 귀찮아했던 질병 중의 하나였다.
처음에는 에서 만병통치약으로 통했던 마스터 포션으로 병을 치료했다.
다만 마스터 포션은 모든 질병과 디버프를 사라지게 하는 약물이라, 가격이 초고가였다.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을 수준이 되자, 약초꾼 유저들은 틈새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치료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골몰하던 중.
치료제가 드디어 만들어졌다!
생각보다 저가인 세 가지의 약초를 조합해서 만드는 치료제용 약초 배합법을 알아냈던 것이다.
물론 배합법이 초반부터 알려지진 않았다. 영업 비밀이었으니까.
하지만 나중에 치료제를 개발한 약초꾼 유저들이 서로 이익을 더 가져가려고 다투다가 분열했고.
열 받은 약초꾼 유저 하나가 공식 홈페이지에 조합법을 모두 공개하면서, 유저들이 로넬라 병의 값싼 치료제 조합식을 알게 됐다.
당연히 내 귀에 들어왔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었다.
이것도 메인 스토리 이후의 이야기다. 즉, 정상적인 흐름이라면 10년 뒤에 치료제가 등장한다.
‘차라리 이참에 로넬라 병 치료제를 만들어 버려? 영지 직속 상단도 있으니 판매 루트를 개척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데 말이야.’
괜찮은 생각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