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g Player RAW novel - Chapter 14
제 14화
5장. 유망주를 찾습니다 – 3화
를 하던 시절, 내 영지에도 로넬라 병이 유행해서 약물을 직접 제작한 적이 많았기에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약제의 효과는 극적이다.
정상적으로 작용한다면, 로넬라 병의 지독한 병증(病症) 중의 하나인 기침을 바로 잡아낸다.
그럼 메리도 기침의 고통에서 빠르게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헤이즈가 저택에서 직접 공수해 온 맑은 물에 혼합한 약초를 섞어 넣었다.
열심히 찧어서 거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만들어 놓았기에, 물에 탄 상태로 넘기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듯했다.
“콜록! 콜록! 콜록!”
메리의 기침 강도가 점점 거세지고 있었다.
여기서 그대로 두면 더 많은 피를 토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기도를 핏덩이가 막는 폐색(閉塞)이 유발될 수도 있다.
나는 서둘러 메리에게 달려와 약초를 섞은 물을 건넸다.
“맛은 좀 비릴 수 있지만, 참고 먹도록 해요. 제조를 막 끝낸 시점이 가장 약효가 좋을 때니까, 지금 바로 마셔야 해요.”
“감사합니다, 영주님…….”
“마실 수 있도록 도울 테니, 편하게 고개를 천천히 젖혀요.”
나는 직접 메리에게 약이 담긴 사발을 천천히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녀가 기운이 없는 나머지, 혹시라도 약사발을 놓칠까 봐서였다.
꿀꺽- 꿀꺽- 꿀꺽-.
힘겹게 그녀는 약을 모두 들이켜고 난 뒤.
“하아아, 죄송해요.”
“괜찮으니 편하게 누워요.”
거칠게 숨을 내쉬며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30분 정도 안정을 취하게 하는 동안, 나는 한시도 쉬지 않고 꾸준히 그녀에게 힐 마법을 시전했다.
‘크윽, 어지럽군. 그래도 괜찮아. 버틸 만해.’
아침부터 나와 하루 종일 걸으며 무리를 했던 데다가,
힐 마법을 사용하며 마력이 끊임없이 고갈과 회복을 반복한 탓에 몸에 무리가 가고 있었다.
그 때문에 이마에 식은땀이 나고 머리가 어지러웠지만, 나는 참고 그녀에 대한 치료에 집중했다.
내게 일어난 미세한 변화를 먼저 감지한 것은 역시 헤이즈였다.
“영주님, 괜찮으세요? 아니, 갑자기 이렇게 식은땀이!”
“괜찮아. 내 걱정은 됐어. 그냥 좀 더울 뿐이야. 괜찮아.”
헤이즈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 주었다.
“영주님, 이거라도 드세요.”
그러는 동안 레나가 컵에 떠 온 물을 건넸다.
창백해진 내 모습이 걱정이 되었던 모양인지, 그녀도 낯빛이 어두워져 있었다.
“고마워, 레나. 편하게 쉬고 있어. 이 상태로 힐의 기운이 2시간 이상은 들어가야 몸에서 확실한 반응이 일어날 거야. 그때까지 모두 푹 쉬도록 해.”
그렇게 10분, 20분…….
그리고 두 시간이 흘렀다.
내가 정신력의 한계를 느끼며 신음을 토해 내기 직전, 메리가 내 손을 꼭 붙잡으며 말했다.
“영주님, 기침이 멈췄어요! 가슴속에서 타오르는 듯했던 고통도 느껴지지 않고, 몸 전체에서 생기가 느껴지는 것 같아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한층 힘이 실려 있었다.
2시간 전까지 다 죽어가던 목소리로 힘겹게 말하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다른 것보다 잦은 기침이 잡혔다는 것이 다행인 것 같았다.
게다가 나의 힐 마법까지 병행했으니, 몸의 회복이 빠르게 촉진됐을 것이다.
“엄마! 엄마아아아! 흑흑흑!”
호전된 메리의 상태를 확인한 미아가 한달음에 달려와 메리의 품에 안겼다.
“엄마, 정말 괜찮아? 나한테 거짓말하는 거 아니지?”
“그래, 정말이야. 영주님 덕분에 몸에서 느껴지던 통증이 다 사라졌어! 그동안 제대로 먹지 못해 아직 기운은 없지만, 로넬라 병이 가져다주던 통증은 사라졌단다.”
“엄마! 흑흑흑흑! 영주님, 영주님! 정말 감사해요. 너무너무 감사해요!”
“……그래.”
내 앞에서 연신 절까지 해 가며 큰 소리로 외치는 미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한데…… 뭔가 이상하다.
마치 메아리치는 것처럼 미아의 목소리가 멀게, 그리고 희미하게 들렸다.
그 와중에 시스템 메시지 하나가 내 앞에 출력됐다.
[*경고 : 마력의 고갈 상태에서 적절한 회복 없이, 무리하게 마력을 사용하였습니다.] [*경고 : 체력이 급격히 하락합니다! 정신력이 한계점에 이릅니다! 신체에 대한 통제 능력을 상실했습니다! 쇼크로 인한 발작 위험이 대폭 증가합니다!] [유칼레스 마나 심법이 발동되었습니다. 쇼크를 막기 위해, 강제 ‘기절’ 상태로 유도합니다.]“아!”
탄식인지 신음인지 알 수 없을 소리. 그것이 미아의 집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기억이었다.
* * *
꿈조차 꾸지 않는 곤한 잠에 빠졌다.
축 늘어진 몸 상태를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긴 시간 동안 잠이 들었다.
그러다 번뜩 눈을 뜬 것은 창밖에서 들려오는 천둥, 번개 소리 때문이었다.
눈을 뜨자, 내 옆자리를 떠나지 않고 지키고 있던 사람이 보였다. 역시나 헤이즈였다.
“영주님, 정신이 드세요?”
“내…… 방인가?”
“네, 영주님이 기절하신 이후에 라키스 치안대장님을 불렀어요. 그리고 바로 여기로 모셨어요.”
“메리, 미아, 레나는?”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세 사람의 행방이 궁금했다.
메리에게 치료제가 성공적으로 작용한 것까지는 확인했으니 큰 걱정은 없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싶었던 것이다.
“기억 안 나시는 거예요? 영주님이 잠깐 깨어나셨을 때, 분부하신 대로 진행된 상태예요.”
헤이즈가 저리 말하는 것을 보면, 내가 중간에 깨어나 내뱉은 말이 꽤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날 이후로 며칠이 지났지? 내가 어떤 말을 했기에? 기억이 전혀 안 나.”
“오늘로 이틀째예요! 영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메리를 저택으로 데려와 집중 치료를 받게 하고, 그다음에 두 사람이 저택에서 계속 머물 수 있도록 요리장과 시녀의 자리를 맡기라고요.”
기억은 전혀 나지 않지만, 하고 싶은 말은 확실히 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어떻게 됐지?”
“메리 님은 이틀 동안 영주님이 만들어 주신 치료제를 꾸준히 복용하고 나서, 상태가 매우 좋아졌어요. 아마 지금쯤이면…….”
바로 그때.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헤이즈가 한달음에 문 앞까지 달려 나가자, 쟁반 가득 음식을 해 온 메리의 모습이 보였다.
8년 전의 기억이 났다.
그때도 이렇게 메리는 정성 들여 만든 맛있는 음식을 내게 가져 왔었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다른 하인들의 트집을 잡아 화를 내고 욕을 퍼붓느라, 그녀의 음식이 식을 때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물론 다 식은 음식을 먹었어도 맛있었지만, 잔뜩 열이 오른 탓에 마음에도 없는 무시를 했었다.
멍청한 예전 자레드 놈. 그때, 메리를 요리장에 앉혔어야지.
“영주님, 일어나셨군요!”
“영주니이이임……!”
“안 돼, 미아! 함부로 영주님께 그렇게 달려가서는 안 돼!”
나를 반기는 메리의 목소리.
그리고 연이어 들린 것은 뒤에서 외친 미아의 목소리였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미아, 이리 와.”
“영주님! 일어나셨어요? 계속 기도하면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제발 영주님을 건강하게 깨어나게 해 달라고요!”
한달음에 내게 달려온 미아는 단숨에 내 품에 안겼다.
묵직하다 못해 푸짐한 내 살집들이 미아에게 부담이 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녀석은 오히려 허리를 꼭 끌어안고 더 깊이 안기는 모습이었다.
“영주님의 푹신푹신한 뱃살, 정말 좋아요!”
“미안한데, 다른 걸 좋아해 주면 안 될까? 하하하.”
“영주님은 다 좋아요! 헤헷!”
나는 귀엽게 볼을 부풀리는 미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예쁘구나. 이렇게 차려입으니 훨씬 귀여워 보이네.”
“정말요? 엄마도 잘 어울린다고 했어요!”
미아는 해진 옷을 입고 있었던 때보다, 헤이즈가 신경 써서 마련해 주었을 옷을 차려입은 지금이 훨씬 잘 어울렸다.
메리도 마찬가지였다.
핏기가 없을 때는 몰라볼 정도로 창백하고 가냘파 보였는데, 요리장의 옷을 차려입으니 한결 프로페셔널한 자태가 느껴졌다.
하지만 여기에, 아직 한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헤이즈, 레나는?”
“단련실에서 라키스 님의 지도 아래 기초 체력 점검을 받고 있어요. 질 좋은 수련복을 입히고, 깔끔하게 미용을 해 줬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역시나 헤이즈다.
빈틈이 없다.
‘라키스가 내 속마음을 읽은 건가? 아냐, 도전을 좋아하는 레나가 먼저 요청했을지도.’
따로 라키스에게 당부한 바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검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두 가지 이유 중에 하나일 것이다.
라키스가 내 속내를 미리 읽었거나, 아니면 레나가 당돌하게 라키스에게 말을 꺼냈을 수도 있다.
라키스의 무력이면 기초 체술과 검술을 가르칠 정도는 된다.
하지만 그 이상은 힘들다.
내가 생각하는 레나의 잠재 능력을 확실히, 그리고 빠르게 터뜨리려면?
특수 성향에 ‘스파르타식 훈련’이나 ‘맞춤형 교육’ 같은, 교육 관련 성향이 하나 이상은 S급으로 있는 스승을 찾아야 한다.
애석하게도 지금 내 영지에 그런 스승이 될 만한 인재는 없다.
즉, 외부 인재를 영입해야 한다는 뜻이다.
‘일단 기본적인 소양을 익힐 때까지는 라키스에게 맡기자. 그것이 치안대장으로서 라키스의 위신도 서겠지. 괜찮은 판단이야.’
나는 레나에 대한 초기 육성 계획은 일단 그렇게 매듭지었다.
레나가 차근차근 성장할 동안, 좋은 스승이 될 사람을 외부에서 찾으면 된다.
괜찮은 후보군이 머릿속에서 셀 수 없이 떠오른다.
전부 에서 나와 한 번씩은 인연을 맺었던 NPC들이다. 물론 지금은 살아 숨 쉬며 움직이는 사람들이겠지만.
“영주님, 드세요.”
메리가 조심스럽게 내 앞에 조리한 음식을 가져왔다.
코끝을 찌르는 맛좋은 향기가 느껴진다!
언뜻 기름진 냄새가 나는 것 같은 것이 내가 자제하기로 했던 고기나 튀김류 식단을 만들어 온 것은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이어진 메리의 말이 내 걱정을 덜어 주었다.
“헤이즈가 영주님께서 최근 체중 감량을 위해 채식으로 전환하셨다는 사실을 알려 주었어요. 그래서 가장 좋아하시는 콩고기를 중심으로 해서 가짜 고기 요리를 힘주어 만들어 보았습니다. 전부 채식이랍니다. 부디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메리가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
이윽고 그릇 위에 놓인 수많은 요리들을 살펴보니.
과연 그녀의 말대로 콩고기를 베이스로 한, 완전 채식 요리들이 한가득 마련되어 있었다.
이것을 배 터질 때까지 다 먹는다 하더라도, 칼로리로는 얼마 안 될 것 같았다.
“와, 정말 맛있겠다!”
너무 반가운 나머지 속마음이 여과 없이 입으로 흘러나왔다.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이틀을 내리 잠만 잔 탓에 정말 미칠 것 같을 정도로 배가 고팠으니까.
“음. 어음. 냠냠. 냠.”
나는 바로 포크를 집고, 메리가 만든 요리를 입에 욱여넣기 시작했다.
모양 빠지게 한가득 입에 넣고 씹는 광경이긴 했지만, 모두가 흐뭇하게 내 식사를 지켜봐 주었다. ……조금 민망하기까지 할 정도로.
그렇게 순식간에 그릇을 비웠다. 하나도 남기지 않고, 국물까지 싹 비운 최고의 식사였다.
[최고의 맛을 느낀 미각이 활성화됩니다. 오감이 증폭됩니다. 마나 감응 능력이 5% 증가합니다.] [포만감을 바탕으로 몸이 빠르게 회복됩니다. 체력 회복 속도가 기존의 2배로 증가합니다.]‘어? 단지 요리를 먹었을 뿐인데도 시스템 메시지로 표현될 만큼의 변화가 일어난다고?’
생각지도 않은 일이었다.
그것은 메리가 만든 음식이 귀한 재료로 만들었거나, 메리의 요리 실력이 뛰어남을 뜻한다.
메리의 스탯 전체를 심안으로 확인했다.
일단 상태 이상으로 보였던 로넬라 병은 사라지고 없었다.
치료약이 100%, 아니 200%의 효과를 발휘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특수 성향 : 엄마의 집밥 S] [일반 성향 : 감사, 행복]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특수 성향에 특이점이 있었다.
엄마의 집밥은…… 역시 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