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g Player RAW novel - Chapter 146
제 146화
53장. 포르미도 – 2화
[포르미도 – Lv. 619] [근력 : 803][체력 : 722] [마력 : 209][지혜 : 134] [민첩 : 1701][매력 : 101] [물리 방어력 : 99] [마법 방어력 : 98] [특수 성향 : 절대 은신 SSS / 위장술 SSS / 약점 분석 SSS / 분신술 SSS] [다수의 아티팩트를 보유 중입니다. 상세 열람을 원하시면 ‘열기’를 클릭해 주세요.]‘무슨 죄다 SSS급이야?’
심안으로 포르미도의 상태를 살핀 자레드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물론 예상은 했다.
암살자 외길 인생을 살아온 그의 내공이 얕을 것이라는 생각은 절대 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클로이의 극상위 호환이었다.
클로이가 이대로 꾸준히 잘 성장해 준다면…… 딱 포르미도의 뒤를 따라갈 것 같았다.
스탯이든, 성향이든, 아티팩트의 구성이든 말이다.
‘쉽지는 않겠어.’
포르미도와의 전투는 속도전이다.
호흡을 길게 가지고 수를 주고받는 전투가 아니라, 완전 난타전이라는 얘기다.
현생에 환생하고 난 뒤, 그런 전투를 아직 치러 본 적이 없었다.
찰나의 순간에 셀 수 없이 많은 공격이 오갔던 베라트나 나오미와의 전투도, 포르미도와는 비교도 안 될 공산이 컸다.
포르미도가 날이 바짝 선 소태도의 끝을 자레드에게 겨누며 말했다.
“좋아, 거두절미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지. 내 구역에 어떤 룰이 있는지는 싸그리 무시하고 들어온 네놈이 더 잘 알겠지?”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자레드는 입고 있던 외투를 펼쳐 보였다.
그 안에 있는 다수의 아티팩트를 보여 주기 위함이었다.
“호오?”
포르미도의 눈이 호기심 가득하게 빛났다.
“당신과는 목숨을 걸고 내기를 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잘 알고 있군.”
“그리고 보통 내기의 조건은 하나만 거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맞아. 목숨이 그 베팅 값이지.”
“하나를 더 걸죠. 제가 가진 아티팩트를 모두 걸지요. 하나도 빠짐없이 완벽하게.”
“……두 가지 소원이나 빌겠다는 것이냐? 흥.”
포르미도가 코웃음을 쳤다.
갑자기 웬 여자와 함께 나타난 것도 웃기지만, 판을 크게 벌리는 것이 더 웃겼기 때문이다.
이미 이곳에서 겁 없이 덤벼들었다가 목숨을 잃은 마법사만 해도 수레로 수십 대는 끌어야 할 정도로 많았다.
“이길 자신이 있다면, 내기에 거는 소원이 두 개가 아니라 백 개라고 해도 상관없겠지요?”
자레드가 살살 포르미도의 호승심을 자극했다.
그는 자신의 실력에 자부심이 매우 높은 사람이다. 결코 도발을 한쪽 귀로 흘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 좋다. 들어나 보자. 유언이 될 것 같다만.”
포르미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자레드가 기다렸던 제안을 꺼냈다.
“전투에 승리할 경우. 첫째, 평생 이 친구의 스승이 되어 줄 것.”
“딱 봐도 인간은 아닌 것 같은데, 남 좋은 일을 하란 말이냐?”
“포르미도 님이 내기에 가타부타 뒷말을 붙이는 분이었던가요?”
“……녀석, 혓바닥 한번 길군. 좋아. 받아들이지.”
포르미도의 시선이 클로이의 전신을 빠르게 훑었다.
처음에는 나약하고 힘없는 엘프를 데려온 것은 아닐까 싶었는데, 그녀의 자세가 예사롭지 않았다.
고도의 수련을 거쳐 성장을 거듭한 암살자에게는 특유의 광기가 느껴진다.
그것은 어떤 말이나 표현, 수치 따위로는 표현할 수 없는 고유의 기운이다.
암살자라고 해도 이것을 알아차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륙에서 손꼽아도 많아야 셋 정도. 포르미도는 그 셋 중에서 자신이 가장 ‘광기’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리고 그녀에게서는 짙은 광기가 느껴졌다.
다만 그녀의 시선이 남자 – 자레드 – 에게 향할 때면, 모든 광기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온기가 채웠다.
‘인간을 사랑하는 엘프라……. 독특하군.’
이내 포르미도가 시선을 거둬들였다.
첫 번째 제안은 알았다.
남자는 자신이 저 엘프의 스승이 되어 주길 바라고 있었다.
‘가르치면 재미는 있을 듯하군.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패배해야겠지만.’
그사이, 자레드가 말을 이었다.
“둘째, 아까 말했듯…… 여생을 제 곁에서 조력자로 함께하시지요.”
포르미도가 바로 되물었다.
“네가 누구이기에 날 조력자로 함께하라는 것이냐? 나는 인세를 떠난 지가 꽤 됐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신경 쓰지 않은 지도 20년이 넘었고.”
“크리비아 왕국의 국왕, 자레드입니다.”
“……미친. 푸하하하!”
포르미도가 폭소를 터뜨렸다.
정말 웃겨서가 아니라, 사실 당황해서 나온 웃음이었다.
목숨을 걸고 자신을 찾아온 사람이 왕국의 국왕이라고?
지금껏 이런저런 사람들을 상대해 보기는 했지만, 왕을 상대해 본 적은 없었다.
그럴 수가 있겠는가?
왕의 행차였다면, 주변에 호위를 덕지덕지 붙이고 힘으로 제압하려 했을 테니까!
애초에 그런 움직임이 보였다면, 자신이 먼저 피했을 것이다.
“예의가 필요한가?”
“전혀요. 수많은 왕과 황제가 난무하는 시대에 예법이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좋아. 날 이겨서 저 엘프의 스승으로 만들고, 왕국의 신하로 삼겠다?”
“신하보다는 식객(食客)…… 정도로 하시죠. 제게 얼마나 마음을 열지는 함께 지내보면서 결정하시고.”
“배포 한번 참으로 크구나.”
“제안을 받으시겠습니까?”
“내가 이기면 네 목숨과 아티팩트를 갖겠다. 설령 네가 죽더라도 엘프에게는 호기심이 있으니, 네 명복을 비는 마음으로 가르침을 조금은 주도록 하지.”
“좋습니다.”
거래 성립.
“자레드 폐하. 아니, 국왕 폐하. 이런 거래는 절대…….”
“됐어. 이미 딜은 끝났어. 날 믿고 기다려. 그리고 저분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빠짐없이 살피도록 해. 네가 가야 할 길에 살아 있는 교재이자 증거가 될 테니까.”
“…….”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되었음을 깨달은 클로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섰다.
“다섯을 세지.”
포르미도의 냉랭한 목소리와 함께 카운트가 시작됐다.
* * *
‘암기가 엄청 많군.’
심안의 능력인 투시를 통해 확인한 포르미도의 몸속에는 정말 셀 수 없이 많은 암기가 있었다.
눈앞에 들고 있는 소태도는 그저 수많은 옵션 중 하나일 뿐이었다.
[구원의 신비]보험은 미리 생각해 뒀다.
체력이 1 미만으로 떨어질 경우, 전신을 보호하는 무적의 역장이 10초간 유지되는 신의 가호.
급소를 찔려 즉사하는 것이 아니면, 구원의 신비가 최소 한 번은 반격의 기회를 줄 것이다.
지잉! 지잉! 지이잉!
나는 우선 트랜센던스 디멘션 도어로 총 10개의 차원문을 만들어 냈다.
각 차원문은 묘하게 다른 색깔을 띠며, 동시에 출입구의 방향이 살짝 비틀어져 있었다.
‘경로 확인.’
집중력을 높이자, 10개의 차원문이 각각 어디와 연결되어 있는지 고리가 보였다.
물론 포르미도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마법을 사용한 내게만 보이는 특전이니까.
“하앗!”
차원문을 펼치는 순간에 흠칫했던 포르미도가 일갈과 함께 쇄도하기 시작했다.
‘빠르다.’
정말 빨랐다.
공간 왜곡의 시계 덕분에 은신에 들어간 포르미도의 실루엣을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속도였다.
첫 대응은 거의 99%의 직감에 의존한 방어였다.
비스듬하게 펼친 바람의 장벽에 포르미도의 소태도가 닿았다.
까앙!
“크윽!”
쌔앵!
스치듯 지나가며 소태도를 이용해 한 번 타격했을 뿐인데, 장벽을 타고 엄청난 진동이 느껴졌다.
재빠른 공격과 함께 내 옆을 지나간 뒤, 15m 거리의 지점에서 나를 돌아본 포르미도가 말했다.
“은신 감지를 바로 해내는 마법사라……. 이건 좀 놀랍군. 많은 마법사가 첫 번째 일격에 숨통이 끊어졌었는데 말이야.”
레벨만 놓고 본다면, 포르미도는 갈라딘 공작과 수준이 거의 비슷했다.
그가 암살자이기에 소드 마스터라는 수식이 붙지 않은 것일 뿐.
어쌔신 마스터라는 동급의 호칭이 있었다면, 이를 붙여 줘도 전혀 부족함이 없을 실력이었다.
팟!
포르미도가 다시 달려들었다.
이번에는 은신이 아니라 분신술이었다.
순식간에 포르미도를 쏙 빼닮은 분신 여럿이 생겨났는데, 그것은 카피 마법 중 하나인 미러 이미지를 쏙 빼닮았다.
‘텔레포트.’
우선 텔레포트로 거리를 넉넉하게 벌린 뒤, 트랜센던스 플레임 애로우를 전개했다.
목표 지점은 포르미도가 아니었다. 바로 공중 여기저기에 자리를 잡고 만들어져 있는 디멘션 도어의 차원문이었다.
사삭! 사삭! 사사삭!
포르미도의 몸이 잔상을 보듯이 흩어졌다가 합쳐지기를 반복했다.
눈으로 좇는 것은 불가능하다.
환영이나 분신을 상대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눈으로 좇으려 하는 것이다.
에서도 시각에 의존한 플레이를 하다가, 분신술을 즐겨 쓰는 네임드 NPC에게 당한 플레이어들이 그 얼마나 많았던가?
‘체인 라이트닝!’
그래서 나는 환영, 분신 기술에 특화된 카운터라고 볼 수 있는 선택지를 꺼내 들었다.
바로 전격 계열 마법.
고압의 전류는 생기(生氣)를 전혀 머금고 있지 않은 분신과 환영은 무시하지만, 인체에는 완벽하게 반응한다.
특히 클래스가 높은 전격 계열의 마법일수록 인체를 우선적으로 노리는 경향이 강한 것이다.
빠지지직!
6클래스가 되며, 전격 계열 마법인 체인 라이트닝과 라이트닝 스트라이크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프슷! 프슷! 프스슷!
체인 라이트닝은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정면에서 엄청난 속도로 전류의 파장이 날아들자, 포르미도가 움직임을 멈추고 마법을 막아 내기 시작한 것이다.
마법사가 전개하는 실드의 개념과는 다르고, 암살자 특유의 기감을 이용해서 흘려 내는 것처럼 보였다.
단, 공격과 동시에 병행하지 않은 것으로 봐서는 정지 동작이 필요한 듯했다.
‘뿌려 놓자.’
다음 선택지로 고른 것은 트리플 매직 미사일이었다.
마법 대응력이 뛰어난 포르미도에게 대미지를 입힐 수는 없지만, 그의 기동성을 제한하기에는 충분한 선택지.
솨아아아아!
손끝을 떠난 매직 미사일이 포르미도가 아닌, 디멘션 도어의 차원문을 향해 사이좋게 향했다.
그 순간, 포르미도의 시선이 다른 곳으로 향했다.
어쩔 수 없는 본능이다.
평소에 경험해 보지 못한 변수가 있다면, 눈으로는 꼭 확인해 보고 싶은 본능.
그것은 내가 에서 생소한 직업군이나 전투를 즐기는 플레이어를 만났을 때 보인 반응이기도 했다.
‘지금이다!’
포르미도와 같은 네임드가 빈틈을 보일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어쩌면 지금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정확히 이동 거리를 계산한 뒤.
위잉!
단거리 텔레포트를 이용해 정확히 포르미도의 앞으로 붙었다.
손가락 한 뼘 차이.
딱 그 정도밖에 되지 않는 거리에 안착하는 데 성공했다.
터업!
포르미도의 멱살을 잡았다.
전생에 제법 노인 공경을 하면서 살았던지라 이런 포지션이 영 익숙하지는 않았지만.
스으으윽.
역시 예상한 대로 포르미도가 부드럽게 내 손길을 밀쳐내며, 몸을 뒤로 뺐다.
암살자의 기민함을 절대 무시해서는 안 된다.
잡아 놓거나 묶어 놓는다는 개념 자체가 쉽게 성립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 역시 그것의 한 수 이상을 앞서 갔다.
‘분신술은 당신만 쓸 수 있는 것이 아니거든.’
나는 포르미도의 멱살을 붙잡았던 본신(本身)을 빠르게 미러 이미지로 대체했다.
포르미도의 회피 동작과 거의 동시에 펼친 마법이기에, 그는 미러 이미지의 사용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그리고 포르미도의 잔상이 손끝을 빠져나와 머무는 자리에.
나는 이미 반 박자 빠르게 움직여 도착해 있었다.
“죽어라!”
포르미도가 품 안에서 꺼낸 표창 하나를 날렸다.
물론 그것은.
내가 아닌 ‘나를 쏙 빼닮은’ 미러 이미지의 환영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완벽한 찬스.
집중 공격의 기회가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