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g Player RAW novel - Chapter 159
제 159화
56장. 로스트 아일랜드 – 3화
투웅! 투웅!
“윽! 크윽! 화력이 엄청난데!”
레나는 레클리스가 계속해서 날리는 화살을 막아 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단순히 화살만 날아오는 것이면 방패로 쉽게 버티겠는데, 그 화살 하나하나가 파괴적인 위력을 지녔다.
전투와 동시에 자레드가 인비저빌리티를 시전하며 사라진 상황.
그래서 레나는 팀의 탱킹을 담당하는 포지션으로서 최전방에서 공격을 받아 내는 중이었다.
버틸 만은 했다.
특히 미아가 거친 폭풍을 일으키며 주변을 수시로 휘감아 준 덕분에 화살이 정타로 방패에 맞는 일이 적었다.
그리고 레클리스는 궁마법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클로이의 방해 때문이었다.
휘리리릭! 푹!
-크헉! 아파앙!
클로이의 비도술은 일품이었다.
품속에서 날카롭게 날이 벼려진 단도를 꺼낸 클로이는 레클리스의 빈틈을 집요하게 노렸다.
궁마법의 사용까지는 약간의 캐스팅 시간이 필요한데, 그 틈을 클로이가 노린 것이다.
“클로이, 보조할게!”
“오케이.”
헤이즈의 외침을 시작으로 클로이가 과감하게 레클리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보통 암살자 계열의 헌터는 던전 공략에서 전면에 나서는 일이 드물다.
다 죽어 가는 몬스터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하거나, 일격필살이 가능한 대상을 노리는 것이 대부분.
하지만 클로이는 달랐다.
전투에 적극적이었다.
자신의 실력에 대한 확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헤이즈의 치유술 지원을 믿고 있기 때문이었다.
얼마 전에 헤이즈는 디바인 포(Divine Four)의 경지에 올랐다.
노력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밤을 새워 가며 훈련에 매진해 온 것이 드디어 성과를 보인 것이다.
디바인 포의 경지에 이르면, 거리에 구애받지 않고 치유술을 전개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만큼 신성력의 소모가 커지기는 하나, 원거리 치유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것을 헌터들은 보통 ‘치유 배송’이라고 표현하곤 했다. 신속, 정확, 특급 배송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푸욱! 푸욱!
클로이의 날 선 공격이 레클리스의 어깨를 내리 찔렀다.
단도가 박히고, 피가 솟구쳤지만, 레클리스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호오, 제법이군용?
솨아악!
“크윽.”
그 대신, 운신이 자유로운 오른쪽 손가락을 이용해 클로이의 허벅지에 깊은 상처를 냈다.
샤아아아!
하지만 시간차를 두고 헤이즈의 중급 치유술이 이어지자, 곧바로 상처가 아물며 흔적이 사라졌다.
즉각적인 치유와 회복, 재생.
그것은 치유술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적이기도 했다.
모두가 맡은 바 임무와 역할에 충실했다.
전략적인 이유로 자레드의 모습이 사라지긴 했지만, 공백은 느껴지지 않았다.
특히 실력이 일취월장한 미아는 바람을 야생의 맹수처럼 만들어 내며, 레클리스를 괴롭혔다.
하지만 탱킹을 직접 담당하고 있는 레나의 표정은 어두웠다.
일단 갈수록 레클리스의 공격이 빠르고 강해지고 있는 데다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백골들의 상태도 신경에 거슬렸다.
죄다 이마나 관자놀이 쪽을 관통한 화살이 반대쪽으로 빠져나온 상태로 죽어 있었다.
다들 어떻게 손을 쓸 새도 없이 즉사했는지, 무기를 꼭 움켜쥔 채로 죽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크윽!”
레클리스가 몸을 360도로 거칠게 회전시키며, 클로이를 멀리 밀쳐냈다.
순간 엄청난 중력 가속도가 몸에 실린 탓에 클로이가 비명을 내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잠깐이었지만 시야의 블랙아웃(Black Out)이 생겼을 정도로 위력적인 비틀림이었다.
-캬하하! 신궁의 힘을 확실하게 보여 주맛!
다음 순간.
활시위를 재빨리 당긴 레클리스의 화살 끝에서 번쩍하면서 붉은 섬광이 일었다.
궁마법이었다.
지금껏 수많은 경우를 산정하고 훈련을 해 오긴 했지만, 궁마법에 대해서는 여전히 생소했다.
자레드의 설명에 따르면, 마법을 화살에 건 형태라고 하는데 속도나 화력이 쉬이 짐작이 되지 않았다.
“…….”
순간 자레드를 찾고 싶었지만, 이내 레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침착하게 방패를 몸 가까이 붙였다.
탱커는 팀에서 기둥처럼 든든하게 지탱을 해 줘야 하는 존재다.
그간 엘라의 집중 지도를 받으면서, 각고의 노력으로 검술과 방어술을 키워 온 레나였다.
자레드의 앞에서 확실히 눈도장을 찍고 싶었다.
지하 광산에서 구출됐을 때만 해도 검 하나 제대로 다룰 줄 몰랐던 아이가 이만큼 성장했다고!
자신 있게 보여 주고 싶었다.
“하아압!”
힘찬 일갈과 함께 레나가 방어술을 펼쳤다.
방패를 중심으로 붉은빛의 기운을 뿜어내며 두텁게 만드는 방어를 위한 역장이었다.
한데 바로 그때.
-크헉?
최대치로 활시위를 당겼던 레클리스가 갑자기 눈을 까뒤집더니, 흰자위를 내보이며 비틀거렸다.
푸슛.
그 바람에 영점이 흔들렸고, 레클리스가 펼친 궁마법이 엉뚱한 곳으로 날아갔다.
아무도 없는 곳으로 날아가, 벽에 부딪혀 산화하고 만 것이다.
“다들 화력 집중 준비.”
그리고 허공에서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당연히 자레드였다.
“폐하? 이게 어떻게 된?”
영문을 알지 못하는 헤이즈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자레드가 여유로이 손가락을 튕기며 답했다.
“쇼타임이야. 마음 놓고 이놈을 패 줄 시간.”
자레드의 말은 간단명료했다.
* * *
‘슬립, 패럴라이즈, 참 퍼슨.’
내가 레클리스에게 사용한 경직 3대장이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슬립의 수면 유도 효과, 패럴라이즈의 마비 효과, 참 퍼슨의 초기화 효과를 혼용한 것이다.
에서 위저드의 세 마법은 사실 효율이 썩 좋지는 않았다.
패럴라이즈는 4클래스 마법으로 마비 효과가 탁월하긴 했으나, 지속 시간이 짧은 게 흠이었다.
그 외 슬립의 경우는 보스 몬스터에게는 거의 면역이었고, 참 퍼슨도 유혹 마법이지만 거의 안 통했다.
각각의 마법을 떼어 놓고 효용성을 따진다면, 레클리스 같은 중간 보스에게는 효율이 제로에 가까웠다.
하지만 핵심은 세 가지 마법을 번갈아 가면서, 시간차를 두고 교차했을 때의 효과였다.
‘0.5초의 경직 유발 효과.’
그것은 바로 경직이었다.
그것은 똑같은 상태 이상을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형태로 바꾸는 과정에서 몬스터에게 유발되는 ‘멈춤’ 현상이었다.
초인적인 집중을 필요로 하는 데다가 칼같이 시간 간격을 지켜 가면서 마법을 시전해야 했기에 에서도 난이도가 꽤 높았다.
‘내가 괜히 고인물이 아니지.’
하지만 나는 자신 있었다.
로스트 아일랜드 공략을 목적으로 짠 공략 팀에서 레클리스를 전담했던 마법사가 바로 나였으니까.
물론 초창기에는 실수로 리트라이도 무척 많이 했지만, 숙련자가 된 이후로는 단 한 번도 실수하지 않았다.
경직 상태 유발은 버그라고 하기에는 시전자에 요구되는 숙련도와 압박이 상상을 초월했기에.
개발진은 이를 정식 공략법으로 인정했다. 덕분에 우리 공략 팀은 오랫동안 공략의 혜택을 누리며, 전리품을 취했다.
‘내게 있어 전생은 현생에서 노하우로 이어지는 보물과도 같은 것이니까.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야.’
나는 전생의 신태풍으로 살아온 34년의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다시금 상기하며, 계속 레클리스의 상태 이상을 유발했다.
-끄극! 커헉? 끄르륵.
레클리스는 순간 바보가 된 것처럼 계속 버벅거리고 있었다.
아마 레클리스 본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블랙아웃이 계속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단순히 시야만 어두워지는 것이 아니라, 공간 지각의 감각마저 무디어져 어디가 앞이고 뒤인지도 모르게 되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끄으으윽!
레클리스가 신음을 토해 내며 다급히 활시위를 당겨 화살을 날렸지만, 방향은 정반대로 갔다.
아무도 없는 후방으로 시원하게 날려 버린 것이다.
‘무한 경직. 이제부터 네게 지옥을 보여 주마, 레클리스.’
헤이즈와 클로이, 레나와 미아가 적절히 시간을 벌어 준 덕분에 최상의 타이밍에 놈에게 상태 이상을 걸었다.
내가 계속 집중하는 한, 레클리스는 이제 경직의 늪에서 헤어 나올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눈먼 화살만 조심하면 돼! 모두 집중 공격!”
나는 동료들을 독려하며, 공격을 재촉했다.
대놓고 만들어진 딜 타임.
샌드백은 열심히 패 줘야 제맛이다!
* * *
전투 초기만 해도 자신의 궁술과 궁마법을 믿고, 기세등등하게 나섰던 레클리스.
하지만 무한 경직의 지옥이 시작된 이후로는 정말 고통과 비명의 연속이었다.
레나는 가끔 날아오는 눈먼 화살을 어렵지 않게 방어하며, 집요하게 레클리스의 하단을 노렸다.
확실히 엘라가 가르친 검술은 레나에게 맞춤형으로 특화되어 있어서, 약점을 공략하는 데 능했다.
자레드는 상태 이상을 능숙하게 갱신하며 레클리스의 경직을 유지했고, 그런 가운데에서도 동료들의 전투 하나하나를 꼼꼼히 살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그간 실력 향상을 꼼꼼히 챙겨 봤던 헤이즈나 클로이가 아니라 레나와 미아였다.
둘의 성장은 실로 눈부셨다.
‘이번에 보스 몬스터 공략만 성공하면…… 레나는 소드 비기너의 문턱까지 상승할 수 있겠어.’
심안으로 살펴본 스탯을 보니, 가능성이 충분히 보였다.
물론 소드 비기너의 초입에 도달해도, 그 벽을 깨부수지 못하고 평생을 거기서 멈춰 버리는 검사도 많다.
그래서 속단할 수는 없지만, 엘라라는 좋은 스승이 있기에 믿어 볼 만하다고 여겼다.
무엇보다 스승인 엘라가 얼마 전부터 오러 블레이드를 이제 구사하기 시작하지 않았는가?
최근에 얻은 깊은 깨우침이 있기에 제자인 레나에게 가르칠 것이 많을 것 같았다.
‘미아는 바람 특화인 게 아쉽긴 하지만, 어차피 마법은 깨달음이 순환하기 마련이야. 이 정도면 전체는 3클래스 상위를 유지하면서, 바람 계열에서는 5클래스에 준하는 화력을 낼 수 있다.’
미아에 대한 계산도 섰다.
기대치를 낮춰서 이 정도고, 경우에 따라 더한 성장도 기대됐다.
새삼 심안이 고마워졌다.
이 능력이 없었다면?
지금쯤 레나는 고아원으로 돌아가 평범하게 살고 있었을 것이고, 미아는 메리의 말괄량이 딸로서 요리를 배우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심안으로 가능성을 캐치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능력을 만개시킨 덕분에!
지금은 각각 진정한 검사로서의 진입은 물론이고, 마법계의 유망주로 당당히 자리 잡고 있었다.
‘잘하고 있어. 좋아.’
자레드는 스스로를 격려했다.
동료들의 성장에만 안주하지 않고, 자신은 더 큰 성장을 해 왔기에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크억! 커헉! 크으으억!
그사이.
체력이 쭉쭉 떨어진 레클리스가 피를 토하며, 비틀거리고 있었다.
샌드백 신세가 되어 집중 공격을 당한 레클리스의 몸은 그야말로 망신창이였다.
자레드가 힘을 더하지 않아도, 나머지 넷의 화력으로도 충분했던 것이다.
-끄어어어…….
이윽고 집중 공격을 버텨 내지 못한 레클리스가 쓰러졌다.
경직 유발 버그를 활용한 자레드의 꼼수가 다시금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레클리스의 눈] [버프가 내린 모든 대상의 시력이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대치까지 상승하게 됩니다.]공간에 있는 모두에게 첫 번째 버프가 주어졌다.
레클리스의 눈!
전투에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인 시력을 확실하게 커버해 주는 적절한 버프의 등장이었다.
이어서 레클리스 공략에 가장 기여도가 높았던 자레드에게, 한 가지 버프가 추가로 붙었다.
그것은 바로 ‘레클리스의 마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