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g Player RAW novel - Chapter 181
제 181화
63장. 블랙 드래곤 카스트로 – 3화
진정한 대마법사로 향하는 위대한 시작점이라고 불리는 7클래스!
그 길이 열린 감격스러움에 자레드가 연신 카스트로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뒤의 내용을 확인했다.
[특수 퀘스트 ‘불가능을 깨부수다’가 활성화됩니다. 해당 퀘스트를 모두 완료해야 7클래스의 마법사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특수 퀘스트 – 불가능을 깨부수다 1/2 첫 번째] [보상 : 7클래스 달성] [깨달음을 얻는 순간까지 카스트로에게서 받은 을 꾸준히 읽으십시오. 깨달음은 불현듯 소리 소문 없이 당신을 찾아올 것입니다.]‘첫판부터 장난질이냐?’
자레드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진심 어린 불만을 토해 낸 것이 아니라, 시스템이 제법 심술을 부렸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차라리 어떤 특정 몬스터를 잡거나, 누구를 만나거나 하는 것이면 어느 정도 계산이 설 텐데.
읽다 보면 깨달음이 올 것이라는 말은 어째 뜬구름을 잡는 소리 같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앞서 세 번의 과정이 필요했던 5, 6클래스 퀘스트와 다르게 이번에는 두 번이면 된다는 것이었다.
“평생 마법을 연구한 내 시점에서 인간의 마법을 해체하듯 분석해 보았다. 이질감이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핵심을 짚고자 한 것이니 끊임없이 연구해 보아라.”
“예, 카스트로 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제게 이런 자극이 정말 꼭 필요했습니다.”
자레드가 계속 감사를 표했다.
거듭된 자레드의 감사 인사가 영 어색했는지, 카스트로가 자레드를 쓱 뒤로 밀쳐냈다.
“가라. 이제 모이즐도 세상의 빛을 제대로 보게 되었으니, 나는 새로운 거처로 떠날 것이다.”
“여기 계시지 않고요?”
“네게 관심을 다소 갖게 된 것일 뿐, 난 기본적으로 인간은 믿지 않는다. 때가 되면 네게 혹은 모이즐에게 찾아갈 것이니 애써 찾지 말거라.”
파앗!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카스트로의 모습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움직임에 한 치의 미련도 없어 보이는 칼 같은 결정이었다.
“……후우.”
그제야 온몸의 긴장이 풀어진 자레드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심 걱정했었다.
혹시라도 카스트로가 변심해서 자신을 공격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하고. 다행히도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미래에 대해서 어느 정도 확신이 드는 기분이다. 내가 가야 할 길도 더욱 명확해졌고.’
카스트로와의 만남은 의미가 있었다. 7클래스로 향하는 길이 생긴 것은 그중 큰 행복이었다.
‘지하 제단.’
단어를 곱씹었다.
아무리 잎을 뜯어내도 뿌리가 있으면 다시 자라는 잡초처럼, 교단과 마도국의 생명력도 그와 같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그들에 대해서 본 것은 그저 빙산의 일각일 뿐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 *
모이즐과 함께 울롱 왕국을 떠난 우리는 즉시 크리비아 왕국으로 돌아왔다.
멀티 텔레포트로 이동에 걸리는 시간을 크게 단축하니, 모이즐이 무척 신기해했다.
“마차로 오면 보름에서 3주는 걸릴 텐데……. 마법의 힘이란 참으로 위대하군요.”
“이 정도로 놀라긴 이르오. 앞으로 더 놀랄 일이 많을 테고.”
웃으며 모이즐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그리고 앞에 펼쳐진 부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곧 역부들이 도착할 것이오. 공방 건설에는 모든 고급 인력이 전부 투입될 테니,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오.”
“이 공간이 저를 위한 공간이라니…… 여전히 믿기지 않습니다.”
“이제 그대의 꿈을 여기서 힘껏 펼쳐 보도록 하시오. 왕국의 울타리로 든든하게 보호해 줄 테니.”
“예, 폐하! 혹시 괜찮으시다면 부지 주변을 둘러보고 와도 괜찮습니까?”
“얼마든지. 이제부터 그대를 위한 놀이터가 될 공간인 것을!”
“감사합니다, 폐하!”
어린아이처럼 신나서 달려 나가는 모이즐의 모습을 보니, 절로 환한 미소가 지어졌다.
한데 바로 그때.
“폐하…….”
우리 둘의 모습을 뒤에서 묵묵히 지켜보던 아키가 갑자기 나를 불렀다.
그런데 그 목소리가 평소와 달리 한없이 가라앉는, 축 처진 목소리였다.
“응?”
“이제 저는 상단으로 돌아가서 일을…….”
아키가 말을 채 매듭짓기도 전에 눈을 까뒤집으며, 털썩 앞으로 고꾸라졌다.
“아키! 아키!”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었다.
심안의 ‘생체 신호 감지’가 아직까지는 살짝 탁해진 정도의 건강으로 보였는데?’
심안을 너무 신뢰한 나머지, 아키의 고된 강행군을 간과했던 듯하다.
생체 신호 감지는 육신의 건강 상태만을 보여 주는 것이기에, 정신적 또는 심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보여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시금 아키의 상태를 살폈다.
그러자.
[과도한 업무와 수면 부족으로 인한 탈진 상태입니다.] [각성제의 부작용으로 일시적인 쇼크 상태가 유발되었습니다.] [체력이 급격히 하락합니다. 빠른 치유가 필요합니다.]“아키! 도대체 얼마나 무리를 한 거야?”
“하아…….”
아키는 제대로 말도 잇지 못했다. 손가락 끝을 까딱이기는 했으나, 그것이 전부였다.
급한 대로 데큐플 트랜센던스 힐(Heal) 마법을 사용해 보았지만, 효과가 없었다.
마법사의 힐은 체력과 정신력의 회복보다는 외상의 회복에 중점이 맞춰져 있어, 핀트가 어긋났다.
“폐하! 무슨 일입니까?”
그때, 심상치 않은 상황을 보고 달려온 모이즐이 아키의 모습을 보고 황망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 전까지 괜찮던 녀석이 쓰러졌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일단 지금 생각나는 것은 헤이즈밖에 없었다.
생체 능력 회복에 있어서는 헤이즈의 치유술이 압도적으로 우수했기에.
“잠시 여기서 기다리도록 하시오. 아키를 데리고 잠시 치유사에게 다녀와야 할 것 같군.”
“예, 폐하. 알겠습니다.”
함께 가도 의미가 없음을 알았는지, 모이즐이 빠르게 물러섰다.
나는 바로 아키를 안았다.
그리고 두 눈을 감은 뒤.
모든 정신을 집중하여, 헤이즈가 있을 훈련실로 단숨에 텔레포트했다.
* * *
예상대로 헤이즈는 훈련실에서 수련 중이었다.
대균열에서 가져온 소트라스의 심장을 이용해 신성력 수련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야심한 시간이어도 헤이즈의 근성은 사그라들 줄을 몰랐다.
“열도 펄펄 끓고, 체력의 손실이 엄청 심해요. 이 정도면 마치 몸에 저주를 달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그간 아키가 무리했던 것이 한 번에 터진 건가?”
“도대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폐하는……! 죄송합니다. 아키가 이 정도로 힘들어하는 것을 보니 마음이 너무 아파서 그만.”
“아냐, 더 강하게 말해도 돼. 전적으로 내 잘못이야. 종종 보였던 이상 신호를 무시했어. 충분히 버틸 만한가 보다 하고 생각했거든.”
헤이즈가 침대에 눕힌 아키의 양말을 차례로 벗기는 동안, 나는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떨구었다.
무리하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하긴 했지만, 그때마다 아키가 늘 괜찮다고 말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저렇게 열심히 일을 하고 싶어 하는데, 내가 말리는 것이 맞는 일인가 싶은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잘못된 생각이었다.
아키는 기계도, 데이터 쪼가리도 아닌, 살아 숨 쉬는 사람이었다.
아르케네스 상단을 만든 이후, 쉬지 않고 초인적인 강행군을 해 온 것은 내가 가장 잘 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으니까 괜찮겠지…… 하고 그런 안일한 생각을 했던 것이 문제였다.
“폐하, 아키의 상의도 벗겨 주세요! 고밀도의 신성력이 담긴 치유술이 들어가면, 체온이 더 올라갈 거예요. 아무것도 입고 있으면 안 돼요!”
“다 벗기라고?”
“네! 빨리요!”
헤이즈의 모습은 마치 응급실에 들어온 응급 환자를 다루는 의사처럼 능숙하면서도 냉철했다.
이미 헤이즈는 한 손으로 벌써 치유술을 전개하는 중이었다.
짙은 치유의 기운이 주입되기 시작하자, 뚝뚝 떨어지던 아키의 체력 손실이 멈추는 것이 보였다.
나와 헤이즈는 빠르게 아키의 옷을 벗겼다.
그녀의 성별을 공개해야 하는 난감한 시점이 왔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생각할 계제가 아니었다.
그리고.
스르륵.
그녀의 가슴을 답답하게 압박하고 있는 붕대를 풀어냈다.
그 순간.
“아.”
그 광경을 지켜본 헤이즈가 짧은 탄성을 터뜨렸다.
“진즉에 말했어야 했는데.”
“……바보 같은 아이! 그럼 지금까지 성별까지 숨겨 가면서, 그렇게 고된 일을 해 왔던 거예요?”
“그렇지.”
“폐하.”
“응?”
“여기는 제게 맡겨 주세요. 제가 아키의 상태를 봐 가면서 치유술의 강도를 조절해야 해요. 그리고 죄송스러운 얘기지만 폐하께서 여기서 하실 수 있는 일이…….”
“없지. 맞는 말이다.”
“폐하에게 아키만 함께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다른 일도 아울러 돌보셔야 하니, 이제 여기는 제게 맡겨 주세요.”
“괜찮을까?”
“피로 누적으로 보여요. 제 신성력으로 충분히 치유할 수 있으니 너무 심려치 마세요, 폐하.”
“알았다. 이 통신석을 하나 놓고 갈 테니, 아키가 깨어나면 바로 내게 연락해. 알았지?”
“네, 폐하. 아키도 폐하께 아픈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을 거예요. 녀석이 어느 정도 회복하면, 바로 말씀드릴게요.”
“알았다. 간다.”
내가 붙어 있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없음을 알기에, 나는 바로 자리를 떴다.
면목이 없었다.
앞만 보고 달려온 나머지, 주변인들의 고통에 둔감했던 걸까?
그런 것 같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라키스, 헤이즈, 이자벨, 엘라, 클로이, 나오미, 율리안, 오브렌, 아빌라, 미아, 메리, 레나, 발데스, 아세로, 게니츠, 루크와 같은 모든 신하가 나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잖은가?
왕인 내가 앞장서서 채찍질하며 달려 나가고 있으니, 그들 역시 쉬고 싶어도 그리 하지 못했을 것이다.
“…….”
“폐하?”
나는 바로 모이즐의 곁에 돌아왔지만, 한참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서 있었다.
진심 어린 반성이었다.
내 목표를 위해 내 주변의 사람들을 거리낌 없이 ‘희생’시킨 내 자신에 대한 자책이었다.
그리고 다시 하고 싶지 않은 뼈저린 실수이기도 했다.
* * *
상념을 털어 낸 뒤.
자레드는 다시 모이즐과의 대화를 이어 갔다.
헤이즈의 말대로 자신이 돌봐야 할 일은 여전히 많았기에.
그리고 지금은 모이즐과의 중요한 대화를 앞둔 참이었다.
자레드는 모이즐에게 마기 감지 아티팩트를 비롯한 다양한 아티팩트 제작에 필요한 재료를 물었다.
모이즐은 술술 대답해 주었다.
그중 하나를 제외한 모든 재료는 충분한 돈만 있으면 구할 수 있는 것들이라 걱정이 없었다.
하지만 딱 한 가지 재료의 수급에 문제점이 있었다.
“폐하, 타천사 가즈넬라의 날개 뼈가 꼭 필요합니다. 이것이 있어야만 모든 세공의 성공률이 극적으로 높아집니다.”
타천사 가즈넬라.
자레드에게는 에서 자주 만나 익숙한 이름이었다.
나스 대륙에서 가장 많은 헌터가 죽기로 유명한 나스 대미궁.
그곳의 25층에 가야만 만날 수 있는 특수한 보스 몬스터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