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g Player RAW novel - Chapter 194
제 194화
67장. 메리의 집밥 – 2화
크로우를 시작으로, 나를 향한 병사들의 때아닌 애정 고백이 이어졌다.
물론 연애 감정으로 말하는 애정이 아니라, 나를 존경하고 믿고 따르는 마음에서의 애정이었다.
나는 병사들의 말을 하나하나, 귀를 기울여 들었다.
“저는 아버지가 헌터십니다. 지금도 현역이시고요. 로넬라 병에 걸리고 나서 치료제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다가, 폐하께서 판매하신 치료제를 구매하여 바로 나아지셨습니다!”
“저는 악몽의 숲 인근에 살고 있어서 매년 7월이 되면 긴장 속에 살아야 했는데…… 폐하 덕분에 이제는 아무 걱정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폐하께서 오브렌 님과 함께 개발하셨다는 농약 덕분에 저희 가족 논밭의 소출이 엄청 늘었습니다. 부모님은 항상 폐하께 감사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다들 각양각색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시작은 달라도 결론은 항상 나에 대한 감사로 끝났다.
물론 감사하는 마음 하나만으로 군에 들어온 것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내게 호감과 존경심을 갖고 있는 병사들이 많았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기분이 정말 좋았다! 입이 찢어질 만큼! 활짝 함박웃음을 짓고 싶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뿌듯했다.
크리비아 소영지 시절부터 시작해서 지금껏 펼쳐 온 수많은 내정, 행정, 사업이 많은 이에게 귀감(龜鑑)이 된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옆에 다소곳하게 앉아 있는 크로우와 어깨동무를 했다. 내가 과감하게 스킨십을 하자, 크로우는 아예 얼어 버렸다.
어린 병사라 그런지, 그런 모습마저도 귀엽게 느껴졌다.
“자, 이제 직접 가까이서 국왕의 모습을 보니 어떻더냐?”
“미남이십니다!”
“소문으로 듣던 것보다 훨씬 조각 같은 외모이십니다!”
“마음에 없는 소리는 그쯤 하거라. 어딜 봐서 이 얼굴이?”
“예? 폐하의 외모가 잘생긴 외모가 아니라면…… 이 세상에 미남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입니다!”
“폐하, 질문 있습니다!”
그때, 크로우가 대뜸 손을 들었다. 침묵을 지키던 녀석이 갑자기 무슨 일일까?
“말해 보거라.”
“왕후마마가 되실 분은 어떤 분이십니까?”
일순간 또 한 번의 적막이 흘렀다. 옆에 있는 병사의 표정을 보아하니, 반쯤 체념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격의 없는 질문을 하길 바랐던 만큼, 나는 웃으며 온화한 표정으로 답해 주었다.
“고심 중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나 역시 너희들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할 것이며, 그런 사람만이 왕후가 될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오오오……!”
“역시 폐하는 대단하십니다!”
신기하지 않은 것이 어디 있겠냐마는 병사들은 자신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내 생각이 특이하게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이해는 충분히 갔다.
내가 가진 가치관이나 사고방식은 ‘현대’의 것으로, 이 시대의 귀족과는 분명 차이가 컸으니까.
“자, 이제 누가 나와 같은 편이 되겠느냐? 충분히 쉬었으니 다음 경기 뛰어야지!”
“제가! 제가 하겠습니다!”
“폐하! 제가 축구 외길 인생 20년입니다!”
“야, 크로우! 인마! 19살짜리가 무슨 20년 외길 인생이야! 허풍도 정도껏 쳐야지!”
“어허! 바두스! 내가 올해로 스물다섯이다!”
“어라? 방금 전까지 나한테 형이라 부르던 녀석이 갑자기 반말을 해? 크로우, 이놈 봐라?”
“하하하!”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나는 다시 병사들을 데리고 운동장으로 향했다.
나는 신분의 틀에 묶여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들고 지내는 꽉 막힌 사람은 절대 되고 싶지 않았다.
나도, 병사들도.
모두 사람이다. 같은 사람.
나는 귀하지만, 그들은 하찮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렇게 나는 병사들과 함께 뛰놀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것은 다가올 전쟁을 앞두고, 나와 모든 병사에게 마지막으로 주어진 특별한 포상의 시간이었다.
* * *
그 시각, 파우페르 왕국.
왕궁에서 질펀하게 술판을 벌이던 국왕 파피스 9세는 긴급히 도착한 서신을 살펴보기 위해, 잠시 연회장을 빠져나와 있었다.
서신을 보낸 곳은 다름 아닌 말루스 왕국이었다.
크리비아 왕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곳으로, 곧 전쟁을 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한 나라이기도 했다.
“최대한 빠른 답신을 달라고 했다고?”
“예, 폐하. 사자가 돌아가지 않고, 폐하의 답신을 기다리겠다고 말하였나이다.”
파피스 9세의 물음에 하녀장이 답하였다. 본래 이것은 하녀장의 일이 아니었지만, 여색을 무척 밝히는 파피스 9세는 그녀에게 국가 중대사를 맡겼다.
물론 그 과정에서 하녀장이 끊임없이 뇌물을 바치고, 유흥에 걸맞은 아리따운 여인들을 바쳐 국왕을 힘껏 보조한 영향이 컸다.
이를 두고, 말세라고 외치던 충신들은 죄다 하옥되어 왕의 곁에 없는 상태였다.
“이제 재미를 보려던 차에…… 짜증 나는군!”
파피스 9세의 머릿속은 술기운이 제법 올랐을 때, 한 여인의 옷을 벗기던 기억만 남아 있었다.
중간에 흥이 깨져 짜증만 잔뜩 났을 뿐, 이 서신의 내용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서신을 다 읽은 파피스 9세는 덤덤한 목소리로 하녀장에게 물었다.
“돈은?”
“예?”
“사자가 서신만 딸랑 가져왔단 말이냐? 성의 표시나 제안에 걸맞은 뭔가가 있어야지?”
“없었습니다, 폐하.”
“돈도 안 주면서 도움은 얼어죽을……. 사자는 내쫓아 버려라!”
“예, 폐하. 분부하신 대로 처리하겠나이다.”
“보누스, 말루스, 크리비아 왕국. 셋이서 치고받고 싸우면 나만 이득이지. 절호의 기회니, 도모니 하는 개소리는 무슨……. 쯧.”
파피스 9세는 말루스 왕국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그는 나름대로 판단을 내린 상태였다.
크리비아 왕국은 난민 유발로 인해 심대한 피해를 입혔던 두 왕국에 대해서만 앙심을 가졌다고.
파우페르 왕국에는 관심이 없기에 동부 경계를 게을리 하고, 제대로 된 경비대조차 주둔시키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술맛만 떨어졌군……. 자! 내가 간다! 오늘 밤, 활활 타오르는 불길이 될 내게 누가 안기겠느냐!”
“폐하! 소녀를 봐주시어요!”
“제게 마음을 주시어요!”
술기운이 가실세라, 황급히 안으로 들어가는 파피스 9세를 여인들이 반겼다.
이것이 파우페르 왕국의 현실이었다.
이러한 모습은 국왕, 관료, 귀족 할 것 없이 모두가 똑같았다.
* * *
파우페르 왕국 진공(進攻)에 투입될 병사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훈련과 잔치는 계속 이어졌다.
메리와 헤이즈의 연계로 만들어진 버프 음식을 꾸준히, 맛있게 섭취한 병사들은 점점 강해졌다.
그리고 열흘째가 되었을 때.
나는 병사들에게 드디어 생겨난 버프를 확인할 수 있었다.
[메리의 집밥] [8월 1일부터 1개월간, 대상의 모든 스탯이 11% 향상됩니다.9월 1일부터 1개월간은 15% 향상되며, 이후 1개월간은 11%로 조정됩니다.]
‘최고의 버프로군.’
대만족이었다.
이런 식으로 지금 ‘메리의 집밥’ 버프를 두르고 있는 병사들이 벌써 1만 명을 넘어서고 있었다.
파우페르 왕국이 있는 방향으로 본격적인 동진(東進)을 하기 전까지는 이 작업이 반복될 터.
그렇게 되면 최소 5만 명의 병사들이 동일한 혜택을 볼 터였다.
준비는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눈속임을 위해 보누스, 말루스 왕국과의 접경지대에 병력의 추가 파견도 마쳤다.
대다수가 왕국 내의 민생과 치안을 담당하는 노병이었지만, 두 왕국은 바보같이 속아 넘어갔다.
대기 전력을 더욱 늘린 것이다.
첩보에 따르면, 이로 인해 해안가의 병력 다수가 접경지대로 빠졌다고 했다.
그 말인즉슨 해안가와 해안 도시의 경계가 전보다 더 허술해졌음을 뜻하는 것이었다.
한편 파우페르 왕국은 여전히 강 건너 불구경하듯, 그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파우페르 왕국의 국왕은 내가 절대 동쪽으로 진군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듯했다.
나는 그런 의사를 밝힌 적도 없고, 말한 적도 없는데 말이다.
‘간이 공방으로도 이 정도의 속도라면 대규모 공방이 완성된 이후로는……. 상상만 해도 즐겁군.’
나는 1시간 전에 모이즐로부터 직접 넘겨받은 아티팩트를 계속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곧 만나게 될 세 사람에게 전달하고자, 아티팩트 세 개만 미리 빼놓은 상태였다.
[감지의 돌 – 모이즐의 숨결] [분류 등급 : 1성] [옵션 1 : 반경 100m 내에 있는 모든 마기를 감지합니다.마기를 보유한 상대는 착용자의 눈에 머리 위에 검은색 구(求)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됩니다.]
‘이 정도면 충분해.’
분류 등급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아끼는 사람의 곁에 암흑 교단의 사람의 접근을 막을 감지 장치만 있으면 충분하니까.
그리고 이 아티팩트는 ‘경보’ 기능을 확실하게 수행할 수 있는 최고의 아티팩트였다.
모이즐은 이러한 ‘마기 감지’ 아티팩트 30개를 불과 3주 만에 만들어 냈다.
그것도 좁은 간이 공방에서 홀로 작업을 해서 말이다.
덕분에 그의 놀라운 집념과 세공 능력, 아티팩트 제작 능력을 엿볼 수 있었다.
이 아티팩트 제작에는 가즈넬라의 날개 뼈도 쓰이지 않았다 하니, 소모된 비싼 재료도 없었다.
나는 상태창의 날짜를 보았다.
나스 대륙력 1416년 8월 10일.
오늘이 바로 라키스와 메리의 결혼식이 예정된 날이다.
진즉에 해가 지고, 어둠이 짙게 내린 대신전 별관은 작은 촛불만이 몇 개 밝혀져 있을 뿐이었다.
조용한 결혼식을 원한 라키스와 메리의 뜻에 따라 만들어진 자리였다.
“폐하아아아아아!”
적막을 깬 것은 두 사람보다 먼저 도착한 미아였다.
미아는 바람을 한데 뭉쳐 만든 투명 쿠션을 발밑에 깔고, 허공을 유유히 가르며 날아오고 있었다.
흡사 예전에 일본 애니메이션인 에서 나왔던 근두운을 보는 듯했다.
“왔구나, 미아.”
“네! 폐하, 이 옷 어때요?”
“귀엽고, 정말로 예쁘다. 미아도 이제 숙녀가 다 됐구나?”
“이제 내년이면 열다섯이죠!”
“열다섯……! 아직 열다섯도 되지 않은 녀석이 벌써 5클래스 수준을 넘보는 마법사가 됐다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내 성장만큼 미아의 성장도 눈부셔서다.
내 성장에 가려져서 그렇지, 미아의 성장도 ‘역대급’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빠르고 대단했다.
바로 그때.
“엄마! 아빠!”
뒤를 돌아본 미아가 반갑게 라키스와 메리를 불렀다.
“크큭.”
그 순간.
나는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둘의 복장은 결혼을 위한 혼례복이 아니었다.
누가 평생을 몸담은 군인이고, 요리장 아니랄까 봐!
풀 플레이트 메일의 갑주, 그리고 왕실 전속 요리장의 예복을 입었다.
이렇게 한껏 갖춰 입고는, 보무당당하게 레드 카펫 위를 걸어오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