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g Player RAW novel - Chapter 202
제 202화
69장. 타락의 성전 – 3화
대놓고 깽판!
딱 한 줄의 문장으로 나는 이후의 행보를 정리할 수 있었다.
레나와 미아에게 시원하게 뛰어놀아 보라고 했다.
타넥스의 든든한 지원도 있고, 꾸준히 옆에서 지원을 해 주는 데리도 있으니까.
데리가 대인 살상 능력은 다소 부족하지만, 수호자 특성에 따라 향상된 신체 능력을 발휘하여 방어를 도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암흑 교단의 서브 제단인 이곳, 즉 타락의 성전을 완벽하게 박살 내기로 마음먹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 놈도 남김없이 쓸어버릴 필요가 있었고.
가장 좋은 수단은 닥치는 대로 부수고 죽이며, 있는 힘껏 그들의 ‘어그로’를 끄는 것이었다.
‘성마 대전 당시에 보였던, 통곡의 벽 레나의 모습에 빠르게 근접해 가고 있어.’
나는 전투를 벌이는 내내, 미아와 레나의 모습을 끊임없이 체크했다.
나의 성취도 중요하지만, 앞으로의 미래를 생각하면 동료들의 성취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에서 마왕군 소속으로 활약했던 레나에게 더더욱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왜 도망을 칠 수가 없는 거냐!”
“으아아! 망할! 또 빨려 들어간다!”
레나의 광역 어그로 스킬의 범위는 매우 넓었고, 끌어당기는 힘도 상당했다.
이것은 정신적인 것과는 별개의 개념이었다. 즉, 매혹이나 현혹으로 정신이 이끌리는 게 아니었다.
정말 순수하게 몸이 끌려가는 것이다. 마치 레나에게 거대한 N극을 붙여 놓고, 적들에게는 S극을 달아 놓아 끌려가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접근해 온 적들을 레나는 다양한 방식으로 베어 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제자리에서 몸을 빠르게 회전시키며, 마치 ‘톱니바퀴’처럼 적들을 베어 버리는 일격이었다.
이 공격에 걸려든 움브라 교단의 단원들은 십중팔구 죽었다.
애초에 검으로 펼치는 공격 자체에 제법 많은 양의 검기도 담겨 있었다.
그냥 검을 휘둘러도 목숨을 장담할 수 없는 판에 검기가 얹어지니, 남은 것은 개죽음뿐이었다.
“우리가 죽기 전에 저 X을 족치면 되는 거야!”
제법 과감한 단원들은 승부수를 던지기도 했다.
그것이 바로 레나의 목숨을 직접 노리는 방법이었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지.’
나는 시작 전부터 결과를 예측할 수 있었지만, 애석하게도 그들은 레나의 진가를 몰랐다.
끈질긴 인내로 달성한 SSS급의 특수 성향은 장식품이 아니다.
탱커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성향이 SSS급을 찍었다는 것은 방어에는 도가 텄음을 뜻한다.
레나를 적극적으로 공략하려면, 오히려 그녀의 공격을 역으로 유도하는 게 나았다.
선수비 후역습을 주공(主攻)으로 삼는 레나에게 수비할 여지를 만들어 준다?
그 결과는 당연히…….
“끄엑.”
그럴듯한 계획을 세웠던 단원은 첫 공격이 막히자마자, 레나의 변칙 공격에 가슴을 꿰뚫리며 즉사했다.
“언니, 바람길을 열어 줄게!”
“응! 가자! 뒤에 확실히 붙어!”
“알았어!”
레나와 미아의 호흡은 환상적이었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두 사람이 얼마나 연습을 많이 해 왔는지, 딱 첫 번째 움직임만 보고도 알았다.
한두 번 연습해 본 솜씨가 아니었다.
정말 밥 먹고 틈날 때마다 합을 맞춘 것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유려한 연계가 이어졌다.
“끄아아아!”
“크아아악!”
교단의 단원들이 여기저기서 죽어 나갔다.
애초에 간부급도 아니고, 일개 단원 따위로는 레나와 미아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그나마 종종 껄끄러운 교단 특유의 흑마술을 구현하기 위해 2인 1조로 짝을 지어 나타나는 녀석들이 있을라치면.
‘트랜센던스 체인 라이트닝!’
빠지지지직!
“끄그그그극!”
마력을 낭비하지 않는 선에서, 트랜센던스 마법으로 적당히 찜질을 해 주었다.
물론 그 찜질에 녀석들은 절명을 한다는 것이 문제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우리는 그렇게 타락의 성전 내부에서부터 착실하게 단원들의 목숨을 거둬 가고 있었다.
[칭호 : 십만 인 베기 – 파괴자(Destroyer)] [암흑 교단을 추종하는 모든 인원을 참살하여 영혼 파편을 수집합니다. 세 번째 목표는 십만 인] [달성 시 효과 : 아티팩트 ‘악마 유희’를 9성으로 업그레이드합니다.]이참에 이 퀘스트도 착실히 준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성씩 등급이 오를 때마다 모든 옵션 증가량이 2배 상승하기 때문이다.
스탯 하나가 아쉬운 내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동기부여였다.
“레나, 미아, 너희의 손으로 직접 가치를 증명해라. 알겠지?”
“네! 맡겨만 주세요!”
“신난다, 신나!”
분명 참혹한 살육의 현장이었지만, 레나와 미아의 손길에는 거침이 없었다.
그것은 나보다 더, 그 이상으로 암흑 교단을 혐오하고 있는 두 아이의 신념 때문이었다.
하늘이 무너져도 레나나 미아가 암흑 교단이나 마왕군의 사람이 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이것만큼은 내가 미래를 확실하게 바꿔 놓았다고 자부한다. 특히 레나의 경우에는 더더욱.
“지켜만 보면 심심하니…….”
빠지직. 빠직. 빠직.
나는 정면, 위, 아래 할 것 없이 보이는 수많은 구멍을 보며 양손에 전류를 응축하기 시작했다.
찾아가는 공격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아예 거점을 건드려 놈들을 밖으로 뛰쳐나오게 할 생각이다.
그리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것은, 구석구석 파고들어 갈 수 있는 전격 계열의 마법이 좋다.
체인 라이트닝보다는 좀 더 인체를 쉽게 찾아갈 수 있는 라이트닝 볼트가 효율이 좋고.
‘셉튜플(Septuple) 트랜센던스 라이트닝 볼트.’
단번에 2만 8천의 마력을 쏟아 내며, 전류의 수를 셀 수조차 없을 만큼 수많은 전류구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하아아아압!”
일갈과 함께 성전 전역을 향해 – 미아와 레나, 데리가 있는 곳만 빼고 – 전류를 흩뿌렸다.
개미굴에 뜨거운 물을 부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물을 피해, 살기 위해 밖으로 뛰쳐나올 개미들을 확실하게 짓밟을 기회를 노리는 것뿐이다.
* * *
교단의 단원들이 축복의 제단이라고 부르는 ‘타락의 성전’에서 대학살이 일어났다.
충격과 공포, 경악.
이 세 가지 키워드가 모든 단원들의 뇌리에 깊숙하게 박혔다.
“국왕 자레드가 상당한 실력을 갖춘 마법사라는 것은 알았지만…… 이건 일방적 학살이잖아.”
“눈 깜짝할 사이에 100명이 넘게 죽었어.”
“그뿐만이 아니라 저 두 여자는 도대체 뭐지? 옆에 보이는 고양이는 뭐고? 왜 우리는 하나도 손을 쓸 수가 없는 거야?”
움브라 교단의 단원들은 상대의 일방적인 학살 속에서 극도의 무력감을 느끼고 있었다.
도무지 상대가 되지 않았다.
레나의 집요한 어그로 활용과 그 빈틈을 노리는 미아의 바람 마법 공격 속에서 단원들은 철저히 유린당했다.
길목이 좁고, 시계 확보가 어려운 지하의 구조이다 보니 더욱 미아의 공격에 취약했다.
바람을 고밀도로 꽉 압축해서, 대포처럼 뻥뻥 쏴 대는 미아의 공격은 공포 그 자체였다.
이 공격법은 자레드에게도 없는 방식으로, 미아가 자신의 능력에 맞게 개발한 고유 기술이었다.
미아는 이것을 ‘바람 망치!’라고 불렀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망치, 그 이상의 위력이었겠지만.
그나마 간부급 단원들이 합류하며 전황이 나아지는 듯했으나, 그때부터는 자레드도 합류했다.
게다가 타넥스의 집중 사격까지 이어지니 속수무책이었다.
단 세 사람에게.
움브라 교단의 부속 제단 하나가 철저하게 초토화되고 있었다.
* * *
“빌어먹을……!”
쾅!
길게 늘어뜨린 앞머리가 정확히 얼굴의 절반을 가리는 여인.
바이스가 불쾌한 표정으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녀의 손끝을 타고 흘러가던 검은 마기가 어지러이 흩어졌다.
카코 교단으로부터 건네받은 암흑 원석을 이용해서 체내의 마기를 늘려 가던 중, 소란으로 집중이 풀린 탓이었다.
바이스.
그녀는 움브라 교단의 부교주였다. 공적으로만 그렇고, 실제 서열은 3위나 다름없기도 했다.
어쨌든 이곳에서 조용히 마기 집속(集束)을 하려던 찰나, 일이 틀어졌으니 심기가 불편할 만했다.
자신의 아지트와 같은 이곳에 침입자가 있다는 사실 역시 불쾌했고.
그동안 종종 눈먼 헌터들이나 모험가들이 제단에 들어오는 일이야 종종 있었다.
그래서 작은 소란이거니 하고, 침입자들은 모두 처리하라고 부하들을 보냈다. 그것도 평소보다 제법 많이.
그런데 돌아온 소식은 몰살이었다. 아무도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다. 그 탓에 추가 보고도 없었다.
통신석을 이용해 각 층의 방마다 교신을 시도해 봤지만, 전부 불통이었다.
이유는 하나였다.
통신석 연락을 받을 수 있는 단원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침입자들은 단원들을 무참히 학살 중이었다.
“도대체 어떤 놈이기에…….”
바이스가 제단의 중심부로 향하는 마법진 위에 바로 올라섰다.
마기 수련의 집중이 깨진 터라, 분풀이를 할 상대가 필요했다.
그 샌드백이 적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스트레스 해소감이 될 터였다.
위이이잉.
이윽고 소환음과 함께 바이스의 몸이 자신의 독실(獨室)에서 제단의 중앙으로 이동했다.
바로 다음 순간.
“……자레드?”
바이스는 한눈에 침입자의 정체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자레드 폰 유칼레스.
움브라 교단, 아니 암흑 교단의 구성원이라면 누구라도 이를 가는 존재.
불구대천의 원수가!
다른 곳도 아닌 바로 이곳에 있었다.
“변절의 진상품으로 나쁘진 않겠구나. 클클.”
바이스가 스스로만 그 의미를 아는 말을 뇌까리며, 자레드를 향해 접근해 오기 시작했다.
스으윽.
물론 어둠 속에서의 은신은 필수였고, 자연스러웠다.
* * *
전투 도중.
나는 주변에 흩뿌려 놓은 마력이 비틀리는 것을 확인하고는 그 위치에 글리터더스트를 전개했다.
그렇게 적을 확인한 다음, 마법 공격을 이어서 가하니 자연스럽게 은신이 풀렸다.
“은신을 바로 알아채다니, 제법인걸?”
스르르륵.
‘언노운(Unknown)의 정체가 바이스였구나.’
눈에 익은 얼굴이 나왔다.
움브라 교단에서 기억하는 두 사람 중 하나다.
다른 하나인 클루제는 죽었기에 유일한 생존자는 그녀뿐이다.
제단을 지키고 있던 것이 바이스라면, 그녀가 100% 이 던전의 보스 몬스터일 가능성이 컸다.
바이스(Vice)의 원래 모습은 본격적인 전투에 앞서서, 늘 그녀가 타락의 성전에서 보였던 모습이었다.
본신은 약하다.
그녀의 강점은 변신한 몸이다.
요마(妖魔).
이것이 그녀의 진가가 발휘되는 개변 이후를 일컫는 용어다.
‘에서 요마를 죽이면 보상이 짭짤했지. 인원이 적으면 적을수록 분배 경험치가 많아 레벨 상승폭도 엄청 났었고.’
요마 바이스는 그럴듯한 아티팩트를 주지는 않지만, 엄청난 양의 경험치를 선사한다.
그래서 의 플레이어들은 요마가 나오는 ‘타락의 성전’을 무척 사랑했었다.
경험치 파밍에 이것보다 좋은 던전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바이스를 제거하게 된다면, 무조건 300레벨은 달성한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가호 3 : 레벨 300 달성 시, 안젤루스 링(Angelus Ring)을 얻을 수 있습니다. 초월급 아티팩트입니다.]안젤루스 링을 얻는다.
이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힐 만큼 희귀한 초월급 아티팩트를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