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g Player RAW novel - Chapter 203
제 203화
69장. 타락의 성전 – 4화
얼마 후.
“미아, 봤어?”
“응! 저 아줌마, 완전 못 하는데?”
자레드의 지시에 따라 다른 곳으로 이동하던 레나와 미아가 전장을 돌아보며 말했다.
이미 첫 전투는 끝났다.
바이스는 자레드의 더블 트랜센던스 포스 미사일 공격에 흠씬 얻어맞은 뒤, 바로 연막을 펼쳤다.
연막은 곧 육체 개변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인간 바이스에서 요마 바이스로의 전환인 것이다.
레나와 미아가 데리, 타넥스와 함께 전장을 이탈한 이유는 간단했다.
자레드가 바이스의 공략법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이스의 공략법 브리핑을 성전 공략 내내 진행해 온 터라, 원리는 레나와 미아도 확실히 알고 있었다.
“미아, 참 신기하지 않아?”
“왜에?”
“폐하께서는 모르는 게 없으시잖아. 그런 생각해 본 적 없어? 폐하는 모든 걸 다 알고 계셔.”
“폐하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니깐 그렇지! 나오미 단장님이 그러셨어! 폐하는 이미 인간 마법사의 틀을 벗어나셨다고!”
“엘라 단장님도 같은 말을 하셨는데……. 내 생각도 같아! 그러고 보면, 폐하를 만난 것은 일생의 행운이야. 그렇지?”
“응! 폐하 덕분에 엄마도 건강해졌고, 나도 마법을 배울 수 있게 됐어! 거기에 좋은 아빠도 만나게 됐잖아?”
누구 할 것 없이 자레드와의 만남을 기뻐하는 것은 같았다.
진심이었다.
모든 것이 극적으로 바뀌었다.
이것은 자레드의 곁에 있는 사람이라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입에 달고 사는 말이었다.
어쨌든 자레드의 말은 틀린 적이 한 번도 없었기에 두 사람은 일말의 의심도 없이 시키는 대로 하는 중이었다.
“역시!”
그우우우. 그우우.
자레드가 예상했던 광경이 레나와 미아의 앞에 펼쳐졌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흙벽처럼 보였던 공간이 무너지더니, 그 안에서 썩은 내가 물씬 풍기는 구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수가 엄청 많았다.
그리고 생김새가 기괴했다.
“언니, 이 구울이 저 아줌마한테 도착하면, 아줌마가 구울에게서 생기를 빨아먹는다고 했어!”
“죽이자. 전부.”
그우우. 그우우우!
어느새 신호가 전달된 건지, 100m는 족히 넘을 통로 전체에서 구울 행렬이 이어지고 있었다.
“가까운 곳은 언니가 맡아 줘!”
“내 걱정 하지 말고, 마음껏 마법을 날려 줘!”
“응, 알았어!”
-으애옹!
두 사람과 데리의 공격이 시작됐다.
요마 바이스의 가장 기본적이며 집요한 체력 회복 수단인 구울의 등장을 조기에 차단하는.
완벽한 방제 작업이었다.
* * *
그로부터 약 5분 후.
‘이 공격을 전부 대응한다고?’
바이스는 자레드의 대응에 계속 놀라고 있었다.
크게 놀란 것은 두 번이었다.
첫째는 육체 개변을 마친 이후, 등 뒤에서 돋아난 네 개의 팔을 이용해 공격을 펼쳤음에도 모두 막아 내는 자레드의 모습 때문이었다.
그간 바이스가 육체 개변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애초에 본신의 상태로도 어지간한 놈들은 능히 죽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즉, 육체 개변이 완료되면 사실상 필승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교주 린크스나와 흑사단장 흑사마귀도 바이스의 개변을 가장 껄끄러워했을 정도니까.
그런 입지에 있는 자신의 개변이 자레드의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길쭉한 네 개의 팔은 의외의 경로에서 자레드를 집요하게 공격했다.
게다가 각각의 팔은 인간의 팔과 달리 무기처럼 날카롭게 벼려져 있어서, 방어하기 꽤 까다로웠다.
보통의 마법사였으면 몇 번 방어를 하다가, 진즉에 난도질을 당해 죽었어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자레드는 인간형 팔을 이용한 공격은 실드로 막고, 다른 팔을 이용한 공격은 디멘션 도어로 경로를 아예 틀어 버렸다.
그 바람에 바이스는 계속 애먼 곳만 후려치는 고전을 반복하는 중이었다.
게다가 그녀를 더 껄끄럽게 만드는 것은.
타앙! 타앙! 타앙!
“제길.”
자레드와 한 몸이 된 것처럼 집요하게 동선을 방해하는 타넥스의 마력탄이었다.
분명 둘은 하나가 아닌데, 움직임은 꼭 하나의 컨트롤 타워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유기적이었다.
자레드와의 교전에서도 이미 자레드가 살짝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
여기서 타넥스의 지원까지 이어지니, 바이스의 몸에는 상처가 점점 늘어갔다.
둘째는 자기 자신만큼이나 육체 강화 수단을 너무 잘 알고 있는 자레드의 전략이었다.
바이스가 이곳에 늘 머무는 것은 여기에 정말 많은 교단의 희생자의 시체가 묻혀 있고.
유사시에 그 시체들을 강제로 깨워, 자신의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기 때문이었다.
네 개의 팔을 구울의 몸에 꽂으면, 빨대로 내용물을 흡입하듯 그들의 생기를 취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끄웨엑. 구웨엑.
타락의 성전 곳곳에서 쓸려 나가고 있는 구울이었다.
분명 자레드와의 만남은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모든 전투 방식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본신을 드러낸 것은 7년 만의 일이야. 그런 나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바이스는 크게 당황했다.
자레드가 의 고인물이었다는 사실을 알 리 없는 그녀의 합리적 의심은 하필이면 엉뚱한 곳으로 향했다.
‘린크스나, 흑사마귀. 설마 네놈들이 날 죽이려고 이놈에게 정보를 판 건가?’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여겼다.
예전부터 바이스는 린크스나와 관계가 좋지 않았다.
특히 친(親)클루제 성향이었던 바이스는 클루제의 ‘개죽음’에 린크스나와 흑사마귀의 의도된 방임도 크게 한몫을 했다고 봤다.
‘아냐, 그렇다고 해도 이건 너무 자세하게 알고 있는 거잖아.’
하지만 배신일 가능성을 고려해도 자레드는 너무 자신을 잘 알고 있었다.
두려웠다.
혹시 자신의 머릿속, 그 생각마저 꿰뚫어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바로 그때.
“이 정도면 탐색전은 확실히 끝난 것 같군. 바이스,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교단의 모든 것을 털어놓고 고통 없이 죽을 테냐, 아니면 처절한 고통 속에 몸부림치다가 죽을 테냐?”
“X까.”
“음, 1초 만에 협상 결렬이군.”
바이스의 잔뜩 날이 선 반응에 자레드가 체념한 듯,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애초에 성사되길 바랐던 거래는 아니었으니까.
“네 죽음을 시작으로 움브라 교단에 대한 전면전을 시작하겠다.”
자레드가 냉랭하게, 그리고 가장 확실하게 메시지를 담아 시원한 예고를 날렸다.
요마 바이스? 육체 개변?
아무래도 좋았다.
이미 그녀만의 특별한 회복 패턴을 차단당한 시점에서, 그녀는 절대 자신을 이길 수 없었다.
그것은 고인물의 확신이었다.
* * *
이후 전투 내내.
바이스는 완전히 일방적으로 자레드에게 당하고, 또 당했다.
그녀의 모습을 더욱 위협적이게 만드는 등 뒤의 네 팔은 하나하나가 독립된 무기와 같아서, 상대하기 매우 까다로웠다.
그래서 어지간해서는 바이스의 뒤에서 공격하려 하지 않는 것이 그간 상대한 적들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자레드는 달랐다.
탐색전의 종료를 선언한 직후.
집요하게 그녀의 뒤로 움직이며, 후방 공격만을 노렸다.
그리고 끊임없이 자레드의 마법을 방어하고, 그러다 뚫리면 몸으로 대미지를 체험한 결과.
‘……더 아프다.’
바이스는 자신도 몰랐던, 스스로의 문제점을 깨닫게 됐다.
자신의 신체 전면의 방어 능력과 후면의 방어 능력이 현저하게 달랐던 것이다.
같은 마법에 피격을 당했을 때.
전면에서 1의 대미지를 느꼈다면, 후면에서는 무려 4 이상의 대미지를 느꼈다.
‘뒤에 팔이 여럿 달려 있어 다들 후방 공격을 껄끄러워했지만……. 막상 뒤에서 공격을 해 보니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았었지.’
자레드의 머릿속에는 전생의 기억이 남김없이 남아 있었다.
에서 스탯은 정확하게 말하자면 통합 평균치였다.
만약 방어력 수치가 100이라면?
이는 신체 전체의 방어력 평균이 100이라는 뜻이었다.
보통은 균등한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바이스는 극명하게 달랐다.
육체 개변은 바이스에게 다양한, 고화력의 공격 수단을 주었지만 그 대가로 방어력을 빼앗았다.
대신 반대급부로 전면의 방어력이 올라갔으니, 그간 실감했을 약점은 없었을 터.
하지만 에서 밥 먹듯 요마 바이스를 공략하며 경험을 쌓아 온 자레드에게는 이것이 바로 확실한 요마 바이스의 약점이었다.
신체 전면과 후면의 방어력이 4배 이상 차이가 났다.
전면의 든든한 방어력으로는 자레드의 마법을 제법 버텨 낼 수 있었지만, 후면은 달랐다.
사실상 종이로 만든 방패를 펼쳐 놓고, 물보라를 막으려고 하는 꼴이었다.
자레드가 트랜센던스 블링크와 헤이스트로 기동성까지 확실하게 챙긴 마당이라, 바이스는 더욱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쿨럭! 쿨럭!”
반짝이는 바이스의 입술에서 터져 나온 것은 승리의 환호가 아닌, 고통에 찬 핏물뿐이었다.
‘자레드가 이렇게 강했나? 내가 제대로 손조차 쓰지 못할 만큼?’
바이스는 아직도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간 움브라 교단이 자레드에게 고전한 것은 자신이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라 여겼다.
즉, 자신의 선에서 자레드 ‘따위’는 언제든 정리 가능하다고 여겼다.
줄곧 그녀가 여유로웠던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직접 몸으로 경험한 현실은 전혀 달랐다. 지옥이었다.
왜 개변을 했는지 ‘자괴감’이 들 정도로 자레드는 자신의 약점을 집요하게 노리고 또 노렸다.
도저히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어 폭주하고 싶을 만큼!
하지만 애석한 것은.
“크헉…….”
폭주할 시간마저 허락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바로 그때.
“너 따위에 시간을 끌 정도였으면 오지도 않았다!”
비틀거리는 바이스에게 가까이 붙은 자레드가 등 뒤에서 멸살의 단검을 꽂아 넣었다.
푸욱!
“꺄아아아……!”
하이 톤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상처가 깊게 파인 네 팔의 교차점에 박힌 단검 공격은 재수 없게도 – 바이스의 입장에서 – 15배의 크리티컬 히트를 발생시켰다.
제아무리 개변으로 강화된 팔이라 해도, 결국 근육과 살점으로 이뤄진 고깃덩어리일 뿐이었다.
투욱. 투우욱.
주인을 잃은 네 팔이 떨어져 나가고, 바이스는 고통에 몸부림쳤다.
그 순간.
바이스는 실감했다.
여기서 조금이라도 더 버티려 했다가는 자레드의 뜻대로 생포되고 말 것이라고.
암흑 교단의 일원이라 해서 고통에 면역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고통은 그 누구를 막론하고 가장 피하고 싶어 하는 원초적인 두려움이었다.
“…….”
만감이 교차했다.
하지만 이미 자레드에게 철저하게 패배한 마당에 기약할 수 있는 미래 따위는 없었다.
‘그렇다면……!’
결심을 굳힌 바이스가 고개를 돌려, 자레드를 부릅뜬 두 눈으로 매섭게 노려보고는.
으드득!
어금니를 질끈 깨물어, 이 전체를 으스러뜨려 버렸다.
그 순간.
“크윽. 흐윽. 흐으으윽…….”
치이이이익.
이 안쪽에서 흘러나온 특이한 액체가 타액과 반응하더니, 이내 바이스의 머리 전체를 그대로 녹여 버리기 시작했다.
“독한 X.”
지켜보는 자레드마저도 혀를 내두르게 만들 정도의 악에 받친 자결(自決)이었다.
그렇게 바이스가 죽었다.
본격적으로 움브라 교단을 향해 선전포고를 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