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g Player RAW novel - Chapter 227
제 227화
77장. 8클래스 – 1화
화아아악!
하늘에서 쏟아지는 것은 순식간에 만들어진 거대한 화염구의 미친 듯한 향연이었다.
자레드가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 사용했던 마법과는 차원이 달랐다.
규모만을 놓고 단순 비교를 한다면 10배? 아니, 그 이상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화력이었다.
“피해!”
원스넬이 소리쳤다.
본능이 말해 주고 있었다.
이 엄청난 마법은 시클루스의 퍼펙트 실드 ‘따위’로는 절대 막아 낼 수 없다고.
렌-세븐 중 일부는 전력을 다해 피했으나, 그들 중 반응이 늦은 세 사람이 있었다.
“아아아……!”
바로 주술 3형제였다.
기동력이 떨어지는 그들은 몸을 피하기보다 주술을 이용해 서둘러 방어진을 구축하기로 마음먹었다.
쿠아아아!
화염구의 위용에 원스넬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자레드는 7클래스 마법사가 아니던가?
한데 지금 눈앞에서 펼쳐지는 마법은 메테오스톰의 축소판을 그대로 보여 주는 듯했다.
일반적인 화염 마법이라면 마나를 이용해 어떻게든 쳐내거나 방어할 생각을 하겠지만.
지금 펼쳐진 마법은 막는 순간 저 화염과 함께 내 몸이 폭사(爆死)하겠다 싶을 만큼 막강해 보였다.
쿠웅! 쿠웅! 쿠웅!
“크으으윽!”
이윽고 지면에 먼저 떨어진 화염구들이 지축을 뒤흔들며, 사방으로 불길을 뿜어냈다.
버섯구름이 피어올랐다.
원스넬은 방금 전까지 자신이 발을 딛고 있던 자리에 수 미터의 구덩이가 생긴 것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그리고 다음 순간.
“야아아압!”
일갈하며 방어진의 출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3형제가 보였다.
“제발.”
원스넬이 기도했다.
제발 동생들을 살려 달라고!
여기서 자레드의 손에 허무하게 죽을 만큼, 실력이 없는 녀석들은 절대 아니었다.
콰앙!
뒤이어 대폭발이 일어났다.
유독 한 점에 집중된 듯한 화염구의 파괴력은 상상 이상으로 엄청났다.
원스넬은 3형제의 방어가 부디 성공했기를 바랐다.
하지만.
투욱. 투우욱.
어디선가 날아온 살덩어리들이 원스넬의 앞에 차곡차곡 떨어져 쌓였다.
그리고 그것은.
포우, 파시벤, 세난의 것이었다.
팔, 다리, 머리 할 것 없이 어지러이 뒤섞인 조각난 시체의 향연이 원스넬의 눈앞에 펼쳐졌다.
“크아아아아!”
원스넬은 절규했다.
하지만 재앙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쿠콰콰콰! 콰콰콰콰!
지면에 널리 흩뿌려진 살점 위로 타오르는 불씨에서 또다시 폭발이 일어났다.
자레드가 ‘연쇄 발화’로 일으킨 2차 폭발이었다.
육신에서 분리된 살점도 인체로 인식하므로, 불이 붙은 모든 살점에서 반응이 일어난 것이다.
“크억…….”
폭발에 휘말린 원스넬의 몸이 포물선을 그리며 하늘을 날았다.
“형님!”
황급히 헤이스트 마법으로 따라붙은 시클루스의 보조가 없었다면, 기절한 원스넬이 지면에 부딪혀 죽을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꺄아아악!”
바로 그때.
혼란의 틈바구니 속에서 불길을 뒤집어썼던 쓰루나가 비명을 질렀다.
시클루스가 황급히 그녀에게 고개를 돌리자.
키에에에에!
그녀를 휘감은 불길에서 화마귀들이 괴성을 토해 내며, 그녀를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자레드의 조건부 특수 마법인 ‘플레임 버스트’였다.
“…….”
원스넬은 아수라장이 되어 버린 주변의 광경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믿을 수 없지만, 한순간에 포우와 파시벤, 세난이 죽었다. 정말 파리 목숨처럼 덧없이 사라졌다.
그뿐만 아니라 쓰루나도 심한 화상을 입었다. 어떻게든 싸울 수야 있겠지만, 화상의 고통은 상당할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렌-세븐의 보조를 위해 달려오던 200명의 지원군이 전부 즉사했다. 한마디로 개죽음이었다.
* * *
같은 시각.
“빌어먹을 일이…….”
참담한 광경을 목격한 것은 비단 렌-세븐만은 아니었다.
병사들을 더욱 독려하며 북진을 서두르던 갈라딘도 뒤를 돌아, 상황을 계속 확인하고 있었다.
한데 하늘에서 갑자기 붉은 섬광이 번쩍이더니, 믿기지 않을 대규모의 마법이 지면을 내리쳤다.
꽤 거리가 되는 이곳까지도 충격이 전해질 정도의 엄청난 폭발이었다.
-포우, 파시벤, 세난을 잃었습니다.
이어서 시클루스가 낙담한 어조로 간이 통신석을 통해 전달하는 보고를 들었다.
“한 방에 죽었다고……?”
“각하, 저를 보내 주십시오. 지원이 필요할 것입니다.”
옆에 있던 마법사단 단장 오스카가 바로 텔레포트 마법진을 활성화하려 했다.
그러나 갈라딘이 그를 잡았다.
“여기서 시간을 끌면 안 된다고 하지 않았나!”
“하지만, 각하!”
“렌-세븐이다. 렌-세븐이란 말이다! 가장 약했던 세 녀석이 목숨을 잃었을 뿐이다. 아직 넷이나 남아 있단 말이다.”
“각하, 죄송합니다.”
“놈들에게 맡겨라. 적어도 함께 자폭(自爆)을 해서라도 자레드를 죽이든, 막든 할 테니 말이다.”
“예, 각하.”
“전속력으로 북진한다. 보아라. 지금 몬스터 군단이 지뢰지대의 지뢰들을 모조리 터뜨리고 있다.”
갈라딘이 전방을 가리켰다.
과연 그의 말대로 몬스터들이 거침없이 몸을 던지며, 지뢰와 목숨을 맞바꾸고 있었다.
“방어선을 넘으면 남부의 곡창지대는 금방이다. 그 일대만 점령하면, 더 욕심낼 것도 없다.”
자레드에게 예기치 않은 한 방을 맞기는 했지만, 갈라딘은 최대한 냉정하게 판단했다.
그것이 지금껏 수많은 전쟁을 치르면서 전승의 공적을 쌓을 수 있었던 갈라딘의 정확한 판단력이었다.
“그 대신!”
“예, 말씀하십시오.”
“마궁수 부대를 보내도록. 그들이라면 충분히 남은 네 명의 녀석들에게 큰 힘이 될 테니.”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갈라딘은 추가로 마법사를 지원하는 대신, 마궁수들로 이뤄진 부대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그들 역시 궁마법을 쓰며 변형된 형태의 마법을 구사하는 마법사들이었다.
이들의 날카로운 견제와 백발백중의 조준 실력이라면, 필시 자레드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다.
* * *
한편 그 시각.
“죽여 버리겠다, 자레드!”
까앙! 까앙! 까앙!
“크윽, 제법이군.”
나는 분노에 찬 원스넬의 공격을 트랜센던스 실드를 이용해 쉴 새 없이 막아 내고 있었다.
몇 차례 역습 형태로 마법을 던져 봤지만, 이는 시클루스의 방어에 완벽하게 막혔다.
이 둘을 제외하고 남은 것은 투카와 쓰루나.
투카와 쓰루나는 비도술을 즐겨 쓰는 어쌔신 계열이었다.
데큐플 트랜센던스 플레임 스트라이크로 렌-세븐 중 셋을 죽이는 데 성공했다.
다만 그 바람에 전장 전체가 불길에 휩싸이게 됐고, 플라이 마법을 사용하기가 껄끄러워졌다.
어차피 퀘스트와 엮인 문제도 있고, 여기서 렌-세븐과 확실히 끝장을 볼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넷 중에서 가장 방어가 취약한 쓰루나를 노리기로 했다.
한쪽 눈에 화상을 입어 시야 확보가 어려운 그녀는 신음을 토해 내며, 연신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적을 대할 때는 남녀가 따로 없다.
쓰루나가 여자라고 해서 그녀를 살려 줘야 할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올라의 인공지능을 무조건적인 나의 보호로 설정했다.
몸체가 박살 나고 터져 나가는 한이 있더라도, 무조건 나를 지키도록 기동하라는 뜻이다.
쓰루나에게 화력을 집중하려면, 다른 세 녀석의 공격은 무시할 수 있어야 한다.
파아앗!
이내 준비를 마친 내 몸이 쓰루나를 향해 빠르게 쇄도하기 시작했다.
“막아! 쓰루나를 노린다!”
역시 눈썰미가 좋은 원스넬이 나의 목적을 알아차렸다.
“올라. 전력으로 방어합니다.”
깡! 깡!
올라가 이를 꽉 문 채로 쌍검술을 현란하게 펼치며, 내 뒤를 노리는 원스넬의 공격을 막아 냈다.
오러 블레이드에 준하는 검기를 양쪽의 검으로 모두 방출하는 실력을 가진 원스넬이었다.
쇄애애액! 투욱!
그래서인지 독기가 바짝 오른 원스넬의 검격에 타넥스의 팔 한쪽이 베였다.
아무리 강철로 튼튼하게 세공을 했다고 해도, 결국 타넥스도 내구도라는 것이 존재하는 기체다.
무적일 수는 없는 것이다.
“쓰루나, 피해라!”
“크흑…….”
다급히 외치는 투카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애석하게도 그녀는 고통을 감당하기도 버거운 듯했다.
휘릭! 휘릭! 휘리릭!
모든 것을 녹여 버릴 듯한 열기를 머금은 세 자루의 단도가 나를 향해 날아들었다.
투카의 비도술이다.
열기를 머금은 단도를 던져 내는 것을 보니, 화염의 힘도 제법 부릴 수 있는 것 같았다.
푸욱! 푸욱! 푸우욱!
하지만 역시 올라가 타넥스를 이용해 공격을 막아 냈다.
오로지 나만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기체와 인공지능이 존재한다는 것만큼 든든한 건 없다.
‘트랜센던스 애시드 애로우.’
나는 마력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한 차례만 강화하는 싱글 트랜센던스를 선택했다.
그리고 미련 없이 쓰루나를 향해 강산성의 화살을 힘껏 뿌렸다.
콰아아아!
날아드는 화살과 쓰루나의 시선이 마주쳤다.
“아…….”
피하려면 아슬아슬하게라도 피할 수 있는 시간이었지만, 고통에 몸부림치던 그녀의 판단은 살짝 늦었고.
철퍼덕!
망설임의 대가를 그녀는 양팔을 교차시켜 애시드 애로우를 막아 내는 것으로 치렀다.
이것이 평범한 일반 마법이었다면, 두 팔의 골절 정도로 어찌어찌 상호 교환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이 트랜센던스로 강화된, 모든 것을 녹여 버리는 위력을 가진 화살이었다는 점이다.
“꺄아아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한 데 대한 후폭풍은 엄청났다.
순식간에 그녀의 두 팔은 녹아 없어졌고, 남은 화살의 찌꺼기가 그대로 그녀의 얼굴에 붙었다.
나도, 원스넬도, 투카도, 시클루스도 볼 수 있었다.
상처는 있었어도 또렷했던 한 사람의 얼굴이 마치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리며, 이내 뼈와 함께 물이 되어 흘러내리는 모습을.
“자레드……!”
“용서할 수 없다!”
“쓰루나까지 네놈이!”
일곱의 진한 우애를 과시하던 렌-세븐은 반토막, 아니 그 이상이 나 버렸다.
녀석들에 얽힌 드라마 따위야 내 알 바 아니다. 내게는 그저 적일 뿐이니까.
“덤벼라. 일곱이서 하나를 못 죽이면, 쪽팔린 줄 알아야지.”
철컹. 철컹.
나의 도발 멘트와 함께 반쯤 너덜너덜해진 타넥스가 내 옆에 자리를 잡았다.
“올라, 상태는?”
“출력 25%. 메인 코어에서 손실이 감지되고 있어요.”
“고생해 줘.”
“맡겨 주세요.”
그렇게 올라와 잠시 대화를 나누던 그때.
휘리리리릭! 푹!
정말 전광석화와도 같은 속도로 날아든 투카의 비도가 내 옆구리 쪽을 파고들었다.
실드를 펼쳤다고 생각했지만, 대응이 반 박자 늦었다.
푸욱!
“크헉!”
절로 터져 나온 신음과 함께 극심한 고통이 느껴졌다.
그 순간, 나는 볼 수 있었다.
“……반드시 죽인다.”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거친 열기를 뿜어내며, 짙은 안광을 폭사하고 있는 투카의 모습을.
“하아…….”
원스넬도 예외는 아니었다.
마치 금제를 해제한 것처럼, 저마다 힘을 폭주시키는 모습이었다.
쫘아악!
나는 바로 옆구리에 꽂힌 단도를 뽑아냈다.
잠깐의 방심에 호되게 당했다.
독이 묻은 단도.
물론 독에는 내성이 있었지만, 문제는 장기를 찌르고 들어간 검날이었다.
이대로라면 과다 출혈로 인한 쇼크 직행이다.
잠깐 동안에 벌써 몇 움큼은 될 법한 핏물을 쏟아 냈다.
나는 대회복을 전개했다.
24시간 쿨타임이 있는 특수 스킬이지만, 지금은 쿨타임 따위를 걱정할 겨를이 없었다.
놈들이 목숨을 제대로 걸고, 나와의 생사 결전을 확실하게 준비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