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g Player RAW novel - Chapter 242
제 242화
80장. 꼼수와 버그의 힘 – 3화
“크하하하! 와하하하! 네놈들이 기껏 생각해 낸 공격법이 이것이냐?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
아이슬라는 크게 웃으며, 자신을 공격하는 공격대를 조롱하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저들은 끊임없이 물을 끼얹고, 그 물을 얼리고 있었다.
거기에 한술 더 떠서 바람까지 불게 하여, 얼어붙는 속도를 더 높였다.
아이슬라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힘의 근원이기도 한 몸집이 빠르게 불어나기 시작하니, 되레 감사할 따름이었다.
“이거나 먹어라! 크하핫!”
이내 자신의 복부에서 얼음덩어리를 떼어 낸 아이슬라가 일행을 향해 그것을 던졌다.
보통 크기가 아니었다.
전투 초반만 해도 사람의 몸뚱이 정도의 크기로 날아오던 얼음덩어리였지만, 지금은 아예 사람 크기만 한 얼음이 날아왔다.
누가 맞아도 깔려 죽을 것이 자명할 정도의 거대한 크기였다.
그때.
“얼음과자 새끼야, 어림없다!”
쿠우웅!
프스스스!
레나가 일행의 전면에서 날아드는 얼음덩어리를 방패를 이용해 그대로 받아 냈다.
요령 하나 없이 순수한 ‘막기’로 버텨 낸 방어였다.
아이슬라가 던진 얼음덩어리는 날아오면서 가속도가 붙어 파괴력이 엄청났고.
덕분에 이를 막아 낸 레나의 몸이 지면을 따라 뒤로 쭉 밀렸다.
사방으로 먼지구름이 일었지만, 그 누구에게도 공격의 피해가 가지는 않았다.
‘레나, 정말 많이 성장했구나.’
계속 아이슬라에게 아이스 블래스트와 아이스 스톰을 위시한 빙결 마법을 전개하고 있었던 자레드는 레나의 방어력에 새삼 감탄했다.
수련의 방을 다녀온 이후, 레나는 정말 완벽한 탱커로 각성해 있었다.
당시의 얘기를 들려준 헤이즈의 말에 따르면, 반년은 아예 검을 내려놓고 방패만 들고 살았단다.
극한의 방어를 깨우치고 싶다고 했다는 것이다.
다른 이들에게도 마찬가지지만, 유독 레나에게 수련의 방은 확실한 전환점이 된 듯싶었다.
“계속 거리를 유지하면서! 날아드는 얼음만 막으면 된다! 날 믿고 끝까지 진득하게 얼려 버려!”
자레드는 아주 살짝 불안한 마음이 이는 듯한 동료들을 향해, 다시금 주의를 환기했다.
‘트랜센던스 아이스 스피어!’
지금까지는 일반 마법으로 깔짝깔짝 녀석의 몸집을 키워 줬지만, 이제는 본격적으로 힘을 쓰기로 했다.
보아하니 아이슬라는 자레드가 ‘빙결 버그’를 사용하려 한다는 것을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오히려 즐기는 듯한 분위기였다.
그래서 자레드도 확신한 것이다. 본인의 가장 큰 약점을 전혀 모르고 있구나, 하고.
“하아아압!”
자레드가 일갈하며 얼음의 창을 힘껏 던졌다.
그러자 순식간에 날아가 아이슬라에게 척, 하고 달라붙은 얼음의 창이 그대로 몸의 일부가 됐다.
“와하하하! 도대체 뭘 어떻게 해 보겠다는 것이냐?”
아이슬라는 여전히 여유만만이었다.
갈증이 나는 사람에게 물을 먹여 주고, 배고픈 사람에게 음식을 먹이는 느낌이랄까?
자력으로 불가능했던 힘의 강화를 자레드 일행이 대신해 주고 있으니, 되레 고마울 따름이었다.
“이거나…… 먹어라!”
이번에는 제법 큰, 마차 크기는 족히 될 법한 얼음덩어리가 날아왔다.
하지만 아무도 그 얼음덩어리에 시선조차 두지 않았다. 그것을 반드시 막아 주리라는 레나에 대한 무한한 신뢰 때문이었다.
그리고.
쿠우우웅!
엄청난 폭음과 함께 충격으로 인한 바람이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하지만 누구도 다치거나 그것에 휘말린 사람은 없었다.
‘퀸튜플 트랜센던스 아이스 스톰!’
자레드가 공격의 강도를 더 높였다. 4배의 강화를 마친 6클래스 마법의 아이스 스톰이었다.
그러자 직전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거센 눈보라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래, 실컷 처먹어라!”
자레드가 앞으로 양손을 힘껏 뻗으며 마법을 펼쳤다.
샤아아아!
순식간에 날아간 아이스 스톰의 구체가 상공에서 펑 하고 터지더니, 상상을 초월하는 눈 폭풍을 아이슬라에게 쏟아 내기 시작했다.
“물! 빙결! 바람! 그것에 집중하면 돼!”
자레드가 나오미, 아슈르, 미아에게 재차 명령을 내리며, 아이슬라의 경과를 살피기 시작했다.
“와하하! 으하하하! 정신 나간 인간들이 나를 최고의 존재로 만들어 주는구나!”
아이슬라는 양팔을 하늘 높이 뻗은 채, 득의양양하게 아이스 스톰의 기운을 받아들였다.
가만히 있어도 강해지는 느낌.
멍청한 인간들 덕분에 전투 전에 비해 세 배, 아니 네 배는 족히 커진 몸을 갖게 되었다.
행운도 이런 행운이 없었다.
몸에서 일어나기 시작한 사소한 변화를 느끼기 전까지는…… 아이슬라는 분명 그렇게 생각했다.
그로부터 5분 후.
“아……?”
얼음의 힘이 가져다주는 ‘뽕’에 양껏 취해 있던 아이슬라는 어느 순간부터 뭔가 잘못되고 있음을 직감했다.
앞에서 ‘재롱 잔치’나 하고 있는 인간들이야 마음먹고 달려들면 금방 쓸어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혹은 도망치게 하거나.
그래서 놈들의 정신 나간 짓거리를 즐기며 몸집을 잔뜩 불리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몸이 말을 듣지 않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말썽을 일으킨 부위는 집중적으로 몸집이 불어난 상체였다.
손가락부터 시작해서 어깨까지가 아예 굳어 버린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고, 심지어 목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왜지……?”
몸은 분명히 강해졌는데, 말을 듣지 않는다.
인간들로부터 단 한 번의 공격도 당한 적이 없는데, 상체가 마비 상태에 가까워졌다.
철퍼덕! 철푸덕!
그 와중에도 부지런히 물이 끼얹어지고, 세찬 바람이 불어닥치고, 눈보라가 휘몰아쳤다.
이제는 찰나의 순간에도 쉴 새 없이 계속 몸이 커졌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허억?”
이제는 다리도 말을 듣지 않았다. 아니, 아예 움직이지 않는 동상이 되어 버린 것 같았다.
자레드 일행의 방향으로 움직이기 위해 몸을 살짝 숙였던 아이슬라는 그 상태로 굳어 버렸다.
“…….”
그리고 이 시점부터 든든한 자신의 살점처럼 느껴졌던 얼음들이 묵직한 무게감으로 자신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자신의 것이 분명한데, 역설적으로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이질감!
그것은 분명 내 몸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대하는 느낌이었다.
쉬이이이.
어느덧 미아가 펼친 윈드 웨이의 바람길을 타고 부드럽게 날아온 자레드가 아이슬라의 눈앞에 멈췄다.
그리고 그의 머리를 톡톡 두드리며, 여유로운 표정으로 말을 걸었다.
“기껏 생각해 낸 공격법이 이거냐며? 그거대로 해 줬는데 왜 반응이 없어? 자, 네가 죽이고 싶은 인간은 바로 네 코앞에 있다.”
드득. 드드득.
굳어 버린 얼음이 살짝 균열만 일으키는 소리만 날 뿐, 아이슬라는 자레드를 보고도 손가락 하나 까닥할 수 없었다.
“겸손이 사람을 만드는 거야. 하긴 뭐……. 너는 사람이 아니라 얼음이니까 상관없으려나?”
“으으으읍!”
그새 입까지 얼어붙은 아이슬라는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
그 와중에도 나오미와 아슈르, 미아의 공세는 계속 이어졌기 때문이다.
“우리가 갈 길이 바빠서 말이야. 수문장 노릇을 하느라 고생했으니, 최대한 빨리 보내 줄게.”
자레드가 아이슬라의 앞에서.
쿠콰콰콰콰!
데큐플 트랜센던스 아이스 블래스트를 캐스팅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7만의 마력을 소모하는 강력한 화력의 결정체.
자레드가 마법을 펼치는 그 순간부터.
만년설이 쏟아져 내리는 눈사태에 가까울 만큼 엄청난 눈 덩어리들이 일제히 아이슬라에게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단순한 눈보라가 아니라 거대한 재앙이었다.
“으아, 으아, 으아아!”
점점 몸 전체를 짓누르고 압박하는 얼음의 무게를 느끼며, 아이슬라가 얼어붙은 입을 기어이 벌리고 비명을 토해 냈다.
끔찍한 고통의 시작이었다.
마치 단단한 것에 압착(壓搾)이 되는 것처럼 몸의 압박감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커졌다.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다.
고통의 강도는 순식간에 아이슬라의 눈을 까뒤집게 만들 정도로 강력해졌고.
“와아아아악!”
온몸에 고통이 엄습했다.
얼음 그 자체나 다름없는 자신에게서는 단 한 번도 느껴 본 적 없는 찢기는 듯한 끔찍한 고통이었다.
“재롱 잔치 재밌게 봤다.”
“끄으으으!”
여유로운 말로 마지막 작별 인사를 건넨 뒤.
자레드가 아이슬라의 머리 위에 손을 얹고는 바로 윈드 웨이브 마법을 전개했다.
순간적으로 강력한 진동을 일으켜 충격파를 전달하는 바람 형태의 마법이었다.
다음 순간.
“……!”
아이슬라가 두 눈을 부릅뜨더니.
카칭! 치잉! 와장창창!
마치 유리잔이 깨지듯이 온몸이 산산조각이 나면서 흩어지기 시작했다.
오색영롱하게 얼음 조각들이 빛나면서 죽음을 아름답게 포장하는 듯한 화려한 최후였다.
[‘나스 대미궁 44층 공략자’의 칭호를 얻었습니다!] [레벨이 1 올랐습니다!]아이슬라의 죽음을 확실하게 알리는 시스템 메시지가 떴다.
그리고.
“설마……?”
[아이스 링(Ice Ring)]한눈에 보기에도 빙결 마법을 강화시켜 줄 것 같은 반지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동시에 제법 많은 마력을 머금고 있을 듯한 반지 아티팩트가 드롭 됐다.
[아이스 링(Ice Ring)] [분류 등급 : 5성] [옵션 1 : 마력 5,000 증가] [옵션 2 : 결빙 마법에 대한 판정을 Ex로 상향됩니다.]옵션 자체는 2개밖에 없지만, 그 옵션 내용이 너무 알찼다.
[결빙 계열 마법 : S]현재의 결빙 계열 마법의 판정은 S.
SS, SSS를 지나 Ex로 세 단계나 뛰어올랐다.
이제 진정한 의미의 ‘불과 얼음의 노래’를 펼칠 수 있게 된 것이다.
[불과 얼음의 노래] [특수 형태로 마법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화염, 결빙 계열의 마법에 한정해서 양손에 별개로 교차 시전이 가능합니다.단, 마력은 기존 소모 마력 값의 5배를 사용합니다.]
‘마법사에게 가장 필요한 두 가지 속성의 힘을 최대치로 완벽하게 다룰 수 있게 됐어.’
자레드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아직 마법의 정점인 9클래스에는 닿지 못했지만, 속성의 끝은 확실하게 보았기 때문이다.
에서 S등급 판정을 Ex등급 판정으로 올리기까지.
2년에 가까운 플레이 타임의 절반을 수련에만 썼던 플레이어가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오늘의 변화는 분명 시간을 엄청나게 단축시키는 급성장이었다.
한편, 동료들은 자레드가 미련 없이 아티팩트를 착용하는 것을 보고는.
그를 위한 아티팩트가 드롭 되었다고 생각해 아무도 욕심을 내지 않았고, 오히려 기뻐했다.
“역시 폐하의 혜안은…….”
짝짝짝.
라키스가 감탄하며 연신 박수를 쳤다.
사실 처음 아이슬라를 보았을 때만 해도, 도대체 저 얼음덩어리를 어떻게 깨야 할까 걱정이 되었다.
시험 삼아 검기를 수차례 전개했지만, 얼음에 작은 균열만 생겼을 뿐 본체는 멀쩡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끈질기게 얼리고 몸집을 불려 버리니, 스스로 안에서부터 무너지고 말았다.
“폐하와 함께 있으면 많은 상식이 무너져 버리죠.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은 느낌이랄까.”
클로이가 맞장구를 쳤다.
일전에 자레드와 나스 대미궁에 처음 왔을 때, 1층에서 10층까지 단숨에 내려간 방법도 그랬다.
어느 누구도 ‘정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완벽한 ‘비정상’이었다.
“신난다! 다음 층으로! 얼른 가요! 한 층, 한 층 오를 때마다 강해지는 것 같아서 정말 신나요!”
미아는 일찌감치 45층으로 향하도록 열린 차원문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들뜬 마음은 모두가 같았다.
자레드와 함께 있으면…… 그 어떤 위기도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것은 오랜 신뢰 관계에서 나오는 굳건한 믿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