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g Player RAW novel - Chapter 246
제 246화
80장. 꼼수와 버그의 힘 – 7화
“확실히 놈들이 끈질기기도 끈질기고, 무엇보다 조직적이야.”
나스 대미궁 50층 공략이 중반부에서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자레드는 연신 감탄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무조건 자레드 일행을 보기만 하면 ‘닥치고 돌격’을 했던 마수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그들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지형지물을 이용한 게릴라전을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사람의 그것처럼 매우 조직적인 저항이었다.
물론 광역 범위형 마법을 가진 자레드에게는 의미 없는 전술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일단 게릴라전의 낌새가 보이면, 마법으로 현장을 소탕하면서 지나가야 했기에.
평소보다 시간이 조금씩 더 지연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쿠웅! 쿠웅! 쿠웅!
게다가 시간 간격을 두고, 멀리서 날아오는 투석기 공격은 꽤 위력적이었다.
투석기를 통해 날리는 것은 분명 ‘돌’이었지만, 그것에 다수의 시체들이 엉겨 있었다.
이는 과거에 움브라 교단이 시체 따위를 우물에 던져 전염병 확산의 효과를 노렸듯이.
이것도 마찬가지였다.
잔뜩 오염되고 심하게 훼손된 시체를 던져, 상대로 하여금 사기를 떨어뜨리고 질병 유발의 효과를 냈다.
자레드 일행은 이와 같은 형태의 모든 공격을 남김없이 주목하고 인지했다.
성마 대전의 축소판이라는 자레드의 조언을 깊게 새겨듣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마왕, 마족, 마수와의 전쟁이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는 시점에서…… 이곳은 유일하게 체험 가능한 장소이기도 했다.
한편.
시끌벅적하게 벌어졌던 게릴라전이 한 차례 소강상태로 접어들기 시작할 무렵.
자레드는 플라이 마법을 이용해 전방 순회에 나서고 있었다.
타넥스는 전략적인 목적으로 아끼고 있었는데, 이는 보스 몬스터 공략에서 쓰기 위함이었다.
몬스터들의 수준이 올라감에 따라 화력이 높아진 탓에 타넥스도 자칫 잘못하면 파손당하기 좋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들 잘해 주고 있다.”
자레드가 상공에서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동료들을 보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낙오자는 당연히 없었고, 전투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도 전혀 없었다.
오히려 예상보다 110%, 아니 120% 이상을 해 줬다. 다들 전력 그 이상으로 싸우는 느낌이었다.
이들이 ‘마왕’을 상대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마족’이라면 해 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전력이 어느 정도 계산이 된다는 것. 그것만큼 기분이 좋은 일은 없었다.
바로 그때.
쿠구구구.
전방에서 느껴지는 공기의 울림과 살기에 자레드의 시선이 앞으로 향했다.
“아즈라사?”
아즈라사.
마족 중에서 익룡처럼 거대한 날개를 가진 마족들을 일컫는다.
별도의 체공, 비행 행위가 없이도 공중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닐 수 있는 존재다.
아즈라사는 지상에서 뚜벅이처럼 걸어 다니는 마족들보다 훨씬 까다로운 존재였다.
공중 기동이 가능하다는 점.
그것은 공격과 방어를 가리지 않고, 훨씬 폭넓은 옵션을 가지게 됨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어림잡아 서른.
적지는 않았다.
실제 마족은 아니기 때문에 개개인의 화력이 위력적이지는 않겠지만, 무시할 수준은 아니었다.
이들이 나오는 것을 보니, 아즈라사를 처치하고 나면 머지않아 보스 몬스터를 상대할 수 있을 듯했다.
슈아아아!
자레드가 지상으로 파이어볼 구체 하나를 날려, 확실한 신호를 보였다.
적이 발견되었으니, 바로 전투에 돌입할 준비태세를 갖추라는 신호다.
척! 처척! 척!
신호가 나타나기가 무섭게 1초도 되지 않아, 모두가 전투 준비를 마쳤다.
끼기기긱.
아슈르는 공중의 어딘가를 노리고, 일찌감치 활시위까지 당기는 모습이었다.
아울러 마이라, 라키스, 엘라, 레나로 대표되는 검사들은 훨씬 더 앞쪽에 자리를 잡았다.
“모두 준비되셨죠?”
이어지는 미아의 물음.
모두 고개를 끄덕이자, 그들의 발밑에서 순식간에 바람기둥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며.
그들의 몸이 일제히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
극한으로 바람의 기운을 다루는 미아만이 해낼 수 있는 공중 이동 전술이었다.
물론 이를 위해서 그녀의 전투 능력이 봉인되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기는 했지만.
공중전이 전혀 불가능한 네 검사가 마치 지상전을 수행하듯, 공중을 마구 휘저을 수 있다는 것은 오히려 큰 강점이었다.
‘데큐플 트랜센던스 디스-인티그레이트.’
조용히 후방으로 빠진 자레드가 바로 전방을 향해 최대치로 강화한 마법 하나를 조준했다.
디스-인티그레이트.
분해 마법이다.
물론 마법을 시전한다고 해서 즉시 상대가 분해되는 것은 아니고, 일종의 분해용 광선을 발사한다.
그 광선에 2초가량 노출이 되면, 상대의 체력에 맞게 분해 속도가 촉진된다.
데큐플 트랜센던스를 통해 최대로 강화시키면, 어지간한 마족도 2초면 사라질 일격이었다.
물론…… 이를 위해서 6만의 마력이 필요하다는 점이 단점이라면 단점.
즉, 난사할 수 없다는 얘기다.
우웅. 우웅. 우웅!
대기 시간이 좀 걸렸다.
닿는 모든 것을 분해해서 없애버리는 일격이기에 자연의 순리를 완전히 거스르는 것이었다.
그래서 캐스팅이 유독 긴 마법이기도 했고, 이를 인지한 동료들이 시간을 벌기 위해 움직였다.
솨악! 쇄액! 쉬이익!
미아의 보조로 공중에서 자유자재로 기동하기 시작한 검사들이 검기를 일제히 날렸다.
아직 검기가 살짝 불안정한 마이라만이 근접전을 노렸을 뿐, 나머지는 원거리에서도 충분히 아즈라사를 견제했다.
크에! 카아아악!
깡! 깡! 까아앙! 깡!
“제법이군!”
“이쯤은 되어야 할 법하죠!”
아즈라사의 맹공에 라키스는 감탄사를 터뜨렸고, 레나는 더욱 열의를 불태웠다.
엘라는 거칠게 공세를 취하는 듯하다가, 한 템포 쉬어 가며 역으로 아즈라사의 공격을 유도했다.
패턴을 학습하기 위함이었다.
50층을 공략하면서, 이곳이 작은 시험대라는 것을 꾸준히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단지 힘의 차이가 난다고 해서 ‘압살’하지 않고, 꼼꼼하게 상대의 움직임을 모두 살폈다.
나중에 눈에 익혀 둔 패턴들이 마수나 마족, 마왕의 움직임으로 구현된다면!
그만큼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나 요소에 대비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
샤아아아.
지상에서 한 줄기 빛처럼 솟구쳐 올라온 기운이 일제히 네 명의 검사를 감쌌다.
그 순간,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모두의 눈빛에서 푸른빛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헤이즈의 상급 치유술에 연계된 디바인 세븐 고유의 ‘각성술’ 효과 때문이었다.
이제는 자레드가 챙겨 주는 버프가 설령 공백이 생긴다 하더라도, 헤이즈를 통해 전투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무려 전투력 2배의 효과.
물론 그 대가로 헤이즈가 보유한 신성력을 일거에 절반이나 소모하긴 하지만, 엄청난 버프임은 틀림없었다.
한편.
“역시…….”
지상에서 만약을 위해 대기 상태로 있던 나오미와 이자벨의 시선은 자레드에게 향해 있었다.
자레드가 전방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후방으로 조용히 물러나 있는 경우는 단 하나뿐이다.
대단위 공격을 준비할 때.
그때가 아니라면, 늘 자레드의 포지션은 전방 중에서도 최전방이었다. 변치 않는 진리처럼.
“다음이 보스 방인 듯하네요.”
나오미가 지평선 끝자락에 보이는 거대한 원형의 돔을 가리키며 말했다.
처음부터 이질적인 공간의 연속이기는 했지만, 유독 그 느낌이 심한 구역이 보였다.
“단장님, 연계하죠. 아쿠아 스웜을 시전해 주시면, 거기에 마비형 주술을 덧붙일게요.”
“좋아요. 그렇게 가요.”
상황에 따른 유기적 판단은 자레드가 없어도 자유자재로 이루어졌다.
이번에는 이자벨과 나오미가 연계 공격의 가닥을 잡았다.
이런 식으로 마법과 주술을 하나로 모아, 적을 타격하는 방법도 꾸준히 연구가 되어 왔다.
처음에는 성질이 다른 두 공격이 쉽게 호환이 안 되었지만, 전투를 통해 계속 연습하다 보니 어느새 노하우가 생긴 것이다.
휘이익! 휘익! 휘이익!
이윽고 파공음을 내며 날아가는 화살의 뒤에 거대한 불꽃의 꼬리가 붙었다.
전력을 다해 활시위를 당기고 있는 아슈르가 만들어 내는 파괴적인 공격이었다.
분명 인원은 하나가 아닌 11명이지만, 공격의 흐름은 마치 한 사람의 것인 양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렀다.
빈틈은 없었고, 서른에 가까운 아즈라사들도 쉽게 그들의 방어를 뚫지 못했다.
크에! 크에! 크에에!
아즈라사의 공격이 상공의 4명에게 집중됐지만, 그들은 꿋꿋이 버텨 냈다.
“더 높이!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 찍찍이, 박쥐 새끼들아!”
특히 레나의 도발은 단연 일품이었다.
물이 오를 대로 오른 그녀의 도발 능력은 반경 30m 내에 있는 모든 몬스터를 남김없이 끌어당길 정도로 강력했다.
보스 몬스터도 그녀의 도발 연계에 마치 늪에 빠진 것처럼 헤어 나오지 못하는 판국인데.
그 하위 호환에 해당하는 아즈라사들이 그 도발을 버텨 낼 리 없었다.
사각! 서걱! 서거걱!
“이쯤으론 어림도 없어!”
도발에 어쩔 수 없이 말려든 아즈라스의 총공격에 레나가 순식간에 세 부위에 상처를 입었다.
어깨, 뺨, 그리고 가슴 언저리.
하지만 레나는 조금도 주눅 들지 않았다.
어차피 치유에 관해서는 믿을 수 있는 헤이즈가 지상에 있으니까.
‘다들 고생 많았다.’
그때.
캐스팅을 끝낸 자레드가 조용히 앞으로 양손을 뻗은 다음, 정신을 전방에 집중했다.
‘목표물을 저격한다.’
그리고 데큐플 트랜센던스 디스-인티그레이트의 예상되는 경로에 아즈라사 전체를 담았다.
레나가 ‘예쁘게’ 줄을 세워 준 덕분에 한 놈도 남김없이 타격 범위에 들어갔다. 100점 만점이었다.
다음 순간.
위잉!
자레드의 손끝을 중심으로 공간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파아앗!
모두가 꾸준히 연습해 왔던 연계 그대로, 빠르게 전장을 이탈했다.
키익……?
갑자기 잘 싸우던 적들이 양옆으로 흩어지자, 영문을 알지 못한 아즈라사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후방에 있는 자레드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그들은 아직 도발이 풀리지 않은 채로, 레나만 열심히 쫓을 뿐이었다.
그다음.
쿠과과과과!
자레드의 손끝에서 방출된 거대한 분해의 기운이 그대로 일직선으로 뻗어져 나갔다.
찰나의 순간, 벌어진 일이었다.
멀리서 다가오는 하나의 점처럼 보였던 하얀 기운은 순식간에 서른 마리의 아즈라사 전체를 감쌌다.
“하압!”
쿠웅!
그 상태로 레나는 자신을 부지런히 쫓던 적을 방패를 이용해 쭉 밀어 냈다.
방패의 네 배에서 다섯 배 정도 되는 길이와 넓이로 방어 역장을 활성화한 뒤, 이를 압박 삼아 밀어 내는 전술을 취한 것이다.
덕분에 이탈할 뻔했던 네 마리가량의 아즈라사도 모두 디스-인티그레이트의 품 안에 들어왔다.
다음 순간.
켁? 케엑?
몸을 휘감은 백색의 기운에 이질감을 느낀 아즈라사의 표정이 어두워지는 순간.
꾸득. 꾸득. 꾸드드득.
그들의 전신에서 굵직한 균열이 맹렬히 일어나기 시작하더니.
카칭! 파스스슷!
쨍그랑……!
바닥에 떨어진 유리잔처럼, 아즈라사 전원이 동시에 산산이 분해되어 흩어졌다.
전멸(全滅).
맛보기 ‘마족’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