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g Player RAW novel - Chapter 250
제 250화
81장. 창궐(猖獗) – 2화
[자레드 – Lv. 699] [근력 : 1,002][체력 : 998] [마력 : 182,319] [지혜 : 3,235] [민첩 : 701][매력 : 699] [물방 : 3,211][마방 : 6,408] [신성력 : 1,550] [잔여 스탯 : 0]‘레벨 700이 이제 코앞이네.’
레벨의 약진이 컸다.
대미궁 50층까지 꼼꼼하게 공략하며 오른 레벨도 있었지만, 가호로 오른 레벨도 제법 됐다.
신이 내린 가호 중에는 경험치를 제공하는 가호가 생각보다 많았던 것이다.
레벨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경험치 총량을 주는 개념이라 그런지 레벨이 꽤 올랐다.
가정이지만 레벨 1인 상태에서 이 가호들을 쭉 얻었더라면, 레벨은 350 가까이 올랐을 것이다.
‘심안 능력 개방의 정체가 좀 아쉽기는 하네. 초반에 너무 운이 좋았나?’
[심안 업그레이드] [심안 : 셉튜플(Septuple)]심안의 업그레이드는 셉튜플에서 멈춰 있었다.
사실 쓸 만한 심안의 옵션들은 일찌감치 얻기는 했던 상태라, 큰 아쉬움은 없었다.
그나마 욕심이 나는 옵션이 한두 개 정도 있긴 했는데, 없다고 해서 전투에 영향을 주고 그럴 수준은 아니었다.
‘마력 18만……. 실화냐?’
가장 놀라운 점은 내가 보유하게 된 마력의 총량이었다.
일전에 베르하드를 심안으로 스캔했을 때도 느낀 것이지만, 내가 가진 마력의 양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인간을 기준으로 본다면, 이미 최고점을 아득히 뛰어넘은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카젤라의 상태도 확인을 해 보기는 해야겠지만.
어쨌든 일반 마법은 아마 내가 죽을 때까지도 영원히 난사할 수 있을 것이다.
소모되는 마력보다 회복되는 마력이 훨씬 더 많을 테니까.
다만 초월 마법에 대해서는 여전히 아쉬운 점이 있기는 하다.
데큐플 트랜센던스를 기준으로 9클래스 마법을 두 번만 써도 모두 고갈되긴 하니까.
그래도 라디우스의 가호와 아마라의 정수 덕분에 마력이 도합 8만 가까이 올랐다.
엄청난 성장이다.
아마 마력의 총량만 따지면!
나스 대륙에 있는 모든 8클래스 마법사 이상의 마력을 다 합쳐도 내게는 안 될 것이다.
‘사람 욕심이 이래서 끝이 없다는 건가?’
나는 남몰래 피식 웃었다.
아마 마력이 100만이 돼도,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는 것은 똑같을 것이다.
원래 힘을 가진 자가 더 많은 힘을 탐내고, 권력을 움켜쥔 자가 더 많은 권력을 욕심내는 것은.
불변의 진리와 같은 것이니까.
물리 방어력도 3천을 넘겼다.
이 정도면 몬스터로 비유하자면 일반 트롤이 아니라 트롤 킹 정도의 내구성은 담보된다.
물론 아마라와 같은 녀석에게 일격을 당한 것은 강력한 놈에게 근거리에서 당했기 때문이지만.
지금의 물리 방어력이면 사실상 일반 병사는 나를 죽일 수 없다.
내 앞에서 검과 창을 휘두르고 화살을 쏘아 대도, 피부에 작은 생채기만 내고 말 것이다.
말도 안 되는 그런 변화가 어떻게 가능하냐고?
이것이 바로 내가 그간 부단히 버그와 꼼수를 통해 아티팩트를 수집하고, 신의 가호를 챙겨 왔던.
노력과 집념의 이유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고, 상식을…… 비상식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마방도 딱 6400을 넘겼어.’
이제 6클래스의 마법까지 99% 이상 면역이다.
마법사단에 소속된 마법사라고 해도, 7클래스 이상의 하이클래스가 아니면 내 상대가 안 된다.
우리 제국의 마법사단 단장인 나오미 정도는 되어야 나를 어찌 도모해 볼 생각이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나오미라고 해도, 내게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은 7클래스 마법밖에 없다.
그 미만의 마법들은 모조리 내 방어에 막힐 테니까.
마법사로서 상대를 공략할 수 있는 선택지와 레퍼토리가 현저하게 줄어든다는 것. 그것만큼 세상에서 답답한 것도 없다.
“나…… 정말 많이 성장했구나.”
감개무량했다.
현생에서 눈을 떴을 때, 처음으로 확인했던 상태창에 대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기 때문이다.
[자레드 – Lv. 1] [근력 : 5][체력 : 5] [마력 : 75][지혜 : 15] [민첩 : 5][매력 : 0] [물방 : 5][마방 : 5]이것을 어찌 잊겠는가.
게다가 줄줄이 사탕처럼 초고도 비만에 대한 경고도 달려 있었다.
기대 수명이 20년이나 줄었다고 시스템이 엄포를 놓았었지.
“모두들 성장했어.”
나는 아직 시간의 정지가 적용되어 제자리에 멈춰 있는 동료들을 하나씩 심안으로 살폈다.
일일이 스탯창을 상세하게 살피지 않아도 충분히 성장을 실감할 수 있을 만큼 변화가 컸다.
이대로라면 나중에 다시 나스 대미궁에 와서 100층까지 공략에 성공할 경우.
이변이 없는 한, 모두 900레벨을 넘길 수 있을 듯했다. 물론 아무도 다치지 않고, 낙오자도 없어야 한다는 가정이 붙기는 하지만.
한데 바로 그때.
[특수 퀘스트 ‘진정한 종막을 향해’가 활성화됩니다. 해당 퀘스트를 모두 완료해야 9클래스의 마법사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특수 퀘스트 : 진정한 종막을 향해 1/2 – 첫 번째] [보상 : 9클래스 달성] [안젤루스 링의 효과로 첫 번째 퀘스트가 자동 완료되었습니다.] [두 번째 퀘스트가 이어서 연속적으로 발동됩니다.] [데스먼드 제국의 흑마법사이자 마탑의 탑주인 이카젤라를 제거하십시오.]최종 퀘스트가 활성화됐다.
이름 그대로 진정한 끝을 향한 마지막 퀘스트였다.
“모든 것이 명확해지는구나.”
아직 인간계에 강림하지 않은 마왕을 제외하면, 이제 내게 남은 적은 하나뿐이다.
이카젤라.
린크스나가 이끌던 움브라 교단과의 인연으로 시작된 암흑 교단과의 접점. 기어이 드러난 흑막.
드디어 녀석의 심장에 비수를 꽂을 때가 왔다.
‘단 한 번도 쉬운 전투는 없었지만…… 이번만큼은 확실히 더 힘들겠군.’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상대는 9클래스의 흑마법사. 나는 8클래스의 백마법사다.
물론 이를 상쇄할 많은 선택지를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이카젤라가 9클래스라는 점은 부담이다.
왜냐하면 일대일은 차치하더라도, 광역 마법으로 다수의 인원을 희생시킬 수 있는 위력이 있어서다.
방심하면 이카젤라는 언제든 거침없이 끔찍한 재앙을 현실에 소환할 것이다. 그만큼 악독한 놈이니까.
“…….”
나는 마지막으로 미궁 51층으로 향하는 차원문을 눈에 담았다.
다음번에 다시 미궁에 온다면, 그때는 이유 불문 100층을 목표로 하고 오게 될 것이다.
아울러 성마 대전을 대비할 모든 준비가 끝나 있을 것이다.
즉, 이카젤라와 데스먼드 제국을 무너뜨리지 않고는…… 당분간 미궁에 안 올 것이라는 얘기다.
“그럼 이제 슬슬 제국으로 돌아가 볼까. 다시 치열한 전장 속으로 돌아갈 때가 됐어.”
해제 버튼을 눌렀다.
각자 전리품으로 분배한 아티팩트의 상태를 살피고, 되돌아갈 시간이다.
* * *
그 시각, 데스먼드 제국.
“인신 공양은?”
“진행 중입니다. 우선은 베도레스 마을에서 잡아 온 주민을 모두 제단에 던져 넣을 예정입니다.”
“싱싱하게 잘 유지했겠지?”
“물론입니다. 제단의 중앙에 던져지는 그 순간까지 자신들이 죽는 것조차 모를 겁니다.”
다른 사람이 듣는다면, 경악을 넘어서서 충격까지 받을 수 있을 대화가 오가고 있었다.
바로 마탑주 이카젤라와 수하가 나누고 있는 대화였다.
“계속 외곽의 마을에서 쓸 만한 제물들을 수집해 오도록 해라. 마탑의 전력은 얼마든지 사용해도 좋으니, 신속하게 집행하도록.”
“예, 마탑주님.”
“가 봐도 좋다.”
“예엣.”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수하는 바로 제국 외곽으로 연결되어 있는 마법진으로 향했다.
마법진 앞에는 평소와 달리, 백색 로브와 환한 미소로 무장한 카코 교단의 단원들이 서 있었다.
그들은 오로지 인신 공양의 제물이 될 주민들을 데려오기 위해서 구성된 가짜 조직이었다.
대외적으로는 주신의 축복을 기원하는 의식에 참여하여, 기도의 힘을 모은다는 이유가 있었다.
즉, 신실한 믿음으로 데스먼드 제국의 주신을 믿어 온 사람들을 끌어들인 것이다.
하지만 최종 목표는 제단의 중앙에 위치한 ‘레크나트의 화염’에 그들을 밀어 넣는 것이었다.
마왕 레크나트의 현신을 앞당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레크나트의 불.’
이카젤라는 이제 본격적으로 움직일 생각이었다.
마냥 암흑 제단의 힘만 모으는 것으로는 급성장하는 크리비아 제국을 더 이상 견제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다간 레크나트가 현신을 하기도 전에 암흑 교단과 마도국의 기반이 와장창 무너질 판이었다.
이는 오매불망 레크나트의 현신만 기다려 온 이카젤라에게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결과물이었다.
“…….”
부하가 사라진 뒤.
이카젤라는 지하 제단의 상층부에 위치해 있는 암흑 원석의 앞에 자리를 잡고 섰다.
이곳은 마탑주인 이카젤라와 황제 디그론 7세를 제외하면, 어느 누구도 함부로 출입할 수 없는 공간이기도 했다.
“잘 모이고 있군.”
이카젤라가 흡족한 표정으로 암흑 원석에 손을 가져다 댔다.
사실 암흑 원석은 그 누구도 건드려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정확히는 건드리는 순간, 인간이라면 암흑 원석에 힘에 빨려 죽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것은 디그론 7세도 철석같이 믿고 있기에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원석을 건드린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카젤라는 그런 경고가 무색하게 원석에 손을 갖다 댔고, 그의 힘이 빨리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하아아…….”
원석 속에 담긴 암흑의 힘이 빠르게 손을 타고, 이카젤라의 몸으로 흘러들어 왔다.
그것은 불순한 기운이 전혀 없는 순도 100% 암흑의 기였다.
흡수하는 동안.
이카젤라의 마나 로드는 더욱 깊고 견고해졌으며, 아울러 어둠의 힘도 대폭 늘었다.
‘충직한 신하를 연기하는 것도 이제는 좀 질리는군. 무엇보다 황제 놈이 너무 소극적이고.’
이카젤라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지금 그가 암흑 원석에서 힘을 흡수하는 것은 황제나 다른 흑마법사가 알려 준 것이 아니었다.
이는 꿈이라는 수단을 통해 마왕 레크나트가 자신에게 직접 전달한 지식이었다.
그때, 레크나트는 꿈을 빌려 이카젤라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내가 아끼는 충직한 종은 오로지 너뿐이다. 할 수 있다면, 곁에 있는 모든 것을 이용해라. 그들을 얼마든지 희생해도 좋다.’
레크나트의 말은 암묵적으로 디그론 7세를 희생해도 상관없음을 내포하고 있었다.
사실상의 면죄부였다.
동시에 이카젤라에 대한 깊은 신뢰를 표현한 것이기도 했다.
“상황이 내게 불리해지거나, 혹은 꼬이게 된다면…….”
이카젤라의 머릿속에 디그론 7세와 나탈리의 얼굴이 떠올랐다.
황제와 그가 사랑하는 딸.
언제든 희생시킬 수 있는 존재로, 이용 가치가 큰 제물들이었다.
“일단…… 아직은 아냐. 디그론과 나탈리는 최후 수단으로 두고, 두 번째 계획을 시행해야겠군.”
이카젤라의 시선이 제단 북쪽, 저 멀리 크리비아 제국이 있을 법한 위치로 향했다.
그레이 엘프의 심장부를 노렸던 ‘첫 번째 계획’에 이어, 이번에는 크리비아 제국을 노릴!
‘두 번째 계획’의 서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