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g Player RAW novel - Chapter 290
제 290화
92장. 압도적인 힘으로! – 1화
[마족 사냥꾼] [서열 1위 마왕을 제외한, 서열 100위 내의 마족을 제거할 때마다 해당 포인트를 수집합니다.] [마족 사냥꾼의 수치가 1씩 오를 때마다 당사자는 제1 스탯인 마력이 200 오릅니다. 사제지간 시스템으로 연결된 제자들에게는 모두 올스탯 5가 주어집니다.] [현재 마족 사냥꾼 : 01 / 99]“이제…… 이 스탯을 본격적으로 모을 때가 왔네.”
나는 상태창에 띄운 마족 사냥꾼 칭호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있었다.
레크나트를 제외한 모든 마족을 처치한다면, 내 입장에서는 마력이 19,800이 오른다.
결코 적지 않은 스탯이다.
게다가 사제지간 시스템으로 연결된 모든 제자들은 99스탯 기준, 495의 올스탯이 오르게 된다.
이 정도면 현재 스탯에서 최소 30% 이상의 상승을 경험하게 되는 셈이다.
‘스탯 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최하급 마족부터 노리는 게 좋겠지.’
서열 2위의 마족을 죽이건, 서열 99위의 마족을 죽이건 결과 값은 똑같다.
나는 계속해서 전략을 점검하고 있었다.
마왕군의 현신까지 남은 시간은 정확히 12시간이고, 현재 시간은 정오.
즉, 돌아오는 자정이 되면 드디어 성마 대전이 시작된다.
나스 대륙으로 통칭되는 중간계 전체의 명운이 걸린 대규모 전쟁인 것이다.
모든 국가가 참여했고, 모든 종족이 참여했다.
전략적으로 중립을 선언한 일부 이종족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생사고락을 함께하기로 했다.
앞서 용마 대전에서 이종족은 마왕군에게 학살을 당한 과거가 있었다.
때문에 우리보다 원한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다.
“이자벨, 황도를 잘 부탁해.”
“물론입니다. 드레자 주술단의 명예를 걸고, 황도를 목숨 걸고 사수하겠습니다.”
나는 옆에 조용히 서서, 마왕군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을 응시하고 있는 이자벨을 봤다.
9성의 주술사.
그녀는 주술의 정점이자, 그 극의에 도달한 존재였다.
과거에 나와 짓궂은 농담을 주고받던 그녀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지만, 대신 든든하고 믿음직한 신하로 내 곁에 남았다.
“고마워. 처음부터 끝까지 나와 함께해 줘서.”
“훗, 아직도 부활의 계약은 유용하니까요. 평생을 충성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죠.”
최근 들어 웃는 모습을 거의 볼 수 없었던 이자벨이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델루크를 죽이고, 새 육신을 얻었던 그 당시에 맺은 계약을 말하는 것이다.
그녀의 말대로 이자벨의 생살여탈권은 여전히 내가 쥐고 있다.
이 독소 조항을 삭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나 그간 찾아봤는데, 아직까진 없었다.
“나는 대륙 전역에서 전달되는 소식을 토대로, 마족이 나타난 지점부터 특정해서 섬멸할 거야.”
“폐하는 그렇게 하시는 게 맞습니다. 나머지 전선에 대해서는 그들에게 맡기십시오. 오늘만을 기다리며 훈련을 해 온 자들이니까요.”
“그게 맞겠지?”
“정답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항상 정답에 가까운 결론을 내시는 것은 폐하셨습니다.”
“그 말이 힘이 되네.”
“듣기 좋은 빈말은 잘 못합니다. 진심입니다.”
이자벨이 그렇게 말을 해 주니, 한결 어깨가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성마 대전에서의 희생은 불가피하다. 전혀 피를 흘리지 않고 이길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선택과 집중.
이것이 내가 꺼낸 전략이었다.
하나의 마족은 수백, 수천의 마수들보다 더 강력한 파괴력을 가진다.
나는 적의 ‘수’보다 ‘질’을 떨어뜨릴 생각이었다.
그래야만 했다.
일대일로 비교했을 때, 절대 열세를 면할 수 없는 일반 군대를 생각한다면…… 반드시.
“다들 들리나?”
통신석을 통해 멘트를 보냈다.
천문학적 금액의 개발비가 들기는 했지만, 지속적으로 사용 가능하면서 모든 통신석에 발신이 가능한 마스터 스톤(Master Stone)이었다.
이 통신석을 이용하면 대륙 각지의 제국군 부대에 할당된 모든 통신석에 연락을 넣을 수 있다.
그리고 동시다발적으로 전해지는 메시지를 수신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것은 나와 사비오, 모이즐이 3개월을 고생해서 만들어 낸 마도 공학의 정수이자 ‘역작’이었다.
실시간으로 연락이 가능한 수단을 기어이 개발한 것이다.
그것은 마족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을 원하는 내게 날개를 달아 준 격이었다.
-예, 폐하. 잘 들립니다.
-북부 제58 전선. 이상 무.
여기저기서 보고가 들렸다.
과도한 혼선을 막기 위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곳에만 발신할 수 있도록 장치를 해 뒀는데.
딱 그곳에서만 연락이 왔다.
“모두들 든든히 챙겨 먹고 남은 시간은 푹 쉬도록. 자정이 지나면, 그때부터는 눈코 뜰 새 없는 시간이 될 것이다.”
-존명.
-크리비아를 위하여!
간결하면서도 투지로 가득 찬 지휘관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들 크고 작은 두려움들을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주변의 사람들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수많은 인연, 목숨들이 내일부터 벌어질 전쟁에 달려 있다.
눈물과 슬픔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의무가 내게는 있었다.
자레드로 환생한 시점부터 내게 숙명처럼 부여된 미래이기도 했고.
“마족이 나타나면, 가리지 말고 짐에게 연락하라. 최대한 서둘러 그곳으로 갈 것이다.”
-예, 폐하!
“고맙다, 모두들.”
그렇게 당부의 말을 남기고.
나는 마지막으로 주요 전선이 될 지역의 순회에 나섰다.
전투에 앞서.
마지막으로 그들의 공을 치하하고 격려할 생각이었다.
결전의 시간은…… 이제 12시간도 채 남지 않았다.
* * *
1419년 3월 3일, 오후 11시.
성마 대전 발발 1시간 전.
거대한 차원의 공동에 자리 잡은 마왕군들의 시선은 일제히 공중의 어딘가로 향해 있었다.
그들이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지켜보고 있는 존재는 바로 마왕군의 총사령관이자 리더이며, 전지전능한 자로 불리는 존재.
바로 마왕 레크나트였다.
아직 회복이 불완전한 레크나트는 직접 공동에 모습을 드러내지는 못했지만, 자신의 모습을 투영할 수는 있었다.
이제 곧 인간이 머무는 중간계에 다다르기 직전이었고, 레크나트는 최종 연설을 하고 있었다.
-모든 마왕군은 들어라.
척! 처척! 척!
레크나트의 말이 들리기가 무섭게 모든 대오가 일제히 예를 갖췄다.
저마다 특색 있는 무기와 오라를 뿜어내고 있는 마족들은 오랫동안 누릴 수 없었던 살육의 쾌감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중에는 참을 수 없는 기대감에 온몸을 부르르 떠는 마족도 꽤 있었다.
-우리는 과거 인간계를 지키던 드래곤에게 아쉽게 패한 역사가 있다. 치욕의 역사이기도 하지.
“우우우우!”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드디어 우리에게 복수의 시간이 도래했다. 우리는 전보다 더 강해졌고, 진보했으며, 막강해졌다. 느끼느냐?
“와아아아!”
대다수의 마수들은 언어를 구사할 수 없기에 짐승 같은 목소리로 대답을 대신했다.
-나는 오래전부터 인간의 빈틈을 찾았고, 놈들의 간악한 심성에 불을 지폈다. 그 결과, 놈들은 우리가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와르르 무너졌다.
적절한 ‘거짓말’까지.
레크나트의 말은 거침이 없었다.
-너희들에게는 내가 있고, 마왕군을 대표할 99좌가 있으며, 신의 가호가 있다. 그럴진대 무엇이 두렵겠느냐?
“와아! 와아아! 와아아!”
-죽여라! 베어라! 너희들이 가는 모든 곳에 살아 숨 쉬는 인간과 이종족들을 모두 제거해라.
모든 살육과 약탈, 겁탈을 허가한다. 중간계의 모든 놈들에게 지옥을 보여 주어라.
“키헤에에에! 우에에에에!”
게걸스럽게 침을 흘리는 마수들의 환호성이 이어졌다.
마족들 역시 레크나트를 향해 저마다 충심이 담긴 결의의 제스처를 취하며, 투지를 다졌다.
-진군 준비.
레크나트가 짧게 말을 끊었다.
그러자 마족과 마수들이 공동과 연결된 수많은 차원문의 앞에 자리를 잡고 섰다.
수를 세는 것이 불가능하게 느껴질 정도로 차원문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모두가 과거 용마 대전에서 마왕군이 ‘워프 포인트’로 이용했던 곳과 연결된 차원문이었다.
“크르르! 크르르!”
피와 인육에 굶주린 마수들이 저마다 걸쭉한 침과 함께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냈다.
그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지금 이대로라면 눈에 보이는 그 어떤 인간과 무기라도 씹어 먹을 듯한 기세였다.
-이제 우리의 시대가 시작된다.
자신감으로 가득 찬 레크나트의 목소리가 마왕군 전체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었다.
과거의 실패를 교훈 삼아, 많은 것을 보완하여 다시 나타난 마왕군.
그들은 승리를 자신했다.
* * *
1419년 3월 4일, 0시.
우웅! 우웅! 우웅!
창공의 어딘가에서 보랏빛 빛줄기와 함께 시작된 섬광이 지면으로 빗발쳤다.
“차원문 연결! 차원문 연결!”
“모두 전투 준비! 마왕군의 상륙이 임박했다!”
“신이시여, 저희를 굽어 살피소서. 목숨이 다하는 순간까지 싸우겠나이다.”
전선에 긴장감이 고조됐다.
각자 맡은 바 위치를 사수하기 위해 자리에 모였고, 소환 지점을 겨냥한 방어 시설의 방아쇠를 당길 준비 태세에 들어갔다.
1년을 훌쩍 넘는 시간을 상당한 국력을 투자하여 만든 방어 시스템들.
그것은 모두의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로 위력적이며 가공할 만한 것이었다.
같은 시각.
“아아아!”
“드디어…… 하늘이시여…….”
대피소에 피신한 백성들은 내부에 연동된 영상 장치를 통해 바깥을 살필 수 있었다.
자레드가 개발했던 영상 장치가 마치 CCTV의 역할을 하듯, 실황을 보여 줬기 때문이다.
얼마 전, 자레드가 제작 레벨을 부단히 올린 끝에 만들어 낸 신문물이었다.
어쨌든 이를 통해 백성들은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외부를 살필 수 있었다.
대피소 밖의 광경은 가히 지옥의 현신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하늘에서는 쉴 새 없이 화구(火球)가 쏟아져 내렸고, 지면에 거대한 구덩이를 만들어 냈으며.
차원 왜곡이 일어난 자리에서는 차원문이 바로 생겨나며, 그 틈을 비집고 마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크오오오! 우오오오!
마수들의 모습은 하나같이 징그럽기 그지없었다.
이족 또는 사족 보행을 하는 거대한 벌레. 딱 이 표현이 어울리는 외형이었다.
바로 그때.
“하하하! 여기가 인간들의 세계인가? 으음! 겁쟁이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군.”
“저게 마족…….”
누가 봐도 한눈에 마족임을 알아볼 수 있는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인간들의 언어를 습득한 것인지 아니면 염(念)을 공유할 수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마족의 말은 영상을 지켜보는 백성들의 귀에도 또렷이 들렸고, 그래서 더 공포심을 불러일으켰다.
“이길 수 있을까요?”
“세상을 멸망시킬 수 있는 존재라고 불리는 마족이거늘…….”
두려움은 전염병처럼 백성들의 사이에서 번져 나갔다.
싸울 수 있는 젊은이들은 모두 전장으로 향했고, 그런 탓에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노인과 어린이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신화 속, 전설 속의 마물을 보는 듯한 마족의 모습에 잔뜩 주눅 들어 있었다.
한데 바로 그때.
쉬이이이익! 퍼어엉!
일순간 굉음이 들리더니, 화면 전체를 섬광이 가득 메웠다.
그리고 다음 순간!
퉁! 투퉁! 퉁!
방금까지 허리춤에 손을 얹어 가며 위풍당당하게 등장 멘트를 외치던 마족의 머리 하나가 정확히 화면의 가운데에서 잡혔다.
그리고.
“아, XX. 더럽게 말 많네. 한주먹 거리도 안 되는 XX가.”
백성들은 들을 수 있었다.
화면 앞에 잔뜩 묻은 먼지를 털어 내며, 발끝으로 마족의 머리를 축구공처럼 툭툭 차고 있는 자레드의 모습을!
개전과 동시에 마족 하나가 바로 목숨을 잃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