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g Player RAW novel - Chapter 293
제 293화
92장. 압도적인 힘으로! – 4화
‘이럴 수가 있나?’
한 인간 마법사와 조우했고, 주로프는 이 녀석이 한주먹 거리도 안 되는 나약한 마법사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첫 교전에서 상대 마법사에게 느낀 감상은 ‘애송이’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제법 현란한 마법이 자신을 열심히 두드리긴 했지만, 실속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주로프는 뭔가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감을 직감했다.
분명 주로프 자신도 상대 마법사를 향해 맹공을 퍼붓고 있음에도, 그에게 아무런 변화가 없었던 것이다.
마치 팔씨름을 할 때.
상대가 이기려 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지지도 않도록 정확하게 중심점을 잡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초반의 전투에 비해 화력이 벌써…… 10배까지 올라갔다. 이 인간에게 한계는 없는 것인가?’
주로프의 이마에는 어느새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이유를 알 수 없는 소름이 끼쳤다.
정확히 열 배.
탐색전에서 얕봤던 마법사, 자레드의 마법 화력은 계속 상승 곡선을 그리며 올라갔다.
자레드와 유사한 암흑 기 마법을 사용하는 주로프는 몇 차례 위력적인 일격을 노렸지만.
모두 무위로 돌아갔다.
자신을 에워싸듯 펼쳐져 있는 수백 개의 차원문 때문에 도저히 정신을 집중할 수가 없었다.
마치 미로처럼 펼쳐진 차원문은 그 안에 들어간 마법을 한참 동안 회전시키다가 한참 후에 등 뒤에서 나타나게 만들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꾸준한 변수가 생기고 있는 데다가 자레드가 트랜센던스의 수치를 높이자.
주로프도 어느 순간부터는 상황이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자각하게 된 것이다.
바로 그때.
“데큐플 트랜센던스, 디멘션 브레이크.”
자레드가 노림수를 던졌다.
차원 왜곡 마법 디멘션 브레이크. 순간적으로 공간을 비트는 마법으로 고난도의 마법이었다.
이 마법의 약점은 눈에 띄는 이펙트가 있어, 조금만 집중해도 쉽게 피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보통 난전 중에 집중이 흐트러진 타깃을 상대로 쓰는 경우가 많았다.
자레드는 주로프가 유독 디멘션 도어의 향연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는 점을 캐치했다.
생전 처음 보는 형태의 공격 레퍼토리라서 상당히 긴장한 듯했고, 그 빈틈을 노린 것이다.
스끄그극!
이윽고 공간이 왜곡되며, 걸레를 쥐어짜듯이 평범했던 공간이 완전히 뒤틀렸다.
다음 순간.
서걱!
“끄아아아악!”
주로프는 자신의 양쪽 발목 아래가 순식간에 절단되어, 지상으로 낙하하는 것을 보았다.
“키익! 키익!”
우적우적! 우적! 쩝쩝!
그것이 자신들을 통솔하는 리더의 살점인지도 모르는 마수는 좋다고 씹고 삼켜 댔다.
“주로프, 이제 그 파닥거리는 날개만 사라지면, 세상 살기가 참 불편해지겠군?”
“어떻게 인간 마법사 주제에 이런 다양하고 화려한 공격을……?”
“큭.”
자레드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인간 마법사 ‘주제’라니.
이 자신감의 근원은 도대체 뭘까?
과거에 용마 대전에서 패한 전력이 있다면, 드래곤의 용언 마법이 얼마나 위력적인지는 잘 알 터.
자레드는 단언컨대 지금의 자신을 구성하고 있는 일반 마법과 초월 마법은 용언 마법을 충분히 뛰어넘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클래스가 따로 존재하지만 않을 뿐이지, 최대치로 끌어올린 초월 마법의 파괴력은 9클래스의 수준도 능가하기 때문이다.
“레크나트 정도 되는 놈이 자신만만하면 어느 정도 이해라도 하겠어. 하지만 너는 그래 봤자 겨우 30위권의 마족일 뿐이잖아?”
“마족일 뿐이라고?”
“그래. 네가 인간 마법사 주제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내 눈에는 서열 31위 주제에 나대는 것으로밖에는 안 보이거든.”
“크윽…….”
차원의 왜곡에 예리하게 베여 버린 주로프의 양 발목에서는 계속해서 피가 철철 쏟아지고 있었다.
“덤벼라. 아직 네 힘을 다 개방한 것도 아닌데, 연기한답시고 엄살 피우지 말고.”
자레드는 주로프의 힘을 어느 정도 예측하고 있었다.
방금 주로프가 당한 일격은 그가 힘이 없어서가 아니라, 집중력이 흐트러진 상태에서 당한 것이다.
앞서 죽어 나갔던 자칸 같은 최하급 마족이야 압살이 가능하지만, 주로프는 그래도 31위다.
이 정도 되는 녀석이 발목 두 개 잘려 나갔다고 곧바로 죽어 나간다면, 애초에 성마 대전을 걱정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때.
꾸욱.
조용히 허리 뒤쪽으로 오른손을 돌린 자레드가 검지와 중지를 쫙 펼쳐 약속된 시그널을 자신을 지켜보고 있던 한 사람에게 보냈다.
‘네, 알겠어요. 폐하.’
바로 헤이즈였다.
자레드는 이제 모든 힘을 개방할 것으로 보이는 주로프를 상대로 전력을 다해 정면승부를 할 생각이었다.
이 전투에 자레드가 심어 놓은 변수는 자레드 자신도, 주로프도 아닌 바로 헤이즈였다.
샤아아아.
전장을 이탈하여 풀숲 어딘가에서 조용히 자레드를 지켜보고 있던 헤이즈가 치유술과 각성술을 전개할 준비를 마쳤다.
약속된 연계 플레이.
환상의 짝꿍과도 같은 자레드와 헤이즈의 멋진 하모니가 펼쳐질 시점이 왔다.
* * *
전투가 격화되고, 난타전 양상으로 변해 가면서 주로프는 자신의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일반적인 상식으로 생각한다면, 인간 마법사인 자레드는 근거리에서의 난타전을 꺼려야 했다.
하지만 주로프의 예상과 달리, 자레드는 초단거리에서 마법을 아낌없이 퍼부었다.
마치 자신의 몸 따위야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는 듯이 말이다.
상식을 깨부수고, 비정상을 정상인 것처럼 만들어 버린 자레드의 공격 패턴에 주로프는 고전했다.
애초에 마법이라는 것이 거리가 멀수록 대응할 시간이 충분해지는 약점이 확실한 수단인데.
오히려 거리가 좁혀지니 당연히 그 부분이 엄청난 장점이 되었던 것이다.
주로프와 자레드는 서로 수많은 마법을 주고받으며 상처를 입었고, 그 상처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문제는.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 누군가가 저 녀석을…… 크윽.’
자레드가 누군가에 의해 계속해서 몸 전체를 빠르게 치유 받고 있다는 점이었다.
단순한 힐 마법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 상처가 나는 즉시 그 상처를 바로 메워 버리는 엄청난 수준이었다.
어느 정도였냐 하면, 주로프의 공격에 의해 자레드의 어깨 쪽 살점이 한 움큼 떨어져 나갔는데.
그 순간, 바로 치유가 이루어져 단 1초 만에 상처의 흔적조차 남지 않게 되었을 정도였다.
주로프는 몇 차례나 치유 능력을 가진 제3의 존재를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하지만 끈질기게 앞을 가로막는 자레드의 공세로 인해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고, 오히려 집중이 깨져 더 큰 후폭풍을 경험했다.
‘역시 헤이즈와의 연계가 좋아.’
점점 흙빛으로 얼굴이 변해 가는 주로프와 달리, 자레드의 얼굴 표정에는 화색이 가득했다.
헤이즈와의 연계를 준비하면서, 일찌감치 그녀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뒀던 자레드였다.
그녀는 5기의 타넥스로부터 집중적이면서도 확실한 보호를 받고 있었다.
설령 위치가 특정된다고 하더라도, 타넥스가 헤이즈를 전력으로 보호해 줄 터였다.
물론 헤이즈를 노릴 만한 빈틈을 자레드가 줄 생각도 없었지만 말이다.
‘나, 생각보다 많이 강하구나.’
자레드는 그렇게 자평했다.
주로프와의 전투의 7할 이상은 일대일 승부였고, 이후 3할이 헤이즈와의 연계였다.
즉, 최대 2인으로 마족 하나를 상대한 상황인 것이다.
그 상황에서 자레드는 확실한 우세를 점하고 있었다.
열세도, 호각도 아니었으며, 혹은 전투 도중에 부상을 입는 등의 악전고투도 아니었다.
주로프는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었다.
샤아아아! 샤아아아!
지상에서 끊임없이 전달되는 헤이즈의 치유술이 기분 좋게 전신을 감쌌다.
자레드는 좀 더 빠르게 승부수를 가져가기로 했다.
지금의 패턴대로라면, 좀 더 난타전을 벌여도 괜찮을 듯 보였다.
자신이 하나를 잃더라도, 주로프에게서 넷, 다섯, 그 이상을 가져갈 수 있다는 확신이 섰기 때문이다.
“간다!”
“망할 인간! 버러지 같은 인간 마법사!”
자신감에 가득 차 돌진하는 자레드와 심리적으로 완전히 구석에 몰린 주로프의 발악이 맞물렸다.
‘역시…….’
지상에서 다크 엘프 전사를 지휘하며, 하늘을 올려다보던 사비오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누군가에게는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마족이 자레드의 앞에서는 한낱 사냥감에 불과했다.
이곳의 전황은 자레드의 등장과 함께, 순식간에 아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로부터 얼마 후.
“내가, 내가, 이 주로프가…….”
주로프는 자신의 복부에 거대한 구멍을 만든 자레드의 마법을 보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노림수의 100% 적중을 확신했을 때, 자레드가 꺼내 든 필살기는 확정적 해체.
이로 인해 주로프의 모든 방어력은 순간적으로 0이 되었다.
바로 그때, 자레드의 헬파이어가 그대로 주로프의 복부를 강타한 것이다.
헬파이어, 9클래스의 마법.
인간의 마법에 어느 정도 조예가 있는 주로프가 계산했을 때.
헬파이어는 아무리 빠르게 시전해도 최소 3초는 걸리는 대단위 마법이었다.
하지만 확정적 해체와 헬파이어 마법을 연계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0.5초도 되지 않았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연계 공격이 이뤄졌고, 주로프는 완전히 허를 찔려 버렸다.
“너 같은 녀석을 곱게 저승길로 가게 두면 기껏 죽인 의미가 사라지지. 인간들이 전시하고 싶은 동물들을 보관하는 방법이 있어. 추악한 방법이지만…… 뭔지 아나?”
“크윽…….”
세상 여유롭게 말하는 자레드의 말이 지금 주로프의 귀에 들어올 리가 만무했다.
이미 상황은 끝났다.
복부에서 일어난 폭발로 인해 형체도 없이 사라져 버린 주로프의 오장육부는 휑했다.
이미 복막을 비롯한 모든 장기와 혈관에 대륙 북쪽의 한기가 스며들며, 그의 죽음을 예고하고 있었다.
“박제(剝製). 물론 그 정도까지 해 줄 마음은 없고, 적당히 얼려 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나를, 나를 욕보이겠다는 것이냐……!”
“욕보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비롯한 나스 대륙의 모든 생명체를 우습게 본 너희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아무리 네까짓 놈들이 날고 기어 봤자 레크나트 님이…….”
주로프가 악에 받쳐 무언가 말을 이어 가려는 순간.
샤아아아아! 샤아아아!
자레드의 손끝에서 시작된 폭발적이고 위력적인 한기가 순식간에 주로프의 몸 전체를 감쌌다.
트랜센던스 아이스 스톰.
단거리에서 사용하면 상대를 순식간에 얼려 버릴 수 있는 빙결 계열의 마법이었다.
꾸드드득.
저항할 새도 없이 한기 폭풍에 휘말린 주로프는 그렇게 얼었다.
마족 사냥꾼 카운트가 즉각 1이 올라간 것으로 봐서는 죽음과 동시에 언 것이 틀림없었다.
주로프의 시체는 자레드가 다니는 전장마다 갖고 다니며, 확실한 경고의 메시지로 활용할 생각이었다.
서열 31위의 마족.
초반에는 약간의 공방전이 펼쳐졌지만, 헤이즈와 연계하니 손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
‘일단 서열 30위권까지. 그 범위까지는 소규모의 전투가 충분히 유용한 것 같다.’
확실한 계산이 섰다.
물론 마족의 특성에 따라 다소 고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주로프를 비교 대상으로 둔다면, 서열 31위 이하의 마족이 이보다 더 뛰어날 것 같진 않았다.
마왕 레크나트를 제외한 총 99명의 마족.
그중에서 70% 이상의 숫자가 한번 해 볼 만한 상대라면, 앞으로의 계산은 한결 더 수월해진다.
‘압도적인 힘으로!’
자레드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마족조차 압살할 수 있는 힘.
현생에 눈을 뜬 시점부터 지금까지 이를 악물고 성장에 공을 들여 왔던 인고와 시련의 시간들이!
드디어 성마 대전에 이르러서야 찬란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