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g Player RAW novel - Chapter 314
제 314화
98장. 소중한 내 인연들에게 – 3화
한 달 후.
크리비아 제국의 황도에 마련되어 있는 특설 연단 주변에는 수많은 백성들이 몰려와 있었다.
바로 국가의 대(大)행사!
자레드와 헤이즈의 결혼식이 거행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황제 폐하의 결혼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소박한 것 아닌가?”
“그러게 말이야. 여기 있는 꽃 장식들도 전부 황후 마마가 되실 분께서 직접 준비하신 것이라고 하더군!”
“음식도 기름지거나 향이 강한 화려한 음식보다는 우리 같은 서민들이 먹기 좋은 음식으로 대거 만드셨다더군!”
“저기 연단을 보게나. 정말 꽃으로 조금 장식해 둔 것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없잖나?”
“예전에 이웃 나라의 왕이나 황제들은 온통 황금 장식에 황금마차에…… 정말 사치의 극치였는데 말이야.”
“그러게나 말이야. 황제 폐하께서 얼마나 소박하신지 이번에 알게 됐구먼. 하하하.”
백성들은 황제의 결혼식이라는 타이틀에 맞지 않는 간소한 분위기에 꽤나 놀라는 눈치였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허례허식과 화려함을 줄이고 실속에 집중한 결혼식이었다.
그래서 결혼을 준비하기 위한 9할 이상의 역량을 하객으로 참여할 백성들을 위한 음식 제작에 쏟아부었다.
사실상 차려진 것만 놓고 보면 결혼식이라기보다 백성들을 위한 식사의 장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한편 일찌감치 와 있었던 먼 곳의 하객들이 자리를 채워 가고 있었다.
황도에 있던 신하들이야 진즉에 참석했고.
대마법사 베르하드나 그레이 엘프의 여왕 클로이, 스승 포르미도, 그리고 다크 엘프 로드와 레드 고블린 로드, 다크 엘프 마도 공학자 사비오 등등.
먼 거리를 와야 하는 하객도 참여를 마친 상태였다.
다들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일부 몰지각한 하객이 헤이즈의 출신 성분을 문제 삼기도 했지만, 그들의 목소리가 크지는 않았다.
자레드가 한 달 전에 헤이즈와의 결혼을 공식적으로 알릴 때.
위와 같은 쓸데없고 의미 없는 구설수를 만들지 말라고 단단히 지시를 해 두었기 때문이다.
사실 전생의 평등한 사회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는 자레드는 단 한 번도 신분의 고하를 중요하게 여겨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자레드는 헤이즈가 하녀이건 혹은 그녀가 노예라고 해도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러나 신분제의 틀에서 오랜 시간 살아온 백성들 일부는 여전히 어색해하는 눈치였다.
그렇든 말든 자레드는 상관없었다.
서로 사랑한다면, 그 마음만 변치 않는다면! 신분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 * *
정오를 기점으로 시작된 자레드의 결혼식은 교황 아르모니아 17세의 주례 아래 거행됐다.
“와아아아!”
“폐하! 행복하십시오!”
“황후 마마, 만세! 만만세!”
결혼식장에 모인 수많은 하객들이 자레드와 헤이즈의 결혼을 축하하며, 영원한 사랑을 빌었다.
나스 대륙을 마왕의 마수로부터 지켜 낸 황제.
아울러 국모(國母)에 걸맞은 품격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병사와 백성들의 아픔을 치유의 힘으로 보듬어 주었던 황후.
백성들이 자레드와 헤이즈를 신뢰하는 마음은 크고 깊으면 깊었지 절대 모자라지는 않았다.
특히 성마 대전이 끝난 직후, 헤이즈가 모든 백성을 찾아다니며 치유술을 시전한 일은 유명했다.
그 덕분에 모두가 육체적인 상처에서 벗어나고,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털어 낼 수 있었다.
그것이 바로 치유사의 힘이자 자레드가 원했던 그녀의 역할이기도 했다.
결혼식이 착착 진행됐다.
음성 증폭 마법을 통해 교황의 목소리가 힘껏 결혼식장 전체로 퍼져 나갔고.
주례의 진행에 맞게 하나씩 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모든 하객들이 열렬한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미처 식에 참여하지 못한 백성은 잘 내려다보이는 언덕이나 외곽에서라도 둘의 축복을 빌었다.
모두 잘 어울리는 선남선녀라고 할 만큼, 자레드와 헤이즈의 모습은 멋지고 아름다웠다.
자레드와 헤이즈의 뜻대로 간소하게, 빠르게 진행된 결혼식은 어느덧 순식간에 끝에 다다랐다.
그리고 목소리를 다시금 가다듬은 아르모니아 17세가 결혼을 끝맺는 마지막 말을 이어 갔다.
“주신 라디우스 님의 가호가 내리실 것이니, 이제 크리비아 제국은 성군(聖君)과 성모(聖母)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와아아아! 와아아!”
“크리비아 제국의 영광이 황제 폐하와 황후 마마에게. 아울러 모든 백성에게 널리 퍼지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황제 폐하 만세! 만세!”
“두 분의 영원한 사랑을 진심으로 기도하겠습니다. 크리비아 제국의 성사(聖事), 결혼이 이루어졌습니다.”
짝짝짝짝!
연단 위에 서 있는 자레드와 헤이즈가 동시에 전율을 느꼈을 정도로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마치 저 멀리의 수km 지점까지 박수갈채가 퍼져 나가는 것 같은 멋진 광경이었다.
“헤이즈, 사랑해. 앞으로 영원히 네 곁에서 함께할게.”
“저도요. 사랑해요, 폐하.”
이윽고 헤이즈의 왼손 다섯 손가락에 자레드가 건넨 반지가 아낌없이 끼워졌다.
각각 5원소의 속성에 맞춰, 자레드가 직접 세공하고 제작한 아티팩트였다.
“고맙고, 감사하고, 사랑해.”
이어서 자레드가 헤이즈를 힘껏 끌어안았다.
서로의 체온을 원 없이 느낄 수 있도록 꼭 껴안은 포옹이었다.
헤이즈도 자레드의 품에 쏙 안긴 채, 한참을 그의 체온을 느끼며 눈을 감고 있었다.
떨리는 자레드의 심장 박동 소리가 귀에 들릴 때마다, 그녀의 가슴도 두근거렸다.
평생을 사랑했던 사람.
그 사람과 부부의 연을 맺게 되었다는 것이…… 헤이즈는 아직도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말없이 헤이즈의 고개를 살짝 들게 만든 자레드가 사랑이 듬뿍 담긴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어머! 아이고, 부끄러워라!”
“뭐가 그렇게 부끄러워! 우리도 매일 아침에 하는 뽀뽀 아닌…… 어이쿠, 아니었구먼!”
“정말 황후 마마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을 진한 키스로고!”
지켜보던 하객들이 깜짝 놀랐을 만큼 두 사람의 키스는 진지했고 깊었다.
어쨌든 그렇게 부부의 연이 맺어졌다.
자레드와 헤이즈는 연단 밖으로 향하는 동안 이 자리에 참석해 준 동료와 신하들과 아낌없이 악수를 나눴다.
하객으로 참여한 백성들이 너무나도 많아 모두와 진한 악수를 나눌 수는 없었지만, 애정을 담은 한 차례의 연설을 하기에는 문제가 없었다.
“모든 백성들은 들으라! 짐에게 있어 이 결혼은 크리비아 제국을 앞으로 더 아끼고 사랑할, 또 한 명의 동반자를 얻는 것이었다!”
“와아아! 폐하 만세!”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졌다.
라키스를 비롯한 모두가 심금을 울리는 자레드의 연설을 새겨들었다.
저 말에 감춰진 수많은 노력과 인고의 시간을 그들은 확실하게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레드는 자신의 치적을 공공연히 떠벌리지도, 모든 공을 자신에게 돌리지도 않았다.
항상 겸손했고, 늘 모든 일에 신하와 백성을 우선순위에 놓았다.
그것은 의심할 것이 없는 성군의 자질이었고, 모두가 그 생각에 동의했다.
한때 자레드를 마음에 품었던 이자벨, 아르케네스, 클로이도 오늘 두 사람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할 수 있었던 건.
자신에게 늘 진심이었고, 소중하게 아껴 주었으며, 먼 미래를 홀로 대비해 나갔던.
자레드의 위대함과 숭고함에 담긴 가치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세 사람은 자레드가 곁에 있었기에 지금의 자신이 만들어졌다고 믿었다.
대륙 최강의 주술사.
대륙 최강의 군상.
그리고…… 강력하게 통합된 그레이 엘프족의 여왕.
세 사람 모두.
자레드가 자신의 잠재력과 능력을 개안하도록 도와주지 않았다면, 절대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없었을 것이라고 믿었다.
“짐은 오늘 이후로 전력을 다해 성마 대전으로 상처 입은 대륙 전체의 모든 백성들을 더 힘껏 보살필 것이다!”
“와아아아!”
“모두 힘을 모아 짐과 함께 앞으로 영원무궁하게 이어질 크리비아 제국의 영광을 위해 함께 나가자! 그대들이 있어 내가 있다! 나 자레드 폰 유칼레스는 백성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군주가 되어 전력을 다하겠다. 그대들도 날 믿고 따라 주겠는가?”
“예, 폐하! 폐하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크리비아 제국, 만세!”
“짐과 황후는! 평생을 무소불위의 황제로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그대들의 충실한 일꾼으로서 살아갈 것이다. 그러니 모두 짐과 함께, 제국의 번영을 위해 함께 힘을 합치자!”
“와아아아아!”
“짐과 황후는 언제든, 항상, 그대들의 곁에서 늘 함께 숨 쉬고 있을 것이다! 사랑한다, 나의 백성들이여, 그리고 신하들이여!”
짝짝짝짝짝!
박수를 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모두가 전율을 느낄 만큼 박수의 파도가 크게 울려 퍼졌다.
이윽고 끝없이 쏟아지는 수많은 꽃 세례를 받으며, 자레드와 헤이즈가 백성들 사이를 걸었다.
역대 군주, 영주의 혼례 중에서 가장 많은 평민 하객들을 부르고.
그들의 숨결과 목소리가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이뤄진 결혼식이었다.
그렇게 크리비아 제국은 앞으로 수백 년의 번영을 누릴 역대 최고의 황제와 황후를 맞이했다.
그 누구보다 민본(民本)인 백성들에게 몸을 낮췄던 성군과.
그 누구보다 백성을 어머니의 마음으로 한없이 따뜻하게 아끼고 보살폈던 성모의 등장이었다.
* * *
그날 밤.
나와 헤이즈는 옛 크리비아 영지의 영주 저택에 와 있었다.
우리의 신혼여행 장소가 이곳이었기 때문이다.
나보다 헤이즈가 더 원했고, 그래서 선택한 고향이자 어렸을 적 우리의 터전이었다.
날이 좀 춥다는 것을 제외하면, 주변에 볼거리들은 꽤 많았다.
그래서 우리는 북쪽 바다에 들르기도 하고, 악몽의 숲을 따라 거닐기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화려하고 성대한 신혼여행은 아니었지만, 사실 그래서 더 알콩달콩하게 느껴지는 점도 있었다.
무엇보다 헤이즈가 너무 즐거워했다. 나와의 옛 추억을 되새기며 걷는 이 모든 것들이 행복하고 감사한 모양이었다.
나 역시 옛 크리비아 영지의 모든 길, 저택, 자연 경관 하나하나가 눈에 익었다.
마치 고향 땅을 찾아온 느낌이랄까.
그래서 포근하고 좋았다.
그렇게 둘만의 오붓한 데이트의 시간을 가진 뒤.
나는 저택에서 직접 만든 요리를 헤이즈와 함께 나눠 먹었다.
매번 요리는 요리장 메리의 몫이거나, 그녀가 없을 때는 헤이즈가 직접 했지만.
오늘은 그녀에게 손수 요리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
내 손은 알아주는 ‘흙손’이지만 그래도 이제는 부인이 된 내 여자에게 꼭 해 주고픈 저녁 식사였다.
소박한 고기 스튜에 차 한 잔.
황제, 황후의 식사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서민적인 음식이었지만 우리는 오히려 즐거웠다.
나도, 헤이즈도, 신분과 격식이 강제하는 아무 쓸모없는 ‘품격’에는 관심도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둘만의 식사 시간이 무르익어 가고……. 나는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말을 꺼냈다.
지금껏 단 한 번도 얘기한 적 없지만, 이제는 꼭 얘기해야만 하는 나의 비밀에 대한 것이었다.
“헤이즈.”
“네?”
그녀를 편하게 불렀다.
헤이즈의 요청이었다.
공적인 자리에서는 그에 맞는 표현을 쓰겠지만, 단둘이 있을 때는 자신의 이름을 예전처럼 불러 달라는 그녀의 부탁 때문이었다.
“사실 나는 나스 대륙의 사람이지만, 동시에 다른 세계의 사람이기도 해. 반은 자레드 폰 유칼레스의 몸과 기억을 갖고 있지만, 나머지 반의 기억은 다른 세계에 남아 있어.”
“제게 좀 더 자세하게 들려주세요. 폐하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요.”
꽤 놀라울 법도 한데, 헤이즈는 오히려 차분해 보였다.
눈빛이 어느 정도는 이미 눈치챘었다는 그런 눈빛이기도 했다.
“신태풍. 내가 이 세계에 오기 전의 이름이야. 내가 자레드의 삶을 선택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아련하게 남아 있는 옛 삶의 유일한 흔적이기도 하지.”
그렇게 이야기가 시작됐다.
우리에게 대화를 위해 주어진 시간은 충분했고,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남김없이 그녀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만큼은 숨기고 싶지 않은 내 과거였다.
아울러 그녀라면 날 이해해 줄 것이라고 믿었다.
헤이즈는 분명 놀라기는 했지만, 당황하거나 현실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남들과는 차원이 다를 만큼 압도적으로 강했으며, 또한 빠르게 성장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어느 정도는 직감했다고 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 생각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 바로 ‘나’라고.
또한 나스 대미궁의 공략법을 내가 훤하게 알고 있을 때는 확실한 ‘이질감’을 느꼈다고도 했다.
나조차도 그때 말하면서 그렇게 느꼈을진대, 그녀의 마음이라고 다를 것은 없었을 것이다.
이야기는 계속 이어져 갔고.
나는 신태풍으로 살았던 전생부터 해서 과로사로 목숨을 잃고 헤이즈를 만난 그날까지.
모든 것을 말해 주었다.
헤이즈는 다소 혼란스러울 수도 있는 내 이야기를 자신만의 결론으로 완벽하게 정리해 냈다.
“저는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싶어요! 제게는 그저 지금 눈앞에 보이는 폐하가 제 낭군이자 남편이며, 평생을 사랑할 사람일 뿐이니까요!”
“이해해 줘서 고마워. 지금까지 그랬고, 앞으로도 나는 자레드의 삶을 살 거야. 다만 이번에 예전에 내가 살던 곳과 나스 대륙을 연결할 기회가 생겼어.”
“그 말씀은…….”
“전생의 내 아버지와 여동생을 만날 기회가 생겼다는 거지.”
“아버님과 아가씨를……?”
“맞아.”
“그렇다면 저도 꼭! 꼭 뵙고 싶어요!”
어째 나보다 헤이즈가 더 반기는 눈치였다.
나만큼 내 혈육을 소중하게 여기는 헤이즈의 순수한 마음이 아니고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반응이었다.
“지구에 가 볼까 해. 이 세계와 연결이 어떻게 되는지, 그 세계의 내 가족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꼭 보고 싶어.”
“저도 가겠어요!”
“차원문을 활용할 수 있는 인원은 10명으로 제한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는 둘이니까. 충분하지.”
“네!”
“같이 다녀와 보겠어? 모든 것이 이질적이고 하나부터 열까지 어색한 세상일지도 몰라.”
“어차피 폐하와 함께인 걸요! 폐하와 함께라면 지옥이라도 저는 상관없어요!”
“……그 말은 내가 지옥을 가야 한다는 소리잖아.”
“아아아앗! 그건 아니에요!”
“하하하. 그러면 우리, 잠깐 다녀오자. 세상 그 누구도 절대 갈 수 없는 특별한 신혼여행을 말이야.”
“좋아요! 제가 조심할 것은요?”
“항상 내 곁에만 있으면 돼.”
“네에! 걱정 마세요! 폐하와 제게는 언제든 서로를 만나게 해 줄 수 있는 날개도 있잖아요?”
가즈넬라의 날개.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드디어, 전생을 또 다른 ‘현실’로 만들 수 있게 됐다.
나는 불현듯 예전에 교황 아르모니아 17세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대왕, 자레드로서의 삶에 충실하세요. 그렇게 하신다면…… 언젠가 전생의 삶도 대왕에게 멋진 선물로 주어지지 않을까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하하, 그저 노인네의 헛소리랄까요.”
그때는 그 말을 흘리듯 대수롭지 않게 들었는데, 다 의미가 있었던 말이었다.
나는 자레드로서의 삶에 충실했고, 최후의 선택도 그렇게 했다.
그러자 전생의 삶, 신태풍과의 연결 고리가 뜻하지 않은 선물로 주어졌다.
‘교황께서는 여기까지 다 내다보고 계셨던 걸까.’
신기할 수밖에 없었다.
“자, 그럼 출발해 볼까?”
“네, 폐하!”
나는 헤이즈와 손을 꼭 붙잡고, 예전에 내가 눈을 떴던 그 방으로 향했다.
여기에 길을 만들 것이다.
나스 대륙과 지구를 연결하는 차원의 통로를.
‘아버지, 유희야. 드디어 돌아간다. 단 한 번이 아닌 영원의 시간 동안, 언제든지 계속 만날 수 있길 바라며.’
모든 것이 내게 주어졌다.
나스 대륙에서 살아갈 황제, 자레드 폰 유칼레스의 삶도.
그리고 비록 육신의 ‘껍데기’는 잃었지만, 기억과 정신이라는 ‘알맹이’는 잃지 않은 신태풍의 삶도.
이윽고 큐브를 이용해 차원과 차원을 잇는 연결 고리를 만들어 냈다.
샤아아아.
푸른빛의 차원문.
이 문을 넘어서면 우리는 나스 대륙력 1420년 3월의 어느 날을 살고 있는 존재가 아닌.
지구의 서기(西紀) 21세기의 어느 날 어떤 공간을 거닐고 있는 존재가 될 것이다.
두근거리는 가슴과 함께 나는 헤이즈에게 마지막 말을 건넸다.
“준비됐지?”
“폐하와 함께라면……. 저는 어디든지 갈 거예요.”
“가자. 우리의 특별한 여행을.”
헤이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우리는.
쑤우우욱!
새로운 세상에 발을 내디뎠다.
또 다른 도전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