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g Player RAW novel - Chapter 315
제 315화
99장. 해결되지 않은 문제 – 1화
“뭐야, 이거.”
“폐하? 지금 저만 이상하게 느끼고 있는 것 아니죠?”
“응, 나도 마찬가지야. 앞에 보이지 않는 벽이 가로막고 있는 것 같다. 왜지? 분명히 이동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분명 지구로 향하는 차원문이 열렸다.
상태창 시스템의 안내에도 이상이 없었고, 앞서 말한 인원수 10명이라는 제한에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우린 둘이었으니까.
나는 차원문에 들어서는 순간, 특유의 빨려 들어가는 느낌과 함께 지구로의 이동을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는 어중간하게 어딘가에 낀 것처럼 앞으로 나갈 수 없었고, 오색영롱한 빛이 가득한 통로에 서 있는 상태였다.
“일단 내 손 잡아.”
“네!”
나는 혹시 아주 만약에라도 한 사람만 이동이 되거나 혹은 변수가 생겨 각자 다른 곳에 떨어질 경우를 대비했다.
설령 잘못되더라도 홀로 떨어지는 것보다야 함께 문제에 직면하는 것이 더 나으니까.
그리고 상태창을 좀 더 세심하게 훑어보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한옆 구석에 붉은 느낌표를 만들고 있는 경고 표시 하나가 보였다.
“하, 정말.”
문제가 생긴 건 확실해 보인다.
[해당 차원 ‘지구’로의 이동에 중대한 결함이 발견되었습니다.] [이동을 강제할 수는 있으나, 차원 에너지의 충돌로 인해서 유지 상태가 매우 불안정합니다.] [현재 나스 대륙은 차원 ‘베디세트’의 간섭을 받고 있습니다. 간섭으로 인해 차원 연결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차원 ‘베디세트’의 문제를 해결하십시오.]‘……베디세트면 동방 대륙의 공식 명칭이잖아. 플레이어들이 부르기 쉽게 동방 대륙이라고 부르긴 했지만.’
제시된 차원의 이름이 낯설지 않았다.
성마 대전에 집중하느라 잊고 있었던, 혹은 잊고 싶었던 이름. 동방 대륙.
그 이름이 내 삶에서 다시 부활하는 순간이었다.
나는 연신 반짝거리고 있는 맨 마지막 메시지 문구를 추가로 클릭했다.
[지난 1년 동안 차원 ‘베디세트’의 간섭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습니다.] [현재 차원 ‘나스 대륙’과 차원 ‘베디세트’는 일부 구간에서 차원 에너지를 공유합니다.] [지나치게 강대해진 베디세트 차원의 에너지를 억제하십시오.] [베디세트 차원은 신 아키테스의 관할이 아닌 별개의 차원입니다.]‘망할, 똥을 싸질러 놓은 신이 하나가 아니었단 말이야?’
까득, 이가 갈렸다.
라디우스나 아키테스가 내게 거짓말을 해서 헛된 희망을 줬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시스템 메시지도 내가 어떻게든 강행하면, 지구로 갈 수는 있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가까운 옆 동네 마실을 가는 것도 아니고, 지구를 갔다가 반드시 돌아와야 하는 내 입장에서는.
위험을 무릅쓰고 강제로 이동할 수는 없었다. 설령 헤이즈 없이 나 혼자만 이동한다고 해도.
“폐하, 괜찮으세요?”
내가 잔뜩 굳은 표정으로 상태창을 응시하고 있자, 헤이즈가 걱정되는 듯 내 손을 꼭 붙잡았다.
“괜찮아. 잠시 확인이 좀 필요할 것 같아서.”
“폐하, 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
“응.”
그래도 헤이즈를 보니 굳었던 마음이 눈 녹듯 풀렸다.
일단 이것 외에 추가로 공개된 정보는 없었다.
애초에 에서는 동방 대륙에 대해 공개한 정보가 제한적이었다.
그리고 시스템 메시지는 늘 그랬지만, 내가 기억하는 것 이상의 정보를 내놓지 않았다.
“일단 한번 살펴봐야겠어.”
“네?”
“헤이즈, 다시 나가자. 지금은 이동이 불가능할 것 같아. 통로가 불안정하다고 하는군.”
“네, 저는 언제든…… 폐하와 함께라면 괜찮아요.”
다행히 연결 고리의 문제이기만 하기에 되돌아 나오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방향을 돌려 가까이 보이는 차원문으로 몇 걸음 향하자 이내 옛 영주의 저택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다만 지구로 향하는 영구적인 차원문을 여기에 열어 둔 만큼 위치를 바꿀 수는 없었다.
나는 헤이즈를 잠시 침대에 머물러 쉬게 한 뒤, 마도구를 이용해 마법진 몇 개를 그렸다.
결계를 구축하기 위한 마법진이었다.
이제부터 이 방은 관계자를 제외하면 그 누구도 들어올 수 없다.
결계를 구축하면 제아무리 뛰어난 대마법사라고 해도, 1시간 이상 진입 시간이 필요할 것이고.
설령 결계를 뚫고 들어왔다고 해도 알람 마법이 반응하여 대폭발이 일어날 것이다.
여기는 저택을 관리하는 관리자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경고 팻말을 확실히 세워 둘 작정이었다.
그러느라 10분 정도의 시간이 더 걸렸다.
격리된 차원에서 결계형 마법에 대해 꾸준히 연구해 온 덕분에 작업은 순조롭게 이뤄졌다.
그리고 방문 앞에도 일종의 ‘홀로그램’ 형태로 경고문을 나스 대륙어로 구축해 두었다.
마력을 충분히 불어넣어 두었으니, 최소한 1년 이상은 결계 마법과 경고 문구가 발동할 것이다.
“헤이즈.”
“네?”
“같이 동쪽 바다로 가 보지 않을래? 생각보다 좀 멀리 날아가야 할 수도 있는데.”
“저야 언제든 폐하가 곁에 있으면, 지옥이라도 갈 수 있어요.”
“황후마마…… 그러면 우리가 지옥을 가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 무서운 소리는 제발 하지 말아요.”
“아, 아앗, 죄송해요! 그런데 왜 갑자기 황후마마…… 라고 불러 주시는 거예요?”
“왜 부르긴. 이제 정말 황후마마니까 그렇게 부르지.”
“그냥 편하게 헤이즈라고 불러 주세요. 저는 폐하께서 제 이름을 불러 주시는 게 세상에서 제일 기분이 좋아요.”
부부는 닮는다더니.
나나 헤이즈나 신분제에 따른 격식이나 법도가 어색하기는 매한가지인 듯했다.
사실 나도 헤이즈가 자레드 혹은 자레드 오빠, 자기야, 뭐 이렇게 불러 줬으면 좋겠는데.
이건 몇 번 시도를 해 봤는데, 헤이즈는 도저히 못 하겠다고 했다.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고 하는 것을 보면, 꿈속에서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
“일단 가 보자. 보고 싶은 곳이 있어.”
“네!”
나는 바로 정신을 집중했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내가 가진 마법의 장점은 나스 대륙의 땅덩어리 어디라도 단번에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이이잉.
이윽고 텔레포트가 시전됐다.
나와 헤이즈가 새로이 모습을 드러낸 곳은 바로 나스 대륙의 동쪽에 위치한 바다.
정식 명칭으로 ‘나스카디아해(海)’로 불리는 드넓은 대양 앞이었다.
과아아아!
나와 헤이즈는 한 손을 꽉 맞잡은 채, 대양을 힘껏 가르며 계속해서 동쪽으로 나아갔다.
속도를 높인 만큼 공기저항도 거세졌지만, 바람의 장벽을 꾸준하게 펼쳐 압박을 흘려 냈다.
덕분에 우리는 마치 진공상태의 공간을 유영하듯이 부드럽게 비행을 이어 갈 수 있었다.
나는 여전히 물음표가 한가득인 듯하지만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고 있는 헤이즈에게 말을 덧붙였다.
“아까 우리의 차원 이동이 막힌 이유를 알아냈어. 그것은 바로 동쪽에 위치한 의문의 공간 때문이야.”
“예전에 폐하께서 종종 저나 다른 사람들에게 언급했던 동방 대륙을 말씀하시는 거죠?”
“맞아. 내가 설명하기 곤란한 것이 있으면 우스갯소리 삼아 둘러대던 그 대륙.”
“사실 동방 대륙의 얘기는 예전부터 많기는 했잖아요? 실제로 나스카디아해에서 원양어업을 나갔던 어선이 돌아오지 못하기도 했고.”
“다들 동쪽 바다로 나아가길 두려워했지. 실제로 근해를 어느 정도 벗어나면 바다 괴수들이 대거 출몰하기도 했고.”
“맞아요! 그래서 저도 어렸을 때 나스카디아해에 대한 얘기를 들으면 엄청 무서웠었어요!”
나스 대륙 사람들에게 아득한 동쪽은 매우 두려운 곳으로 여겨진다.
지구에 빗대어 생각하면, 예전에 신대륙을 발견하기 전에 먼 바다로 떠나던 사람들의 생각과 비슷하다.
먼 바다의 끝에는 절벽이 있어 떨어져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옛 지구인들.
그것과 마찬가지로 나스 대륙의 사람들도 동쪽으로 끝없이 가다 보면, 수많은 바다 괴수에게 잡아먹힐 것이라고 생각했다.
설령 바다 괴수를 만나지 않더라도, 대규모 소용돌이나 정체불명의 구멍에 빠져 영원히 돌아올 수 없을 것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동쪽을 늘 두려워했고, 그런 한편으론 신비한 것이 많은 세계로 인식하기도 했다.
이자벨이 초창기에 나를 만났을 때,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내게 동방 대륙의 얘기를 꺼낸 것도 그 때문이었다.
나스 대륙에서의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을 만큼 내 성취가 빨랐고, 능력이 대단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내 출생을 두고, 동방 대륙에서 넘어온 ‘신’이라고 부르는 백성들이 꽤 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졸지에 돌아가신 내 아버지까지 신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것이 유쾌한 덤이라면 덤.
어쨌든 동방 대륙은 그런 곳이다. 뭔가 설명하기 난감한 부분이 생기면 둘러대기 좋은 곳이기도 하고.
“고도를 좀 높이자.”
“네, 폐하.”
나는 만약을 대비해 플라이 마법의 출력을 올리고 비행 고도를 높였다.
꽤 긴 시간 동안 줄곧 동쪽으로 비행을 했고, 이 정도면 뭔가 슬슬 나올 때가 됐기 때문이었다.
일단 근해에서는 제법 보였던 돌고래나 새도 더 이상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확실히 주변의 기류가 바뀌기는 했다.
“올라, 헤이즈와 연결해서 보호 기동을 준비해 줘.”
-올라, 명령을 수행합니다.
아공간에서 바로 소환한 타넥스를 헤이즈와 결합시켰다.
격리된 차원에서 나스 대륙으로 복귀한 이후, 사비오가 내게 건넨 최신형 버전의 타넥스였다.
성마 대전 이전에 개발했던 타넥스의 성능과 비교하면, 마력 출력이나 저장량이 5배 이상 향상된 최신형이었다.
게다가 마력탄도 마력 응축도가 더 높아져, 이제는 마력탄 한 발이 5클래스 마법의 화력에 준할 정도가 되었다.
물론 그만큼 잡아먹는 연료, 즉 마정석의 양도 상상을 초월할 만큼 늘어났지만 말이다.
“폐하, 제가 보조할 부분은요?”
“늘 하던 대로 해 줘. 바다 괴수가 나타나면 좀 더 공격적으로 전투에 임해 볼 테니까. 치유술과 각성술로 나를 보조해 주면 돼.”
“알겠어요. 다른 부분은요?”
“그건 사랑하는 내 부인의 센스를 믿어 보겠어!”
나는 속도를 더 높였다.
그 뒤를 타넥스를 착용한 헤이즈가 따라붙었다.
고도는 나보다 훨씬 더 높인 상태였는데, 그것은 바다 괴수의 전형적인 공격 방식 때문이었다.
바다 괴수는 바닷속의 맹수로 불리는 존재들.
그래서 심연에서 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다가, 갑자기 뛰어올라서 표적을 덮치는 경우가 많았다.
“…….”
나는 계속 바다를 의식한 채로 비행하며, 동방 대륙에 대한 기억을 다시금 되짚었다.
이 문제는 단순히 내가 가진 지식에 기댈 사안은 아니었다.
에서 동방 대륙에 대해 알려졌던 정보는 지극히 한정적이었고, 내 지식도 거기에 멈춰 있었다.
이 퍼즐을 맞추려면 반드시 한 사람의 힘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베르하드.’
나보다도 훨씬, 아득히 오래전부터 동쪽의 문제에 대해 연구해 온 사람인 그가 있어야 한다.
한데 바로 그때.
‘왔다!’
나는 바닷속 어딘가에서 급격히 가까워져 오는 거대한 살기에 두 눈을 부릅떴다.
그 순간.
쿠아아아아아!
천지를 뒤흔드는 괴성과 함께, 바다의 맹주로 군림하던 심연의 존재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아스모칼라.”
상어의 모습을 쏙 빼닮았고, 신체의 길이가 무려 50m에 달하는 거대한 바다 괴수.
아스모칼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