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g Player RAW novel - Chapter 317
제 317화
99장. 해결되지 않은 문제 – 3화
“폐하가 왜 아직도 소식이 없으신 걸까……. 올라, 우리도 저 안으로 들어갈까?”
-확률 분석 중. 99%의 확률로 본 기체와 보호 대상이 분해되어 죽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아.”
올라의 칼 같은 확률 분석에 헤이즈가 바로 생각을 단념했다.
자레드는 찰나의 순간에 전광석화처럼 아스모칼라의 입 안으로 빠르게 들어간 것이지만.
헤이즈와 타넥스의 속도에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벌써 5분 정도가 지났다.
타넥스의 엄청난 양의 마력을 절반 가까이 소모했을 정도로 마력탄 공격을 실컷 퍼부었다.
헤이즈도 디바인 나인급의 공격을 계속 퍼부은 탓에 신성력이 2할 미만 수준을 밑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스모칼라의 상태는 양호했다.
이놈의 잠수가 문제였다.
밖에서 제법 많은 상처를 입어도, 바닷속으로만 들어가면 치유의 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말끔하게 재생됐다.
때문에 직접적인 재생이 잘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왼쪽 눈의 상처를 제외하면 멀쩡했다.
피를 철철 흘리거나 벗겨져 나간 외피도 어느새 아물어 흉터만 남아 있는 수준이었다.
바로 그때.
콰아아아!
다시금 아스모칼라가 뛰어올랐다. 그러고는 그 전과 달리 입에서 걸쭉한 무언가를 토해 내려 했다.
-산성 신호 감지. 회피 기동.
“꺄아악!”
타넥스가 급격히 방향을 선회하며 회피 기동을 시작했다.
아스모칼라의 입가에서 발견된 정체불명의 액체가 강산성의 기운을 머금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헤이즈와 타넥스를 순식간에 녹여 버릴 수 있는 일격이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구우우우! 우우! 우우우우!
헤이즈는 아스모칼라의 배 속에서 들려오는 엄청난 굉음을 들을 수 있었다.
그것은 두꺼운 외피로 겹겹이 몸을 감싸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뚫고 나오는 소리였다.
끄워어어? 워억?
아스모칼라가 헤이즈를 향해 액체를 뱉으려던 것을 멈추고,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아래를 내려다봤다.
그때.
퍼어어엉……!
놀라운 광경이 벌어졌다.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정말 백날 공격을 쏟아부어도 죽을 것 같지 않던 아스모칼라가.
복부에서부터 몸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하더니, 이내 풍선처럼 터져 버리고 만 것이다.
후드드득. 후득. 후드득.
아스모칼라의 ‘살점’과 ‘피’였던 흔적들이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그러자 수면 아래에 있던 수많은 물고기들이 치솟아 오르며, 그 살점들을 게걸스럽게 받아먹었다.
동쪽 바다에 군림하던 수많은 괴수들 중 무척이나 위세가 등등했던 녀석의 허무한 죽음이었다.
“후우, 겉만 번지르르하지 속은 뭐 거의 부실 공사나 다름없구먼? 트랜센던스 클린.”
동시에 턱 끝을 쓸어내리며 현장에 나타난 자레드가 여유롭게 클린 마법으로 몸을 정화했다.
그러자 온갖 오물과 악취로 가득했던 몸 상태는 처음처럼 완벽하게 깔끔해졌다.
게다가 트랜센던스까지 부여해 가면서 정화를 하니, 몸 전체에서 은은한 장미향도 났다.
그것은 일반 마법에서 초월 마법으로 한 단계 높인 특전이었다.
“폐하……!”
“미안, 좀 늦었네. 녀석의 배 속에서 챙길 것이 있어서 놈을 바로 죽일 수가 없었어.”
자레드가 푸른빛으로 반짝이는 청명한 원석을 헤이즈에게 자랑하듯 흔들어 보였다.
“폐하! 정말 이럴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단 말이에요!”
“남편의 이런 모습, 하루 이틀 보는 것 아니잖아? 걱정 마. 난 절대 죽지 않아.”
자레드가 헤이즈를 꼭 끌어안아 주며, 손에 쥔 아스모칼라 코어를 보았다.
결계를 영원히 무력화시키는 것은 아닌 듯했다. 아마도 일시적으로 쓱 하고 통과할 수 있는 정도의 역할을 해 주겠지.
동방 대륙에 대해서는 자레드도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때문에 수단을 얻기는 했지만, 이를 사용할 때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을 듯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베르하드 님과 논의를 해 봐야겠다. 일단 균열 상태만 확인하고 돌아가자.’
자레드가 다시 헤이즈와 함께 동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동방 대륙에 대해서만큼은 평생에 가까운 시간을 연구해 온 베르하드가 자신보다 훨씬 더 전문가였다.
즉, 성마 대전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꿰차고 있던 자신의 ‘지식’으로 가능했지만.
이제는 확실하고 완벽한 ‘협력’이 필요했다. 그리고 베르하드는 좋은 조언자이자 동료가 될 수 있는 존재였다.
지난 5년 동안 베르하드와 심리적 유대감은 있었어도, 가까이서 그와 살갑게 지내지는 못했던 자레드였다.
이제는 또 다른 문제를 함께 준비할 수 있게 되었으니, 자연스럽게 그와의 접촉도 늘어날 것이다.
* * *
“여기가 동방 대륙이라고 불리는 곳으로의 연결점…….”
“맞아. 한눈에 봐도 가까이 가서는 안 될 듯한 곳이지.”
“무서워요! 이글거리는 결계의 느낌도 그렇고, 반대편에 분명히 뭔가가 있는데 투명하지 않아 모습이 아른거리는 것만 보여서 더욱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듯해요.”
“나도 같은 생각이야. 보이지 않는 것보다 어렴풋하게 보이는 것이 더 많은 공포심을 자극하지.”
나도, 헤이즈도 동시에 약속이라도 한 듯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부부는 뭐든 닮는다더니, 느끼는 감정까지 닮아 버린 모양이었다.
“큭. 저는 그렇다고 쳐도, 폐하께서 몸을 부르르 떠니까 뭔가 어색해요.”
“나도 사람이야. 두려움이 없진 않지. 다만 내색하지 않을 뿐.”
나는 솔직히 감정을 시인했다.
태연한 척하려고 해도 그럴 수가 없었는데, 헤이즈가 그런 내 손을 꼬옥 붙잡았다.
나도 한쪽 손의 온기를 그녀에게 건넨 채, 조심스럽게 결계 주변을 살폈다.
‘시뮬라크럼.’
그리고 시뮬라크럼 마법을 이용해 분신을 만들었다.
내가 직접 결계에 돌진하는 무리수를 둘 수는 없으니, 분신을 한번 이동시켜 볼 생각이었다.
시뮬라크럼으로 만들어 낸 분신은 나와 시야를 공유할 수 있다.
때문에 분신이 결계를 넘거나, 혹은 중간 지점에서 뭔가 특이점을 발견한다면.
나 역시 그것을 관찰하여 정보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파아앗!
내 손짓과 함께 분신이 용수철처럼 튕겨 나가며, 결계를 향해 달려들었다.
‘데큐플 트랜센던스 퍼펙트 실드!’
거기에 나는 조금이라도 더 버틸 수 있도록 마력 6만을 소모해 가며 넉넉하게 실드를 펼쳤다.
하지만 다음 순간.
치이이익! 치이익! 치익!
피잇-.
결계와 닿은 분신과 퍼펙트 실드 전체가 닿은 즉시 그 자리에서 소멸했다.
뭔가를 관찰할 틈도 없었다.
닿는 순간, 모든 것이 녹아 버렸기 때문에 시야에 보인 것은 결계의 표면이 전부였다.
“…….”
“이런 말도 안 되는…….”
헤이즈의 입이 떡 벌어졌다.
나도 결계의 위력을 직접 두 눈으로 실감한 만큼 무리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중에 아스모칼라 코어가 있기는 하지만, 헤이즈와 동행을 하기엔 저쪽 세계가 어떨지 짐작조차 할 수가 없어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다.
검증된 위험은 함께 감수할 수 있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나는 그녀를 사지로 보내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헤이즈, 최대한 신성력을 끌어올려서 결계에 치유술을 퍼부어 주겠어?”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헤이즈가 양손을 모으더니, 일거에 결계를 향해 치유력을 방출했다.
콰과과과과!
사방으로 거센 광풍이 일 정도로 강력한 위력의 치유술이 결계에 몰아쳤다.
하지만 마치 계란으로 바위 치기를 하듯, 결계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그리고 내가 아예 결계를 깨부술 요량으로 데큐플 트랜센던스 헬파이어를 준비하려고 할 무렵.
콰가가가가! 콰가가!
결계 너머에서 정체불명의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까만 점이 점점 커져 가기 시작했다.
형체를 알아볼 수는 없어도, 거대한 무언가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은 틀림없어 보였다.
“내 뒤에 있어.”
나는 헤이즈의 앞을 막고 서서는 바람의 장벽을 최대한의 한계치로 펼쳤다.
다음 순간.
꿔어어! 꿔어어!
결계에 닿은 ‘검은 점’이 비명을 토해 내며, 온힘을 다해 몸을 밀어 넣는 것이 보였다.
이를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은 검은 점의 형체가 점점 또렷해져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어떻게든 몸을 비집고 들어오며 결계 안쪽으로 깊숙하게 파고들고 있다는 증거였다.
“폐하.”
“괜찮아. 이것까지만 살펴보고 돌아가자.”
“네, 알겠어요.”
우리는 숨을 죽이고 상황을 지켜보았다.
절규에 가까운 비명이 계속해서 이어졌고, 그때마다 검은 점의 형태도 명확해졌다.
그리고.
쑤우우욱!
크워!
드디어 검은 점이 제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마치 거대화된 지네를 보는 듯했는데, 외피가 어찌나 단단하고 두꺼운지 결계에 녹아내리면서도 잘도 버티고 있었다.
퀘엑! 퀘엑! 퀘에에엑!
그러고는 마치 게거품을 뿜어내듯, 입속에서 뭔가를 연신 토해 내기 시작했다.
전신을 부르르 떨며 점점 녹아내려 가고 있는 것이 애초에 죽을 작정으로 결계에 돌진한 듯했다.
“후우.”
나는 심호흡과 함께 정신을 집중하고, 바로 지네의 입을 향해 마법을 정조준했다.
대응 마법은 데큐플 트랜센던스 쇼크 웨이브. 아까 헬파이어를 시전하려다가 취소한 만큼 마력은 충분했다.
광범위하게 충격파를 유발할 수 있는 마법이기 때문에 지네의 입에서 나올 ‘뭔가’를 대비하기에 가장 적합했다.
퀘에에엣!
다음 순간.
지네가 머리를 열심히 흔들기 시작하더니, 기어이 안에 있던 무언가를 토해 냈다.
[혈마귀 – 초월 강신]“뭐야, 이거?”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온몸이 부적 같은 것으로 뒤덮인 혈마귀들이었다.
부적에는 정체불명의 상형문자가 그려져 있었는데, 그것이 붉은빛을 뿜어내며 혈마귀의 활동력을 증진시키는 듯했다.
“하아압!”
기합과 함께 쇼크 웨이브를 시전했다. 어떤 녀석들인지 호기심을 갖고 지켜보기에는 개체수가 생각보다 많았다.
잠깐 사이에 이미 입을 열고 나온 혈마귀의 숫자가 무려 스물에 달했던 것이다.
게다가 입 안에서 끝없이 보이는 행렬을 봐서는 보통 숫자가 아닌 듯했다.
“끄에에에! 끄에!”
“키히익! 퀴익! 케이익!”
퍼석! 퍼서석! 퍼석!
어지간한 생물체면 뼈도 못 추릴 충격파 마법이 작렬하자, 여기저기서 혈마귀가 픽픽 쓰러지기 시작했다.
체내의 오장육부는 물론이고, 살아 숨 쉬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격렬하게 뒤흔들기 때문에.
어지간한 내구성이나 저항력이 아니면, 이것에 버텨 낼 방법은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덕분에 혈마귀는 마치 오래된 비스킷 과자가 부서지듯, 힘없이 가루가 되어 흩어져 갔다.
‘넘어올 방법이…… 있는 건가?’
이런 식이면 지네의 몸은 잃더라도 혈마귀를 나스 대륙에 상륙시킬 수 있는 것 아닌가?
나는 어떻게든 버텨 내며 혈마귀를 기어이 ‘나스 대륙’에 토해 냈다는 사실에 경악하고 말았다.
비록 맞닿아 있을지는 몰라도, 접점이 생기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던 동방 대륙.
하지만 상황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좋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현장에 나타난 혈마귀를 쇼크 웨이브를 이용해 일거에 쓸어버렸다는 것이다.
지네의 몸은 전부 다 녹아 없어졌고, 유일하게 결계를 넘어온 머리만이 바다 위에 둥둥 떠 있었다.
“분석이 시급해졌어.”
나는 바로 지네의 머리를 회수했다.
현장에서 챙길 수 있는 유일한 증거였기에 즉시 아공간에 보관을 했다.
“폐하, 아무래도 상황이 심각한 것 같아요. 어서 돌아가서 어떤 식으로든 대책을 수립해야…….”
나보다 헤이즈의 말이 훨씬 더 빨랐다.
내 속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늘 이해해 주는 그녀의 현명한 조언이었다.
“신혼여행이 엉망이 되어서 미안해.”
“저는 이렇게 폐하와 단둘이 하는 모든 여행이 즐거운 시간이에요. 그런 마음 약한 말씀은 하지 마세요.”
방긋! 웃는 헤이즈의 모습을 보니, 심각했던 내 마음도 잠시나마 눈 녹듯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뭔가 운명의 주사위가 던져진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나스 대륙의 모든 것이 절멸될 수도 있었던 성마 대전을 멋지게 막아 낸 우리였지만.
또 다른 새로운 운명의 수레바퀴가 다시 굴러 가려고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