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g Player RAW novel - Chapter 360
제 359화
112장. 증강우 – 2화
‘증강우의 약점은 필요 이상으로 공격적이라는 거야. 애초에 지금껏 자기 실력 수준에서 방어 위주로 싸울 일이 없었던 거겠지.’
나는 증강우와 싸우면서 녀석의 공격 패턴이나 성향, 움직임에 대해 완벽한 파악을 마쳤다.
일단 힘만 놓고 보면 나와 호각세라고 말해도 될 만큼 뛰어난 실력자였다.
즉, 만약에 증강우가 나를 죽이고 나스 대륙으로 건너간다면, 그곳에서 충분히 학살을 벌일 수 있는 수준이었다.
아마 베르하드도 증강우를 상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드래곤도 고전할 가능성이 크고.
증강우의 실력은 분명 인정할 부분이 많았다. 그는 동방 대륙의 최강자이고, 그에 걸맞은 힘을 가졌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녀석이 상대해야 할 적이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라는 사실이다.
증강우가 동쪽의 절대 강자라면, 나는 서쪽의 최강자다.
어쨌든 나는 증강우의 공격성을 끊임없이 자극했다.
다만 머리를 썼다.
상대가 공격적인 성향이라고 해서, 무조건적인 방어로만 임한다면 싸움 패턴이 단순해지기 때문이다.
애초에 공격이 익숙한 사람에게 방어로만 일관한다는 것은 살아 있는 샌드백이 되길 자처하는 셈.
그러므로 끊임없이 공격과 방어를 반복하면서 증강우의 약을 올리고 그의 공격성을 자극했다.
내게 닿을 듯 닿지 않게.
녀석이 맞지 않을 듯한 공격이 유효타로 들어가서 맞게.
칼같이 설계를 한 것이다.
그리고 기어이 만들어 낸 빈틈에 크러싱 피스트를 쑤셔 박았다. 그것도 데큐플 트랜센던스로.
선혈을 분수처럼 토해 낸 이후.
‘호흡을 더 빠르게 가져가네.’
증강우의 공격성은 전보다 훨씬 더 강해졌다.
계속 평정심을 유지하려는 듯 보였지만, 한 차례 타격을 입으면서 심리적인 방어가 와르르 무너진 느낌.
증강우는 무적불패의 신화를 자랑했던 자신에게 내가 이토록 큰 상처를 입혔다는 사실을 결코 용납할 수 없는 것 같았다.
‘끈질김, 집요함, 노림수.’
나는 세 가지 키워드를 잊지 않고 증강우와의 전투에서 계속 힘을 빼고, 또 뺐다.
당장 놈을 무너뜨리고 어서 나스 대륙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마음이 급하기에 역설적으로 더욱 느긋한 마음을 가지려 애썼다.
서두른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것 같았으면, 진즉에 해결됐을 테니 말이다.
감정에 휘말려 평정심과 밸런스가 무너지는 일을 극도로 경계했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 놀라울 정도로 마음이 안정되면서 전투에 차분하게 임할 수 있었다.
“쥐새끼처럼 도망치지 말고 맞서 싸워라, 자레드! 내가 두렵나? 왜 자꾸 피하냔 말이다!”
“…….”
“열받게 하는군!”
콰콰콰쾅!
쿠웅! 쿠웅! 쿠우웅!
“음.”
“가공할 만한 화력을 네게 보여 주마. 널 가루로 만들어 주겠다!”
“…….”
전투 초반만 해도 증강우의 말에 꼬박꼬박 말대답을 하던 나였지만.
이제는 말을 아꼈다.
침묵하고 조용히 전투에 임하는 것이 오히려 증강우의 감정을 더욱 자극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갈수록 증강우의 화력은 폭발적으로 커졌다.
이유인즉, 입고 있는 슈트의 모든 화구(火口)를 개방하며 차원석의 힘을 극대화했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최대 출력에 진입한 만큼 자체적으로 ‘타임 어택’에 걸렸다는 뜻도 됐다.
증강우는 필사적이었지만, 우습게도 나는 생각보다 힘을 덜 들이고 그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새삼 심리의 중요성을 느꼈다.
지금 나와 증강우의 상태는 격투기로 본다면 안정적으로 가드를 유지하고 있는 나와.
가드를 내리고 두 눈에 쌍심지를 켠 채로 미친 듯이 펀치를 퍼붓는 상대와 같았다.
언뜻 보기에는 화려한 공격을 퍼붓는 자가 우세해 보이지만, 막상 실속은 없는 것이다.
‘무뎌. 많이 무뎌.’
공격은 매서워졌지만, 그럴수록 나는 더욱 쉽게 증강우의 공격을 피했고 그는 더욱 독기가 올랐다.
‘프루아를 낚았던 방법.’
노림수 하나를 떠올렸다.
여러 가지 방법이 떠올랐지만, 지금의 증강우와 느낌이 유사했던 적이 떠올라서였다.
바로 예전에 마요르카 영지를 병합할 당시, 한바탕 일전을 벌인 적이 있었던 프루아.
마약 조직 데트라헤레의 수장으로 자신의 실력만 믿고 덤볐다가 내 노림수에 당했던 녀석이었다.
그를 죽음에 이르게 만든 것은 자신의 검으로 자신의 등을 찌르게 만들었던 ‘디멘션 도어’였다.
차원문의 출구와 입구를 만들어 공간을 왜곡하고 교란시키는 디멘션 도어는 내 주특기다.
베르하드는 물론이고, 카스트로 같은 드래곤도 감탄을 마지않았던 공간 활용 마법이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변수를 즐기는 내 전투의 특성상, 디멘션 도어는 절호의 수단이었다.
과거에는 어디에 출구와 입구를 만들지 계산하는 것이 어려웠고.
개수가 많아질수록 어떤 차원문이 어디로 연결되었는지를 계산하는 일이 어려웠다.
하지만 초월 마법을 쓰게 되고, 마법 활용 및 연산 능력이 극대화되기 시작하면서.
수십, 혹은 수백의 차원문을 만들어도 능히 출입구의 연결부를 컨트롤할 수 있었다.
애초에 시전자인 나에게는 출입구를 잇는 끈이 보이기도 하지만, 그게 없어도 충분히 설계가 가능했던 것이다.
‘절대 두 번 이상은 써먹을 수 없겠지만, 단 한 번의 노림수로 이것만큼 좋은 것은 없지.’
빠르게 결정을 내렸다.
노림수를 결정했으면 미련을 갖지 말고 우직하게 밀어붙일 수 있어야 한다.
실패를 두려워하면 더 이상 노림수가 되지 못한다. 무조건 성공한다고 확신해야 노림수가 되는 법이다.
‘좋아.’
계산은 끝났다.
이제부터 필요한 부분은 공간을 넓게 쓰면서, 동시에 확실하고 치밀하게 판을 짜는 일뿐이었다.
* * *
“자레드, 기세등등하던 초반의 기세는 다 어디로 가고, 쥐새끼처럼 도망치는 거지? 어?”
“…….”
“왜 꿀 먹은 벙어리처럼 말이 없냔 말이다!”
점점 극대화된 화력의 정점으로 향해 가는 증강우의 공격에 자레드도 후퇴를 거듭하고 있었다.
여전히 버틸 만한 정도의 공세이긴 했지만, 확실히 아슬아슬했다.
단 0.1초만 반응을 늦게 해도 몸 어딘가가 사라졌어도 진즉에 사라졌을 일격이 많았던 것이다.
하지만 자레드는 그런 와중에도 침착성을 잃지 않고, 증강우의 움직임을 내내 눈에 담고 있었다.
쿠웅! 쿠웅! 쿠웅!
연이어 증강우의 슈트 뒤쪽에서 포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 후 포문에서 일제히 마력탄이 상공으로 발사되기 시작하더니, 유도 기능이 부여돼 낙하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마력탄이 방출될 때에 작은 쇠공에 마력이 응축되도록 설계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 쇠공이 다른 인체에 반응하게 만듦으로써 자연스럽게 유도탄이 되도록 만든 것이다.
‘지금은 아냐.’
노림수에 바로 들어갈까 했지만, 그러기에는 공격의 화력이 자레드의 예상보다 적었다.
지금보다 훨씬 더 인정사정없는 확실한 맹폭이어야 했다!
정말 ‘죽이겠다’는 일념으로 쏟아져 나오는 공격이어야 노림수가 성공할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설계는 그러했다.
쉬유우우우! 콰쾅! 콰콰쾅!
‘크윽, 화력이 엄청나군.’
자레드는 순식간에 쏟아지는 마력탄을 퍼펙트 실드를 전개해 막아 냈지만, 화력이 실로 엄청났다.
손 쓸 틈도 없이 퍼펙트 실드가 깨지는 바람에 다급하게 실드를 한 번 더 펼쳐야 했을 정도다.
“무디군, 무뎌!”
퍼억!
“크허억!”
결국 일격을 허용했다.
실드를 집중해서 전개하는 동안은 다른 회피 기동이나 마법 사용이 껄끄럽기 때문이다.
자레드가 증강우의 공격 패턴과 호흡을 읽고 있듯, 증강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습관적으로 자레드가 사용하는 레퍼토리를 꿰뚫어 보고 있었던 것이다.
“쥐새끼의 꼬리를 한번 잡았으면 죽을 때까지 패대기를 쳐 줘야 제맛이지!”
홰액! 홰액!
콰아앙! 콰아아앙!
증강우의 공격은 매서웠다.
한번 접근을 허용하고 붙잡히기까지 하니, 자레드도 벗어날 도리가 없었다.
블링크나 텔레포트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증강우의 슈트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력의 기운이 너무나도 강력했다.
이럴 경우, 공간을 이동하는 마법을 썼을 때 자칫 잘못하면 간섭에 걸려 엉뚱한 곳으로 갈 수 있었다.
최악의 경우에는 벽이나 바위, 나무 틈새에 끼어 즉사할 수도 있었기에 조심해야 했다.
‘빙염탄!’
자레드는 곧바로 빙염탄 구체를 만들어 냈다.
일반적인 마법 공격으로는 회피가 불가능하기에 증강우의 목숨을 위협할 수단을 쓴 것이다.
꾸득! 꾸득! 꾸드드득!
“쳇!”
자레드의 주변이 빙염탄의 수호를 받으며 빠르게 얼어붙기 시작하자, 증강우가 물러섰다.
슈트가 열에는 강하지만 한기에는 약한 탓에 어쩔 수 없이 물러서야만 했다.
“카악, 퉤!”
자레드가 걸쭉한 침과 함께 핏물을 뱉어 냈다.
정신이 바짝 드는 느낌이었다.
차라리 잘됐지 싶었다.
어떻게 하면 증강우를 더 꾀어낼 수 있을까 했는데, 자신의 약점을 충분히 보여 준 듯했다.
“후후.”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는 증강우의 모습에서 자레드는 확실한 ‘가능성’을 봤다.
자레드가 증강우를 낚을 가능성을 봤듯, 증강우도 자레드를 이길 가능성을 점쳤다고 본 것이다.
‘들어와라. 이제부터다.’
마력탄과 실드의 충돌로 사방에 희뿌연 연기가 가득해지며, 외부 시야에 적절한 방해도 생겼다.
이제 디멘션 도어를 활용한 노림수를 발동할 때가 확실히 왔다.
* * *
‘좋아. 첫 번째 라인을 잡았다.’
계속 증강우와 공방전을 주고받으며, 나는 녀석이 활용하는 마력탄의 방향을 체크했다.
아마 승부수를 던질 때가 됐다고 판단되면, 증강우는 모든 화력을 개방할 것 같았다.
그러면 슈트에 있는 모든 포문에서 마력탄이 날아올 텐데, 그 경로를 예상한 것이다.
“겁먹었군, 자레드! 그렇게 계속 물러서기만 할 거냐!”
쿠콰콰콰콰콰!
‘두 번째 라인도 잡았어.’
증강우가 다양한 형태로 변주를 주긴 했지만, 애초에 마력탄의 경로는 한정적이었다.
쏘는 위치나 자세, 타이밍은 다를 수 있어도 마력탄 자체의 경로는 변수가 적었던 것이다.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침착하게 경로를 계산해 갔다.
그 와중에 몇 차례 공격에 정면으로 노출되기는 했지만, 실드를 이용해 전력으로 막아 냈다.
아슬아슬했지만, 어쨌든 증강우에게 유효타를 허용하진 않았다.
‘됐어. 최종 설계는 끝났다!’
모든 판이 짜였다.
이제 남은 것은 통발의 문을 열고, 미끼를 이용해 물고기가 깊숙하게 들어오도록 유인하는 것뿐.
“지긋지긋하군, 증강우! 이제는 전력으로 너를 박살 내 주겠다!”
“오호라! 드디어 쥐새끼가 이빨을 드러냈군! 좋다. 길게 시간을 끌 필요도 없이 단숨에 끝내 주마!”
쿠웅! 콰앙! 콰콰콰쾅!
마법과 마력탄의 교차.
슈트를 이용한 육탄전과 실드를 이용한 방어전.
다양한 형태의 공방전이 순식간에 나와 증강우 사이에서 정신없이 오갔다.
일반인, 아니 그 어떠한 사람도 눈으로는 절대 좇을 수 없는 찰나의 전투였다.
바로 그때.
“커헉!”
100% 의도를 담아 나는 증강우의 공격에 일부러 당해 줬다.
유인책임을 숨기기 위해 일체의 방어 없이, 유효타로 증강우의 공격을 허용한 것이다.
조금이라도 미심쩍은 구석이 있다면, 녀석이 바로 달려들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음 순간.
“이젠 정말 끝장을 내 주마!”
증강우가 슈트에 달려 있는 모든 포문을 일제히 열었다.
내 끈질긴 수비전에 이미 학을 뗀, 그래서 단번에 전투를 끝내고 싶어 하는 증강우의 승부수였다.
‘왔다.’
나는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