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g Player RAW novel - Chapter 363
제 362화
113장. 신을 죽여라 – 2화
“나다, 이 XX야.”
“뭣……?”
“나라고, 로케발 이 XX야.”
연이어 시원하게 쏟아진 자레드의 욕설에 로케발의 눈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갑자기 소환을 당한 탓에 영 심기가 불편하던 차인데 웬 인간이 자신에게 욕설을 퍼붓고 있는 것이다.
“그 입을 함부로 놀리지 않는 게 좋을 거다. 하찮은 인간.”
“누가 하찮대, 이 XX야!”
욕설 3연타!
이어진 수모에 로케발이 모욕감을 분노로 표현하기 전에.
파아앗!
이미 자레드의 몸은 헤이스트와 함께 로케발을 향해서 초고속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와, 정말 빨라.’
자레드는 깜짝 놀랐다.
인간의 한계를 아득히 초월해 버린 몸은 순식간에 로케발과의 거리를 좁혔다.
수십 미터를 이동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시간의 단위가 0.1초, 0.2초, 이런 단위가 아니었다.
거기서 열 조각, 아니 스무 조각 이상을 더 쪼개야만 계산할 수 있는 실로 찰나의 순간이었다.
더 신기한 것은 이 짧은 시간의 조각이 자레드에게는 너무나 길게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앞서 자레드가 증강우를 상대할 때까지 갖고 있었던 힘과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이런 신이라면 언제든 하고 싶겠어, 정말. 신……. 초월적인 존재가 확실히 맞네.’
자레드는 감탄했다.
어쨌든 로케발과의 거리를 순식간에 근거리로 좁힌 뒤.
퍼어억!
크러싱 피스트를 이용해서 여지없이 로케발의 복부에 그대로 주먹을 쑤셔 넣었다.
-완전 화끈한데?
멀찍이서 팔짱을 끼고 지켜보던 박도혁이 엄지를 치켜세웠다.
상대는 어쨌든 신이라고 불리는 존재다.
그래서 어느 정도 겁을 먹고 초반에는 탐색전이나 간 보기 위주로 임할 줄 알았는데, 시작부터 한 방을 크게 먹였다.
임시 신격을 부여받은 자레드의 공격 대미지는 1%의 손실도 없이, 그대로 로케발에게 들어갔다.
“크허억! 크헉!”
로케발은 꼴사납게 지면을 나뒹굴며, 한참을 뒤로 날아갔다.
인간이라 얕봤는데, 완벽한 오산이었다.
‘신을 공격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혹시…… 저놈의 짓인가?’
로케발은 자레드의 등 뒤, 한참 먼 곳에서 홀로그램처럼 반짝이는 박도혁을 보았다.
인간이 신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것은 그들에게 ‘격’이 없기 때문이다.
격이 없는 자는 신의 몸에 작은 생채기를 만들어 내는 일조차 힘들다. 그것이 진리였다.
하지만 방금 자레드가 가한 일격은 그의 힘이 그대로 로케발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나스 차원의 주신은 앞서 한 번의 개입으로 그 힘을 잃었을 텐데?’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았다.
로케발에게 차원 베디세트는 그저 가지고 놀기 좋은 장난감이 있었던 곳이다.
‘장난감’ 증강우는 자신이 시키는 대로 피의 살육을 저질러, 로케발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 줬다.
아울러 증강우의 차원인 ‘베디세트’와 계속 균열로 연결되어 있었던 차원 ‘나스’의 경우.
로케발이 얼마 전에 확인한 것이 있었다.
나스 차원 – 혹은 나스 대륙 –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에 주신이 자신의 힘을 쓴 것이다.
즉, 다시 말해서 지금의 자신처럼 인간계에 현현해서 어떤 도움도 줄 수가 없었다.
당연히 신을 강제로 소환해 내는 일 또한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게 현실이 된 것이다.
로케발은 간과하고 있었다.
자신을 둘러싼 주변의 몇몇 차원들만이 ‘신의 세계’의 전부라고 믿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우물 안 개구리.
제법 그 우물이 깊고 넓었기에 이보다 더 큰 세상은 없으리라고 믿었던 로케발의 패착이었다.
“후우, 귀찮게 됐군.”
로케발은 얼굴에 잔뜩 묻은 모래를 쓸어내리며.
화아악!
전신의 힘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신격을 어떻게 얻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상대는 결국 인간이었다.
태초부터 신이었던 자신과, 신의 모습을 흉내 내는 인간이 결코 동일선상에 서 있을 수는 없었다.
아니, 그런 생각조차 매우 불쾌하고도 모욕적인 일이었다.
자레드에게 거칠게 일격을 당한 지금의 상황이 딱 그러했다.
너무 수치스러워서 치가 떨릴 정도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이 감정을 달래기 위해서는 저 인간, 자레드를 죽이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어 보였다.
“악신 로케발! 나스 대륙의 모든 백성과 축복하는 신을 대신해서 너를 처단하겠다.”
“하찮은 신과 인간의 분노 따위에 내가 눈 하나라도 깜짝할 것 같으냐. 널 영혼까지 소멸시켜 버리겠다.”
화르르륵!
로케발의 양손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그것은 일반적인 화염의 불길이 아니었다.
검게 타오르는 불.
닿기만 해도 노출된 부위를 순식간에 소멸시킬 수 있는 ‘절멸’의 불길이었다.
꿀꺽-.
호기롭게 임했던 자레드도 격전의 시간이 임박했음에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상대는 신.
이곳은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될 수 없는 무시무시한 전장이었다.
* * *
‘와!’
전투에 임하는 내내, 내가 떠올릴 수 있는 생각이라고는 감탄하는 것밖에는 없었다.
인간의 세계에서는 정말 짧디짧은 1초라는 시간 안에 무려 열 번이 넘는 공격이 오갔다.
그것도 한 번이라도 당하면 그 즉시 절명할 수 있는 위력적인 공격이었다.
로케발이 다루는 절멸의 불길은 위협적이었다.
닿는 모든 것이 불길에 증발해서 사라져 버렸다.
지면의 바위, 날아드는 마법.
불길은 그 어떤 것도 예외 없이 정말 깨끗하게 닿는 모든 것들을 지워 버렸다.
게다가 로케발의 검은빛 피부를 보면서 예상하긴 했지만, 세상의 모든 불빛을 가져가 버렸다.
조력자의 보상인 ‘어둠을 초월한 자’가 없었다면 정말 눈 뜨고 당했을 상황이기도 했다.
로케발이 양손에 절멸의 불길을 생성해 둔 탓에 전투의 과정 하나하나가 너무도 빡빡했다.
내 입장에서는 로케발과 스치기만 해도 죽음을 면치 못하니 당연한 결과이기도 했다.
조력자의 보상 중에서 빙염탄이나 바람길은 로케발을 공략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열화의 힘. 역가속.
예지. 초월. 역행.
이렇게 다섯 가지가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노림수인데, 충동적으로 꺼낼 수는 없었다.
하나하나가 위력적이지만.
한 번 노림수가 노출되면 다시는 같은 기회를 잡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아주 쥐새끼처럼 도망치는 실력은 일품이구나! 크하하하!”
“크윽, 제기X!”
난전을 주고받으면서 몸이 풀렸는지, 로케발이 펼쳐 내는 힘의 위력은 갈수록 막강해졌다.
후우우웅!
이번에는 자신의 몸을 중심으로 주변의 모든 공기를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마치 태풍에 휘말린 것처럼 거센 강풍이 로케발을 향해 휘몰아치는 탓에 나도 휘말려 들 뻔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 바람에 휘말려서 끌려가면 절멸의 불길에 의해 바로 지옥행이 될 터였다.
파팟! 팟! 팟!
블링크를 이용해 단거리로 계속 후방 이동을 전개했다.
텔레포트가 거리를 벌리는 데에는 수월하지만, 신의 힘이라면 언제든 이동에 간섭할 수 있었다.
‘신……. 정말 이리 강한 건가.’
진심으로 감탄하고 있었다.
임시 신격을 얻으면서, 사실 나에게도 신의 힘에 준하는 위력이 생겼다고 믿었고.
그렇다면 로케발도 결국 증강우처럼 나랑 눈높이가 맞는 상대가 될 것이라고 여겼했다.
어쩌면 이런 생각이 오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만큼 전장에서 잔뼈가 굵어 온 나에게는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로케발은 이런 내 상상을 초월하는 힘을 가졌다.
초반 전투에 나를 얕잡아 본 로케발에게 불의의 일격을 먹이는 데 성공했을 뿐.
그 이후로는 끊임없이 공방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점점 내 열세로 전황이 흘러가는 중이었다.
‘제기X.’
더 큰 문제는 또 있었다.
이미 주변의 공기를 빨아들이는 것만으로도 회피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에서.
“힘의 차이를 느껴라!”
로케발은 어느새 오른손에 움켜쥔 검붉은 빛의 창을 나를 향해 투척하고 있었다.
언뜻 보기만 해도 암흑 기와 같은 어둠의 힘을 응축시켜 만든 창과 흡사해 보였다.
화아아악!
도착하기도 전에 빠르게 내 전신을 휘감기 시작한 살기를 보니, 피격되면 뼈도 못 추릴 듯했다.
로케발은 동시에 두 가지 기술을 활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법사로 따지면 멀티캐스팅을 하고 있는 셈.
하지만 그것도 모자랐는지.
빠직! 빠지지직!
왼손으로 만들어 낸 거대한 전류의 폭풍을 내게 방출하려고 했다.
‘아슬아슬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조력자의 보상으로 얻은 ‘예지’ 능력 덕분에 공격 경로가 미리 예상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로케발이 구현하는 것들이 워낙 초월적인 힘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다 보니.
점점 예측할 수 있는 폭이 좁아지고 있었다.
정리하자면, 공격의 시작과 동시에 결괏값이 예지를 통해서 예측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내게 날아들었을 때, 그제야 예측이 된다는 것이다.
아슬아슬하다는 표현을 쓴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다.
판단이 아주 잠깐 – 여기서 말하는 잠깐은 정말 0.01초 같은 짧은 시간을 말한다. – 늦거나.
이에 맞게 몸이 반응해 주지 못한다면 제자리에서 선 채로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쫄지 마. 저놈도 생각보다 많이 당황하고 있으니까. 지금 너는 엄청 잘 싸워 주고 있어.
-데우스가, 아니 데우스 님이 널 봤다면 꽤 괜찮은 관리자 후보라고 생각했을 거다.
그때, 박도혁의 응원(?)이 뒤에서 들렸다. 계속 내 전투를 지켜보면서 느낀 것이 있는 듯했다.
듣기 좋으라고 한 말일 수도 있지만, 막상 듣고 나니 무척 힘이 났다.
뭐랄까…….
물론 지금까지 곁에서 많은 동료들이 날 응원해 주고 힘을 보태 줬던 것은 맞지만.
내 전생이나 혹은 차원과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누구에게도 속 시원하게 털어놓은 적이 없었다.
그들을 이해시킬 수도, 쉽게 설명할 수도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도혁은 처음부터 내가 처한 상황과 도전해야 할 운명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신이라는 초월적인 존재를 상대해야 하는 이 전장에서!
나 홀로 외롭게 싸우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나를 봐주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지원군을 둔 느낌이었다.
그래서 힘이 몇 배로 더 났다.
쿠쿠쿵! 쿠쿵! 콰콰쾅!
“크윽!”
아슬아슬하게 로케발의 난사에 가까운 공격을 피해 냈다.
한 끗 차이로 전류 폭풍이 눈앞에서 지면으로 쏟아져 내렸고.
사악한 기운을 잔뜩 머금은 창이 내 머리카락을 아슬아슬하게 스치며 지나갔다.
퍼석!
저 멀리 있던 거대한 바위는 창을 맞자마자 그 자리에서 한 줌의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인체였다면 볼 것도 없이, 소멸되어 없어졌을 무시무시한 일격이었다.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일단 변수 없는 공방전으로는 내가 점점 밀리는 그림이 될 수밖에 없겠어.’
냉정하게 판단했다.
마력 소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겠지만, 이젠 조력자의 능력을 무조건 써야 할 듯했다.
역가속의 능력, 이것을 이용해서 미세한 시간의 이점을 이용해 로케발의 빈틈을 노린다.
그것이 현재 이 시점에서 명확하게 세워진 로케발에 대한 노림수였다.
혹자에게는 그 ‘미세한 시간’이 찰나의 순간이 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운명을 뒤바꿀 시간의 작은 균열이 될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신은 완전무결하지 않다.
빈틈은…… 반드시 나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