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g Player RAW novel - Chapter 366
제 365화
114장. 몰살 – 1화
“드디어 베디세트 차원이 멀어지고 있네. 모든 것을 초월한 신의 눈으로는 이런 것도 보인다는 건가. 신기하네.”
나는 동쪽 저 멀리, 영원히 닿지 않을 것만 같은 먼 곳으로 멀어지는 차원을 볼 수 있었다.
균열이 닫히고, 결계가 다시 세워지는 정도가 아니었다.
나스 대륙과 동방 대륙의 접촉면 자체가 아예 끊어진 것이다.
이제 나스 대륙 동쪽에서 계속 동진을 하게 되면 동방 대륙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둥근 지구와 같은 대륙 내의 세계관에 따라 행성 전체를 순환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다시는 우연스러운 사고든 아니든 동방 대륙에 갈 수 있는 방법은 영원히 사라지게 된 셈이다.
아울러 결계를 넘어와 우리 나스 대륙을 공격하고 있을 동방 대륙의 군대로서는…….
돌아갈 곳이 사라진 셈이 됐다.
물론 그들에게 돌아갈 곳이 있는지 없는지는 크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왜냐하면 단 한 명의 전력도 살려 둘 생각이 없었으니까. 그들 모두를 몰살시킬 것이다.
“차원 문제는 이제 완벽하게 해결됐어. 성마 대전도 승리로 이끌었고, 이제 차원 대전도 승리인 건가.”
뿌듯하고 흡족했다.
사랑하는 백성과 동료들을 거대한 외세로부터 지켜 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기뻤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놀라웠다.
처음 현생에 눈을 떴을 때만 해도, 난 그저 대륙 북부에 위치한 작은 소영지의 영주였을 뿐이었다.
그때는 내가 나스 대륙의 운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애초에 난 주인공이 내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다른 의 주인공 캐릭터가 그 일을 대신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나는 나스 대륙의 중심인물이자 대륙의 운명을 가르는 결정적인 변수가 되어 있었고.
그 이후 이어진 거침없는 행보는 지금에까지 이르고 있다.
‘아버지, 보고 계시죠?’
나는 신태풍의 아버지와 자레드 폰 유칼레스의 아버지를 동시에 떠올렸다.
모두 내게 소중한 인연이기에.
아마 돌아가신 내 아버지, 바렛 폰 유칼레스는 분명 날 기특하게 여기고 계시리라고 믿는다.
쿠과과과! 과과과!
데큐플 트랜센던스 플라이 마법을 활용해 나는 계속 서쪽으로 고속 이동 중이었다.
텔레포트를 사용하지 않은 것은 혹시나 공간을 뛰어넘는 과정에서 적을 놓칠까 봐서다.
단 한 놈도 남김없이 모조리 쓸어버릴 예정이었기에 공간을 허투루 보고 지나가고 싶지 않았다.
바로 그때.
촤아아아- 촤아아아-.
대양을 가르며 이동하는 한 무리의 선단이 보였다.
규모가 썩 크지 않고 대열이 흐트러져 있는 것으로 봐서는 후속으로 출발한 선단인 듯했다.
아마 먼저 출발한 선단은 이미 교전 중일 것이고, 여기 보이는 선단은 후방 지원일 가능성이 컸다.
“이런 잔챙이들은 대단위 마법도 아깝지.”
콰아아!
망설일 것도 없이, 나는 파공음을 내며 그대로 선단 한가운데를 향해 하강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메테오 스톰이나 썬더 스트로크 같은 광역 마법을 쓰자니, 마력이 아까웠다.
다음 순간.
왜애애애앵!
인통연 소속의 군함이 경보음을 내었고, 갑판 위의 대공포가 일제히 나를 조준하기 시작했다.
“나와 너희의 가장 큰 차이점은 날개가 있고 없고다.”
웃음이 나왔다.
물론 동방 대륙의 각성자들에게 ‘경공’이라는 개념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플라이 마법처럼 장기간 지속해서 공중을 비행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나마 이를 가능하게 했던 것이 증강우가 입고 있었던 특별한 슈트였다.
하지만 일전에 진선평에게 물어보니, 이런 슈트를 보유한 각성자는 극히 소수라고 한다.
결국 내게 화력을 퍼붓기 위해서는 현대식 무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내가 가진 마법은 그런 과학의 힘을 아득히 뛰어넘을 만큼 강하고 압도적이다.
퍼펑! 펑! 펑!
이윽고 포신이 불을 뿜으며, 검은 연무와 함께 나를 향한 집중포격이 이어졌다.
하지만 데큐플 트랜센던스 퍼펙트 실드에 더해, 바람의 장벽까지 이중으로 펼친 방어벽 앞에서는.
터엉! 터어엉! 터엉!
무용지물이었다.
힘껏 마력의 벽만 열심히 강타한 포탄은 제대로 폭발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바다 위로 추락했다.
그사이.
과아아아!
함교까지 수직 하강한 나는 그 안에서 밖을 바라보고 있던 군인들과 눈이 마주쳤다.
“이, 이, 이익……!”
당황한 군인들이 저마다 무기를 꺼내 들고 눈앞까지 당도한 나를 상대하려고 움직이는 찰나.
“데큐플 트랜센던스 헬 파이어.”
나는 9만의 마력을 소진해서 지옥에 닿을 듯한 열화의 불길을 선사해 주었다.
“크아아아!”
비명은 한 번뿐이었다.
단숨에 함교를 쓸어버린 불길은 통째로 구조물 자체를 아이스크림처럼 녹여 버렸다.
강철과 합금이 혼합되어 만들어진 구조물이 이렇듯 녹아 없어질진대, 그 안에 있는 인체가 버텨 낼 리 만무했다.
게다가 걷잡을 수 없이 사방으로 뻗어 나간 헬 파이어의 열기는 닿는 모든 것을 녹여 버렸다.
나는 빠르게 무너지기 시작하는 군함에 아주 작은 변수를 추가해 주기로 했다.
“트리플 트랜센던스 쇼크 웨이브.”
그리고.
쿠구구구궁! 끼긱! 끼이이익!
이내 균형을 잃은 군함이 제멋대로 반으로 쪼개지면서 침몰하기 시작했다. 그들에겐 악몽의 시작이었다.
* * *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어떻게 되기는. 너희들의 대장이 죽었으니 내가 마음 놓고 박살 내러 온 거지.”
쿠과과과과과! 콰콰쾅!
적의 공격은 가볍게 회피.
그리고 내 공격은 완벽한 파괴.
그 이후로도 같은 패턴의 상황이 반복되며 후방에서부터 인통연의 해군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물론 내가 아닌 베르하드와 같은 마법사였다면 목숨이 위험했을 수도 있는 반격도 제법 있었다.
소형화된 심판의 창 같은 살상 레이저 형태의 공격이 제법 있었기 때문이다.
구성이나 화력이 조악했던 후방의 함대와는 달리, 중앙 함대로 이어지면서 스펙도 한층 상승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공간을 쉴 새 없이 활용하고.
시간을 종종 내 뜻대로 ‘역가속’을 이용해서 상대적으로 느리게 만들기도 하며.
극한의 초월 마법을 활용, 인간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은 나를 압도할 수 있는 무기는 존재하지 않았다.
만약 증강우가 첨탑의 전투에서 나를 좀 더 길게 묶어 뒀거나 전투 불능의 상태로 만들었다면?
전쟁의 양상은 생각과는 다르게 흘러갔을 것이다.
살상 레이저의 경우에는 비록 드래곤이라고 하더라도 그 뼈를 녹일 수 있을 만큼 위력이 강력했기 때문이다.
카스트르와 같은 드래곤을 비롯해 베르하드 같은 하이클래스의 마법사 일부를 제거한다면.
사실 인통연 해군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해 볼 만한 전투인 것도 사실이었다.
만약 내가 죽고 전장에 나 대신 증강우가 나타났다면, 바로 그날로 나스 대륙은 끝장이 났을 것이다.
하지만 놈들이 그렸던 청사진은 모조리 어그러지고, 기대했던 사령관 증강우의 지원 대신.
놈들을 지옥으로 보낼 저승사자인 내가 왔다.
다들 극한의 화력을 쏟아 내면서 나를 요격하고 추락시키려고 무던히 애를 썼지만.
모두 다 무의미한 몸부림이자 쓸데없는 아우성일 뿐이었다.
화르르륵! 화르륵!
“퇴함! 퇴함하라!”
불길이 끝없이 치솟고, 기동 능력을 상실한 군함 위에서 바다로 뛰어드는 적들이 보였다.
결계를 넘을 때만 하더라도 자신들의 군화에 짓밟힐 우리 나스 대륙의 백성들을 머릿속에 떠올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들에게 내가 베풀어 줄 수 있는 자비는 오직 하나뿐이다.
어차피 죽어야 할 운명, 최대한 빠르고 신속하게 그 목숨을 빼앗아 주는 것 말이다.
“데큐플 트랜센던스 아쿠아 스웜.”
그래서 나는 바다에 가득한 물을 매개 삼아 아쿠아 스웜의 초월 마법 형태를 구현해 냈다.
그것은 거대한 해일과도 같았으며, 동시에 파도 전체에 강한 충격파를 싣는 기술이었다.
즉, 여기에 휘말린 적들은 파도에 부딪혀 기절부터 한 다음 결국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나름 고통 없는 최후이자 내가 베풀 수 있는 마지막 아량인 셈이다. 살려 둘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다음 순간.
꾸구구구궁!
아쿠아 스웜이 만들어 낸 거대한 충격파와 함께 주변의 바다 전체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그리고 몇 초 후.
“…….”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하고 충격파에 휘말려 목숨을 잃은 군인의 시신들이 둥둥 떠올랐다.
마치 물속에서 죽은 금붕어처럼 힘없이 떠오른 그들에게서 생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아직, 아직 더 남았어.”
나는 멈추지 않았다.
이제 후방 함대와 중앙 함대를 처리했을 뿐, 선봉인 대규모 함대는 여전히 건재한 상황이었다.
거기에 핵심 세력과 전략 무기가 모두 탑재되어 있는 만큼, 그들을 분쇄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조금만, 조금만 더 버텨 줘.”
나스 대륙으로 돌아온 만큼 가즈넬라의 날개를 이용해서 헤이즈의 곁으로 바로 갈까 생각해 봤지만.
참았다.
전방에서 정직하게 함대를 덮치는 것보다는 후방에서 화력을 쏟는 게 훨씬 효과가 좋을 테니까.
이제 끝이 보이고 있었다.
최후의 적들만 처치한다면.
앞으로 ‘나스 대륙’은 박도혁의 말대로 최소 500년은 외세로부터 어떤 침략도 없이 평화를 누리며 살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죽은 이후에도 몇 대를 내려가는 동안에 보장된 평화이니만큼, 마무리도 잘하고 싶다.
끝, 이제 다 왔다.
* * *
얼마 후.
“크으으윽…….”
“베르하드 님! 괜찮으세요?”
“괜찮습니다. 면목 없군요. 늙은 몸을 제대로 건사하지도 못하고, 이런 민폐를 끼칠 줄이야…….”
“그렇지 않아요! 아무도 베르하드 님의 희생을 민폐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헤이즈는 인통연 해군과의 전투 도중에 큰 부상을 입은 베르하드를 치료하고 있었다.
앞서 동방 대륙에서 넘어올 때 부상을 입은 베르하드였기에 이번의 부상은 꽤 심각했다.
이제는 황후가 된 헤이즈였기에 베르하드도 그녀에게 함부로 하대하지 않았다.
콰우우우! 콰우우우!
끄오오오!
헤이즈가 베르하드에게 모든 신성력을 퍼부으며 치유술에 집중하는 동안.
여기저기서 블랙 드래곤이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었다.
인통연 해군의 군함에 탑재되어 있는 ‘파멸의 창’에서 발사된 살상 레이저 때문이었다.
차원석을 활용한 고강도 마력을 이용해 공간을 찢어 버리는 형태의 공격을 퍼붓는 파멸의 창.
이것은 드래곤들이 펼치는 방어형 용언 마법도 무력화시킬 만큼 위력적이었다.
다행히 드래곤 중 목숨을 잃은 드래곤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파멸의 창에 의한 불의의 일격으로 날개에 부상을 입거나, 다리에 중상을 입고 전선에서 이탈하는 경우가 속출했다.
게다가 상륙한 각성자들 중 일부가 베르하드에게 ‘자폭 공격’을 하면서 그 역시 부상으로 이탈하게 됐다.
덕분에 전장에는 9클래스의 마법사가 하나도 없었고, 대단위 공격 마법을 쓸 전력이 사라졌다.
“전군, 물러서지 말고 방어선을 지켜라! 첫 번째 방어선이 무너지면, 그다음은 순식간이다!”
라키스가 병사들을 독려했다.
가장 공들여 만든 것이 첫 번째 최전방 방어선이었기에 쉽게 적에게 내줄 수 없었다.
하지만 드래곤과 베르하드가 줄줄이 이탈하면서, 빠르게 암운이 드리워지고 있는 중이었다.
최악의 상황!
자레드가 없는 전장에는 그 어떤 희망도 없었다.
하지만 자레드에게서는 아직도 아무 소식이 없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적들의 고약한 수단에 모조리 전멸할 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