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g Player RAW novel - Chapter 371
제 370화
116장. 상봉 – 2화
“꺄아아악!”
“당신, 누구야! 도대체 뭐야?”
아마 가족들과 얼굴이 마주치는 순간, 바로 뮤트 마법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주변의 신고를 받고 경찰이 곧바로 출동했을 것이다.
자레드는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방법 따윈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럴 수밖에.
둘만 살던 집에 들어왔는데, 난생처음 보는 이국적인 외모의 남녀가 있다면 어떻겠는가?
“아버지, 저예요.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저 태풍이에요, 아버지!”
“당장 나가. 나가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한다, 이 도둑 놈!”
“아빠! 제가 신고할게요!”
말을 채 주고받을 틈도 없이 스마트폰을 열고 신고를 하려는 신유희의 모습에.
파팟.
자레드가 블링크를 이용해 그녀의 바로 앞에 붙어서 타이르듯 조심스럽게 말했다.
“유희야, 나 오빠야. 제발 믿어 줘. 응?”
“저리 가! 도대체 당신들 뭔데 우리 집에 들어와 있는 건데! 그리고 어떻게 여길…….”
자레드가 ‘이미지 카피’ 마법을 이용해서 자신의 얼굴을 신태풍의 모습으로 바꿨다.
드래곤의 폴리모프 마법과는 달라서 이미지를 덧씌우는 형식의 변화지만.
어쨌든 신태풍의 얼굴이 충분히 가능한 마법이었다.
“나야 나. 그래. 전혀 믿기지 않는 거 알아. 유희야, 네가 학고 맞았을 때 아버지께는 사실 휴학 중이었다고 거짓말하고, 배송된 성적표 내가 중간에 우체부 아저씨한테 가로챘었잖아?”
“그걸…… 어떻게? 당신이 어떻게 그 비밀을 아는 건데?”
“……나 태풍이라니까. 얼굴만 보고 믿을 수 없다는 거 알아. 하지만 믿어 줘. 그럼 다 설명할 수 있어.”
“말로 해서는 안 되겠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신유희와 달리, 아버지인 신욱철의 대응은 달랐다.
말로는 통할 것 같지 않자, 부엌에서 칼이라도 들고 나올 기세였다.
헤이즈는 어찌해야 할지 몰라서 조심스럽게 물러나 있는 모습이었다.
현명한 판단이었다.
“아버지!”
“누가 아버지라는 거야!”
“유희 생일 날, 유희가 절대 먹지 말라던 인삼주 몰래 따서 절반 마시고, 안에 소주 채워 놓으신 거. 기억 안 나세요?”
“……뭐라고?”
“그리고 유희에게는 손 하나 까딱 안 한 것처럼 천연덕스럽게 행동하셨잖아요?”
“그걸 당신이 어떻게…….”
“저 신태풍이라고요! 신태풍이에요, 아버지!”
자레드가 소리쳤다.
둘만이 아는 비밀을 말한 것에 대한 효과는 확실했다.
그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외부인이 대충 넘겨짚는다고 해서 알아낼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정말 가족이어야만 알 수 있는, 가족을 제외하면 외부에 얘기할 이유조차 없는 완벽한 비밀.
그것을 말한 것이었기에 신욱철과 신유희의 표정은 급격하게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6년 전에 죽은 아들이 다시 살아났다고?
그렇다고 하기에는 이미 신태풍의 유골은 6년 전에 화장한 이후 납골당에 놓아둔 상태였다.
“절 믿기만 해 주시면 하나부터 열까지 다 설명할 수 있어요. 방금 보여 준 특이한 능력과 왜 이런 외모를 갖게 되었는지까지도.”
“하아…….”
동시에 두 사람의 입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지극히 상식적인 반응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아, 그렇구나.’ 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처음 뵙겠습니다, 아버님. 신태풍 씨, 아니 오빠와 결혼한 며느리…… 헤이즈라고 해요.”
산 넘어 산이란 게 바로 이런 걸까.
죽은 오빠가 다른 얼굴로 살아서 돌아온 것도 모자라 결혼까지 했다는 사실에.
“어머.”
신유희는 그만 입을 틀어막았다.
이 모든 상황을 설명하려면 정말 긴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았다.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 * *
우리는 탁자에 앉아 자정을 지나 새벽에 이르기까지 밤을 새워 긴 이야기를 했다.
나는 나스 대륙에서 보낸 지난 6년의 삶을 이야기하면서, 간간이 우리 세 가족의 비밀에 대해 언급했다.
처음에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시작된 대화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아버지와 유희의 반응은 바뀌었다.
그것은 같이 산 사람이 아니고서는 절대 할 수 없는 말들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태풍아, 태풍아……. 하아,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 건가. 난 기뻐해야 하는 것이냐, 아니면 슬퍼해야 하는 것이냐?”
“믿기지 않아, 오빠…….”
이제는 좀 덤덤해진 나와 달리 아버지와 유희는 계속 굵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죽었던 아들이 얼굴이 바뀌기는 했어도 살아 돌아온 것이 아닌가.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예전의 몸이 아니었기에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제 겉모습이 아니라 내면을 봐주세요. 저는 이제 두 사람의 삶을 함께 살고 있으니까요.”
“미안합니다. 알아보지 못하는 바람에 초면에 정말 못 볼꼴을 많이 보였군요.”
아버지가 헤이즈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헤이즈가 손사래를 치며 뒤로 물러섰다.
“아니에요, 아버님! 절대로 그렇게 생각하시면 안 돼요! 저는 두 분의 마음을 이해해요!”
통역 마법이 상시 발동된 덕분에 의사소통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오빠, 아까 보여 준 특별한 능력이 마법이라는 얘기야? 그 소설이나 영화에서 나오는?”
“응, 맞아. 이런 거지.”
화르르륵!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손바닥 위에 화염구를 만들어 보이자, 아버지와 유희가 깜짝 놀랐다.
“이런 것도 가능해요.”
이어서 클린 마법을 시전했다.
그러자 방금까지 살짝 더러운 부분이 있었던 집 전체가 순식간에 깨끗해졌다.
“와……. 믿을 수가 없군.”
“이런 건 진짜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빠, 정말 믿기지 않아.”
“나도 처음에 그랬지. 적응하느라 애를 먹었어. 옆에서 헤이즈가 정말 많이 도와줬지.”
“하아……. 오빠, 사실은 아직도 잘 믿기지가 않아. 그냥 이렇게 믿어도 되는지 모르겠어.”
“억지로 믿으려 하지 마. 받아들여지는 만큼만 받아들이면 돼.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내게 묻고.”
“그러니까 지금의 오빠는 자레드라는 사람의 몸에 들어가 있는 신태풍이라는 거지?”
“맞아. 다만 그렇다고 내가 자레드가 아닌 것은 아냐. 자레드로서의 자아도 존재해.”
“그렇구나……. 언니, 만나서 정말 반가워요. 제 이름은 신유희예요. 언니의 성함은……?”
“헤이즈! 헤이즈예요!”
“헤이즈! 이름 너무 예뻐요! 아니, 이름만 예쁜 게 아니라 언니는 얼굴도 너무 예뻐요!”
“감사해요, 호호. 하지만 오빠나 아버님, 여동생분의 수려한 외모에 비하면 많이 모자란답니다.”
“정말 감사해요. 만년 모쏠이었던 우리 오빠를 이렇게 거둬 주셔서…….”
“아앗! 그건 아니에요! 폐하께서 저를 거둬 주신 거죠!”
“헤이즈, 거두긴 뭘 거둔다는 거야. 서로 사랑해서 결혼한 거고, 누가 밑지고 그런 것 없어.”
나는 단호하게 헤이즈에게 말했다.
나스 대륙의 사람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난 우리의 남녀 관계가 수평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너무 오랜 시간 틀에 박혀서 헤이즈가 내게 존대를 하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다고 쳐도.
서로 똑같이 사랑하고 있음에도 누가 누굴 거두고 챙겼다는 건지 마치 사랑을 선심 쓰듯 표현하는 얘기는.
절대 나오지 않길 바랐다.
내가 원하는 사랑법도 아니고.
“어쨌든 원래의 몸은 사라졌지만, 이제 자레드의 몸으로 언제든지 두 사람에게 찾아올 수 있게 됐어요. 언제든지.”
나는 언제든지, 라는 말을 강조했다. 단발성의 만남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나스 대륙으로 넘어갈 수도 있고, 반대로 넘어올 수도 있다.
적어도 내가 죽기 전까지 차원의 통로가 문제가 돼서 생이별을 하게 될 일은 없을 것이다.
잠시 후.
아버지는 냉장고에서 소주병을 꺼내셨다.
갑자기 왜 소주병을 꺼내시는가 싶었는데, 이유가 있었다.
“태풍아.”
“네, 아버지.”
“우리 소주 한잔하자. 네가 그렇게 떠나고 나서, 홀로 마시는 술이 얼마나 적적하던지…….”
“불효자를 용서하세요. 정말 죄송합니다, 아버지.”
“불효자는 무슨. 이렇게라도 널 살아서 만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 사실…… 몇 번 삶의 끈을 놓으려고 했던 적도 있었다.”
쪼르르.
소주잔에 소주를 채우면서 덤덤하게 하시는 아버지의 말에는 꽤 많은 슬픔이 담겨 있었다.
지금은 아무렇지 않은 듯이 말하고 계시지만, 저 감정이 들었던 그 순간만큼은 진심이셨을 터.
유희와 함께 아들을 잃은 슬픔을 감내해야 했을 아버지의 시간이 절절하게 느껴져 그만 눈시울이 붉어졌다.
“제가 술안주를 만들어 볼게요.”
헤이즈가 부엌으로 향했다.
다만 가스레인지나 전자레인지 같은 것이 나스 대륙의 방식과는 달라 어색한지 살짝 머뭇거리자.
“제가 도와드릴게요, 언니.”
유희가 눈치껏 옆에 붙었다.
“나도 도울게.”
그래서 나도 일어섰지만, 앞을 가로막고 선 유희가 슬쩍 뒤로 밀쳐내며 툴툴거렸다.
“그 똥손으로 뭘 만들겠다고……. 가만히 앉아서 시식할 준비나 해. 언니랑 열심히 만들 테니까.”
“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내 요리 실력에 대한 평가가 똥손이 뭐냐?”
“아빠도 오빠가 끓인 라면은 세상에서 제일 맛없다고 하셨어. 몰랐지? 오빠 잘 때 몰래 욕해서 그래.”
“헐…….”
“하여간 우리 예쁜 언니랑 만들고 있을 테니 아빠랑 열심히 대화나 하셔.”
툴툴거리는 듯하면서도 배려해 주는 유희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 나는 활짝 웃었다.
아버지는 그런 내 모습이 보기 좋았는지 말없이 내 손을 꼭 움켜쥐셨다.
“아들……. 정말 보고 싶었다.”
“저도요.”
“한잔하자. 꼭 둘이서 마시고 싶었던 술이다.”
“네, 아버지. 이제 기쁜 마음으로 받겠습니다.”
그렇게 나와 아버지, 더 나아가 헤이즈와 유희까지 포함한 네 사람의 술자리가 시작됐다.
오늘은 지금까지 보낸 수많은 밤들 중에서 정말 긴 밤이 될 것 같았다.
새벽 4시.
해가 뜨려면 아직 한참 남은 시간.
나를 제외한 모두가 잠이 들었다.
이제 일요일로 접어들었기 때문인지 다들 걱정 없이 잠을 청하는 모습이었다.
헤이즈 역시 오고간 술잔과 대화 속에서 긴장이 많이 풀렸는지 내 방에서 곤한 잠에 빠졌다.
헤이즈는 아버지가 일부러 치우지 않았다는 내 침대에서 나만의 ‘강한’ 체취가 느껴진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이불 속에 몸을 폭 파묻고는 잠들어 버렸다.
“음…….”
삑.
습관적으로 TV를 켰다.
나스 대륙에 있던 6년 동안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텔레비전.
하지만 집에 돌아오자, 거짓말처럼 과거의 습관이 무의식중에 나타났다.
즐겨 보던 게임 채널로 방송을 보려고 했지만, 편성 시간이 안 맞는지 다른 게임을 방송하고 있었다.
그래서 뉴스를 틀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아야 하니까.
한데 바로 그때.
“KTN 새벽 뉴스입니다.
최근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심판의 시간’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심판의 시간은 정체불명의 단체가 지구에 예고한 침공의 시간으로…….”
“뭐야, 이거.”
앵커는 덤덤하게 내용을 언급하고 있었지만.
내게는 결코 가볍게 들을 수 없는 내용이 뉴스를 통해 흘러나오고 있었다.
설마…… 여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