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g Player RAW novel - Chapter 42
제 42화
16장. 호랑이 사냥 – 2화
“등신 호르구스! 그렇게 많은 병사를 끌고 가서, 병사가 500명도 안 되는 영지에 진 것도 모자라서 뒈졌어? 그간 처먹인 돈이 아깝군.”
그 시각, 프루아는 조직원 전체를 이끌고 탈출을 시도하고 있었다.
이번 전쟁에서 승전하여, 마요르카 영지를 접수한 영주 자레드에 대한 판단이 끝났기 때문이다.
‘회유 불가.’
이것이 결론이었다.
처음에는 호르구스를 대접했던 돈보다 2배에서 3배의 금액을 인상해서, 자레드의 비위를 맞춰 보고자 했다.
프루아 입장에서도 조직을 거느린 마당에 새로운 영주와 전면전을 치르고 싶지는 않았고, 돈이면 안 되는 놈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돈으로도 안 되는 사람이 등장했다. 자레드였다.
이미 자레드는 크리비아 영지에서 다수의 범죄 조직들을 정말 영혼까지 소탕한 바가 있었다.
게다가 라키스가 치안대를 이끌고 다니며, 조직 데트라헤레의 수괴인 자신을 찾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게 되자,
모든 기대를 내려놓았다.
일단 탈출이었다.
지하 세계의 인프라는 모두 갖춰 두었으니, 로넬라 영지에서 후일을 기약하면 된다는 것이 프루아의 판단이었다.
슈아아아아!
“대장, 왼쪽! 왼쪽을 보십시오!”
그때, 굉음과 함께 서쪽에서 접근해 오는 인영이 있었다.
부하의 외침에 프루아가 시선을 돌리자, 과연 누군가가 자신을 쫓고 있었다.
프루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자레드.”
볼 것도 없이 그놈이었다.
* * *
‘찾았다.’
보였다.
야음을 틈탄 탈출이었지만, 경로가 뻔했기에 나는 프루아 일당의 위치를 알아내는 데 성공했다.
한편 라키스와 치안대, 그리고 병사들도 부지런히 내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과정은 순조로웠다.
나는 일단 사전 정보가 없는 프루아의 스탯부터 확인했다.
[프루아 – Lv. 51] [근력 : 178][체력 : 80] [마력 : 40][지혜 : 36] [민첩 : 46][매력 : 44] [물리 방어력 : 47] [마법 방어력 : 32] [특수 성향 : 폭주 A] [일반 성향 : 도주, 분노] [아티팩트 ‘마하트 3세의 눈물’을 보유 중입니다.] [아티팩트 ‘공간 왜곡의 시계’를 보유 중입니다.]‘와, 공간 왜곡의 시계까지 가지고 있었어? 이 녀석, 그래서 아크론과 같은 4클래스 마법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눅 들지 않고 공격적으로 영지 내에서 사업을 확장해 왔었군.’
나는 프루아가 마요르카 영지에서 지내면서 자신만만했던 이유를 심안으로 알 수 있었다.
아티팩트가 믿음직했다.
마하트 3세의 눈물은 올 스탯 보정 아티팩트였고, 공간 왜곡의 시계는 이름 그대로의 효과를 가진 아티팩트였다.
어떤 의미인가 하면.
20m 이상의 거리에서 날아드는 마법은 특수한 왜곡 역장을 활성화시켜, 접근 속도를 비약적으로 줄여 버린다.
제아무리 고속으로 날아드는 마법 구체라도 역장의 범위 안에 들어가는 순간, 슬로모션처럼 날아가게 되는 것이다.
물론 만능은 아니다.
4클래스 이하 마법, 그리고 사용 시에 지정한 한 사람에 대해서만 효과를 발휘한다.
문제는 내가 두 조건을 완벽히 충족한다는 점이다.
즉, 프루아에게 유효타를 날리기 위해서는 좋든 싫든 20m 내로 접근해야 했다.
그래야 사용하는 마법을 온전히 제 속도로 프루아에게 타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미안하지만 접근전은 나도 바라는 바인데?’
나는 미소를 지었다.
애초에 프루아를 죽이기 위해 나온 자리가 아니던가?
애매하게 거리를 두고 마법을 깔짝이면서, 놈이 도망갈 시간이나 기회를 마련해 주고 싶지는 않았다.
호랑이 사냥은 과감하면서도 신속해야 한다. 맹수 사냥은 망설이는 순간, 내가 잡아먹히게 되기에.
“간다!”
나는 지체 없이 플라이 마법의 속력을 최대치로 높이며, 프루아에게 달려들었다.
다음 순간.
[조건 충족 확인. 델루크의 팔찌의 5번 옵션이 발동됩니다.] [5번 옵션에 따라, 근력, 지혜 스탯이 2배 향상된 상태로 적용됩니다.]델루크의 팔찌의 옵션이 발동됐다. 호르구스와 아크론을 상대할 때도 발동됐지만, 이번에는 좀 더 메시지가 선명하게 보였다.
스탯의 뻥튀기가 일어났다!
특히 주요 스탯인 지혜가 270으로 폭등했다.
이 정도의 지혜 스탯이면 마법의 화력을 놓고 봤을 때, 5클래스 마법사에 준한다고 볼 수 있는 상태였다.
프루아는 쾌검술의 대가다.
질질 끌어서 좋을 것은 없다.
프루아의 특수 성향에 있는 폭주는 시간이 흐를수록 액셀을 밟는 것처럼 신체 능력을 향상시켜 주는 특성이기 때문이다.
장기전으로 가면 불리했다.
“자레드, 이 망할 XX……!”
이윽고 시원한 프루아의 욕지거리가 귓전을 때릴 듯이 들려오고.
슈아아아. 타타타탓!
상공에서, 지상에서 서로를 향해 맹렬히 질주한 나와 프루아의 교전이 시작됐다.
* * *
초반 교전 1분.
‘이 새끼, 뭐야?’
프루아의 소감이었다.
생각했던 것과 차원이 다른 맹공에 프루아는 고전하고 있었다.
사실 로넬라 영지로 이동하면서도 전투를 마다하지 않았던 것은 나름대로 자신감이 있어서였다.
이미 프루아는 과거에 아크론을 상대로 전투를 몇 번 치러 본 적이 있었다.
중재자의 입회하에 ‘죽지 않을 정도’까지 싸우며 대련을 해 본 적이 있었던 것이다.
10전, 10승, 0패.
이것이 프루아의 성적이었다.
아크론은 원거리 전투를 집요하게 고집했으나, 프루아의 아티팩트 때문에 그것이 불가능했다.
거리를 충분히 벌린 상태에서 날아든 마법은 왜곡 역장에 닿는 순간, 속도가 20%로 줄었다.
이 정도쯤 되면, 날아드는 마법 구체를 직접 검으로 튕겨 낼 수도 있을 정도였다.
프루아의 검은 항마력을 대폭 높인 검으로 대(對)마법전에 쓸 수 있도록 설계된 검이었다.
그렇기에 마법 구체를 피하지 않고, 검으로 대응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문제는 자레드였다.
파공음을 내며 날아든 자레드의 라이트닝 애로우가 프루아의 등판을 채찍처럼 시원하게 후려쳤다.
쫘아아악! 지이이잉!
“끄그그극!”
또다시 빈틈을 내줬다.
자레드는 헤이스트 마법으로 가속과 감속을 섞으며, 거리를 좁혔다 벌리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핵심은 그가 20m 밖으로는 절대 나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공간 왜곡의 시계’가 아무런 재미도 보지 못했다.
보통 왜곡 역장을 변수로 이용해서 마법사를 괴롭히는데, 자레드는 해당 사항이 없었던 것이다.
“망할.”
“왜, 뭐가 잘 안 되니?”
시기적절하게 약을 올리기까지 하는 자레드의 감초 같은 말에 프루아는 더욱 열이 뻗쳤다.
이미 조직은 꼬리가 잡혔다.
치안대는 이미 조직원들과 혈투를 벌이고 있었고, 자레드와 프루아의 전투도 그 연장선에 있었다.
‘왜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은 충격이 내게 전해지는 거지?’
프루아는 당황스러웠다.
자레드의 마법 하나하나가 스치기만 해도 뼈가 시릴 정도로 아파 왔다.
아크론과 싸웠을 때 필요에 따라서 일부 마법은 몸으로 직접 받아 낸 적도 있었다.
‘마하트 3세의 눈물’ 덕분에 신체 능력이 상승하면서, 꽤 강한 맷집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크론이 시전하는 매직 미사일의 경우는 몸으로 때우면서 접근전을 벌인 적도 꽤 됐다.
하지만 자레드는 아니었다.
같은 생각으로 매직 미사일을 몸으로 받았다가, 내장이 진탕(震蕩)하여 죽는 줄 알았던 것이다.
‘분명 같은 4클래스의 마법사인데…… 아크론보다 최소 3배 이상은 된다고 싶을 정도로 강해. 이 정도면 5클래스의 위력이라 봐도 무방하다.’
덕분에 때 아닌 감탄까지 하는 중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죽을 상황이 코앞에 있음에도 말이다.
“분명 너는 쾌검의 달인이지만, 아티팩트에 의존했던 느낌을 지울 수는 없네. 생각했던 것보다 약해서 아쉬운걸.”
“자레드, 예전의 영주도 그랬지만 너도 참 입이 가볍군.”
잠시 숨을 고르는 동안, 대화가 오갔다. 자레드는 프루아를 도발했고, 프루아는 응수했다.
“검 대 검으로 싸운다면 분명 너는 까다로운 상대는 맞아. 하지만 네게 가장 쥐약인 건 근거리 접근전을 벌이는 마법사지.”
“오! 박수라도 쳐 줘야 하나?”
“박수는 무슨. 회개하고 저승 갈 준비를 해야지!”
파아앗!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시금 자레드가 날아들었다.
“하아앗! 하앗!”
프루아가 쾌검으로 맞섰다.
일반적인 검술보다 훨씬 빠른, 하지만 동시에 일격 하나하나가 매우 강력한 공격.
프루아로 하여금 15년간 암흑세계 마약 카르텔의 대부로 있을 수 있게 했던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프루아가 달려드는 자레드를 노리고 곧장 앞으로 뻗어 나가는 회심의 일격을 가했을 때.
휘이이이익, 푸우욱!
“……?”
프루아는 엉뚱한 상황이 벌어졌음을 깨달았다.
분명 자신이 찌르려고 했던 것은 정면에 있던 자레드였다.
검은 타깃을 쫓는다.
그것은 진리였고, 당연히 자레드가 있던 위치를 향해 검을 내뻗는 것은 당연한 응전이었다.
한데.
“어떻게 이런…….”
정면으로 찌른 검이 왜곡된 공간에 휘말려 들어가서는 그대로 자신의 등 뒤를 찔러 버렸다.
그것도 왼쪽 등, 그러니까 왼쪽 가슴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파고든 것이다.
“마음이 급할수록, 머리는 차갑게 하는 게 맞는 거야.”
그때, 옆에서 자레드가 유유히 나타났다.
그리고 그가 품속에 두고 있던 가죽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한 움큼 쥐어서는 꺼내 보였다.
마약, 정제된 가루들이었다.
“네가 유통시킨 이것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됐지. 그리고 부유해져서는 안 될 사람들이 부유해졌고. 음! 우리 좀 더 몸을 뒤로 움직여 볼까?”
자레드가 자신의 검에 찔려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있는 프루아의 어깨를 움켜쥐고는 그대로 뒤로 확 당겨 버렸다.
“끄아아아!”
그러자 비명이 터져 나왔다.
더욱 깊게 꿰뚫고 들어온 프루아의 검은 심장 언저리에서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를 하고 있었다.
프루아는 믿기지 않았다.
자레드가 설계한 디멘션 도어 마법의 함정에 완벽히 당했다.
마법의 존재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즉각적으로 연계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정말 오랜 기간을 수련하고 훈련하면서 체득한 것이 아니면, 절대 하기 힘든 연계였기 때문이다.
자레드의 에서의 고인물 짬밥과 각성한 이후의 부단한 노력을 알 리 없는 프루아로서는 완전 허를 찔린 기분이었다.
“그렇게 네가 좋아했던 마약이니까 먹고 죽어. 너희들이 그렇게 광고하잖아. 죽어도 좋을 정도로 뿅 간다고. 그럼 너도 그렇게 해.”
자레드가 바로, 움켜쥐고 있던 마약 가루를 통째로 프루아의 입에 털어 넣었다.
“우읍! 읍! 우으으읍!”
억지로 마약을 뱉어 내려고 하는 프루아의 몸부림에 자레드는 그의 목젖을 세게 후려쳐 버렸다.
그러자 자의와 관계없이 입안 가득 채워져 있던 마약이 꿀꺽하고 삼켜졌고, 이내 빠르게 체내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치사량을 훌쩍 뛰어넘는 양이었다.
“프루아, 너는 효수(梟首) 될 거다. 내 영지에서는 단 1g의 마약도 허용할 수 없어. 영지민과 영지의 미래를 갉아먹는 범죄는 엄단한다.”
“크…… 끄극. 끅.”
프루아는 제대로 말도 잇지 못했다. 동공의 초점이 풀리기 시작했고, 코와 입을 통해 거품 같은 액체를 질질 토해 내고 있었다.
쑤우우욱!
왼쪽 등을 꿰뚫고 들어갔던 프루아의 검을 좀 더 앞으로 잡아당겼다.
다음 순간.
“……끅!”
프루아가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서 즉시 숨이 끊어졌다.
자레드는 바로 검을 뽑아 내 양손으로 움켜쥔 뒤.
쉬이이이익! 서걱!
비틀거리는 프루아의 머리를 온 힘을 다해 베어 냈다.
툭. 투툭. 툭.
이내 주인을 잃고 떨어진 머리.
그것은 더 이상은 살아서 숨 쉴 수 없을 마약왕의 최후였다.
[퀘스트 ‘호랑이 사냥’을 완료했습니다.] [마요르카 영지의 치안과 충성도가 최대치인 100으로 즉각 상승합니다!]영지민의 스탯과 충성도에 즉각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하지만 올랐다고 해서 사후 수습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수치는 소리 소문 없이 다시 떨어진다.
하지만 치안 내정에 유능한 라키스가 곁에 있으니, 그에게 일을 맡기면 수치 하락은 없을 것이다.
자레드는 치안 유지와 관련된 전권은 크리비아 영지처럼 라키스에게 모두 맡길 생각이었다.
한편 자레드는 쓰러진 프루아의 시체에서 묵묵히 원했던 것들을 골고루 챙겼다.
[마하트 3세의 눈물] [공간 왜곡의 시계] [모이즐 : 실패한 99번째 장검]“2개의 아티팩트. 그리고 대장장이 네임드 ‘모이즐’이 남긴 실패의 유산 하나로군.”
자레드가 흡족한 표정으로 아티팩트를 살폈다.
호랑이도 사냥하고 가죽도 챙기는! 일석이조의 범죄 조직 섬멸전이었다.
그렇게 호랑이 사냥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