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g Player RAW novel - Chapter 50
제 50화
19장. 레벨을 올리다 – 3화
[레벨 100 이상의 보스 몬스터를 상대하게 됩니다.] [퀘스트 ‘다윗과 골리앗’이 활성화됩니다.]‘왔구나!’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다윗과 골리앗.
경험치를 무척 많이 주기로 유명한 ‘경험치 3대장 퀘스트’ 중 하나가 활성화되는 순간이었다!
* * *
쿠웅. 쿠웅. 쿠웅.
마하트 3세가 옥좌의 계단을 따라 내려올 때마다 지축이 흔들렸다.
나는 침착하게 지하 대석실의 지면 위에 마법진을 그렸다.
복잡한 마법진은 필요 없었다.
극미량의 치유 기능을 가진 힐 마법진을 닥치는 대로 그리고 또 그렸다.
확실히 마도구 효과가 좋았다.
선명하게 그리지 않았음에도 대충 라인을 잡은 것만으로도 선이 보정되며, 디테일이 추가됐다.
이윽고 내 주변에 10개의 치유 마법진이 생겼다.
활성화는 하지 않았고, 언제든 마력을 불어넣어 가동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짐의 사랑하는 백성, 병사들과 함께 안식의 땅을 찾았거늘 감히 깊은 잠을 방해하는 것이냐?”
“글쎄, 마하트. 역사 속의 당신은 폭군이었어! 대규모 운하 공사를 일으켜 많은 백성들을 부역시켜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고, 그들의 시체마저 운하의 거름이 되라며 안에 묻어 버렸지. 그게 사랑하는 백성에 대한 당신의 태도야?”
“그들은 언제든 짐의 도구가 되어 죽을 준비가 되어 있던 백성이었느니라!”
“개소리 듣자고 여기 온 건 아니니까, 닥치고 덤비기나 해. 죽어서 X알도 썩어 문드러져 없어졌을 놈이 똥폼 겁나 잡고 있네.”
나는 따끔한 일침을 날렸다.
마하트 3세는 나스 대륙의 역사상 폭군 Top 3 안에 들어가는 인물이었다.
폭군인 주제에 장수를 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죽는 그 순간에도 영생을 바라고 이런 무덤까지 만들었다.
심지어 자신에게 저주를 걸어 영생을 흉내 내기까지 했다!
레벨업과 아티팩트, 전리품 획득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도 물론이거니와, 폭력과 살인으로 얼룩진 그의 과거를 내가 심판해 주고 싶었다.
“고통스러운 낙인을 찍어 주마.”
바로 그때.
마하트 3세가 나를 향해 검붉은 악마의 형상을 매섭게 날렸다.
초당 체력을 1씩 갉아먹는 디버프, 고통스러운 낙인이다.
현재 내 체력은 35.
피격당하는 순간, 목숨이 35초의 카운트다운으로 바뀐다.
“…….”
나는 최대한 기다렸다.
고통스러운 낙인은 유도형 스킬이다.
내가 움직여도 따라오기 때문에 미리 움직이는 것은 아무짝에 쓸모가 없다.
꿀꺽-.
나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지금이 현실이라는 것을 쉴 새 없이 자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죽으면 끝이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여기는 다시하기나 부활 따위로 죽음을 무를 수 있는 세계가 아니다.
그와아아아!
악마의 포효가 귓전을 때렸다.
동시에 네 발자국 남짓한 거리까지 악마의 형상이 날아들었다.
나는 박자를 셌다.
‘하나. 흣, 지금!’
한 박자 반.
머리가 기억하는 타이밍대로 헤이스트 마법과 함께 옆으로 기민하게 몸을 날렸다.
다음 순간!
퍼어엇!
나를 노리고 날아든 악마의 형상이 아슬아슬한 차이로 지면에 부딪혔다.
치유 마법진을 그려 둔 장소, 바로 그 위였다.
‘좋아, 지금이야.’
즉각 마력을 불어넣었다.
[마법진 – 극미량의 치유]그러자 치유 마법진이 활성화되며 10개의 원이 그려진 공간이 빠르게 백색의 기운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스르르르륵…….
이내 치유 마법진의 색이 검게 물들기 시작하더니, 형태가 완전히 다른 것으로 변해 버렸다.
[마법진 – 고통스러운 낙인]‘됐어!’
미량의 체력을 회복하는 용도였던 마법진이 초당 체력 10을 갉아먹는 마법진으로 바뀌었다.
10개의 마법진이 연결되어 있는 탓에 저주로 인한 대미지가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에서 고인물 위저드 짬밥을 과시하면서 즐겨 사용했던 꼼수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마하트 3세의 저주는 보스 몬스터의 저주로 강력한 상성을 지니고 있어, 일반 버프도 무시할 수 있는 우선권이 있었다.
때문에 내가 만들어 놓은 마법진도 성격을 바꾸어 버린 것이다.
“후우.”
나는 뜨거운 숨을 토해 내며, 넉넉하게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바로 지면 위에 또 하나의 마법진을 그렸다. 역시나 간단한 치유 마법진이었다.
바로 그때.
“생쥐처럼 도망만 다니는 녀석에게는 울타리가 제격이지!”
화르륵!
마하트 3세가 양손 위로 잔뜩 만들어 낸 검은빛의 거센 불길을 그대로 지면에 내리꽂았다.
그 순간, 지하 대석실 전체에 불길이 번져 나가며 이내 공간의 50%가 불길로 뒤덮였다.
“빌어먹을, 일대일 신청을 너무 빨리하네.”
나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사전에 마법진 작업을 좀 더 해 놔야 하는데, 황제 폐하께서 너무 금방 불이 붙으셨다.
저벅. 저벅.
마하트 3세가 마치 벌레 사냥을 하기 위해 몰이라도 하는 것처럼, 나를 구석으로 몰기 시작했다.
조용히 계속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마법진 위에 그의 발이 닿기를 기다렸다.
[마하트 3세 – Lv. 101] [근력 : 99][체력 : 525] [마력 : 1988][지혜 : 324] [민첩 : 29][매력 : 59] [물리 방어력 : 29] [마법 방어력 : 29] [다수의 아티팩트를 보유 중입니다. 상세 열람을 하기 위해서는 더 보기를 눌러 주십시오.]막간을 이용해 마하트 3세의 스탯을 심안으로 확인했다.
애초에 폭발적인 마법, 저주 공격으로 구성된 보스 몬스터이기 때문에 기본 방어력은 낮았다.
대신 체력이 높아 맷집이 좋고, 마력이 높아 고갈의 걱정이 없으며, 지혜가 높아 저주의 성공률이 100%에 가깝다는 것이 특징이다.
즉, 전형적인 ‘피뻥’ + ‘일격필살’형 몬스터였다.
“짐의 충성스러운 부하가 된다면, 영원한 생명과 강대한 힘을 약속하마.”
“그게 무슨 영원한 생명이라는 거야? 썩어 문드러져도 죽지 못해서 해골이 된 이빨이나 딱딱거리고 있는 놈이!”
“감히 짐을 능멸하다니!”
그 순간.
내게 방향을 틀기 위해 두 다리의 위치를 오른쪽으로 조정한 마하트 3세의 발밑이 정확히 마법진 위에 닿았다!
[고통스러운 낙인의 효과로 초당 10의 체력을 상실합니다.]동시에 마법진이 활성화되며 검게 타오르더니, 이내 마하트 3세의 다리를 휘감기 시작했다.
‘지금이다!’
노림수.
그토록 기다리던 때가 왔다!
* * *
긴 전투를 벌이는 동안.
나는 지옥을 봤다.
마하트 3세의 공격은 하나하나가 5클래스 마법에 준하는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다.
치고 빠지기나 원거리 견제전이라면 나도 자신이 있지만.
문제는 마하트 3세를 마법진 위에 묶어 두고 공격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었다.
즉, 내게 다소 부족한 딜량을 낙인 마법진을 통해서 DPS(초당 대미지)를 추가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마하트 3세가 마법진을 떠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내가 거리를 가깝게 유지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공간 왜곡의 시계를 활용한 원거리 대응을 활용할 수가 없었다. 20m 이상의 거리를 절대 벌릴 수가 없어서다.
또한 관심을 다른 곳으로 유도할 맹공도 필수였기에, 나는 무리해서 많은 공격을 퍼부었다.
당연히 무리한 공격에는 그만한 대가가 따랐다.
죽을 고비를 수없이 넘겼다.
입고 있던 상의는 진즉에 불에 타서 없어졌고, 왼쪽 어깨에는 화상을 입었다.
살펴보니 제법 상처가 심해, 치유 마법으로 회복해도 흉터가 남을 것 같았다. 뭐, 훈장 같은 상처라고 생각하면 되겠지만.
마하트 3세가 그야말로 난격을 해 댄 탓에 활동 반경이 전투를 시작할 때에 비해 2할밖에 되지 않았다.
덕분에 나도 극한의 집중력을 발휘해서 아슬아슬하게 피해야 했다. 실패하는 순간 죽음이니까.
시스템이 실현 불가능한 권유 사항을 메시지로 쏟아 냈다.
이탈이야 한다면 하겠지만, 이 무덤을 공략하지 않고 나가게 되면 폭주가 일어난다.
무슨 말인가 하면 마하트 3세를 깨우면서 무덤이 활성화되었으므로, 지하 무덤의 토우 병사들이 영지로 뛰쳐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럼 영지가 때아닌 대재앙에 휘말리게 된다.
막으려면 마하트 3세를 죽여 안정화를 유도하는 방법 외에는 해결책이 없었다.
터업!
“크헉!”
바로 그때.
온몸으로 피를 철철 쏟아 내던 마하트 3세가 양손을 뻗어 내 목을 붙잡았다.
고목처럼 말라비틀어진 손이기는 해도, 힘은 엄청났다.
[체력 : 149] [*경고 : 초당 10의 대미지가 고통스러운 낙인 효과로 적용되고 있습니다.]“허억, 허억.”
마하트 3세의 상태 역시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현재 상태면 15초 뒤에 모든 체력을 잃고 쓰러질 것이다.
‘근데 내가 먼저 죽겠는데?’
여유를 잃지 않기 위해 웃고 있었지만, 머릿속은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사이에 마하트 3세의 악력은 2배 가까이 올랐다.
순간 턱 하고 숨이 막히더니, 이내 눈앞이 아찔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대로라면 숨이 끊어지기 전에 먼저 기절을 할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개싸움이든 뭐든 이기면 돼.’
나는 아공간에 다시 던져 놓았던 마도구를 소환했다.
평소에는 보관 꼼수를 이용할 수 있는 3초의 딜레이가 무척이나 좋았는데, 막상 물건이 필요한 시점이 오니 죽을 맛이었다.
“끄억…….”
절로 신음이 터져 나왔다.
“네놈을 죽이고, 그 시체를 온갖 저주로 버무려 줄 것이다. 평생 너는 영혼조차 해방되지 못한 삶을 살 것이다!”
“ㅈ……까.”
뭐라고 말은 하고 싶은데 목을 죄고 있어서, 대충 뱉어지는 대로 말을 토해 냈다.
‘이거 3초가 왜 이렇게 기냐.’
세상에서 그 무엇보다 소중한 3초를 직접 경험하는 느낌이었다.
화장실에 있으면 엉덩이에 힘만 줘도 흘러갈 시간이 이 순간만큼은 영원처럼 흐르지 않았다.
“……!”
나는 악으로 깡으로 오른쪽 다리를 뒤로 당긴 뒤, 힘껏 앞으로 걷어찼다.
타깃은 마하트 3세의 사타구니 사이. 왜 거기를 노렸는지는 모르겠지만, 바로 생각나는 곳이 거기밖에 없었다.
퍼석!
발이 닿는 순간.
묵직한…… 그 느낌이 아닌 하얗게 변해 버린 연탄이 으스러지는 소리가 났다.
내심 발에 닿아 ‘터지는’ 무언가가 있길 바랐는데, 오랜 시간의 흐름 속에 대륙의 패자였던 황제도 고자(鼓子)가 된 모양이었다.
다만 아련한 감각은 남아 있었던 모양인지, 아주 약하게나마 옥죄던 느낌이 풀렸다.
“크허.”
숨통이 트임과 동시에 오른손에 탁 하고 마도구가 잡혔다.
바로 다음 순간.
나는 망설임 없이 그 마도구를 마하트 3세의 오른쪽 눈에 찍어 버렸다.
푸우욱!
“끄아아아악!”
근거 없는 공격은 아니었다.
마하트 3세는 저주를 스스로에게 내리고, 반영구적인 영생을 얻은 존재다.
그렇기에 신성력과는 완벽한 상극의 관계다.
지금까지 신성력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내 공격의 레퍼토리를 들키지 않기 위함이었다.
비장의 한 수로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을 미리 공개하는 것은 하책 중의 하책이기 때문이다.
“짐은 죽지 않는다!”
다음 순간.
마하트 3세의 양손에서 불길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모르긴 몰라도 화염에 관련된 무언가를 캐스팅하고 있다.
마나가 모여드는 속도를 보니, 길어야 2초였다.
2초 뒤에는 양손에서 거센 불길이 타오를 것이고, 나는 그 상태에서 잘 구워진 닭꼬치처럼 얼굴이 태워지겠지.
‘성(聖) 패럴라이즈.’
나는 성녀 이프노스 반지의 3번 옵션을 이용해 성 패럴라이즈 마법을 전개한 뒤, 그것을 마도구를 통해 그대로 마하트 3세의 눈알 속으로 흘려보냈다.
“끄그그극!”
마하트 3세는 고통에 몸부림쳤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양손의 불길은 더 거세졌고, 얼굴이 뜨거워질 수준까지 올라왔다.
여전히 악력은 줄지 않았다.
한 번 더!
좀 더 치명적인 일격이 필요하다.
‘성 클린(Clean) 마법.’
정화 마법을 전개했다.
애초에 정화의 대상에는 일정량의 마기도 함께 포함이 되기 때문이다. 디스펠 개념까지는 아니지만, 일부 마기를 불태울 수 있다.
꾸루룩. 꾸룩. 꾸루룩.
그러자 마하트 3세의 눈 안쪽에서 거칠게 기포가 부풀어 오르기 시작하더니.
푸슈! 푸슈! 푸슈슈슈!
콧구멍과 입, 귓구멍을 통해 검붉은 핏물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크어.”
이윽고 마하트 3세의 손끝의 힘이 풀렸다.
“하앗!”
나는 일갈과 함께 손을 양옆으로 밀쳐 내고, 온 힘을 다해 몸을 날렸다.
이미 불길이 타오르기 직전이었기 때문이다.
화르르륵!
“크윽, 젠장!”
최대한 피한다고 피했는데, 두 다리에 그대로 불이 옮겨붙었다.
하지만 불을 끌 시간이 없어, 나는 급한 대로 바지를 벗어 던졌다.
보기에는 좀 추해지겠지만, 이것만큼 빨리 불에서 벗어날 좋은 방법은 없었다.
“으끅. 으끅. 으그극.”
패럴라이즈 마법으로 마비가 된 데다가 성 클린 마법으로 머릿속이 믹서처럼 휘저어지자 마하트 3세는 꿈쩍도 하지 못했다.
그사이에 마법진의 대미지는 계속 누적됐고, 이윽고 그의 체력이 0에 도달했다.
“지, 짐이 이렇게…….”
제대로 유언을 남길 새도 없이 마하트 3세가 앞으로 고꾸라지며, 그대로 숨이 끊어졌다.
마법진 꼼수를 이용한 투 트랙의 공략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퀘스트 ‘다윗과 골리앗’을 완료하였습니다.] [레벨업! Lv. 12 달성!] [레벨업! Lv. 13 달성!] […….] [레벨업! Lv. 20 달성!] [레벨 20을 달성하여, 퀘스트 ‘두 번째 한계 돌파’를 완료했습니다. 보상으로 지혜 20을 획득하였습니다!]폭발적인 레벨업이 이뤄졌다.
에서 일주일은 족히 고생하면서 한참 걸렸던 폭렙을 하루, 아니 반나절 만에 기록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