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g Player RAW novel - Chapter 57
제 57화
22장. 몬스터 슬레이어 – 2화
[레벨업! Lv. 31 달성!] [레벨업! Lv. 32 달성!]“이놈들아, 차원문 버그의 맛이 어떠냐? 매년 영지에서 실컷 약탈해 가는 것에 맛 들여서 이번에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나 보지?”
나는 오우거와 고블린을 학살하며, 경험치를 쓸어 담고 있었다.
놈들은 좀처럼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차원문의 간격이 너무 좁은 탓에 나오려고 하다가 다른 차원문으로 들어가면, 자의와 무관하게 전진하게 되는 식이었다.
물론 머리가 좋은 놈은 그 틈을 비집고 몸을 옆으로 틀어서 나오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차원문 주변 전체가 파이어 월로 만들어진 거대한 불길에 휩싸여 있다는 것이었다.
기폭제 용도로 사용할 마정석도 듬뿍 설치를 해 둔 덕분인지 불길은 하늘을 찌를 정도로 높이 치솟고 있었다.
“끄에엑! 꿰에에엑!”
“키엑! 키엑! 키야아아악!”
그나마 맷집이 좋은 오우거는 조금이라도 더 버텼지만, 고블린들은 불길이 닿는 순간 즉사였다.
전신이 통째로 불길에 휩싸이자, 피부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이 빠르게 녹아들어 갔다.
마치 더위에 속절없이 아이스크림이 녹는 광경을 보는 듯했다.
“읍, 으읍.”
나는 코를 찌르는 악취에 연신 헛구역질을 했다.
고블린, 오우거 할 것 없이 죄다 불에 태워지고 있었기 때문에 사방에서 누린내가 진동을 했다.
돼지갈비나 소갈비를 굽는 냄새라면 즐기겠는데, 몬스터가 타는 냄새는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다.
“웨에엑!”
볼썽사납게 속을 비워 내기는 했지만, 나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즐거웠기 때문이다.
몬스터들은 끝없이 밀려들고 있었지만, 정작 내 몸에 생채기 하나라도 낸 몬스터는 한 마리도 없었다.
대장으로 보이는 ‘크런들’이라는 오우거도 마찬가지였다.
계속 나를 노려보며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지만, 결국 차원문에 막혀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전방의 상황을 알지 못하고, 반대편 차원에서 꾸역꾸역 넘어오는 몬스터들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뀌엑! 뀌엑!”
몇몇 고블린들은 살겠답시고 뒤로 돌아서서, 어떻게든 반대편 차원문으로 다시 넘어가려고 했다.
물론 어림도 없었다.
녀석들은 영문을 모른 채 밀고 들어오는 동족들에게 밀리고 밟혀 압사(壓死)했다.
“마력 넉넉하고, 마정석 차원문도 이상 없고, 좋네. 새삼 내가 4클래스라는 사실이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는 걸? 그렇지 않았으면 디멘션 도어 마법을 사용할 수 없었을 테니 말이야.”
나는 여유롭게 불길을 살피며, 화력이 부족한 곳이 있으면 파이어 월을 시전해 화기를 보강했다.
팔짱을 낀 채 유유히 돌아가는 상황을 감상했다.
끊임없이 귓속을 파고드는 오우거와 고블린들의 구슬픈 비명 소리만 제외하면,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 폭풍 레벨업의 현장이었다!
* * *
“크아악! 크악! 아아아악!”
크런들은 끝없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육중한 몸을 가진 크런들은 늘 자신의 몸집이 용맹한 투사의 상징이며 힘의 근원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몸집이 큰 만큼 면적이 넓어지니, 불바다 위에서는 완전히 죽을 맛이었다.
꾸득. 우드득. 꾸득.
크런들의 발밑에는 죽어서 불타오르다가 이내 문드러져 없어진 고블린의 시체들이 밟혔다.
차라리 시체라도 계속 쌓여서 이 지옥 같은 순환이 끝났으면 좋겠는데, 차원문을 넘어오는 멍청한 몬스터들이 앞에서 죽은 동료들의 시체를 밀어내고 있었다.
‘분명 차원문 너머에는 바보 같은 인간들이 모여서 살고 있는 외진 땅밖에 없다고 했거늘…….’
자신을 이곳으로 보낸 주인은 그렇게 말했었다.
늘 그랬듯, 올해도 행복하고 즐거운 약탈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하지만 여기는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이제 뒤로 보이는 것이 고블린밖에 없는 것으로 봐서는 전방에 배치되어 있던 1천의 오우거 군단도 모두 입장을 완료한 것 같았다.
더 큰 문제는 그 오우거들 중에 생존자가 자신밖에 없다는 점이랄까.
망했다.
완전히 망했다!
엎어지면 닿을 거리에 있는 저 인간 마법사 하나 때문에 동족인 오우거와 하수인인 고블린들이 몽땅 몰살을 당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화르르륵!
“크아아악!”
마치 기름을 잔뜩 부은 것처럼 불길이 더 거세졌다.
그 순간, 지금껏 어떻게든 버티고 버텨 내던 크런들의 피부가 드디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자신이 가진 특유의 재생 능력을 이용해서 화상을 입는 피부를 계속 회복시키고 있었는데, 결국 한계점에 도달한 것이다.
“끄아아아……!”
크런들은 비명을 내질렀다.
거세진 불길은 순식간에 피부를 녹이고, 이어서 그 안의 살점과 근육 그리고 뼈까지 파고들었다.
“살려 줘! 살려 줘, 제발!”
대장의 기개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목숨을 구걸하는 처절한 절규만이 남았다.
“7월인데도 악몽의 숲은 역시 춥단 말이야. 후후, 손 시려. 불이 따뜻해서 좋다.”
“망할 인간 마법사……!”
크런들은 앞에서 계속 약을 올리는 자레드를 향해 힘껏 오른손을 뻗었다.
하지만 닿지 않았고, 그사이에 또 뒤에서 밀려든 오우거와 고블린들이 그를 앞으로 밀어 버렸다.
큰 원을 그리며, 같은 곳을 계속 돌기만 하는 무한의 루프.
지옥과도 같은 순환의 고리 속에서 그렇게 크런들의 체력은 바닥을 향해 맹렬히 질주하고 있었다.
* * *
“끄르르륵.”
최후의 몬스터가 피가 섞인 거품을 토해 내며, 힘없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끝인가?”
나는 차원문 앞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내가 만든 차원문이 아닌 반대쪽 차원과 이곳을 연결하는 차원문을 살펴본 것이다.
혹시나 싶어서 차원문 안으로 플레임 애로우 마법을 몇 개 날려 보았다.
하지만 들려오는 소리는 없었다. 뭔가 있었다면 둔탁한 타격음이라든가 비명이라도 들렸을 테니까.
그리고 얼마 후.
쉬이이익.
갑자기 차원문이 닫혀 버렸다.
지속 시간이 끝나서 차원문이 닫힌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넘어온 몬스터들이 돌아갈 퇴로 역시, 이 차원문이기 때문이다.
“손절이다…… 이건가?”
정체는 모르겠지만, 몬스터들의 전멸을 확인한 누군가가 차원문을 의도적으로 닫은 것 같았다.
마왕? 신? 또 다른 차원?
어느 세계에 이어진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연결고리는 그렇게 사라져 버렸다.
‘레벨 60인가? 2시간 동안 레벨이 두 배로 뛰었네. 하긴 몬스터를 거의 1만 마리 가깝게 때려잡았으니.’
레벨이 낮은 고블린이 다수라 경험치 벌이가 살짝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1천 마리의 오우거를 몰살시킨 덕에 레벨이 꽤 올랐다.
레벨 60.
중간에 레벨 40, 50, 60을 돌파하는 과정에서 ‘한계 돌파’ 보너스가 주어졌고, 각각 지혜가 레벨에 맞게 올랐다.
단숨에 150이 오른 것이다.
레벨로 환산하면 150레벨 가치의 스탯이자, 아티팩트에 비교해도 7성급 이상은 되어야 오를 수치가 2시간 만에 올랐다!
아마 에서였으면 몇 주는 걸렸을 것이다. 죽치고 사냥만 했다고 가정해도 말이다.
나는 레벨 30이 오르면서 얻은 150의 분배 스탯을 모두 마력에 투자한 뒤, 스탯창을 확인했다.
[자레드 – Lv. 60] [근력 : 35][체력 : 35] [마력 : 2050][지혜 : 360] [민첩 : 35][매력 : 205] [물방 : 135][마방 : 265] [잔여 스탯 : 0]‘마력 2천 돌파에 지혜 300 돌파. 이 정도면 기준 5클래스 스탯은 확실히 갖췄어.’
뿌듯했다.
물론 아직 베르하드를 만나지 못한 탓에 5클래스 진입 퀘스트를 수행하지는 못했지만, 일단 그를 만나기만 하면 5클래스가 되는 것은 금방일 듯싶었다.
일반적으로 백마법사가 4클래스에서 5클래스까지 성장하기까지는 최소 5년이 걸린다.
그것도 엘리트 코스를 밟고, 대마법사 아래에서 수학하며, 실전 경험을 착실히 쌓았을 경우의 얘기다.
평생을 투자해도 4클래스에서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나스 대륙의 백마법사들은 우스갯소리로 4클래스를 ‘죽음의 클래스’라고 부르기도 했다.
여기서 한계에 부딪혀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는 백마법사가 2명 중 1명꼴로 있기 때문이다.
성장이 멈춘 백마법사는 당연히 마법계에서의 명예나 지위의 상승도 함께 꺾인다.
그리고 왕국이나 제국의 일반 마법사단이나 아크론 같은 영지의 전속 마법사로 고용되어 지내다가 은퇴하게 된다.
5클래스부터 정예 마법사단 혹은 왕실, 황실 직속 마법사로 활동하게 되는 찬란한 미래와는 극명하게 갈리는 셈이다.
그때.
칭호창에 2개의 메시지가 동시에 활성화되며 깜빡였다.
어떤 칭호가 주어졌을지는 충분히 짐작이 갔다.
사실 두 칭호를 노리고 이번 작전을 짠 것이기도 했으니까!
[칭호 ‘몬스터 슬레이어’를 획득하였습니다.] [인간을 제외한 모든 대상에게 마법 대미지가 250% 상승합니다. 마력 500이 영구히 증가합니다.] [칭호 ‘지옥불의 현신’을 획득하였습니다.] [화염 계열의 모든 마법 대미지가 100% 상승합니다. 특수 조건 마법인 플레임 버스트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플레임 버스트가 있으면 변수 창출이 훨씬 좋지!’
나는 쾌재를 불렀다.
플레임 버스트 마법이 무엇인가 하면, 타깃이 5초 이상 화염 마법에 노출될 경우에 조건부로 활성화되는 마법이었다.
이 마법을 쓰면 불을 매개체로 소환된 화마(火魔)가 타깃을 무자비하게 덮친다.
일반 마법과 달리 디스펠이 통하지 않는 불의 마귀이고, 소멸하기 전까지는 발악하듯이 적을 물어뜯고 괴롭힌다.
때문에 불을 싫어하는, 특히 마법 방어력이 낮은 상대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게다가 대미지 기댓값이 최소 5클래스를 넘고, 마력을 전혀 소모하지 않아 더 무서운 마법이기도 했다.
‘버그와 꼼수, 그리고 잊지 않으려는 노력이 모두 양분이 되네.’
흡족한 미소가 지어졌다.
에서의 경험과 지식, 그리고 십수 년의 포스팅 경험이 이리 큰 도움이 될 줄이야.
사람 일은 모른다더니, 그 덕을 톡톡히 보는 지금이 너무나도 즐겁고 행복했다.
[레벨 50을 돌파하여, 심안의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졌습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기다렸던 심안의 업그레이드도 이뤄졌다.
심안은 50레벨 단위로 성장한다. 다만 업그레이드로 얻게 되는 보너스 효과는 랜덤.
그래서 내게 어떤 특전이 주어졌는지를 꼼꼼하게 살필 필요가 있었다.
재수가 없으면…… 꽝이나 다름없는 특전도 종종 주어지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상대의 생리 욕구 상태 – 그러니까 똥이 마려운지 안 마려운지가 백분율로 표시되는 – 를 살펴보는 특전이 그것이다.
알고 싶지도 않고! 알면 기분만 더러워지는 그런 것.
[심안 : 듀얼(Dual)] [시각 방해 보정 : 밝은 섬광이나 짙은 연막을 꿰뚫고, 대상의 본질을 주시할 수 있습니다.] [약점 분석 : 직감에 따른 자신의 공격이 적의 약점을 공략할 확률이 증가합니다. 치명타가 될 확률이 2배 증가합니다.]‘럭키!’
뽑기에 성공했다.
시각 방해 보정이 있으면 시야 교란을 당해도, 원하는 곳을 정확하게 볼 수 있다.
심안이라는 이름과 일맥상통하는 좋은 옵션이다.
게다가 약점 분석도 내 마법 공격의 대미지가 최대 대미지 – 크리티컬 히트 – 로 들어갈 확률이 높아지니, 역시 좋았다.
그리고.
“와, 최고급 마정석! 우리 영지에 이보다 좋은 축복은 없지!”
나는 양손을 하늘 높이 힘껏 펼치며 소리쳤다.
차원문 주변에 가득 쌓여 있는 반짝이는 돌들은 분명 마정석이 틀림없었다.
고블린과 오우거가 죽으면서 드롭 된 것이었는데, 영롱한 자줏빛인 것을 보니 최고급 마정석이 확실했다.
어림짐작으로도 100개는 족히 넘을 듯했다.
최고급 마정석은 개당 천 골드, 전생을 기준으로 하면 무려 10억 원의 가치를 가진다!
도합 1000억 원!
첫째, 폭렙.
둘째, 심안의 업그레이드.
셋째, 칭호 획득.
그리고 넷째, 영지 발전에 밑거름이 될 마정석까지.
일석사조의 축복으로 돌아온 알찬 1인 디펜스의 결과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