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g Player RAW novel - Chapter 79
제 79화
30장. 초월 마법 – 3화
자레드, 헤이즈로 이루어진 2인 1조의 가파지스 공략과 함께 통로 쪽에서도 전투가 시작됐다.
침입자의 기척을 감지한 마귀들이 하나둘씩 가파지스의 방으로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배치된 다섯 팀원들에게는 반드시 마귀들을 막아 내야 할 의무가 있었다.
이 녀석들이 방어선을 뚫고 지나가게 되면, 알람 라인을 건드리게 되어 가파지스가 깨어나기 때문이다.
전투 직전까지만 해도 모든 팀원이 긴장했다.
분명 지면에 박힌 마정석을 통해 끊임없이 버프가 갱신되는 것은 알겠는데, 그 효과가 어느 정도일지 장담할 수 없어서였다.
하지만 막상 전투가 시작되고, 공방전을 주고받으며 데이터가 쌓이자,
‘단 1초의 빈틈도 없이 계속 버프가 주어지고 있어. 정말 든든해! 게다가 작은 상처 정도는 힐 마법진으로 치유가 되니까, 부담도 많이 사라졌고!’
레나는 감탄하고 있었다.
아니, 비단 레나뿐만 아니라 이 자리에 있는 모든 팀원이 속으로 겉으로 감탄을 연발했다.
근력 강화, 기동력 강화, 지속적인 체력 및 상처 회복.
이렇게 삼위일체가 이뤄지는 마정석 위에서는 기존 전투력이 2배 이상 올라간 것 같은 체감이 들 정도였다.
몰려드는 마귀 따위는 무섭지 않았다.
게다가 이따금씩 옥좌 쪽에서 자레드가 마법을 시전하여, 화력을 보충해 주었다.
중간중간 헤이즈에게 마력 회복을 위한 휴식이 필요했는데, 그때는 자레드도 함께 쉬어야 했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으며 마력을 놀려서야 도움 될 게 없으니, 계속해서 원거리 마법 지원을 하는 중이었다.
가장 강력한 지하 5층의 마귀이다 보니, 한 놈을 쓰러뜨릴 때마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많은 성장을 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서 모두가 이를 악물고 싸웠다.
특히 가파지스 공략을 위해, 위험한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자레드와 헤이즈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그래야만 했다.
* * *
“영주님, 이거 정말 보통내기가 아니네요.”
“차라리 치고받고 싸우는 게, 속 시원하겠다 싶지?”
“네. 마음 같아서는 화끈하게 그러고 싶은데…… 가파지스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몬스터가 아니라고 하셨잖아요?”
헤이즈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파지스를 힘으로 상대하려면 지금 인원으로는 턱도 없다.
최소 30명 이상의 헌터는 와야 하며, 모두 B급 이상의 실력자들이어야 한다.
물론 이것은 최소 조건이다.
즉, 절반 정도는 사망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짠 인원이라는 것이다.
가파지스가 일단 깨어나게 되면, 피난처 안에 있는 모든 마물에게 소환령을 내린다.
무슨 말인가 하면, 지하 1층에 있는 마귀들부터 시작해서 전부 이 방으로 우르르 몰려온다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플레레의 방을 감싸고 있는 역장도 해제된다.
저 미치광이 철퇴 흑마법사가 맹렬하게 자신의 주인을 엄호하기 위해 돌진해 오는 것이다.
이런 대참사에서 살아남을 헌터는 단언컨대 없다. 베르하드 정도 되는 대마법사가 오면 모를까.
‘정공법으로 우리 일곱이 공략할 수 있으려면, 최소 5년이야.’
5년. 냉정하게, 백번 양보해서 계산한 공략 가능 시점이었다.
‘지금 끝내야 해. 그래야 첫 번째 공략의 특전이라는 꿀을 빨지.’
나는 다시금 손을 털며, 가파지스 공략을 이어 갈 준비를 했다.
꼼수 자체는 간단했다.
가파지스가 깊은 잠에서 깨어나는 조건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알람 라인을 건드려 알람 마법진이 발동되고 그로 인해 가파지스가 잠에서 깨어난다.
둘째, 체력 3 이상을 한 번에 깎는 대미지가 들어온다.
첫째는 조심하고 있으니 됐고, 문제는 둘째였다.
가파지스를 죽이기 위해서는 어쨌든 체력을 깎아 먹는 공격이 필요하다.
문제는 내가 사용하는 마법 공격의 대미지가 체력을 최소 5 이상은 깎아 먹는다는 것이다.
즉, 가장 기본 마법인 매직 미사일만 쓰더라도 가파지스는 깨어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헤이즈의 중급 치유술이 들어오면 얘기가 달라진다.
중급 치유술은 초당 2.5의 체력을 회복시킨다. 약간의 편차는 있지만, 그래도 초당 2.2가 최저.
그러면 내 마법 공격과 헤이즈의 중급 치유술을 동시에 전개할 때, 대미지 전체 값을 체력 3 미만의 수준으로 조절할 수 있었다.
나는 이 점을 노린 것이다.
이른바 ‘딜 & 힐’ 꼼수.
대미지 총량이 가파지스가 깨어날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도록 조정하여, 야금야금 생명력을 갉아먹는 것이다.
그리고 타깃으로 삼은 정수리는 조금만 뚫고 들어가도, 인체의 중심인 뇌(腦)와 연결되는 부위다.
중간에 머리뼈가 있긴 하지만, 2클래스 마법 중 하나인 애시드 포인트(Acid Point)로 능히 뼈를 녹일 수 있었다.
물론 이것도 헤이즈의 중급 치유술과 연계하며,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마음이 급해져서 산도를 높였다가는 바로 가파지스가 잠에서 깨어날 테니까.
“영주님, 저…… 잘하고 있는 것 맞죠?”
“응, 아주 훌륭해. 환상의 호흡이야. 지금처럼 계속해 줘.”
“믿기지 않아요! 수많은 헌터가 와도 잡을 수 없을 이 거대한 괴수의 목숨을 조금씩 빼앗고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해요.”
“그게 바로 꼼수의 묘미라는 거지! 나만 믿어. 우리는 반드시 이 녀석을 잡고, 엄청난 특전을 누리게 될 거야.”
“네, 영주님!”
나는 헤이즈의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손수건으로 닦아 내 주었다.
그녀는 나보다 더 열심이었다.
* * *
긴 시간이 흘렀다.
옥좌 위에서는 두 남녀가 공들여 보스 몬스터의 정수리에 구멍을 열심히 뚫고 있었고.
통로에서는 계속해서 공방전이 벌어졌다.
꾸준히 갱신되는 버프와 든든하게 챙겨 온 체력, 마력 포션이 있다 보니 장기전도 거뜬했다.
이따금씩 마귀의 출몰이 잦아들 즈음이면, 팀원들은 모두 옥좌의 자레드와 헤이즈를 지켜보았다.
공략이 진행되어 가는 과정을 보며, 가장 신기해한 것은 라키스였다.
그는 군에 있으면서 다양한 루트로 정보를 수집했고, 그 정보 중에는 당연히 던전을 공략한 헌터들에 대한 것도 있었다.
하지만 그 어떤 얘기 속에서도 이런 방식으로 무지막지한 보스 몬스터를 제거했다는 얘기는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상상 그 이상이었다.
애초에 자레드가 가파지스 공략을 하겠다고 했을 때, 라키스의 표정이 흙빛으로 변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당장 중보 플레레도 노련한 헌터들이 공략에 고전하는 판국에 가파지스는 더 지옥이 아닐까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오랜 시간 머리 위에서 ‘작업’을 했음에도 가파지스는 여전히 평온하게 잠을 청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다섯 팀원은 이 자리에서 버프를 받으며, 수많은 마귀를 때려잡았다.
모르긴 몰라도 육체적, 정신적으로 극적인 상승을 십여 차례 이상은 경험한 듯했다.
‘정말 영주님은 대단하신 분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꿰뚫고 계셔.’
라키스는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
지금껏 자레드가 영지 운영, 던전 공략, 전쟁 준비 시 예측한 것이 틀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정말 돗자리 깔고 미래를 예견해도 될 정도로,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이번 공략도 마찬가지다.
지름길로 활용한 샛길하며, 적을 깨우지 않고 서서히 죽여 가는 방법까지……. 기상천외한 해결책이 너무나도 많았다.
‘영주님, 당신의 한계는 대체 어디까지입니까?’
라키스가 존경 어린 눈빛으로 옥좌 위의 자레드를 바라보았다.
라키스에게 자레드는 신이었다. 인간의 모습을 빌려 영지에 강림한 신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 * *
그로부터 5시간 후.
깊은 잠에 빠져 단꿈을 꾸던 가파지스는 갑자기 꿈속의 전경을 가득 채워 버린 붉은 섬광에 화들짝 놀랐다.
평화롭고 고요하던 꿈속의 모습은 순식간에 붉은 섬광과 핏물로 얼룩진 악몽이 되었다.
그리고.
“크아아악!”
가파지스가 잠에서 깼다.
섬광을 목격한 그 순간부터 머리 위에서 참을 수 없는 엄청난 고통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찰나의 순간, 가파지스는 생각했다. 도대체 이것이 어떻게 된 일인가 하고!
플레레에게 소울 커넥팅으로 알람을 걸어 놨고, 당장에 옥좌 앞에도 알람 라인이 떡칠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에게 머리 위를 공격당하고 있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 이건 꿈이야.
꿈속의 꿈인 것이다.
아주 지독한 악몽 같은 거겠지.
가파지스는 그렇게 말도 안 되는 고통의 원인을 꿈의 탓으로 돌려 버렸다.
하지만 지금이 자신의 목숨을 유일하게 건질 수 있는 골든 아워였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이어서 머릿속을 휘젓는 둔탁한 느낌과 함께 찾아온 충격 때문이었다.
화르르륵!
“……!”
순간, 세상 모든 것이 검게 물들었다. 아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가파지스는 자신의 머릿속이 뜨거운 무언가에 의해 녹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머리카락도 아니고, 다른 곳도 아니고, 머릿속! 그러니까 뇌가 녹아내리고 있는 것이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수많은 알람 시스템을 꾸려 놓고 깊은 수면을 청한 자신이었다. 확실한 육체의 회복을 위해서다.
그런데 누군지 모르는 침입자에 의해 완벽하게 당해 버렸다.
“끝내자, 이제!”
다음 순간.
가파지스는 눈으로 볼 수는 없었지만, 몸으로 느낄 수는 있었다.
인간 마법사가 자신의 뇌 속 깊숙한 곳을 향해, 악랄하게 윈드 커터(Wind Cutter)라는 5클래스 마법을 사용했음을.
지이이잉! 서걱! 서걱!
이윽고 끔찍하게도 좌우의 뇌가 쉴 새 없이 갈리는 소리가 났다.
“끅.”
이내 가파지스가 눈을 까뒤집고는 고개를 떨구었다.
절명한 것이다.
나스 대륙의 던전 역사상 유래를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보스 몬스터의 초단기 비명횡사였다!
* * *
가파지스가 죽었다.
잠에서 깨어나 죽기까지의 과정을 눈앞에서 지켜본 나와 헤이즈는 서로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옥좌 위에서 잔뜩 폼을 잡고 잠을 청하던 ‘왕’의 최후라 하기에는 모양이 빠져도 한참은 빠진 마지막이었기 때문이다.
숨이 끊어진 가파지스의 몸은 빠르게 그 자리에서 재가 되어 흩어져 가기 시작했고, 이내 모든 팀원들의 머리 위에 한줄기 빛이 내렸다.
그것은 바로 가파지스의 의지라고 불리는 영구 버프였다.
내게도 동시에 걸렸기에 옵션을 살펴보니, 경험치 획득 25%의 보조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챙기면 챙길수록 무조건 도움이 되는 버프로 매우 유용한 녀석이었다.
“드디어…….”
하지만 나는 그것보다 훨씬 중요한 전리품에 모든 정신이 팔린 상태였다.
그것은 바로.
[특수 원념 – 초월 증폭] [대상의 한쪽 손에 가파지스의 투지가 내재된 원념을 심습니다.해당 원념은 본체 직업군의 고유 능력 중 B등급 이상으로 분류된 능력을 강화시킵니다.
대상은 마법사 직업군입니다.
그러므로 원념을 심는 순간부터, 초월 증폭을 통해 ‘트랜센던스 마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트랜센던스 마법.
초월 마법이라고도 불리는 강화형 마법 공격 옵션이 드디어 내 손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