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g Player RAW novel - Chapter 8
제 8화
3장. 우리 영주님이 달라졌어요! – 3화
[라키스를 영지의 새로운 치안대장으로 배정하였습니다.] [축하합니다! 라키스의 특수 성향, ‘질서정연’이 발동됩니다!] [‘질서정연’의 효과를 받아 영지의 치안 수치가 70 이하로 절대 내려가지 않게 됩니다!] [‘질서정연’의 효과를 받아 영지의 치안 수치 상승률이 평소의 3배로 급상승합니다!]‘역시 치안대장과 질서정연 성향은 찰떡궁합이야! 아주 좋아!’
겉으로는 위엄을 유지하기 위해 드러내 놓고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자레드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심안으로 가신의 성향을 파악한 뒤,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능률을 극대화하던 의 고인물 짬밥이 여지없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 * *
시간이 흐를수록.
자레드는 자신을 응시하는 가신들의 표정에서 묘한 경외감을 읽을 수 있었다.
분명 가신 회의에 들어올 때만 해도 자신을 무시하거나 깔보는 듯했던 그들의 시선은 사라지고 없었다.
오히려 그중 한 명은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는데, 자레드는 그의 이름을 바로 알아차렸다.
“아빌라.”
영지의 농경을 담당하는 그는 가신 회의가 있기 전까지 밭에 있다가 왔는지 옷 전체가 온통 흙투성이였다.
자레드가 아빌라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자 아빌라가 살짝 놀란 듯 뒤로 물러서려다가, 이내 고개를 숙이며 눈물을 닦았다.
“예, 영주님. 죄송합니다. 주책없이 제가 눈물을 그만…….”
“매번 고생이 많구려. 경에게 맞지 않는 자리를 배정한 것 같아 마음이 아플 따름이오. 특히 흙먼지가 잔뜩 쌓인 옷을 보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들고. 자, 가만히 있어 보시오.”
자레드가 3클래스의 클린 마법을 시전했다.
샤아아아.
그러자 흙먼지 가득하던 옷이 깨끗해지며, 새 옷처럼 변했다.
하지만 자레드는 아직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있는지,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깜짝 놀라 아빌라가 아래를 내려다보니, 자신의 신발 끈이 풀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자레드가 손수 묶어 주고 있었던 것이다.
“아아앗, 영주님!”
“가신들은 영지의 얼굴이기도 하거늘……. 못난 영주를 두어 모두 고생이 많았소.”
“영주님, 그게 어인 말씀이십니까!”
“이것은 내가 그대에게 직접 보이는 사죄와 존경, 감사의 표현이오. 동시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이기도 하오.”
자레드의 사과는 진심이었다.
예전의 자레드가 한 실수도 결국 자신의 것이니, 사과하는 것도 역시 자신의 몫이라 생각했다.
지난 과오(過誤)를 확실히 짚고 넘어가는 것이 옳다 여겼기에 자레드는 후회하지 않았다.
그렇게 아빌라의 신발끈을 다시 묶어 주고 나자, 그가 어쩔 줄을 몰라 하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영지의 오랜 가신다운 충심 어린 눈물이었다.
이윽고 자레드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가쁜 숨을 내쉬며 – 비만인 탓에 무릎과 허리를 쪼그리는 행동이 호흡에 지장을 줬다. – 아빌라의 상태를 심안으로 확인했다.
[아빌라 – Lv. 12] [근력 : 13][체력 : 15] [마력 : 3][지혜 : 33] [민첩 : 8][매력 : 35] [물리 방어력 : 3] [마법 방어력 : 3] [특수 성향 : 특산품 개발 A] [일반 성향 : 건강, 저술]‘아빌라는 높게 쳐줘도 D급 가신. 그것도 상업 내정을 제외하면 쓸 곳이 없는 인재.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지금은 영지 내에 있는 가신들로 해결해야 하니까.’
자레드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미안한 얘기지만, 아빌라는 상업의 내정 수치를 올리고 특산품을 개발하고 관리하는 수준, 딱 거기까지가 최대 역량으로 보였다.
그에게 영지의 상단을 맡긴다거나, 타 영지와의 대규모 거래 같은 것을 맡겼다가는 십중팔구 엄청난 손해를 볼 것이다.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래서 그에게 확실히 역할을 한정시키고 있음을 주지시키되, 특산품 개발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 주기로 했다.
그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다.
자레드가 바로 명령을 내렸다.
“아빌라, 그대는 오늘부터 영지의 상업 파트에 관련해서 업무를 맡게 될 것이오. 예전에 내게 제출했던 기획서인 영지 직속 상단의 특산품 프로모션을 기억하오?”
“물론입니다, 영주님.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크리비아 마정석에 대한 제 생각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역시 내 예상이 맞구려.”
“다만 영지의 농경을 담당 중인 제가 주제넘게 의견을 개진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여…….”
“그래서 말을 아꼈겠지. 그 점은 당연히 이해하오. 영지의 재정을 지원해 줄 테니, 특산품 프로모션을 추진해 보시오.”
“예?”
“그것이 그대가 부임한 후 가장 첫 번째로 맡게 될 프로젝트가 될 것이오. 기대하겠소.”
“그럼 농경 파트는 누가 맡게 됩니까?”
“오브렌 경이 맡을 것이오. 아직 회의에 도착하진 못했지만, 그가 도착하면 내가 직접 얘기를 할 것이니 걱정할 것 없소.”
“오브렌 경이라면 믿을 만한 분입니다! 은퇴하신 이후로도 계속 농경지 개발에 전념하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절묘한 생각이십니다, 영주님!”
“적극 찬성합니다, 영주님!”
의견이 빠르게 통일됐다.
자레드는 빠르게 교통정리를 끝냈다.
오늘로 직위가 해제된 사람은 업무를 태만하게 하고, 비리를 일삼았던 글라가스와 그의 일파뿐.
나머지는 자레드의 판단에 따라 적재적소라고 생각되는 위치로 재배치됐다.
불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전부터 하고 싶었던 일을 맡았다며, 고개를 조아리고 감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자레드는 계속 출력되는 메시지를 보며, 가신의 반응에 대해 흡족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아빌라를 영지의 새로운 상업 담당자로 배정하였습니다.] [축하합니다! 아빌라의 특수 성향, ‘특산품 개발’이 발동됩니다!] [‘특산품 개발’의 효과를 받아 영지에서 생산되는 크리비아 마정석의 평균 기본 등급이 한 단계 상승합니다. 마정석 판매 기대 수입이 30% 상승합니다.] [아빌라가 새롭게 주어진 업무에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1년간, ‘대각성’ 상태가 유지됩니다.]자레드의 표정이 한층 더 밝아졌다.
‘의도치 않게 대각성 꼼수까지 쓴 셈이 됐네. 좋아. 앞으로는 이것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 엉뚱한 곳에 배치된 가신들을 찾아내면, 극적인 효과를 볼 거야.’
대각성 상태는 해당 인물이 자신의 주력 분야에서 100% 증가된 능력을 발휘하는 것을 말한다.
과거에 에서 자레드가 자주 쓰던 꼼수 중 하나이기도 했다.
일부러 인물의 성향에 맞지 않는 곳에 억지로 부임시켜 불만도를 높인 다음, 나중에 원하는 곳으로 인사이동을 시켜서 대각성을 유도하는 방법이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1년 이상 원치 않는 업무를 담당하도록 해야 해 까다롭기는 했다.
어쨌든 아빌라의 특수 성향이 발동되면서 대각성 상태에 돌입했으니 시너지효과가 상당할 터.
아마 1년 동안은 기대 수입도 30%보다 훨씬 더 오를 것이고, 마정석의 등급도 종종 두 단계까지 상승하기도 할 것이다.
‘좋아. 가신들의 수준이 썩 높지는 않지만, 일단 급한 불은 끌 수 있겠어. 한 달 정도 지켜보면서 다이어트와 마력 증가 꼼수, 이렇게 투 트랙으로 가자!’
자레드가 생각을 간결히 했다.
가장 먼저 육중한 몸뚱이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영지의 인재 영입을 위한 초특급 수단을 마련할 차례였다.
그렇게 크리비아 영지에서의 한 달이 훌쩍 흘러가고.
나스 대륙력 1414년 2월 1일의 아침이 밝았다.
* * *
“아니, 지금까지 잘 먹고 잘 살고 있었는데 왜 갑자기 죄 없는 우리를 잡아 간단 말입니까! 우리가 무슨 죄를 졌다고!”
“죄가 없어? 상인들로부터 자릿세를 받고, 그 돈의 일부를 글라가스에게 뇌물로 바치며 결탁했던 것을 모를 줄 아느냐?”
“아니, 그건 어디까지나 암묵적인 관행…….”
“관행? 영주인 내가 허락한 적이 없거늘, 무슨 관행이란 말을 지껄이느냐? 뭣들 하느냐? 이놈들을 전부 잡아들여라!”
“예!”
내 불호령이 떨어지자, 치안대의 병사들이 범죄 조직의 일당들을 남김없이 체포했다.
“와아, 만세!”
“영주님 만세! 라키스 치안대장님 만세!”
“속이 아주 시원하게 뻥 뚫리는 느낌이구만! 언제 저놈들 잡아 족치나 했는데! 하하하, 꼬시다!”
범죄자의 체포 현장을 지켜보던 영지민들이 하나같이 박수갈채를 보냈다.
그들이 연호하는 이름에는 영주인 나와 치안대장 라키스의 이름이 항상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자 라키스가 영지민들에게로 다가가서는 큰 목소리로 우렁차게 말했다.
“영주께서 지난 과오를 솔직하게 인정하시며, 영지민들의 삶을 최우선으로 돌보겠다고 하셨다! 범죄자 소탕은 그 시작에 불과할 뿐이다. 너희들을 어여삐 여기시는 영주님의 마음을 잊지 말고, 항상 감사하며 살도록 하라!”
“와아아아! 영주님, 만세!”
“정말 감사합니다! 저 사악한 놈들을 잡아서 엄벌에 처해 주시는 것만으로도 저희는 행복할 따름입니다!”
“만세! 만세!”
영지민들의 환호가 이어졌다.
[영주와 영지에 대한 영지민의 자부심과 만족도가 상승하고 있습니다.] [악의적이고 부정적인 소문에 대해, 영지민의 반응이 전보다 냉정해집니다.] [영지의 내정 상태를 발전시켜 영지민의 기대에 부응하십시오.]시스템 메시지도 나를 반기며 장단을 맞췄다.
라키스를 치안대장으로 임명한 이후, 크리비아 영지의 치안은 몰라보게 좋아지고 있었다.
범죄 조직은 뿌리까지 집요하게 추적하여 완벽히 해체시켰고, 결탁한 모든 세력은 엄정한 법의 심판을 받게 했다.
그간 글라가스의 방관과 범죄 조직의 횡포에 살 떨리는 나날들을 보냈던 영지민들은 환호했다.
그리고 과거에 저지른 잘못을 깨끗하게 인정한 나에 대해서도 전과 다른 생각을 갖게 되었다.
부정부패를 일삼던 탐관오리들까지 모두 처벌하면서, 영지의 기강을 바로잡는 것이 한눈에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정말 살맛납니다, 영주님.”
“영주님께서 이렇게 영지를 사랑하시는 분이라는 것을 몰랐던 제가 부끄럽습니다.”
“제가 영지에 소속된 병사라는 사실이 자랑스럽습니다.”
치안대 병사들은 하나같이 나를 향해 찬사를 보냈다.
모두가 영지와 아울러 치안대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 자체에 큰 자부심을 느끼는 모습이었다.
라키스가 뿌듯한 표정으로 내게 고개를 숙여 예를 갖추고는 병사들을 향해 웃으며 말을 이어 갔다.
“이게 다 영주님께서 내 적성에 맞는 자리에 배치해 주신 덕분이다. 지위의 고하에 구애받지 않으시는 현명하신 영주님께 모두 응당 존경의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힘주어 말하는 라키스의 목소리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받아들이는 병사들도 모두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었다.
행복했다.
영지에 조금만 깊이 관심을 가지고 신경을 쓴 것만으로도 이렇게 드라마틱한 변화가 일어날 줄이야.
이윽고 라키스가 내게 가까이 와서는 붉어진 눈시울과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 갔다.
“영주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정말 오랜 시간을 기다려 제게 딱 맞는 옷을 찾은 기분입니다. 정말 행복합니다.”
“그대가 만족한다면 나도 만족스럽소. 앞으로도 영지의 치안을 책임지고 맡아 주길 바라오.”
나는 덤덤히 말했다.
치안대장 한정으로 볼 때 라키스는 뛰어난 인재다. 물론 그 이상의 영전(榮轉)은 지금으로서는 어렵겠지만.
어차피 관직에 큰 욕심이 없는 만큼, 그가 불만을 가질 가능성은 제로에 수렴한다고 본다.
“영주님, 정말 감사합니다. 이 몸을 불사르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크리비아 영지를 최고의 치안 상태로 유지하겠습니다.”
라키스가 뜨겁게 의지를 불태웠다. 나는 그의 어깨를 두드려 격려하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바로 그때.
“영주님, 보고 드립니다!”
병사 하나가 헐레벌떡 달려와 다급하게 보고를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