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 a human empire by creating a clan RAW novel - Chapter (10)
권속 생성으로 인류 제국 건설 11화(11/185)
키슬러는 수그린 고개를 들어 에다르를 올려다보았다.
처음에는 무슨 소리인가, 벙쩌서 입을 벌렸다.
이윽고 의미를 깨닫고 머릿속으로 있을 수 없다고 자문자답하기를 수차례.
“저희를 정말로 지켜주실 수 있으십니까?”
“그래. 내가 귀쟁이와 함께 사라졌다가 홀로 돌아왔음을 보고 느낀 바가 없더냐? 그것이 무슨 뜻이겠나. 놈들이 나를 어찌할 수 없음이고, 내가 이 땅의 주인임을 인정받은 것이다.”
귀쟁이들은 인간을 결코 테이블 앞에 앉히지 않는다.
키슬러는 촌장이 되기 이전에 수도사였기에 그들의 오만함을 알았다.
그 오만함으로 인간을 결코 사람으로 보지 않음도 알았다.
‘안톤 경이 죽은 이유가 그것이다. 한낱 원숭이가 사람과 동등한 테이블에 앉고자 했으니까. 하지만 이 분은··· 그들과 같은 자리에 앉았다고? 어떻게?’
엘프와 싸워 꺾기 직전까지 갔던 기사와 그 기사의 주인.
엘프 앞에서 누구보다 당당했던 인간이, 엘프와 떠나고, 엘프의 배웅을 받아 돌아왔다.
인간이 엘프와 대등한 관계에 있던 적이 있던가?
아니, 엘프를 넘어 이종족 전체에서도 없었다.
“······!”
노을이 에다르의 머리 뒤로 내려앉고 있었다.
강렬하게 타오르는 주황빛은 성스러움을 드러내는 광명처럼 보였고, 키슬러는 역광에 가려 보이지 않는 에다르의 얼굴을 보며 충격을 받았다.
늑대의 신을 섬길 적에 단 한 번도 느낀 바 없는 영적인 감응.
키슬러는 그것이 수도원의 옛 형제들이 말하던 신을 영접할 때에 충격이란 것을 깨달았다.
‘인간이 어찌··· 인간이 어찌 이런 격을 가질 수 있단 말인가······.’
잃었던 신앙이 속 깊은 곳에서 꿈틀대기 시작했다.
키슬러는 동요로 제 추한 모습이 드러날까 두려워 고개를 숙였다.
에다르가 키슬러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나는 그 어떤 인간 영주보다 너희의 삶을 지켜줄 것이다. 가라. 아침 해가 뜨면 가서 내 뜻을 전해라.”
이삭은 남겼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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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개.’
나는 탁자 위에 펼친 지도를 내려보며 수를 세었다.
지도는 용병대장의 시신에서 취한 것으로, 싸구려라 조악하기 그지 없었다.
대충 산은 여기에, 강은 저기에, 마을은 거기에 있다고 새긴 터라 지도로 알 수 있는 정보는 마을이 산 너머에 있냐? 강이 동쪽에 있냐? 정도였다.
‘분포는 꽤 괜찮군.’
하지만 고인물이 괜히 고인물인가.
수많은 회차의 경험은 헛되지 않았다.
머릿속의 선명한 기억과 지도의 텅텅 빈 공간을 겹쳐 보면 그만이었다.
“상당히 적군요.”
그리프가 실눈으로 지도 위의 표기를 보며 턱을 긁었다.
표기는 내 영지 안에 있는 개척촌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키슬러가 지목했고 그 수가 46개였다.
“개척지니까 그럴만하지.”
검지로 지도를 툭툭 치면서 키슬러가 남긴 말을 떠올렸다.
‘하나하나가 올리머스와 비등 혹은 그 이상의 규모라고?’
올리머스의 본래 인구가 백 명 남짓이었다.
이와 같은 개척촌이 내 영지에 50여개가 이른다는 말은 영지 인구가 대략 5,000명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인구가 천 명도 되지 않는 소영지가 세상에 수두룩한 것을 생각하면 적은 숫자는 아니지만. 영지 면적이 어지간한 공작령과 맞먹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너무 적군.’
서드렛 공작령과 비교하면 수백 배나 차이가 났다.
물론 서드렛은 인류가 최초로 정착한 지역 중 하나.
만 명 이상이 거주하는 도시가 널렸으니 극단적인 예다.
오로코 대평원의 개척 역사는 길어야 반 백 년도 되지 않는다.
그 이전까지 인간들은 대평원으로 넘어가는 경계를 건널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대의제가 중립 지대로 넘어오는 인간을 족족 사냥했기 때문이었다.
사냥이 끝난 시점은 중립 지대 해체를 앞두고서 였다.
미개발지를 개척할 노예가 필요했고, 노예로 인간이 적합하다고 여겨졌다.
‘마침 시기적으로도 노예를 구하기 쉬웠다. 내륙 개발은 끝났고, 인구도 포화 상태. 여기에 폭정이 더해지니 탈주민이 생겨서 자포자기하고 경계를 넘기 시작했으니.’
그러니 5,000이라는 숫자는 개척지의 역사를 고려하면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하지만 앞으로 상대할 놈들이 그걸 고려해줄까.’
미치지 않고서야 그럴 리 있나.
되려 좋아라 침을 흘리며 달려들 족속이었다.
나를 추방한 서드렛이나 내게 엿을 먹은 대의제나.
어느 쪽이건 나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가까운 시일 내로 음험한 손길을 뻗어오겠지.
데우스 엑스에서 단 한 번도 그러지 않은 적이 없었다.
‘하물며 여기는 대평원이다. 인간으로 향하건, 이종족으로 향하건, 반드시 지나는 교두보 같은 위치야. 맨 처음 노려진다.’
나는 지도를 노려보았다.
오로코 대평원은 절묘하게 지도 중앙에 있었다.
심지어 내가 얻은 영토는 왈로키아 왕국의 입구나 다름 없는 위치.
‘인구를 늘려야 해. 지금으로는 턱없이 부족해.’
아무리 넓은 땅을 가져도 땅을 관리할 사람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
관리가 되지 않는 땅은 적대하는 자에게 틈이 될 뿐.
틈을 메꾸는 것은 사람이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 인구가 늘어야 한다.
‘스킬을 올려서 권속을 늘리고, 이주민을 최대한 받아들인다. 대재앙이 시작되기 전에 방비를 마쳐야 한다.’
고개를 들어 내 말을 기다리고 있는 권속들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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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단병
할리
Lv. 17
등급: E
순찰대원
메이슨
Lv. 12
등급: E
목수
타일러
Lv. 7
등급: 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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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오페의 레벨이 92.
그리프의 레벨이 59.
나머지 세 권속의 레벨은 다 합쳐야 간신히 36.
권속이라고 다 같은 급이 아니라는 것은 레벨로 드러난다.
‘당연하지. 매번 칼리오페와 동급의 권속을 만들 수 있다면, 한 달이면 세계 정복도 가능할 테니.’
나는 내심 쓴웃음을 지었다.
“타일러, 목수라 했는데. 집 정도는 지을 수 있겠지?”
“물론입니다. 목수가 집을 짓지 못하면 뭘 하겠습니까.”
타일러가 주먹으로 가슴을 탕탕 쳤다.
“할리, 군단병이라면 진지구축은 해봤을.”
“당연합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할리가 기다렸다는 듯이 내 말을 끊고 버럭 소리쳤다가 뒤늦게 눈을 껌벅였다.
“어, 음, 죄송합니다.”
나는 괜찮다고 말하면서 칼리오페를 보았다.
날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것보단 낫다, 그렇지? 라고 물으려던 것인데.
칼리오페는 변하지 않던 표정을 살짝 구기고 할리를 보고 있었다.
옆에서 보는 내 심장도 차가워지는 시선에 할리의 얼굴색이 파랗게 질렸다.
나는 머쓱하게 시선을 돌려서 그리프를 바라보았다.
그리프가 눈웃음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아무튼. 진지구축에는 목조방책이나 감시탑 등 기본적인 건축 기술이 들어가니까, 타일러와 같이 일하면 좋겠구나.”
“예!”
“그리고 메이슨은···.”
순찰대원이란 명칭을 보고 확 떠오르는 무언가가 없었다.
그것은 메이슨 자신도 마찬가지였는지 머리를 긁적였다.
“둘을 보조하도록.”
“예.”
“좋아. 동이 트면 셋은 목재를 구해오고 타일러가 주도해서 건물을 지어라.”
“에다르 님께서 묵으실 곳을 짓는 겁니까?”
“그래.”
제일 먼저 내가 머무를 집, 영주관을 지을 생각이었다.
오늘은 도망간 개척민이 비운 집이 많으니 그 중 한 곳에 묵으면 되었다.
그러나 개척민들은 곧 돌아올 것이고, 그러면 집을 돌려주어야 한다.
도망가고 돌아온다는 것이 선뜻 이해 가지 않을 수 있으나 현실이 그랬다.
‘다시 경계를 넘어 내륙으로 돌아간다는 선택지는 없다. 한 번 개척민이 된 자는 받아주지 않는 것이 규칙이니까.’
대평원의 개척민은 인간 세력이 이종족에게 바치는 제물이기도 하다.
제물이 제단에서 떨어졌다고 도로 가져가랴?
억지로 돌려보내서 이종족들이 내륙으로 다시 손을 뻗지 않기를 바랄 것이다.
개척이 시작되기 이전까지 경계에 맞닿은 인간 영지가 사냥을 당했으니까.
그때로 돌아가기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탈주민이 도망간들 갈 곳은 기껏해야 이웃 개척촌이다.
‘내일이 되면 키슬러가 영지 전역에 내 포고를 전하러 돌아다닐 것이다. 도망갔던 이들이나 기존에 정착한 이들이 올리머스로 모이기 시작할 터.’
올리머스에 건물이라 할 것이 스무 채도 되지 않는 것을 떠올렸다.
각 촌에서 두 명씩만 와도 감당이 되지 않는 규모였다.
‘마구잡이로 정착하기 전에 영지의 중심지가 될 영주관을 만들고 토지의 경계를 표시하여 도시 계획을 미리 짜두어야 혼란이 덜하다.’
나는 진중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타일러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연결된 사념이 얼마나 공들여서 일을 하려는지 전하고 있었다.
“쓸데없이 공들이지 마. 임시 가옥이라 생각해라. 차후에 상황이 안정되면 증축할 것이고, 당장에는 내가 머물면서 이 땅의 기준점을 잡는 정도로 만족하면 된다.”
꺼진 화로에서 숯을 주어서 바닥에 영주관의 도면을 간략하게 그렸다.
타일러는 그림을 보면서 눈을 깜빡였다.
“혹시 이전에 지어보셨습니까?”
무수히 많은 회차에서 지어봤지, 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
나는 말 대신 웃음을 지으며 끄덕였다.
“그리고 이곳 상황을 고려해서 못을 사용하지 않고 가급적 목재를 끼워 맞춰서 지어야 한다. 가능하겠지?”
“재료만 있으면 오늘 중으로 짓고도 남습니다.”
세 권속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다녀오겠습니다.”
“됐다. 밤이잖나. 오늘은 쉬고 아침에 출발해.”
“아닙니다. 쉴 만큼 쉬었습니다. 저희는 권속입니다. 수면이 필요 없습니다.”
타일러가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음···.”
권속과 연결된 사념이 그들의 감정을 전했다.
빈말이 아니라 정말로 내게 도움이 되고자 일하기를 원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쓸모 없다고 생각하는 건가.’
대의제에서 나 홀로 위험을 무릅쓰며 강짜를 부린 것이 원인이겠지.
칼리오페조차 나를 보필하지 못했다며 자책하는 마당이다.
들러리조차 되지 못한 세 권속은 자신들의 쓸모를 입증하고 싶어서 몸이 달아 올라있었다.
“알았다. 너희들이 원한다면 그렇게 해라.”
표정을 활짝 피는 모습을 보니 약간 죄책감이 들었다.
전생의 사고관이 또렷이 남아있는 탓이었다.
임금도 주지 않고 야간 업무를 시키는 악덕 사장이 된 느낌이랄까.
“하지만 밤이 어둑한데 보이기는 하나?”
“제가 동행하면 됩니다.”
그리프가 우아하게 왼손을 펼치자 그 위에 백색의 구가 나타나 빛을 발했다.
“해가 뜰 때까지 유지해야 할 텐데?”
“하하, 제가 학자라도 나름 마법사입니다. 빛의 구는 마법사의 기본 중의 기본이지요.”
자신만만하게 씨익, 이를 드러내며 웃는 녀석에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프를 포함해서 네 명의 권속이 나가고 칼리오페와 나만 집에 남았다.
나는 도시 계획에 대해 구상하며 지도를 내려다보았다.
“에다르 님.”
그러자 칼리오페가 조용히 불렀다.
열흘 가량 함께하면서 깨달은 사실 중 하나는, 칼리오페는 표정 변화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다른 권속은 표정으로 대강 속내를 알 수 있었는데, 칼리오페는 사념을 읽지 않으면 속내를 알기 힘들었다.
좋을 때나 싫을 때나 얼음처럼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머리와 눈의 색이 파랗기까지 하니 더 차갑게 보였다.
“너는 그대로 있어라. 누군가는 나를 지켜야 하지 않나.”
“멀리 가지 않겠습니다.”
목소리든 사념이든 단호한 고집이 읽혀졌다.
‘권속은 맹목적 충성을 바친다 하지만, 좀 부담스럽군.’
나는 턱을 긁적이다가 먹다 남긴 육포 쪼가리를 보았다.
늦은 저녁에 식사를 할 수 없으니 허기를 채우기 위해 뜯은 것이었다.
“그럼 사냥이라도 해와. 가급적이면 모피를 얻을 수 있는 놈으로. 밤이 좀 춥군.”
밤 바람에 흔들리는 문틈 사이로 찬기가 스며들고 있었다.
내가 어깨를 살짝 움츠리자 칼리오페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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