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 a human empire by creating a clan RAW novel - Chapter (102)
권속 생성으로 인류 제국 건설 104화(104/185)
미치광이 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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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추린 수가 육십 명가량.
절반이 권속이고, 나머지 절반은 가신.
가신은 서드렛, 뢰제네, 쿠스로르프 외에도 이번 전투로 포로가 된 귀족 중에서 포섭한 대귀족 몇몇을 포함했다.
‘왈로키아는 파베뿐이라 아쉽군.’
왈로키아는 파베 쿠스로르프를 제외하면 사실상 없다.
내전을 통해서 힘이 빠지기를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왈로키아를 완전히 복속시키는 것은 대의제 방문 이후다.
“허···.”
가신들은 게이트를 지나 대의제에 도착하자 흠칫 놀랐다.
게이트를 지날 때 들리는 이명이나, 대의제의 웅장한 내부 전경이나, 웅장함에 비해서 지나치게 적막한 분위기나, 놀랄 것이 많겠지.
“이번엔 아무도 없네.”
파시메아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녀가 처음 대의제를 방문했을 때와 정반대의 분위기.
이전에는 홀에서 회의장까지 카펫이 깔렸고, 양옆에 예복을 입은 장병이 도열한 채 참석자를 맞이했었다. 거기에 다른 종족도 그득했고 음악까지 연주했었고.
그러나 지금은?
텅 빈 홀에 적막만이 흘렀다.
내가 라에라곤의 초대로 대의제를 방문했을 때처럼.
“정말 대의제를 소집한 거 맞아?”
의심의 눈초리를 사자에게 보내는 파시메아.
사자는 대답 없이 미소를 짓고 회의장으로 안내했다.
“편하신 곳에 앉아서 기다리시길.”
회의장 또한 텅 빈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쯤 되니 대의제의 속셈이 훤했다.
“순서상 우리를 맨 처음에 두고 기다리게 한다는 거네.”
“같잖은 자존심 싸움을 하는군.”
권속과 가신은 반원으로 놓인 객석 좌측 끝에 앉았다.
나는 중앙 테이블 좌석 중 하나에 앉아서 연초를 피웠다.
이종족은 우리가 자리를 잡고 한참 지난 뒤에야 들어왔다.
“언제부터 대의제가 동물원이 된 거지?”
고블린을 시작으로 오크, 나가, 리자드맨까지.
대의제에서 세가 약한 종족들이 먼저 들어왔다.
“냄새가 지독한데.”
“오늘 서커스 공연이라도 하나?”
들으라고 내뱉는 모욕에 가신들이 움찔했다.
그들 표정은 분노가 아니라 당혹으로 찼다.
‘화를 내기엔 습관이 너무 깊군.’
나는 그 꼴을 보고 속으로 혀를 찼다.
모욕을 당했는데도 움츠리는 이유가 뭐겠나.
대대로 이종족의 하인으로 살았으니까.
본능에 가깝게 습관이 뿌리내린 탓이다.
“야.”
그러나 권속은 달랐다.
권속은 이종족에게 움츠릴 이유가 없었다.
특히 파시메아, 저 괄괄한 성격이 모욕을 가만히 넘길까.
“너, 지금 뭐라 했어?”
파시메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서 손을 뻗었다.
손끝에 맺힌 마력이 모욕을 내뱉은 리자드맨을 끌어왔다.
“이 무슨···.”
허공에 뜬 도마뱀은 마력을 뿌리치려고 사지를 바동거렸다.
【Lv. 68】
나름 강자에 속하나 그녀의 마력을 뿌리칠 정도는 아니다.
녀석은 힘의 격차를 깨닫고 눈동자를 떨며 동행을 보았다.
그와 같이 모욕적인 언사를 내뱉었던 이종족들.
“도, 도와······.”
도움을 구하는 시선을 받자 고개를 돌렸다.
“···어험.”
그도 그럴 것이 다른 권속들도 움직였다.
칼리오페, 스카디, 게하르드, 누아딜 등 서른에 달하는 권속이 흉흉한 눈빛을 보내고 있는데, 녀석을 돕겠다고 나서봐야 똑같은 꼴이 될 뿐이다.
작정하고 시비를 걸었다면 모를까.
우발적인 충돌인지라, 괜한 피해를 보고 싶지 않을 터.
“대의제에서 폭력은 자제해 주십시오.”
그나마 대의제의 안내인이 중재를 시도했지만,
파시메아가 이종족의 말을 들을 인물인가?
중재를 귓등으로 흘리고 나를 보았다.
죽이냐, 살리냐, 묻는 것이라.
‘굳이 피를 볼 필요는 없지.’
“흥.”
내 사념을 읽은 그녀는 코웃음 치고 손을 휘둘렀다.
리자드맨의 육신을 옭아맨 마력이 사라졌다.
털썩
“히익!”
허공에서 추락한 녀석은 아파할 겨를도 없이 두 손으로 바닥을 짚고 동족이 앉은 자리로 허겁지겁 도망쳤다.
그녀는 그 꼴을 보고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냉소를 지었다.
“약해 빠진 것들이.”
가신들이 허, 하고 탄성을 흘렸다.
이종족이 인간에게 겁먹고 도망치는 꼴을 어디 상상이나 해봤을까, 심리적 충격이 작지 않겠지.
나는 두 개째 연초를 물고 참석자를 두루 보았다.
【Lv. 75】
【Lv. 77】
【Lv. 69】
【Lv. 67】
【Lv. 81】
【Lv. 73】
【Lv. 74】
참석자는 두 번째 방문 때처럼 객석을 가득 채웠다.
그러나 참석자 개개인의 급은 이전보다 높았다.
방금 꿇린 리자드맨이 약자에 속할 정도로.
참석자 전체의 평균이 상당히 높았다.
‘대사와 비등한 강자도 여럿. 이렇게까지 수준을 높인 이유는 나와 블라드 그리고 로드 때문인가. 압박해야 하는 상대의 급이 높으니 그에 맞추기 위해서?’
나는 블라드에게 배정된 자리를 보았다.
헤드 테이블의 좌석이 다 차는 와중에도 그곳은 비었다.
블라드는 오지 않았고, 미케나 제국의 대사도 오지 않았다.
– 대의제가 너를 곧장 공격하지 않도록 블라드에 관한 소문을 풀었다. 녀석이 약정을 어긴 뒤로 두문불출하는 이유가 네게 패하여 약해졌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 이번 회담은 나보다 너와 블라드를 압박하는 것이 주된 목적일 거다. 하지만 너는 아직 대의제와 맞붙을 준비가 안 됐어. 그러니 시간을 벌어라.
나는 로드의 말을 떠올리고 반지를 어루만졌다.
‘로드의 말대로. 나는 아직 준비가 안 됐다.’
두 개의 왕위를 얻고 칭제했다고 끝이 아니다.
두 나라에서 봉기와 내전이 계속되고 있었다.
또한, 대의제의 개입은 더욱 깊어졌고.
‘대의제에서 돌아오는 즉시 이들을 진압하면서 체제 개편을 시작해야 한다. 주먹구구식으로 굴러가는 체제를 정리하고 인간을 이종족과 맞설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해.’
더는 권속만으로 상대를 압도할 수 없는 시기가 왔다.
권속은 강하지만, 인간과 오크 상대로나 압도적이지.
다른 종족과 비교하면 압도당하는 것은 이쪽이다.
‘칼리오페 같은 비대칭 전력이 있기에 티가 나지 않을 뿐. 허리가 되어야 할 중상급 레벨의 권속이나 인간은 턱없이 부족하니··· 실제로 이종족과 전면전이 벌어지면 필패다.’
내가 블라드를 숫자로 압도했듯이 역으로 압도당할 터.
‘그러므로 내게 필요한 것은 시간이다. 권속을 늘릴 수 있는 시간, 인간이 이종족과 격차를 좁힐 수 있는 시간, 오로지 시간이 필요하다.’
로드는 그 시간을 벌기 위한 미끼로 블라드를 제시했다.
녀석은 왈로키아에서 영혼과 혈족을 상실하는 치명상을 입었고, 녀석의 상처에서 흐르는 피가 달콤한 미끼가 될 것이라고.
‘이종족에게 인간과 흡혈귀, 둘 중 어느 쪽이 신경 쓰이느냐고 물으면 당연히 흡혈귀다.’
인간은 본디 온순한 가축으로 여겨졌다.
극히 최근에 나, 라는 변종 탓에 문제가 터졌을 뿐.
천 년이나 길렀던 온순한 가축이란 인식은 꽤 단단하다.
하지만 흡혈귀는?
‘흡혈귀는 기생충이다. 혈족과 종복이라는 외모로 구분할 수 없는 무서운 기생충이지. 하물며 세력도 작지 않아. 귀쟁이, 난쟁이와 함께 3강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니까.’
역사의 앙금,
종족의 이익,
어느 쪽을 따져도 인간보다 흡혈귀가 우위다.
‘물론, 모기를 잡을 기회가 생겼다고 나를 방치하고 모기 사냥에 몰두하는 일은 없을 거다. 애초에 그럴 생각이었다면 나를 이 자리에 부르지도 않고 저들끼리 쑥덕거렸겠지.’
나를 호출한 이유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기 위해서다.
블라드라는 상처 입은 맹수의 가축을 벗기기 위해 힘을 합치고, 동시에 인간이라는 가축도 도축하려는 것이 회담의 목적이겠지.
‘따라서 나는 대의제가 블라드에게 몰두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놈들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 하지 않게, 인간에게서도 관심이 멀어지게, 이것이 이번 회담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이었으니.
그 방법은 과격하지만 간단하다.
“오랜만이군. 원숭이.”
나는 상념에서 깨어나 고개를 들었다.
엘프의 왕자, 라에라곤이 맞은 편에 앉았다.
“오랜만? 엘프에겐 찰나에 가까운 시간이겠지.”
“뭐, 원래라면 그래야 했지. 하지만 네 덕에 일이 너무 많아서 말이야. 마냥 편하게 지낼 수가 없었거든.”
녀석은 입은 웃었으나 눈을 날카롭게 나를 노려보았다.
“꽤 시끄러운 짓을 했던데.”
“글쎄, 이 정도면 조용하게 끝나지 않았나.”
“이 정도? 조용하게?”
입가에서 웃음을 지웠다.
“원숭이가 대의제에서 한자리를 꿰찬 것도 모자라서, 모기 새끼를 잡고, 이제는 제국을 만들겠다고 거들먹거렸다지? 그게 조용하다고?”
“그래 봐야 내 영역 안에서 일어난 일이다. 너희가 내 땅에 쓸데없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면 있지도 않았을 소란이지.”
“흥. 내 땅? 그 땅은 네 것이 아니야. 대의제의 이름으로 원숭이를 기르는 축사라고. 너희 원숭이는 주제를 알 필요가 있어.”
축사라.
틀린 말은 아닌지라 나는 낮게 웃었다.
“그래서? 그게 불만이라 나를 부른 건가.”
“불만? 아니, 경고다.”
“라에라곤.”
이를 드러내며 내게 고하려던 녀석을 난쟁이가 끊었다.
드워프의 왕, 고타바의 제지에 라에라곤이 그를 노려보았다.
“회담은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 공적인 이야기는 차후에 해라. 혼자 앞서나가지 말고.”
으드득···
라에라곤은 무어라 말하려다가 입을 악물었다.
엘프, 드워프, 두 종족의 대치가 풀리지 않은 상황이다.
당장 눈앞에 탐스러운 열매가 맺혔기에 모였을 뿐.
칼을 뽑아 휘둘러도 이상할 것 없는 관계였다.
“다 도착했나.”
험악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로드가 들어왔다.
까마귀, 개, 인간 등 매번 다른 종족의 육신에 깃들어 나타났던 그는 나와 독대했을 때 깃들었던 늙은 엘프의 모습으로 참석했다.
그는 상석에 앉기 전에 참석한 이들을 살폈다.
엘프는 왕자를, 드워프는 왕을, 나가는 공주를, 리자드맨은 왕세자, 오크와 고블린은 대사를 각각 대표로 앉혔다.
한 명 씩 살펴보던 그의 시선이 빈자리에서 멈추었다.
“······.”
로드는 잠시 눈매를 좁혔다가 상석에 앉았다.
“다 모였으면 시작하지.”
그의 곁에 선 엘프가 목청을 높였다.
“금일 첫 번째 의제는 미케나 제국의 황제, 블라드 폰 홀슈타인의 약정 위반에 관한 처분입니다.”
모두의 시선이 향한 곳은 빈자리.
블라드 혹은 미케나의 대사가 앉아야 했던 자리였다.
“자리에 없는 놈을 어떻게 하려고?”
라에라곤이 어처구니없다는 투로 물었다.
“대사조차 보내지 않았다는 것은, 대의제가 어떤 결과를 내놓아도 온전히 수용하겠다는 의미지.”
고타바가 말했다.
“대사를 보내지 않은 걸까요, 아니면 보낼 수 없는 걸까요.”
“둘 다일 거요. 황제가 세간에 떠도는 소문을 모를 리 있겠소? 황제의 자존심을 생각하면 어떻게든 대사를 보내거나 본인이 참석해서 소문을 잠재우려고 했겠지.”
나가의 공주와 리자드맨의 왕세자가 속삭였다.
“약정 위반은 무거운 죄다. 합당한 처벌과 배상을 요구한다.”
“도, 동의한다!”
오크는 주장하고, 고블린은 뒤따르고.
나는 가만히 연초를 피우며 상황을 주시했다.
“약정 위반이 심각한 죄라는 건 동의하나, 처벌의 수위는 고민할 필요가 있어요.”
“맞소. 대의제가 미케나를 압박하는 분위기를 낼 필요는 없다고 보오. 배상이라니? 누가 들으면 패전국이라도 된 줄 알겠소.”
“우리는 정당한 요구를 할 뿐이다. 너희는 우리가 약정을 어겼을 때 강하게 처벌했다. 이제 미케나가 약정을 어겼다. 우리와 똑같이 처벌받아야 한다!”
“도, 동의한다!”
온건한 두 종족과 강경한 두 종족.
드래곤, 엘프, 드워프는 침묵을 지켰다.
‘별 반발 없이 블라드를 압박할 거라 생각했건만, 상당히 소극적이군. 물증이 없어서 망설이는 건가.’
소문은 소문이니까.
블라드, 미케나 제국이 대의제에 불참한 것은 녀석이 약해졌다는 소문을 뒷받침 해주지만, 명명백백한 물증은 아니다.
‘블라드와 미케나 제국은 무턱대고 징벌하기에는 너무 큰 세력이야. 소문과 다르게 녀석이 온전하다면 피해를 입는 것은 강경론을 주장한 종족이 될 터.’
만약 블라드가 약해지지 않았다면?
만약 다른 이유로 두문불출했다면?
이런 고민이 들 법하다.
“차라리 상황이 명확해질 때까지 이 의제는 미루는 게 어떨까요?”
그러니 저 나가의 주장이 이해는 간다.
다만, 진실을 알고 있으니 우스울 뿐.
“원숭이.”
라에라곤이 몸을 앞으로 뺐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지?”
언쟁을 주고받던 이들이 입을 다물었다.
시선이 내게 모이고 내 입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당연한 걸 묻는군.”
나는 입꼬리를 한쪽만 올렸다.
“약정 위반은 엄중하게 처리해야 한다.”
“상대는 블라드와 미케나 제국인데?”
“그게 대수인가?”
“······.”
“블라드가 그리 강한 존재인가? 미케나 제국이 여기 있는 모두가 겁먹고 벌하지 못할 정도로 강하다고?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나는 연초를 내려놓고 오른손 검지에서 반지를 빼냈다.
블라드의 영혼 조각이 깃든 반지.
“모기는 너희가 생각하는 것보다 약하다. 그러니 내게 패하여 도망친 것이고, 그러니 내게 힘을 빼앗긴 것이지.”
“힘을 뺏겼다고?”
라에라곤이 눈을 깜빡였다.
나는 테이블 앞에 앉은 이들에게 반지를 보였다.
그리고 다시 검지에 끼고 마력을 일으켰다.
“으윽!”
그 즉시, 객석에서 반응이 나타났다.
한 드워프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자네 왜 그러나?”
옆에 앉은 참석자가 이유를 묻던 차에,
“······!”
드워프의 송곳니가 길어지는 변화를 발견했다.
그 변화가 나타나는 사실은 오직 하나.
“혀, 혈족의 종복!”
“배신자!”
자리에서 일어난 것은 드워프 혼자가 아니었다.
이종족 마다 한 명씩 자리에서 일어났다.
블라드의 마력에 묶여 조종당하는 머저리들.
똑같은 변화를 보이는 그들을 참석자들이 포박했다.
“그 반지는···.”
나가의 공주가 입을 가리고 중얼거렸다.
“그래. 블라드 영혼 일부가 이 안에 있다. 그것이 뜻하는 바를 모르지 않겠지?”
“······.”
“가진 것을 지키고 싶다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면 된다. 그것이 대의제의 전통 아닌가. 비틀거리는 모기를 잡고 잃는 것이 많을까, 얻는 것이 많을까, 답은 뻔하지 않나?”
침묵이 회의장에 내려앉았다.
블라드의 보복을 우려한 나가와 리자드맨은 입을 벌렸고, 강경론을 주장한 오크와 고블린은 입을 다물고, 귀쟁이와 난쟁이는 굳은 표정으로 반지를 노려 보았다.
그리고 로드는 옅은 미소를 지었지.
“내가 원하는 엄중한 처분은 다음과 같다. 블라드와 그의 제국이 약정 위반에 대한 보상을 치를 때까지, 대의제는 해당 인물과 국가에 대한 안전 보장을 중지한다.”
여기저기서 헉, 소리가 났다.
터놓고 말해서 선전포고나 다름없으니까.
“······.”
블라드의 죄가 그토록 심하다고 볼 수 있을까?
‘블라드의 죄는 약정 위반이 아니다. 약한 것이 죄지.’
굶주린 늑대가 한자리에 모인 장소가 대의제.
늑대가 서로 물어뜯지 않게 조율한 존재가 로드.
하지만 이제 로드의 조율을 누구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늑대가 서로를 물어뜯는 것은 당연한 결과지?
“다른 의견 있나?”
누구도 과하다고 반박하지 않았다.
긴 침묵 끝에 로드가 선언을 내렸다.
“합의되었군. 에다르의 제안을 받아들여서 블라드와 그의 제국에 대한 안전 보장을 일시 중지한다.”
로드는 선언을 마치고 내게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대의제가 블라드에게 몰두하게 만드는 것이 첫 번째 목표.’
3강의 한 축이 나약해졌는데 눈독들이지 않을 수 있을까?
이로써 첫 번째는 달성.
‘두 번째는···.’
“그럼 다음으로—“
“잠깐만.”
라에라곤이 사회자의 말을 끊었다.
“남은 의제가 뭐냐?”
“티아마르의 영향력 감소 실태 보고, 서남 반도의 출입 금지령 해제, 인간종의 처분, 총 세 가지입니다.”
녀석은 오른손 주먹에 턱을 괸 채 나를 보았다.
“달리 할 말 없나, 원숭이?”
“없다.”
“티아마르의 영향력은 사라졌다. 따라서 금지령도 해체될 거다. 원숭이가 대의제의 보호 받는 아름다운 시절도 끝이라는 말이지. 그런데도 할 말 없다고?”
할 말이라.
나는 의석에 앉은 이들을 한 명 한 명 보았다.
로드를 제외한 전원이 내게 흉흉한 기세를 보냈다.
객석에 앉은 참석자도 덩달아 기세를 더했다.
허나 내게는 간지럽지도 않은지라.
나는 가벼운 웃음을 흘렸다.
“어차피 답은 정해져 있지.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의제는 통과된다. 너희가 그리 정하고 대의제를 소집했으니까. 안 그런가?”
라에라곤은 대답 대신 입꼬리를 살짝 끌어올렸다.
“그리고서 너희는 내게 요구할 셈이지, 굴종하라고.”
“그래. 네가 너희 조상이 그랬듯이 우리에게 복종하겠다고 맹세한다면, 우리가 자비를 베풀어서 너를 인간의 왕으로 삼아주겠다.”
“필요 없다.”
“필요 없다고? 네가 정복한 영토도 보장 받을 수 있는데?”
보장?
그깟 보장이 무슨 소용이냐.
보장의 조건으로 바쳐야 할 것이 무엇인데?
노예 상인 핀토가 판 인간보다 많은 인간을 바치고, 인류가 가진 자원을 모두 바쳐야 할 것이며, 한 줌의 군사조차 함부로 갖추지 못할 것이다.
대의제의 보장은 안락사에 불과하다.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다시 말하지. 인류의 역사에 너희는 필요 없다. 인류는 또다시 너희 아래 놓이지 않는다. 내가 그렇게 선언했고, 그렇게 만들 것이니까.”
“거절하면—“
“사냥감으로 삼겠다고? 금지령이 풀린 땅은 사냥터일 뿐이다. 인간을 지킬 수 있는 것은 대의제밖에 없다, 그 말을 하고 싶은 거냐? 내가 너희의 얄팍한 제안을 모를 거라 생각했나?”
탕!
나는 탁자를 손바닥으로 강하게 쳤다.
“사냥이란 같잖은 말은 집어치우고 전쟁이라 말해라! 인간은 너희와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 너희에게 사냥당할 존재가 아니다.”
“원숭이 따위가 우리와 맞서겠다고?”
라에라곤이 인상을 구겼다.
모욕감에 귀가 벌겋게 물들었고 주먹을 꽉 쥐었다.
“아홉 번째 자리를 가지고, 블라드를 이겼다고 오만방자하게 구는구나? 너와 네 애완동물이 아무리 강해도 우리를 이길 수 없어. 나를 이겨도 제국과 왕국을 이길 수는 없다고. 무슨 말인지 알겠나, 원숭이?”
“알지. 아주 잘 안다. 너희의 말대로 우리는 너희 전부를 상대하지 못하지.”
“그런데 감히 그딴 말을 지껄여?”
라에라곤이 빠드득, 이를 갈았다.
나는 담담한 표정으로, 허나 눈에는 굳은 의지를 담았다.
영혼의 빛 없이 오롯이 육신만으로 고했다.
“하지만 너희 중 하나를 우리와 같은 꼴로 만들 수 있지.”
“뭐?”
“너희 전부를 상대하지는 못할지언정 우리를 멸종시키려는 너희 중 하나와 공멸하여 다시는 세계 무대에 서지 못 하게 만들 수 있단 말이다!”
탕, 탕, 탁자를 몇 번이고 내리치며 목에 핏대를 세웠다.
“엘프의 세계수는 잎이 피지 못 할 것이고, 드워프는 햇빛을 보지 못 할 것이다. 오크와 고블린은 서쪽 땅을 밟지 못할 것이고, 나가는 심해에, 리자드맨은 사막을 방황하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인간은 멸종하겠으나 너희는 역사에서 우리를 지우지 못하게 될 것이다!”
나는 입 다문 이들을 한 차례 훑어보며 말을 이었다.
“너희가 우리를 무사히 사냥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우리를 사냥하고 싶다면 너희 또한 멸종을 각오하라.”
이것이 두 번째 목표.
대의제가 인간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도록 하는 것.
그 방법은 인간을 가시 가득한 존재로 만드는 것이다.
즉 건드리기 곤란한 미치광이로 포장하는 거다.
‘너희가 우리를 잡을 수는 있겠지. 대신 미케나 제국을 포기해야 한다. 그리고 너희 중 하나가 삼류 종족으로 떨어질 위험까지 감당할 각오가 되어 있나? 고작 가축 사냥에?’
나는 겉으로 담담한 표정을 짓고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