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 a human empire by creating a clan RAW novel - Chapter (105)
권속 생성으로 인류 제국 건설 107화(107/185)
인간 사냥을 위한 거점(지도 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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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님!”
가신이 다급한 외침과 함께 집무실로 들어왔다.
함대가 왔다, 엘프의 함대다, 라고 소리치려 했을 터.
빌럼 공작은 그가 말을 잇기 전에 손을 들어 말을 끊었다.
“안다. 흥분하지 말고 침착하게 대응해라.”
“죄, 죄송합니다.”
빌럼은 가신을 보며 담담한 척 물었다.
“상황은?”
“엘프의 것으로 보이는 함선이 200여 척입니다. 형태로 보아 절반 이상은 수송선으로 보입니다만··· 항구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저쪽에서 의사 표현을 드러내고 있나?”
“신호기 하나 올리지 않고 있습니다.”
“음···.”
빌럼은 가신에게서 등을 돌린 채 창밖을 보았다.
엘프의 대함대가 항구를 포위하며 접근하는 모습이 보였다.
“피난을 준비할까요?“
“말을 가져와라. 정박지로 가겠다.”
“예?”
가신이 눈을 깜빡였다.
대함대가 오고 있는데 정박지로 가다니?
“공작님. 함대가 항구를 봉쇄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봉쇄가 아니야. 봉쇄를 노린 것이 아닐 거다. 엘프가 인간의 항구를 봉쇄할 이유가 어디에 있나. 배 한 척 보내서 상륙만 해도 정복하고 남을 텐데.”
항구가 작아서 얼떨결에 길목을 막았다, 라고 봐야겠지.
뒷말은 삼키면서 빌럼 공작은 입꼬리를 올렸다.
‘이 도시가 작게 느껴질 줄이야.’
이 도시, 이 항구는 프리트란드의 수도였다.
나라의 제일가는 항구도시.
그런데 함대 하나 정박시킬 여유가 없다니.
여유가 없어서 봉쇄나 다름없는 상황에 놓이다니.
‘꼴이 참 우습기 그지없군.’
상대가 같은 인간이 아니라는 점이 위안이라면 위안일까.
족히 200여 척에 달하는 대함대, 한 척 한 척이 프리트란드의 군함보다 크고, 선주는 엘프이기까지 했으니 인간이 압도당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위안 삼을 수 있었다.
인간이 이종족보다 못한 것은 당연했으니까.
빌럼은 자조하며 말을 몰았다.
“서둘러!”
“짐은 그냥 버려두고 나와!”
도심은 혼란 그 자체였다.
평생 상상도 못 한 이종족의 방문이다.
방문이 침공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는 상황.
최악을 가정한 시민들이 피난길에 올랐다.
“······.”
반면에 정박지는 고요했다.
사람 한 명 없었다. 하역 중이던 물건은 사방에 내동댕이쳐졌고, 잔잔한 바닷물에 흔들리는 배와 영문도 모르고 울고 있는 바닷새밖에 없었다.
축제 때를 제외하면 항구도시에서 가장 분주하고 시끌벅적해야 하는 장소가 무서울 정도로 조용했다.
“수비병도 없군요.”
빌럼은 피난민 쪽으로 턱짓했다.
“저기 섞여 있을 거다.”
“저놈들, 어제까지 제국에 편입되어야 한다 뭐다 난리 치지 않았습니까? 이종족과 맞서겠다던 기개는 어따 팔았답니까?”
가신은 코웃음 쳤다.
국왕과 그의 일파가 주장한 바를 비웃는 것이라.
지금 프리트란드는 두 개의 파벌로 팽팽하게 갈렸다.
국왕을 중심으로 제국 편입을 주장하는 파벌,
빌럼을 중심으로 기존 체제를 고수하는 파벌,
두 개의 파벌은 한 치의 양보 없이 논쟁을 거듭했다.
“국왕 전하의 직속이 항구 수호의 의무를 저버리고, 맞서 싸워야 한다던 이종족 앞에서 도망치고, 제가 참 할 말이 없습니다.”
당사자에게 들릴 리 없는 빈정거림에 빌럼은 미소를 지었다.
“우리에겐 기회다.”
왈로키아가 제국에게 항복을 앞둔 상황이었다.
팽팽한 대립은 왈로키아가 항복하는 즉시 제국 측으로 급격하게 기울 것이 뻔했고, 프리트란드는 일말의 저항 없이 제국에 편입되는 것이 정해진 운명이었다.
그리되었다면 반대편에 선 빌럼의 운명도 뻔했을 터.
그때 마침 엘프의 대함대가 당도했다.
“기회요? 재앙이 아니고요?”
“기회지.”
“혹시··· 언질을 받으셨습니까?”
빌럼은 고개를 저었다.
이종족이 인간에게 언질을 줄 리가.
애초에 이종족은 인간과 대화조차 꺼렸다.
그들이 말을 거는 경우는 오직 한 번뿐.
상납을 어겼을 때, 그 죄를 묻기 위해서.
“우리를 벌하려 했다면 벌써 했을 거다.”
그렇기에 빌럼은 확신했다.
이종족은 절대 망설이지 않았다.
항구를 부수려 했다면 벌써 했겠지.
한데, 저리 많은 함선을 끌고 와서 공격하지 않는다?
분명 정복이 아닌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왜 갑자기···.”
“제국 때문이겠지.”
“제국이요? 그, 배교도 말입니까?”
“음.”
빌럼이 뒷말을 이으려 한 차에 외침이 들렸다.
“빌럼 공작!”
뒤늦게 국왕과 귀족들이 정박지에 도착했다.
국왕은 긴장으로 굳은 표정으로 빌럼을 보았다.
“상황은 어떤가? 저들이 무슨 반응을 보이던가?”
“모릅니다.”
“모른다고?”
“지금 상황을 이해할 자가 어디 있겠습니까, 전하.”
끙끙 앓는 소리 내면서 국왕은 발을 동동 굴렀다.
이종족에 반발하는 제국 측에 섰던 그였으니까.
작금의 상황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었다.
“함선이 움직입니다.”
함대에서 한 척의 배가 선수를 돌렸다.
크기로 보아 함대의 기함으로 보이는 배였다.
“으음···.”
국왕과 그 가신들은 무장을 갖추고 정박지에 왔다.
엘프가 침공한다면 맞서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왔을 터.
허나 기함이 정박지에 가까워지자 기개가 빠르게 녹아내렸다.
몇몇은 허리에 찬 검을 풀어 바닥에 내려놓기까지 했다.
‘그러면 그렇지.’
저항 의지를 상실한 그들을 보며 속으로 혀를 찼다.
그러나 그가 저들을 나무랄 처지는 아니었다.
그 또한 그들과 똑같은 심정이었으니까.
이종족이 두려운 것은 그도 똑같았다.
드르르륵, 퉁—
기함이 정박지에 멈추어 닻을 내렸다.
닻을 내린 뒤에는 목제 계단을 지면에 고정했다.
그리고 선원이 한 명씩 항구로 하선했다.
“···무슨?”
맨 첫 번째 이종족이 모습을 보고 빌럼은 눈을 크게 떴다.
‘엘프가 아니라고?’
맨 처음 항구에 발을 디딘 종족은 리자드맨.
햇빛에 비늘을 반짝이는 도마뱀이 혀를 날름거렸다.
그다음이 드워프와 엘프였고, 나가가 물속에서 나왔다.
‘엘프, 드워프, 나가, 리자드맨··· 이들이 왜 함께?’
네 종족이 앞으로 다가오자 무심코 주춤 뒤로 물러났다.
“이곳의 대표가 누구지?”
엘프가 물었다.
신이 손수 빗었다는 외모는 그에 걸맞은 청아한 목소리를 가졌기에 그녀의 눈빛이 정박지에 모인 인간들을 한 차례 훑자 멍하니 정신을 놓는 이가 한 둘이 아니었다.
“소, 소인이 이곳, 프리트란드의 왕위를 계승했습니다. 위대한 종족이시여.”
헉, 하고 숨을 삼켰던 국왕이 뒤늦게 대답했다.
제국을 추앙하며 편입을 주장하던 인간은 어디 가고.
두 손을 공손하게 모아서 바닥에 이마를 찧는 겁쟁이가 있었다.
“겁먹지 마라. 우리는 너희를 겁박하려고 방문하지 않았다. 우리는 대의제의 대리인으로 너희를 찾았다.”
“그, 그 말씀은···?”
“너희와 우리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것이지.”
재정립? 이종족이 인간과 무슨 관계를?
인간들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아서 입을 다물었다.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군. 앉아서 이야기하고 싶은데.”
“아, 안내하겠습니다.”
국왕은 얼른 일어나 이종족을 왕궁으로 모셨다.
그들이 왕궁으로 향하는 동안 미처 피난길에 오르지 못한 시민들이 생전 처음 이종족을 보며 경악과 감탄을 토하며 부복했다.
“이쪽··· 이쪽에 앉으시면···.”
국왕은 마치 집사에 빙의한 듯 보였다.
접객실에 이종족을 앉히고 그 앞에 섰다.
왕이 서 있는데 신하가 앉을 수 없는 노릇.
나머지 인간들은 왕의 뒤에 서서 이종족을 뵈었다.
“불편해 보이는데. 너도 앉지?”
“아닙니다. 소인이 어찌 감히···.”
드워프가 심드렁하게 말하자 국왕은 손사래를 쳤다.
그 꼴이 퍽 우스운 듯 드워프는 입꼬리를 올렸다.
“서 있는 게 편하다면 그대로 있고.”
고작 몇 마디 나누었을 뿐인데, 국왕은 하얗게 질렸다.
입꼬리가 파르르 떨리고 어깨와 손도 덜덜 떨었다.
말했듯이 그는 어제까지 제국의 편에서 편입을 주장했으니까.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해야 할까, 그는 두려울 테지.
혹여 한순간에 목이 날아 깔까 두려운 것이라.
“으음.”
몇몇 귀족들이 빌럼의 뒤로 섰다.
본디 국왕을 따르던 왕당파라고 할 수 있는 자들.
돌아가는 꼴이 국왕의 운세가 끝났음을 짐작했을 터.
구멍 난 배와 함께 가라앉지 않으려고 배를 갈아탔다.
‘멍청한 놈들.’
인제 와서 편을 갈아타 봐야 부질없는 짓이다.
빌럼은 속으로 웃으며 말문 막힌 국왕을 대신에 입을 열었다.
“위대한 종족이시여. 감히 누가 되지 않는다면, 조금 전 말씀하신 관계에 대해 여쭈어보아도 되겠습니까.”
“말 그대로다. 너희와 우리 사이의 관계를 새로이 하고자 한다.”
가만히 듣고 있는 빌럼에게 엘프가 물었다.
“너희는 알고 있나?”
“무엇을 말씀하시는지···.”
“우리가 지금껏 너희가 사는 땅에 왜 오지 않았는지.”
“예, 물론입니다.”
“말해봐. 너희가 어떻게 생각하나 궁금하군.”
빌럼은 바로 대답하려다가 멈추었다.
‘이건··· 시험이군.’
그들의 입맛에 맞게 조심스러운 어투로 답했다.
“소인이 호르비드 님의 말씀을 통해 알기로, 위대한 종족께서 저희 인간을 불쌍히 여기어 약조하셨습니다.”
“······.”
“그 약조는 호르비드 님의 가호 아래 인간이 위대한 종족께서 내린 질서를 따르는 동안 이 땅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 인간이 질서를 어긴다면 약조는 사라지고 징벌을 받으리란 것입니다.”
힐끗
고개 숙여 답한 빌럼은 엘프의 반응을 훔쳐보았다.
그녀는 답변이 마음에 든 듯 미소를 지었다.
‘통과했나.’
속으로 안도했다.
그의 대답은 늑대교의 교리를 읊은 것이었다.
문득 의도를 깨닫지 않았다면 다른 답을 내놓았겠지.
그것은 제국을 통해서 들은 대의제, 호르비드의 진실이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지. 진실을 아느냐고 물은 게 아니라.’
“정답이다.”
그리고 그녀의 반응은 그가 생각한 대로였다.
“네가 생각한 대로, 우리는 너희를 불쌍히 여겼다. 그래서 서쪽 끝에 너희를 정착시키고 못된 생각을 품는 자가 너희를 침범하지 않도록 하자고 약조했지.”
엘프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약조는 사라졌다.”
흠칫
“그 말씀은···.”
“우리가 언제든 이 땅에 올 수 있다는 의미지. 지금처럼.”
헉, 숨을 삼켰다.
그 뜻을 모를 사람이 어디 있나.
프리트란드가 대평원과 똑같이 되었다는 뜻이다.
이종족이 인간을 사냥하고 다닐 수 있는 장소가 되었다고.
프리트란드뿐만 아니라 인간이 사는 모든 영역이 말이다.
‘대체 왜?’
제국 때문인가?
제국이 밉보여서?
“걱정할 것 없다. 우리는 너희를 사냥하고자 온 것이 아니다. 말하지 않았나. 관계를 재정립하고자 왔다고.”
“저희가 무얼 하면 되겠습니까?”
“우리에게 복속하라. 너희 개개인이 우리 각자에게 충성하던 것을 끊고 너희 나라의 이름을 걸고 우리의 속국이 되어라. 그러면 너희에게 그만한 대우를 해주겠다.”
“대우라면···.”
“상납을 받지 않도록 하지. 교류도 제한을 두지 않고, 너희가 침략받지 않도록 안전을 보장해주겠다.”
‘상납 폐지에 교역 자유화, 안전 보장까지?’
빌럼은 무심코 벌어지려는 입을 꽉 물었다.
도저히 손해가 보이지 않는 조건이었다.
너무 달콤해서 의심스러울 정도로.
‘···제국을 견제하려는 것이군.’
이유는 확실했다.
이종족에게 반기를 든 제국을 견제하기 위함이다.
게걸스럽게 영토를 확장하는 제국의 성장세를 막으려고.
제국에 편입될 우려가 있는 인간 국가를 포섭하는 것이라.
‘그 작자가 그토록 강했단 말인가.’
마음속에서 소리 없는 탄성이 나왔다.
이종족이 이토록 파격적인 제안을 하는 이유가 뭐겠나.
제국을 직접 벌하지 못하니까 간접적으로 나서는 것이지.
‘분명 직접 말했어. 인간 세상의 침입을 금한 약조가 사라졌다고. 그리고 이렇게 대규모로 인간의 영역에 발을 디디기까지 했지. 그런데 제국을 짓밟지 않고 간접적으로 막아서는 방법을 택하는 이유가 뭐겠어.’
“······.”
인간 사이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이 자리에 있는 인간은 빌럼과 같은 생각을 했을 터.
‘양측의 전력이 비등하다면, 협상을 해보는 것도···.’
마침 밖이 떠들썩했다.
빌럼은 고개를 돌려서 창밖을 보았다.
정박지에서 왕궁으로 이어진 대로에 소란이 일었다.
‘저들은?’
기함에 타고 있던 엘프들이 하선하여 대로를 걸었다.
각자 궤짝을 들고 있었는데, 그들은 궤짝을 차곡차곡 쌓았다.
대로에 궤짝이 쌓이자 그중 하나를 열었다.
금, 은 장신구와 향신료 그리고 비단.
온갖 사치품이 궤짝 안에 있었다.
“저게 대체?”
누군가 무심코 중얼거린 말을 엘프가 받았다.
“가벼운 인사라고 해두지.”
인사라니.
밖을 보던 국왕과 귀족들은 눈을 크게 떴다.
엘프가 궤짝 안의 사치품을 군중들에게 나누어주는 것이 아닌가. 저토록 귀한 물품을 곡물 배급하듯 무심하게 나누어주는 모습에 경악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저, 저저···.”
“어찌 저 귀한 것을!”
“너희가 무얼 좋아하는지 몰라서, 너희 세상에 존재하는 것만 가져왔다. 너희가 우리의 제안을 받아 서로 교류를 하게 된다면 저따위보다 값진 것을 주고받겠지.”
귀족들의 눈빛이 변했다.
그 말인즉, 인간 세상에 없는 보화도 있다는 말.
그리고 그것을 그들이 취할 수도 있다는 뜻이고.
대의제의 사절단은 그들의 반응이 미소를 지었다.
“제안을 받아들이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