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 a human empire by creating a clan RAW novel - Chapter (109)
권속 생성으로 인류 제국 건설 111화(111/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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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렀다.
가을의 중순에서 겨울을 거쳐 봄으로.
그리고 짧은 봄이 끝을 보이며 날이 더워지기 시작했다.
기온이 빠르게 오르는 것이 여름이 오는 징조였다.
“이곳에서 두 번째로 맞는 여름이군.”
“그렇군요. 시간이란 참 빠르게 지나가지 않습니까?”
그리프가 찻잔을 내려놓고 씨익 웃었다. 그의 앞에 앉은 칼리오페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서 대답을 대신했다.
나는 마지막 남은 서류에 서명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 앞에 섰다. 집무실은 영주관을 중건한 황궁에 있었고, 중건하면서 위치가 최상층이 된 덕에 도심을 내려다볼 수 있었다.
“많이도 변했습니다. 옛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요.”
제국의 수도, 올리머스.
불과 일 년 전까지 100명 남짓이었던 개척촌.
허나 일 년이라는 시간은 개척촌을 인구 12만의 대도시로 바꾸어서, 도시 면적은 옛 왕국들의 수도에 버금갈 정도로 확장되었다.
“12만 명이라··· 진짜 많이도 끌어모았군요.”
“강제나 다름없는 이주로 만든 업적이지.”
나는 도심 한가운데 피어오르는 매연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매연은 도시에서 가장 큰 조병창에서 구리를 녹여 화포를 만드느라 내뿜는 것이라.
“과격하지만 필요한 행동이었습니다.”
비료, 화약 같은 몇 가지 예외를 제외하면 조병창, 방직, 종이 등 온갖 공장을 올리머스에 집중시켰으니까.
공장의 규모는 건물 한두 동이 아니라 차후 확장을 고려해서 마을 규모로 조성했고 제국 전역의 기술자와 가족들을 모조리 이주시켰다.
여러 개의 공업 단지를 한곳에 모은 꼴. 그러니 면적이 비대하지 않을 수 없지.
“그 결과 수도로서 아름다움은 하나 없는 삭막한 곳이 되었지만, 그래도 이곳의 목적을 생각하면 이 모습이 당연하겠지요.”
올리머스는 전진 기지가 되어야 하는 도시니까.
이종족을 정복하겠다는 내 목적은 변함이 없었다.
따라서 최전선에서 정복을 뒷받침하는 기지로 올리머스를 조성했고, 12만 명이라는 인구를 기지 운영을 위해 전국에서 동원했다.
“잘 해주었다. 부족한 시간에서 이만큼이라도 한 것이 어디냐.”
“앞으로 더 시간이 있다면 좋겠습니다만···.”
“그럴 시간은 없겠지.”
“예. 우리가 준비한 만큼 저쪽도 준비를 마쳤을 테니까요.”
그래도 우리가 무얼 준비했는지 알면 놀랄 거다.
우리를 업신여기는 족속에게 존중이란 두 글자를 심어줄 도구, 훌륭한 대화수단을 준비했으니까.
나는 황궁 앞 광장에 제국군 병사가 들고 있는 호두나무 막대를 보았다.
혼종 전쟁
똑똑.
“실례하겠습니다. 아버지.”
제국 재상, 스카디가 집무실로 들어왔다.
나는 그녀가 들고 있는 서류 묶음을 보았다.
“정책 보고인가?”
“네.”
“걸으면서 듣도록 하지.”
“조병창에 가시는 건가요?”
“그래. 화포 개량을 마쳤다더군.”
황궁을 나와서 도심을 걷기 시작했다.
스카디가 내 옆에 섰고 칼리오페와 여러 권속이 그 뒤를 따랐다. 뒤따르는 권속은 모두 제국 근위처에 속하는 이들로 그 수가 고작 6명에 불과했으나 칼리오페가 직접 선발한 강자였다.
스카디는 근위병들을 슬쩍 보고 입을 열었다.
“칼리오페.”
“······?”
“나머지 세 명은 언제 채울 건가요.”
칼리오페는 대답하지 않았다.
“못 들은 척하지 말고요.”
“조만간.”
나는 소리 없이 쓴웃음을 지었다.
방금 스카디가 물은 나머지 세 명은 근위처의 공석을 가리켰다. 제국 근위처의 정원이 10명이니까, 칼리오페를 포함에 7명의 인원을 제외한 3명을 언제 채울 것이냐고.
칼리오페의 반응을 보면 알겠지만, 그녀는 정원을 적극적으로 채울 의사가 없어 보였다.
“눈높이 좀 낮춰요.”
“안 돼.”
스카디가 투덜거렸다.
나 또한 그녀와 같은 마음이었다.
칼리오페의 눈이 이렇게 높을 줄은 몰랐다.
본인을 제외하면 고작 9명에 불과한 정원을 못 채우다니.
일 곱 번째 대원도 겨우 며칠 전에 선발한 인원이었다.
꼴을 보면 한 명 충원하는 데에 한 달 이상 걸리는 셈.
이대로라면 앞으로 넉 달은 더 걸리지 않을까 싶다.
‘근위처의 후보에 드는 최소 조건은 고레벨. 고레벨 자체가 극히 귀한데, 여기서 레벨 외에 성격 같은 요소를 따지니 선발이 더딜 수밖에.’
근위병 중에서 가장 낮은 레벨이 66이었다.
내가 권속 생성 스킬을 얻은 이래로 2,600명가량의 권속을 생성했고, 그들 중에서 레벨이 60이 넘는 권속은 40명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들에게 레벨 외의 요소를 따지고 있으니···.
7명이라도 충원한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아무래도 성격이 자신과 비슷한 이들을 뽑는 것 같군.’
근위병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 그녀의 형제 혹은 자매인가? 하는 생각이었다. 권속들이 서로를 형제자매로 여기므로 틀린 말은 아니지만, 혈연적으로 연결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성격이 닮았다.
인형처럼 과묵하고 냉철한.
– 라헬과 다른 의미로 무서운데요.
오죽하면 그리프가 이렇게 평가했을까.
“아버지도 한마디 하시죠.”
스카디가 한숨을 푹 쉬면서 나를 보았다.
“글쎄, 인원 선발은 칼리오페의 권한 아니냐.”
나라고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나, 각자의 역할이 있는 마당에 내가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
행정 체제를 만든 이유가 무엇이었나.
내 업무 부담을 줄이면서 권속 각자의 역할을 보장하기 위함이었다. 부처 중에서 가장 작고 나와 밀접한 근위처라도 가급적 독립성을 존중할 필요가 있었다.
당장 마음에 안 든다고 하나둘 건드리다 보면 행정 개편 이전으로 돌아갈 테니까.
“이런 건 또 잘 빠져나가시네요.”
그녀는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동시에 미소를 지었다. 나도 그녀를 따라 미소 지으면서 보고서를 건네받았다.
보고서 첫 장을 넘겨서 여름 예상 수확량을 확인했다.
“평작인가.”
보고서에 따르면 여름작물의 수확량이 제르마니아와 왈로키아에서는 평작을 밑돌고, 대평원에서는 작년과 같은 대풍작이 될 것이라고 예상되었다.
“많이 낮기는 해도 흉작까진 아니라 다행이군.”
“사실 지역에 따라 흉작인 곳도 있습니다. 특히 늑대교 봉기가 일어났던 지역이 그렇죠. 고의로 밭을 망쳐 놓고 주변 농지까지 초토화하는 식으로 저항했으니까요.”
“대처는 어떻게 했지?”
“피해 지역은 올해에 한해서 세금을 감면해두었습니다. 필요한 경우 방곡을 할 예정이고요.”
“곡물은 충분하고?”
“네. 미리 창고를 채워두었고, 대평원에서 대풍작이니 기근으로 번지지는 않을 겁니다.”
“음···.”
나는 말 없이 끄덕였지만 속으로 크게 안도했다.
풍작은 애당초 기대하지 않았다.
불가능했으니까.
“봉기와 내전을 거친 땅에 풍작을 바라는 건 과욕이지요.”
“그래. 맞다. 흉작만 아니면 돼. 흉작이 기근을 불러오는 최악의 사태만 피하면 된다.”
곡물을 팔아 줄 외국이 없는 나라가 제국이니까.
올해 흉작이 터졌다면 꼼짝없이 굶어 죽는 수밖에 없었다.
“올해만 무사히 넘기면 된다. 가을 파종에 맞추어 파시메아가 비료를 공급해주면 내년부터 곡물이 남아돌 테니.”
“비료라면··· 초석 말씀이군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작년 가을에 파시메아가 확보한 초석 산지.
제르마니아 동남부에 있는 안츠 지방은 비가 오고 땅이 마르면 하얗게 결정이 생길 정도로 질산칼륨의 함유량이 높은 토양을 가졌다.
그 지역의 농민은 독이 올랐다고 혐오하는 토양. 풀 한 포기 자라나지 않는 더러운 땅이었을 뿐이지만, 독의 정체를 알고 있는 나나 파시메아에게는 금광보다 귀한 땅이었다.
– 함유량이 엄청 높아! 흙에 물을 뿌려서 걸러내고, 그 물을 끓이기만 해도 순도 높은 초석이 만들어진다니까!
파시메아가 흥분하면서 설명하던 모습을 떠올렸다.
무심코 웃음이 터진 열렬한 반응이었다.
‘내가 참 미안한 짓을 했어.’
그도 그럴 것이 초석 산지가 없다면 평범한 방법으로 초석을 만들어야 했으니까. 그 평범한 방법은 화장실에서 배설물을 퍼오는 것이었고.
제르마니아 정복 당시에 20문이나 되는 대포의 화약을 공급하느라 그녀는 대평원 전역의 화장실을 뒤져야 했다.
초석 산지가 없다면 그 짓을 앞으로도 쭈욱 해야 했을 터.
저리 좋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 초석이란 게 그렇게 비료로 효과가 좋을까요?”
“나중에 결과를 보면 알 거다.”
초석은 다른 말로 질산칼륨이니까. 식물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질산과 칼륨 그리고 인 중에서 두 가지가 결정화된 것이기에 효과가 없을 수가 없었다.
여기에 파시메아가 인을 구해서 인공 비료를 만들겠다고 했으니, 나는 초석 산지가 있는 안츠 지방에 화약 및 비료 공장을 건설하고 결과물을 기다릴 따름이었다.
깡, 깡!
조병창에 도착하자 쇳소리가 나를 반겼다.
“조심해!”
“천천히, 천천히···.”
한 편에서 주조 기술자들이 형틀에 청동 쇳물을 붓고 있었다. 쇳물이 내뿜는 열기가 활짝 열린 문밖에서도 느껴졌다.
“오셨습니까. 폐하.”
조병창을 관리하는 권속이 다가왔다.
“화포 개량을 마쳤다고?”
“예. 이쪽입니다.”
그를 따라 조병창을 가로질러서 창고로 향했다.
올리머스의 조병창은 초석 산지를 확보한 직후에 짓기 시작했다. 비료를 만들고 작물 생산량을 늘리는 것은 중요하나 가진 것을 지키지 못해서야 아무런 의미가 없지 않나.
그리고 내가 작물 생산량을 늘리려는 목적은 화약 무기로 무장한 상비군을 확보하기 위함이니까.
안정적인 화약 공급처를 얻자마자 손을 썼다.
“기술자 수급은 잘 되고 있나? 부족하다고 들었는데.”
“요전에 파시메아가 제르마니아에서 기술자를 대거 보내줘서 어찌어찌 해결되었습니다.”
“파시메아가?”
“예. 늑대교 봉기 이후에 일손이 빈 기술자가 꽤 많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생각보다 쉽게 구한 모양입니다.”
의외의 소득에 나는 허, 하고 웃음소리를 냈다.
청동 대포를 처음 만들 때, 주조 기술자가 없어서 파시메아가 직접 기술을 가르치고 만들어야 했던 것을 생각하면 일이 참 쉽게 풀렸다.
“이겁니다.”
조병창 창고에 조립을 마친 청동 대포가 여럿 줄지어 있었다.
관리자는 그중 가장 작은 대포에 손을 얹었다.
“지난달에 본 것보단 크군.”
“그건 너무 작았습니다. 기동력에 중점을 두다 보니 내구성이 떨어져서 내부 폭발을 견딜 수가 없었잖습니까. 그래서 무게가 늘어나는 것을 감수하기로 하고 두께를 키웠습니다.”
나는 대포를 살짝 밀었다. 바퀴가 달린 터라 밀리기는 잘 밀렸으나 이전에 내부 폭발을 일으킨 소형 대포에 비하면 묵직한 느낌이 있었다.
“확실히 무게감이 있군.”
“대신 안정성이 높지요.”
“확실한가?”
콰광!
마침 포성이 들렸다.
외성벽 너머에 있는 훈련장에서 시범 포격을 하는 것이라.
“들리십니까? 아까부터 계속 쏘고 있는데도 박살이 났다는 소식이 없습니다.”
“성능은 어떻지?”
“1.5kg의 포탄을 분당 1발씩 1km까지 날릴 수 있습니다.”
“유효 사거리는 반쯤 되겠군.”
“예. 그래도 운용 인력은 3명, 말 한 마리로도 끌 수 있으므로 보병하고 같이 움직이면서 쏘면 거리는 충분할 겁니다.”
“과연.”
나는 창고 구석에 버려진 대포와 비교하면서 고개를 주억였다. 그 대포는 제르마니아에서 사용한 초기형 대포였다.
“저것과 비교하면 차이를 확연하게 느끼실 겁니다.”
“그렇겠지. 저건··· 파시메아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실전에 쓸 것이 못 되었어. 대포를 처음 만드는 것이었으니까. 여러모로 부족했지.”
맨 처음, 그러니까 제르마니아에서 사용했던 대포는 부족한 점이 한 둘이 아니었다. 내가 대포라는 것의 아이디어를 파시메아에게 전하고, 그녀가 빈약한 작업 환경에서 만든 탓이었다.
“포신이 지나치게 두꺼워서 무게는 무지막지하고, 짧은 포신과 사석포라는 점 때문에 명중률이 한없이 낮죠. 어려운 조작은 덤이고요.”
“음···.”
실전을 통해서 이 녀석의 문제를 파악한 파시메아는 대포에 기대되는 성능을 따져보며 하나씩 개량했다.
이도 저도 아니었던 크기는 야전포와 공성포를 구분해서 명확하게 나누고, 야전포의 경우 보병과 같이 움직이면서 적의 대열을 무너뜨릴 수 있을 만큼 기동력과 장전 속도를 갖추어야 한다고.
반년 동안 수차례의 개량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오늘 완성된 것이 눈앞의 야전포였다.
“정말 잘 해줬다.”
“아, 이것뿐이 아닙니다.”
관리자는 옆에 있던 커튼을 쳤다.
그러자 숨겨 있던 대포가 드러났다.
“이건···.”
스카디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야전포가 귀엽게 보이는 거대한 공성포.
길이부터 야전포의 3배가 넘었고 두께는 더했다.
“흐흐, 놀라셨습니까?”
관리자는 공성포를 어루만지면서 웃었다.
“사람만 상대할 건 아니잖습니까. 성벽도 때려 부숴야지요. 이 녀석이 쏘는 포탄은 저 야전포가 쏘는 놈의 10배 무겁습니다. 그만큼 지랄 맞게 화약을 먹습니다마는, 뭐··· 화약 공급은 충분하다고 들었습니다.”
“그래, 충분하지.”
“그러면 고민할 게 있습니까?”
길이만 따져도 야전포의 세 배는 긴 공성포를 툭툭 쳤다.
“왈로키아 남부에 요새가 그렇게 많다지요. 이 녀석을 데려가서 시대가 변했다는 것을 가르쳐 주십시오, 폐하.”
시대가 변했다라.
나는 조병창 입구에 경계선 병사를 보았다.
그들은 기사도, 용병도, 징집병도 아니었다.
행정 체제 개편 이후로 신설한 상비군.
“······.”
제국군으로 명명한 병사의 외형은 독특했다.
갑옷을 입지 않고 푸른색으로 염색한 천 옷을 입었다. 무장은 허리에 장검 하나와 오른쪽 어깨에 기다란 나무 막대를 걸치고 있을 뿐.
‘머스킷.’
나무 막대는 머스킷이었다. 화승 방식의 머스킷.
머스킷은 흔히 부싯돌의 마찰로 격발시키는 플린트 락을 떠올리지만, 격발 방식이 머스킷의 기준은 아니다. 길이와 구경이 짧고 작으면 아르케부스, 길고 크면 머스킷이라고 대충 구분했다.
그런 기준에서 제국군 병사가 들고 있는 화승총은 머스킷이었다.
생산성 문제로 휠락, 플린트 락은 잠시 미루어 두고, 이종족을 잡기 위해서 파괴력과 명중률을 높여야 했으니까. 구경과 길이를 높일 수밖에 없었다.
“화승총은 어떻지? 생산량이 늘고 있나?”
“예. 아주 안정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지난달 화승총 생산량은 하루평균 11정이고, 이번 달은 14정까지 늘어날 것 같습니다.”
하루평균 14정이면 한 달이면 대략 420정을 만드는 셈이다.
규모가 큰 중대 하나를 완편하고도 남는 수량.
“한동안 적응하느라 버벅댔습니다만, 다들 손에 익으니 불량품이 줄고 속도도 붙기 시작했습니다.”
“다행이군.”
조병창을 완공하고 첫 달은 생산품의 품질이 도저히 써먹을 수준이 아니었다. 사실상 생산품이 없다고 판단해서 폐기했고, 그 뒤로도 몇 개월간 불량품이 많아서 생산성은 밑바닥이었다.
조병창이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한 것은 불과 두 달 남짓.
그간 화승총의 생산량은 고작 200정이었다.
“생산량이 얼마나 늘 수 있을 것 같나.”
“글쎄요. 지금처럼 기술자가 늘어나고 손에 익는다고 가정하면 올해 안에 하루평균 30정까지 가능할 것 같습니다. 조병창을 확장하면 그 이상도 가능하겠군요.”
한 달에 900정, 연간 1만 명을 무장시킬 수 있는 수량이다.
물론, 소모율을 따져보면 그보다 적겠지만.
“고생했다. 앞으로도 부탁하마.”
관리자의 어깨를 토닥여주고 조병창을 나왔다.
“조병창에 신경을 많이 쓰시는군요.”
“저곳이 올리머스의 심장이니까.”
“황궁이 아니라요?”
“궁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 궁을 화려하게 짓는다고 이종족이 인간을 존중하고 대등하게 볼 거라 생각하나?”
하늘이 두 쪽이 나도 그럴 일은 없다.
“이종족에게 존중을 가르치는 방법은 하나다. 우리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죽는다는 것. 죽기 싫다면 우리를 존중해야 함을 각인시키는 것이다.”
“무시무시한 말씀이시군요.”
스카디가 피식 웃었다.
“조병창에서 만드는 무기가 그렇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아직은 아니다. 이제야 쓸만한 물건이 나왔을 뿐. 아직 충분하지 않아. 최소한 저것의 배 이상의 성능을 갖춰야지.”
인간을 상대로 하면 충분하겠지만.
상대는 인간이 아니니까.
“하지만 지금으로도 수가 갖추어지면 어느 정도 추를 이쪽으로 돌려놓을 수 있을 거다. 어차피 내가 제국군에게 요구하는 것은 너희를 보조하는 것이지, 너희와 동급의 강자와 싸우라는 것이 아니니까.”
“그리 말씀하시니 얼른 보고 싶네요. 훈련하는 모습 말고 실전이요. 진짜 저들에게 효과가 있는지 궁금하거든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달 중으로 네루프 평야에서 솎아내기를 해야 할 거다. 그때—“
그때, 전령이 다급한 발걸음으로 내게 다가왔다.
“폐하. 보안군의 누아딜이 보낸 서신입니다.”
“긴급인가?”
“예.”
나는 걸음을 멈추고 서신을 펼쳤다.
왈로키아 서부에서 발생한 사건에 관한 내용.
어느 정도 예상한 내용인지라, 나는 코웃음 쳤다.
오히려 적절할 때에 터졌다고 봐야겠지.
“무슨 내용인가요, 아버지?”
“누아딜이 왈로키아에서 노예 매매를 적발했다는군. 서부 영주들이 공화국에 해방 노예를 몰래 판 모양이다.”
“망할 귀족 놈들이··· 주제도 모르고.”
스카디에게 누아딜의 서신을 넘겼다.
그녀는 서신을 읽자 인상을 와락 구겼다.
“네루프 평야에 갈 필요도 없겠군. 공화국이 먼저 올 거다.”
나는 북부 왈로키아의 대상인 핀토를 떠올렸다.
내가 녀석의 노예 매매를 막았을 때, 무슨 짓을 했던가.
“이유는 다르지만 하는 짓은 똑같지.”
혼종 전쟁(2)
스카디는 서신을 구겼다.
“기껏 자비를 베풀어 줬건만, 이렇게 나왔단 말이죠.”
으드득···
서신의 내용은 단순했다.
왈로키아 총독, 파베 쿠스로르프가 서부에서 해방한 노예의 수가 예상보다 적다고 의심했다. 왕국을 정복한 이래 노예 해방령을 내리고 해방한 노예의 수를 총독부에 보내도록 지시했는데, 서부에서 보낸 수치가 다른 지역에 비해 지나치게 적었다는 것.
이에 보안군 장관 누아딜이 서부를 수색했고, 몇몇 영주가 노예 매매를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예상했던 일이다. 귀족이란 그런 족속 아니냐.”
“그렇긴 하지만··· 화가 안 날 수가 없네요.”
내란을 빠르게 진압하기 위해서 귀족층을 대거 포섭한 탓이었다. 두 왕국의 영토 절반이 중앙 행정과 동떨어진 장원이었으니까.
봉건 영주의 수가 그리 많으니 ‘칙령? 노예 해방령? 적당히 시늉하면 되겠지!’, 하고 장계를 속이고 노예를 이종족에게 팔아 버리는 족속이 나오는 것은 뻔하디뻔한 일이었다.
제국 재상이라는 직함을 가진 스카디가 이를 모를 리 없었다. 그러나 예상한 것과 겪는 것은 느낌이 다른 법. 그녀는 찌푸린 얼굴로 연초를 꺼내 물었다.
“차라리 잘 됐습니다. 이참에 이를 빌미 삼아서 왈로키아 영주들을 전면 조사해야겠어요. 내전도 끝난 마당에 인제 와서 들고 일어날 수도 없겠죠.”
“조사해서 어쩔 셈이냐.”
“조금이라도 칙령을 위반한 행적이 있다면 영지를 몰수할 겁니다. 그리고 권속 관료를 보내서 직할 통치할 겁니다.”
“보낼 관료는 있고?”
“어차피 정리하는데 시간이 걸릴 텐데요. 그동안 아버지가 술술 만들어주시면 되지 않나요.”
나는 허, 하고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틀린 말은 아니군. 너희에게 업무를 맡긴 뒤로 내가 할 일이 그것 외에 없으니.”
스카디가 당황해서 손사래를 쳤다.
“아, 그런 의미로 말한 게 아니라···.”
“스카디.”
칼리오페와 근위병들이 매서운 눈초리로 그녀를 흘겨보았다. 스카디는 머쓱하게 헛기침하고 고개를 돌렸다.
‘권속 관료라.’
나는 웃으면서 그간 생성한 권속을 헤아렸다.
지금까지 생성한 권속의 숫자는 2,600명 정도. 분쟁에서 목숨을 잃은 권속을 제외하면 약 2,200명이었다. 이들 중 삼분지 일이 행정 업무가 가능한 권속이었으니, 700명가량.
행정 체제를 개편할 당시에 200명 정도였음을 떠올려보면 상당히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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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속 #%성] [등급: 6성] [무$^위로 권속을 생성#[email protected]다.] [생성되는 권속의 종족은 *@&$(*으로 고정됩니다.] [6성에서 생성되는 권속의 등급 범위는 $&*#$ SSS까지입니다.] [*[email protected]^ 스킬 재사용 대기시간은 3시간@[email protected]*&다.] [이 @&*^!# 등급 성*@^( 가능[email protected]&^다.] [다음 사용까지 남은 시간: 10분 02초.]————————————
이유야 당연히 시간이 그만큼 흘렀고 스킬 등급이 한 등급 올랐기 때문이었다. 5성은 4시간에 한 명이었지만, 6성이 되면서 3시간으로 줄었다.
하루에 여덟 명의 권속을 생성할 수 있는 셈.
‘감소 폭이 점점 줄고 있다는 건 아쉽군.’
4성까지는 등급이 오를 때마다 50% 이상 감소했으나 5성, 6성은 30%, 25%가량 감소하는 식으로 감소 폭이 줄어드는 모양새였다.
이런 식이라면 다음은 분 단위로 줄어들지도 몰랐다.
‘그나마 대기시간 외에 요소에서 상승이 있지만, 의미를 잘 모르겠단 말이지.’
[6성에서 생성되는 권속의 등급 범위는 $&*#$ SSS까지입니다.]생성 등급 범위의 끝자락이 SSS로 변한 것.
문자가 깨져서 최소 범위는 알 수 없으나 최소 범위는 스킬을 사용하다 보면 대충 짐작이 가므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진짜 문제는 저 SSS였지.
듣도 보도 못한 등급인지라 확인하고도 잠시 멍했다.
‘문자가 깨져서 그런 건 아닌가.’
깨진 문자의 특징이 특수 문자이므로 아닐 거다.
‘모르겠군.’
추정하기로 S등급은 최소 레벨 90 이상의 권속이었다.
칼리오페, 파시메아, 스카디 모두 90 이상이었으니까.
그런데 SSS? 대체 어떤 권속이 나오려고?
‘아이템 효과를 받는 경우가 아니라면 최대 레벨은 100. 이 법칙이 아직도 유효하다면 SSS가 저것을 넘을 일은 없겠지만··· 애당초 SSS라는 등급 자체가 여기 와서 본 거라 무어라 할 수가 없군.’
직접 뽑아봐야 알 수 있을 터.
“아버지?”
“음.”
스카디의 부름에 나는 상념에서 깨어났다.
“군무대신은 지금 왈로키아에 있나?”
“게하르드를 말씀하시는 거라면, 왈로키아 방면군을 시찰하고 있습니다.”
“내가 왈로키아 방면군 일부를 누아딜에게 보내서 지원하라고 명한다면 몇이나 움직일 수 있을까?”
그녀는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왈로키아 방면군은 대부분 남부 국경 요새에 주력이 묶여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전력은 제국군 2개 사단과 권속 2개 중대가 고작일 겁니다.”
“2개 사단에 2개 중대라···.”
제국군은 완편 기준으로 6,000명을 사단으로 치고, 권속은 100명을 중대로 쳤다.
이는 게하르드가 신설한 제국군 편제 단위로 1개 사단이 3개의 여단으로 구성되고, 1개의 여단이 2개의 연대로, 1개 연대가 2~4개의 대대를 보유하는 식이었다.
이때 사단은 6,000명. 여단은 2,000명, 연대는 1,000명, 대대는 300~500명으로 구성.
그리고 제국군 산하 권속은 특별군이라 명칭 하여 분대를 최소 단위로 하고 10명을 정원으로 했다. 다만 특별병은 일반인을 위한 정식 명칭이고, 나와 권속들은 편의상 권속이라고 통칭했다.
즉 게하르드가 왈로키아에서 동원할 수 있는 전력은 12,000명의 제국군과 200명의 권속이라는 소리. 왈로키아 방면군은 국지전을 치르는 만큼 소모가 있을 테니 실제 규모는 5~10% 감소한 전력으로 봐야겠지.
“그뿐인가?”
“네. 그 전력이 예비대니까요. 남부 요새에서 따로 차출하지 않는다면 가용 병력은 그뿐입니다.”
“모자라겠군.”
내 중얼거림에 스카디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모자라다니요?”
서신을 다시 받아서 읽었다.
뒷부분에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 죄인과 거래한 무리는 공화국의 상인으로 확인. 이들이 국경을 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여 분대를 급파, 도주를 막도록 함.
누군가 노예를 팔았다면 노예를 산 사람이 있기 마련.
서신에 나와 있는 구매자는 공화국의 상인이었다.
공화국의 정식 명칭은 체세나 공화국.
나가에게 복속된 인간 국가였다.
“내가 북부 왈로키아의 대상인 핀토의 노예 매매를 막았을 때, 핀토가 어떻게 나왔는지 알고 있나, 스카디.”
“북부 귀족들을 모아서 침공했다고 들었습니다.”
“똑같다. 이유는 다르지만 반응은 똑같을 거다.”
“국지전이 아니라 전면전으로 이어질 거란 말씀이신가요?”
“그래.”
왜, 라고 묻는 표정.
이해 가지 않는 것이 당연하지.
“공화국은 인간 국가가 아니야.”
“네?”
스카디가 눈을 깜빡였다.
“나가에 복속된 괴뢰 국가라는 의미인가요?”
“아니. 지배층부터 피지배층까지 인간이 아니다.”
“공화국의 구성 인종이 인간이 아니라는 말은 처음 듣는데요. 보고로 공화국 시민은 유난히 이종족을 감싼다는 말은 들었지만요.”
“그럼 이런 소리는 듣지 못했나? 공화국 사람들은 외모가 독특하다, 눈동자가 크고 툭 튀어나왔으며 피부가 비늘처럼 반짝인다, 라고.”
“···그 말씀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교국의 기사단과 같다. 놈들보다 규모가 크고 인간과 유사한 족속이지. 하지만 속은 인간도 나가도 아닌 혼종. 놈들은 나가의 모신을 위한 공물을 바치면서 수를 늘리기 위해 인간을 사들이는 거다.”
통행권과 조차지를 넘기는 정도로 방관을 택한 남부 국가들과는 근본부터 다르지. 인간 국가도 아니고 인간을 사냥해야 유지되는 국가니까.
“오크는 핀토를 통하여 인간을 사들이고 번식을 했다. 공화국도 상인을 통하여 인간을 사들여서 수를 늘리고 있다. 그런데 내가 인간 매매를 막는다면 어찌할까.”
“직접 사냥하러 오겠죠.”
그래, 우그다쉬와 핀토가 그랬듯이.
나가와 인간의 혼종이 몰려올 것이다.
“왈로키아로 보낼 수 있는 병력은 몇이나 되지?”
“수도 방위를 위해 배치한 2개 연대와 권속 3개 분대가 전부입니다. 그 이상 늘리려면 대평원 방면군을 차출해야 합니다.”
2,000명의 제국군과 권속 30명이 내가 왈로키아에 보낼 수 있는 지원군인가.
나는 관자놀이를 검지로 톡톡 쳤다.
“대평원 방면군은 그대로 두고 수도 연대와 분대만 데려가도록 하지. 또한, 이번에 편성한 머스킷 총병도 동원한다.”
“머스킷 총병은 숫자가 200명밖에 되지 않습니다만···.”
“상관없다. 제국군은 나가와 맞붙지 않을 거다.”
이제 막 조병창이 정상 가동하기 시작했다. 최소한 반년은 더 생산을 이어가야 여단 규모의 제국군을 화약 무기로 무장할 수 있을 터.
냉병기로 무장한 인간은 이종족을 상대할 수 없다.
“총병대가 얼마나 효과적인지 혼종을 상대로 확인해보지.”
스카디는 고개를 주억이고 즉각 동원을 내리려다가 멈칫했다.
“아버지, 호레이쇼도 부르실 건가요?”
호레이쇼.
권속 생성 스킬이 6성이 되면서 생성한 A급 권속.
생성 즉시 군무부 산하 해군처의 총장으로 부임한 권속이었지만, 말이 해군총장이지 해군 없는 나라라 해군 기지는커녕 본부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유령 회사의 사장님이나 다름없었다.
지금쯤 평소와 같이 하릴없이 사냥하거나 제식훈련을 돕고 있지 않을까.
“해군은 없어도 공화국 상대라면 녀석도 무관하지 않다. 거기에 화포 사격은 녀석의 특기 아니냐. 불러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