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 a human empire by creating a clan RAW novel - Chapter (112)
권속 생성으로 인류 제국 건설 114화(114/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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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로키아 서부와 맞닿은 공화국의 내륙 영토를 정복하기까지 약 한 달이 걸렸다.
그 동안 나와 게하르드의 군사가 입은 손실은 거의 없었지만, 제국 전역의 해안은 사람이 살기 불가능한 땅이 되었다.
불모지가 되었다, 가 아니라 해적이 너무 들끓어서 해안 전부를 비워야 했다는 소리다. 거주지를 비우고 내륙 깊이 강제 이주를 시켜야 했을 만큼 해적질이 심했다.
“라헬의 서신입니다.”
칼리오페가 서신을 건넸다.
“음.”
서신을 군무대신 게하르드에게 넘기고,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게하르드는 서신을 읽고 인상을 찌푸렸다.
“교국이 다시 월경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제르마니아 전역이 해적 때문에 난리니까 기회를 노린 것이겠지. 신경 쓸 것 없다. 예상했던 일이고 라헬이 알아서 할 거다.”
어차피 신경 써도 답은 없었다.
혼란스러운 것은 제르마니아만이 아니니까.
왈로키아 남부 국경에서는 국지전 빈도가 늘어나서 요새 몇 곳을 잃었고, 오로코 대평원의 북부에서도 오크와 고블린이 준동한 마당이었다. 인제 와서 제르마니아가 어떻다고 떠들어봐야 감흥 없었다.
“바다를 빼앗긴 것이 이렇게 치명적일 줄은 몰랐습니다.”
게하르드가 머리를 흔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말대로, 바다에서 찔러 오는 공격은 매서웠다.
공화국은 무제한 약탈이란 방침으로 해안에 상륙해서 제국인을 납치하고 도망치는 단순 무식한 방법을 제국 전역의 해안에서 동시다발로 저지르고 있었다.
한 달 동안 백여 개가 넘는 촌락이 습격당했고, 권속이 방위를 갖추었던 도시도 몇 곳이 유린당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바다로의 진군, 이 짓을 또 겪는군.’
이전에도 한 번 겪어 봤다.
우월한 해군력을 이용해서 방어가 취약한 지역에 상륙하고 그 주변에 있는 모든 인간을 사냥하면서 시설을 초토화하는 전략.
이를 통해서 공화국은 적과 직접 맞붙지 않고 적의 전쟁 수행 역량을 깎았다. 공화국에 의해 전력이 깎인 적은 공화국의 동맹에게 정복당했다.
“대의제에서 보낸 이종족들이 해적 선단에 합류한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대부분 권속과 동급이다 보니 인간으로 상대할 수 없고, 권속이 맞서면 피해가 큽니다.”
하루 생성하는 권속은 8명, 한 달이면 240명.
이 중 전투에 투입할 수 있는 권속은 절반 이하.
참고로 지난 한 달간 권속 사상자는 92명이었다.
전면전도 아닌데 피해가 막심했다.
“그나마 손실보다 보충이 많다는 것이 위안입니다만, 습격 빈도도 계속 늘어나는 터라 앞으로도 지금과 같을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권속에게만 의지하면 그렇지.”
타다다다당!
나는 주둔지 한 편에서 사격 훈련 중인 총병대를 보았다.
총병대의 수는 600명을 조금 넘었다. 며칠 전에 올리머스에서 지난달 생산한 머스킷 443정을 보내왔기에 내가 지휘하는 제국군 연대 일부를 총병대로 재편했다.
게하르드는 총병대를 보면서 흐음, 소리 냈다.
“실전 경험이 너무 부족하지 않습니까? 또한, 유격전을 펼치는 이종족을 상대하기엔 적절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걱정 마라. 직접 맞붙게 될 테니까.”
“맞붙는단 말씀은?”
“조만간 저것들은 제국의 해안을 건드릴 여유조차 없을 거다. 우리를 섬멸하는 것 외에 다른 방도가 없다고 확신하게 될 거야.”
“죄송하지만 폐하, 소신은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가···.”
“저것들을 모두 도시 밖으로 나오게 하면 된다는 말이다.”
나는 티시레돈을 보며 말했다.
공화국 내륙 영토 서남쪽 끝에 있는 섬.
섬과 육지 사이에는 넓은 바다가 있었다.
거리는 1km 이상. 야전포의 최대 사거리보다 멀었다.
“으음···.”
게하르드는 여전히 모르겠다는 투로 신음을 흘렸다.
“중포라면 닿을 것 같습니다.”
“그래 봐야 유효 사거리 밖이지.”
어디에 떨어질지도 모를 철구 따위 날려봐야 무슨 의미가 있나.
“포탄을 날려서 끼칠 수 있는 피해는 얼마 되지 않는다. 그나마 며칠은 심리적으로 압박할 수는 있겠군. 하지만 그게 공화국을 항복하게 만들지는 못할 것 같은데.”
“네. 그럴 겁니다. 확실하게 끝을 보려면 저 도시에 직접 상륙해서 깃발을 꽂는 수밖에 없습니다.”
나와 게하르드의 이야기를 듣던 누아딜이 말했다.
“하지만 어떻게 상륙 할 텐가? 우린 해군이 없네.”
그리고 누아딜의 말을 호레이쇼가 이었다.
“해군을 운용할 기지도 없지.”
배를 만들 수 있는 기술자도 없고.
대포를 만들 때처럼 기술자를 끌어 보아봐야 조금 큰 어선을 만드는 수준일 거다. 두 왕국은 군함을 만든 역사가 없으니까.
“음.”
나는 다시 바다를 보았다.
공화국의 선박이 바다를 빽빽하게 채우고 있었다.
혹여 우리가 바다를 건널까 경계하는 것이겠지.
“몰래 바다를 건너는 건 불가능하다고 봐야겠는데.”
쯧, 호레이쇼가 혀를 찼다.
“뭐 좋은 방법 있습니까. 괜히 여기까지 온 건 아닐 거 아닙니까.”
“호레이쇼. 폐하께 어투가 무례하다.”
“폐하가 허락하신 건데 댁이 뭔 참견이요?”
호레이쇼가 코웃음 치자 게하르드가 눈을 부라렸다.
게하르드는 위계질서에 대해서는 칼리오페 이상으로 까탈스러운 성격이라 이런 부분에서 투덕대는 일이 잦았다. 반면에 호레이쇼는 직위나 이름에 걸맞지 않게 상스러운 성격이고.
게하르드가 군무대신으로 있기는 하나, 후보자가 마땅히 없어서 육군총장도 겸하고 있는 것과 호레이쇼가 해군총장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육해군의 대립 같아서 묘한 느낌도 들었다.
“그만.”
다툼이 커지기 전에 둘을 진정시켰다.
“티시레논을 점령할 방법은 있다. 다만 그 전에.”
나는 다가오는 세 척의 군함을 향해서 턱짓했다.
백기를 게양한 군함은 육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정박했고, 나룻배 열 두 척을 내려서 뭍으로 보냈다. 인간도 나가도 아닌 혼종 서른 마리가 뭍에 발을 디뎠다.
【Lv. 77】
그중 가장 레벨이 높은 혼종.
놈은 아종으로 변이가 거의 진행된 모습이었다.
목에 아가미가 생겼고, 털이란 털은 다 빠졌으며 눈은 뽑힐 듯이 툭 튀어나왔다. 전신이 비늘로 덮인 것은 말할 것도 없었고.
“과연···.”
놈은 나를 보자 손을 들어서 눈을 가렸다.
레벨이 레벨이니까, 내 영혼의 격을 알 수 있을 터.
“과연, 황제라 칭할 만 하시군요. 인간 에다르.”
곧 적응된 듯 손을 내리고 방긋이 미소를 지었다.
입꼬리가 귀에 닿아 개구리처럼 보였다.
“그러는 너는 아종이 다 되어 가는구나. 루치오 단톨로.”
“오호?”
공화국의 10인 위원회의 일인, 루치오는 살짝 놀란 듯 보였다. 눈꺼풀이 의미가 없을 만큼 눈이 튀어나온 탓에 정말 놀랐는지 확신은 할 수 없었다.
“우리가 언제 만난 적 있던가요?”
“글쎄.”
나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고 루치오를 보았다.
‘아직 아종이 되지 못한 때였군.’
뇌리에 완전히 아종이 되어 활동하던 당시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사소한 이야기는 미루어 두고, 용건부터 듣지.”
“성미가 급하시군요.”
루치오는 어깨를 으쓱였다.
“뭐, 좋습니다. 슬슬 양국 간에 쓸데없는 분쟁은 끝내는 것이 어떨까 싶었거든요.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시지요?”
나는 대답 없이 녀석이 건네는 서신을 받았다.
“저희 공화국의 조건은 이와 같습니다.”
서신은 제국과 공화국 사이에 우호가 깃들기 바란다는 이야기로 시작되었는데, 내용의 절반이 지나서야 루치오가 말한 조건이란 것이 나왔다.
– 몰수한 노예를 즉각 반환할 것.
– 주기적으로 상납을 바칠 것.
– 전쟁 배상금을 지불할 것.
– 인간 매매를 허가할 것.
“······.”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조건인지라.
나도 모르게 그만 실소를 했다.
“항복 문서 같군.”
“맞습니다. 항복 문서지요. 이 전쟁의 결과는 뻔하지 않습니까?”
“그래, 뻔하지.”
내가 웃음을 잃지 않자 놈은 고개를 기울였다.
“혹시 제국이 버틸 수 있다고 믿으시는 겁니까? 해안을 비우면 안전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그럴 리가 없잖습니까. 지난 한 달 동안 우리가 건진 제국인이 몇 명인 줄 아십니까?”
잘 알지.
한 달 사이에 2만 명이 넘는 제국인이 사냥당했다.
전쟁 직후라 대비가 되지 않아 피해가 컸다고 가정해도 엄청난 숫자였다. 매달 이런 식으로 사냥을 당한다면, 반년이면 내가 올리머스에 이주시킨 인구만큼을 사냥당한 셈이 되니까.
“제국이 해안을 비우고 내륙으로 도망쳐도 소용없습니다. 제국의 내륙 모든 전선이 위기에 놓였잖습니까. 저희가 그것을 유도했으니까요. 제국이 지금처럼 버텨봐야 한 해를 넘기지 못하리란 것이 저희의 예측입니다.”
루치오의 말대로다.
교국은 서쪽에서, 소국들은 남쪽에서, 오크와 고블린은 북쪽에서, 더해서 공화국은 모든 해안에서 제국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
지금처럼 버틸 뿐이라면 상황은 호전되지 않겠지.
어느 순간 균열이 발생하고 균열은 댐을 무너트릴 터.
“하지만 제국이 벌써 무너지면 저희도 곤란하거든요. 그래서 기회를 드리는 겁니다. 주제를 알고 이쯤에서 굽히시지요, 인간.”
하지만 녀석이 말하지 않았나.
지금처럼 버틸 뿐이라면, 이라고.
“주제를 알아야 하는 것은 너희다. 인간도 나가도 아닌 족속아.”
나는 서신을 찢고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냉소를 지었다.
“제국이 일 년을 버티지 못한다고? 그렇다면 내 장담하지. 공화국은 반년을 버티지 못할 거다.”
혼종 전쟁(5)
“지금 뭐라고···.”
체세나 공화국의 위원 루치오가 눈을 깜빡이며 말을 더듬었다.
기생식물의 숙주, 혼종이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례적이었다. 아종으로 변이하는 과정에서 눈을 깜빡이지 않는 특징을 보이는 것이 마련인데, 아종에 근접한 루치오는 연신 눈을 깜빡였다.
당혹감이 커서 인간일 적의 습관이 나온 것이라.
“듣지 못했나.”
군무대신 게하르드가 한 걸음 앞으로 나오며 으름장을 놓았다.
“폐하께서 네놈들을 반년 안으로 정복하겠다고 말씀하셨다.”
“···진심입니까?”
나는 코웃음을 쳤다.
“헛소리라고 생각하나?”
“무슨 수로 바다를 건너시겠다는 겁니까? 혹시 헤엄치겠다는 소리를 하시진 않겠죠? 제국이 무슨 짓을 해도 티시레돈에 상륙할 수 없습니다. 애당초 제국은 제대로 된 조선소도 없지 않습니까? 아니, 배는 만들 줄 압니까?”
못 만들지.
제르마니아와 왈로키아는 대의제의 해금령으로 어선 외에 배를 가진 적이 거의 없었으니까. 조선소와 항만 시설이 없다, 라고 말해도 좋을 만큼 변변치 못했다.
인제 와서 시설을 만들고자 해봐야 기술자도 없을 터.
권속 중에 조선공이 있긴 하나 이들 몇 명으로 해결될 규모가 아니다. 조선에 들어가는 인력은 대포에 들어가는 인력에 비할 바가 못 되었으니까.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수준이고 시간과 비용이 얼마나 걸릴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만들 필요 없다. 배를 타지 않을 거니까.”
하여 나는 다른 무식하지만 확실한 방법을 택했다.
“무슨···.”
“바다를 메우면 되는데 배를 만들 필요가 있나?”
“······.”
루치오가 눈을 크게 떴다.
이미 튀어나오기 직전이라 더 커질 수 없다고 생각했건마는 내가 틀렸다. 정말로 눈이 밖으로 튀어나올 듯이 커졌다.
“이곳에서 너희의 심장까지 바다를 메워버리겠다.”
“미, 미친 겁니까!”
“왜 그렇게 생각하지?”
“바다를 메우겠다니! 미친 소리지요!”
녀석의 외침은 진심이 그득했다.
그도 그럴 것이, 뭍과 티시레돈의 거리는 상당했다. 야전포의 최대 사거리보다 먼 거리. 그 거리를 흙으로 메우겠다? 내가 녀석이었어도 미쳤다고 소리쳤을 거다.
“이미 해본 일이다.”
“해봤다고···?”
이전 회차에 말이지.
나는 속내를 삼키고 미소를 지었다.
그때는 시행착오를 겪은 탓에 1년이 넘게 걸렸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의 경험과 권속이 있지 않나.
“이번에는 반년이면 충분해.”
“대체 무슨 소릴···.”
나는 턱짓했다.
칼리오페와 근위병이 앞으로 나왔다.
루치오는 무어라 말하려다가 그들의 접근에 주춤 물러났다. 칼리오페가 스르릉, 검을 뽑고 다가오고 있었으니 의도를 모를 수 없었다.
“뭐, 뭐 하는 겁니까!”
“돌아가 봐야 적으로 싸울 것 아닌가.”
“그렇다고 사신을 죽이겠다는 겁니까!”
“못 할 이유가 있나?”
녀석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녀석이 아무리 강하고 호위를 여럿 대동하고 있어도 권속의 적수가 되지 못함은 알고 있을 터.
나로서는 도리어 왜 이리 당당하게 나왔나 궁금했다.
그만큼 내가 저자세로 나오리라 자만했나?
“외교 사절을 죽이다니! 당신들도 똑같이 당할 겁니다!”
“제국은 외교를 하지 않아.”
칼리오페가 담담하게 고했다.
“······!”
서걱!
뒷말을 뱉기 전에 칼리오페가 검을 휘둘렀다.
루치오는 반응조차 못 하고 목이 베여 바닥으로 쓰러졌다.
녀석의 호위들은 근위병이 처리했고 시신은 바다에 던졌다.
“으흠.”
호레이쇼는 내가 반으로 찢고 버린 서신을 쥐었다.
“조차지, 비무장지대, 관세, 재판권··· 이것 참, 공화국이 우리를 호구로 보고 있군요. 진심으로 우리가 이런 조건을 받아들일 것이라 생각했을까요?”
“진심이었을 걸세. 냉정하게 말해서 제국이 처한 상황은 그리 좋지 않으니. 지금의 전황을 타게 할 수 있는 수가 없다면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나아.”
누아딜의 말대로였다.
점령지의 면적만 보면 공화국의 내륙 영토 상당수를 점령한 내가 우세하게 보이겠지만, 내륙 영토는 식민지라고 비하할 정도로 가치가 낮았다.
공화국에게 내륙 영토는 선박 건조를 위한 목재나 공물용 인간을 값싸게 공급하는 곳에 불과하니까. 공짜로 내줄 정도로 가치가 없는 곳은 아니나 제국을 약탈하는 것에 비하면 없어도 그만.
반면에 제국은 공화국을 제외하면 전면전이 아닐 뿐, 서부와 남부 그리고 북부에서 공격을 받고 있었다. 이는 무게가 늘어나 한계일 만큼 계란이 쌓인, 누란지위의 형세였다.
“에다르 님.”
호레이쇼가 왼쪽 안대를 긁적였다.
“방금 한 말 진심입니까?”
“바다를 메우겠다는 것 말이냐.”
“예.”
“나는 헛소리는 하지 않는다. 호레이쇼.”
호레이쇼는 허, 하고 탄식했다.
“그것참··· 무식한 방법을 택하셨습니다.”
“무식한 말이라니! 폐하께 무례하다.”
게하르드가 목청을 높이며 끼어들었다.
“이 외에 달리 방도가 있다고 보나? 공화국과 전쟁을 끝낼 방도는 둘 뿐이다. 공화국의 요구를 받아들이던가, 아니면 공화국을 때려잡거나!”
쾅!
주먹으로 탁자를 친 그가 호레이쇼를 노려보자, 호레이쇼는 한쪽밖에 없는 눈을 빙글 돌리며 시선을 피했다.
“혹시 요구를 받아들이자고 할 셈은 아니겠지?”
“그야··· 물론 아니지.”
“그렇다면 다행이군. 공화국이 요구한 것은 대의제가 요구한 것과 다른 바가 없었다. 인제 와서 저딴 요구를 들을 거였다면 폐하께서 왜 대의제와 척을 지셨겠나.”
그는 티시레돈을 중심으로 항해하고 있는 선박들을 가리켰다.
“공화국과 협상할 수 없다면 때려잡아야 한다. 하지만 우린 배가 없고, 만들 수도 없다. 그러면 육군을 저 섬까지 보낼 방법은 하나뿐.”
섬과 육지 사이에 둑길을 만드는 것.
호레이쇼는 남은 한쪽 눈을 찌푸렸다.
“그래도 그렇지 바다를 메운다는 건··· 너무 무식하다고. 그것도 반년 안에 말이야.”
“불가능이 아니라면 해야지! 어렵더라도 폐하를 보필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 아니냐. 나약한 소리 마라.”
“나약한 게 아니라 객관적인 사실을 말한 거라고.”
“흥. 폐하의 말씀에 의심하는 것부터 객관성이 없는 거다.”
또 투덕대는 두 사람을 보던 나는 칼리오페에게 눈짓했다. 그녀는 말없이 으르렁거리는 두 사람 사이를 지나가는 것으로 다툼을 진정시켰다.
칼리오페는 자비가 없으니까 말이지.
“에다르 님 앞에서 다투지 말 것.”
“으흠··· 실례했네.”
“예, 죄송합니다.”
어렵지만 해야만 한다.
루치오가 주장한 대로 제국은 오래 버티기 힘들다. 북부, 서부, 남부 그리고 해안에 이르는 네 개의 전선 중 하나가 무너지기 전에 전세를 뒤집어야 했다.
나는 군영으로 돌아와 참모 회의를 열었다.
참석자는 전원 권속으로 칼리오페, 게하르드, 누아딜, 호레이쇼 각 부처의 대표들과 그들을 각각 보좌하는 부관들이었다.
“먼저 이 자리는 티시레돈 공략을 논하는 자리다. 티시레돈을 공략해야만 하는 이유는 다들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게하르드가 말을 받았다.
“체세나 공화국의 수도이고, 그곳에 모든 것이 모여있기 때문이죠.”
인간 영역에서 항만 시설, 조선소 그리고 대신전까지.
“공화국은 여러 섬을 가지고 있으나 티시레돈을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이곳을 점령한다면 공화국이 전쟁을 끌고 가기 어렵습니다.”
“맞다.”
나는 탁자 위에 티시레돈과 그 주변을 그린 지도를 펼쳤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적을 유인하기 위함이다. 게하르드, 내가 조금 전에 말한 것을 기억하나? 적과 직접 맞붙을 것이라 말한 것 말이다.”
“네, 폐하. 공화국이 제국의 해안을 건드릴 여유가 없을 것이다, 우리를 섬멸하는 것 외에 다른 방도가 없을 것이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게하르드는 잠시 고민하다가 물었다.
“그것이 티시레돈의 공략 이유입니까?”
그렇다.
티시레돈의 가치가 높은 만큼 도시가 위협받고 있다고 판단되면, 공화국은 전력을 분산해서 제국 해안을 공격할 여유를 부리지 못할 테니까.
도시를 지키기 위해서 나를 직접 노릴 수밖에 없을 터.
“두 번째 이유는 우리가 해군을 창설하기 위함이다.”
호레이쇼가 졸린 눈으로 하품하며 말했다.
“뭐, 이건 뻔하군요. 티시레돈을 정복하고, 그 시설을 그대로 사용하겠다는 이야기 아닙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티시레돈은 항구의 규모만 따지면 남부 소국 중 하나인 프리트란드의 수도보다도 작았다. 그러나 티시레돈은 나가의 도시나 다름없는 항구 도시였다.
나가는 아종을 동족으로 대우하니까.
아종에게 자신들의 기술을 꽤 많이 전수했고, 아종이 터득한 기술은 공화국 시민에게 이어지는 식으로 티시레돈의 조선술을 발전시켰다.
“티시레돈을 얻으면 제국이 무에서 유를 창조할 필요가 없다. 온전히 얻는 것은 힘들겠지만, 수년에 걸쳐서 고생할 것이 크게 줄어들겠지.”
“좋군요. 나머지 하나는 뭡니까?”
“게하르드가 말한 바와 같다. 공화국의 기반이 티시레돈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
공화국은 수많은 섬을 보유했고, 그중에는 티시레돈보다 큰 섬도 있었다. 그런데 굳이 두 개의 섬을 간척해서 티시레돈을 만든 이유가 무엇이겠나.
다른 섬은 화산이 폭발한다거나, 기후가 나쁘다던가 등 여러 문제로 확장에 어려움을 겪은 탓에 인공적으로 도시를 만든 것이었다.
거기에 공화국은 강력한 중앙 집권 국가라서 티시레돈 외의 도시를 발전시킬 원동력이 약했다는 점도 있었다. 공화국 시민에게 섬은 대부분 잠시 쉬어 가는 거점 정도였으니까.
그리고 이런 이유가 더해져서 티시레돈의 가치는 높아졌고, 티시레돈을 잃으면 공화국은 멸망이라고 할 수준이었다.
“티시레돈의 공략은 해군처의 호레이쇼에게 맡기겠다. 이의 있나?”
게하르드가 입을 열었다.
“호레이쇼는 능력 면에서 나무랄 수 없으나 의지가 약합니다. 방금도 작전에 대해 불만을 표하지 않았습니까. 차라리 제게 맡겨주십시오.”
“다른 의견은? 누아딜, 칼리오페.”
“나는 달리 할 말 없네. 이런 건 본인의 의사가 중요하지.”
“에다르 님의 뜻대로.”
찬성 하나, 반대 하나, 포기 하나.
나는 연초를 꺼내 입에 물고 호레이쇼를 보았다.
“호레이쇼, 네 의견은 어떻지? 나는 티시레돈을 육지와 연결하고 싶다. 너는 내 바람을 이루어 줄 수 있나?”
“제가 좀 구시렁거리긴 했습니다만, 하지 않겠다고 말한 적은 없는데요.”
호레이쇼는 피곤함에 전 목소리로 대답하며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의 태도에 게하르드가 인상을 구겼다. 바로 한소리 하려는 모습이라, 나는 손을 들어서 그를 막았다.
“대답하기 전에 몇 가지 질문해도 됩니까.”
“얼마든지.”
호레이쇼는 티레시돈과 육지 사이를 검지로 가리켰다.
“거리가 어떻게 됩니까?”
“육지에서 섬까지 거리는 1.3km가 조금 넘는다. 그리고 육지에서 200m까지는 갯벌이라서 거리는 훨씬 가깝지. 이곳을 중심으로 120m 너비의 둑길을 만들어서 티시레돈까지 나아가야 한다.”
“1.3km의 바다를 120m 너비로 메운다라···.”
호레이쇼는 두어 번 눈을 깜빡여서 졸음을 거두었다.
“수심은요?”
“갯벌 이후로 절반까지 3m에서 6m로 점점 깊어진다. 그 이후로는 최대 10m까지 깊어지지.”
깊지만 못 메울 정도는 아니다.
“으음··· 재료는 주변 점령지에서 가져오면 된다 치고··· 포대는 얼마나 지원해 주실 수 있습니까. 길을 만드는 동안 바다 쪽이 너무 취약합니다. 해안포대를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올리머스의 조병창에서 공성포를 계속 보내고 있다. 포의 수와 화약의 양은 둑길을 지키기에 모자람이 없게 지원해 주겠다.”
호레이쇼는 으음, 소리 내며 머리를 긁적였다.
“좀 힘들긴 하겠습니다만··· 맡겨주신다면 기대하신 만큼 성과를 내겠습니다.”
약간 힘 빠진 대답에 게하르드가 푸, 하고 한숨을 쉬었다.
성격이 저리 다르니 업무적으로 다투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작업에 필요한 인부는 포로를 동원한다. 공교회에서 보낸 사제, 카라마조프가 교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이들이므로 불쌍하게 여길 필요 없다.”
“얼마나 됩니까?”
“후방 지원 인원까지 포함하면 3만 명 정도.”
인간을 열등종으로 여기고 이종족이 되기를 바라는 족속. 그뿐이라면 관용을 베풀어 내륙으로 이주시키겠지만, 공교회가 교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은 반동 가능성이 극도로 높다는 의미였다.
늑대교의 광신도처럼.
“뭐, 바다 좀 메우다 보면 개종하고 싶은 마음이 들겠죠.”
“그래, 그랬으면 좋겠군.”
나는 참석자들을 둘러 보면서 말했다.
“계획은 여기까지다. 이의 있나?”
“없습니다.”
“그렇다면 시작해라. 놈들이 우리를 약탈한 것처럼 우리도 놈들을 약탈한다. 놈들이 가진 심장을 빼앗아 우리의 것으로 만들 것이다.”
그간 빼앗기는 쪽은 인간이었으니.
이제 차례가 바뀔 때가 되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