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 a human empire by creating a clan RAW novel - Chapter (115)
권속 생성으로 인류 제국 건설 117화(117/185)
혼종 전쟁(7)
###
나는 둑길 끝에 서서 티시레돈의 성벽을 살폈다.
성벽 위에 인간, 혼종 그리고 이종족 여럿이 있었다.
이종족은 엘프, 드워프, 리자드맨 등 수는 몇 없었다.
‘인간 사냥꾼.’
대의제나 해당 종족의 국가가 나와 맞서고자 보낸 군대는 아니었다. 개인 단위의 사냥꾼 혹은 의용군이라고 봐야겠지.
남부 국경에 있는 대의제의 주둔군이 견제 외에 활동을 보이지 않는 것이 그 증거.
티시레돈에 있는 이종족은 공화국이 제국 해안에 투척하던 사냥꾼을 방어에 동원한 이들이었다.
‘블라드가 잘 버텨주고 있는 것 같군.’
티시레돈은 나가가 동족으로 여기는 아종의 생산지. 그런데 별다른 도움을 주지 않는 것을 보면 블라드의 미케나 제국이 대의제를 상대로 분전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내가 티시레돈 점령에 반년은 걸린다고 말한 이유가 나가의 지원을 가정한 탓이었는데, 상황이 이렇다면 다섯 달도 걸리지 않겠지.
“항복하라. 인간도 나가도 아닌 족속아.”
나는 영혼이 발하는 빛을 끌어 올렸다.
빛은 인부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나를 내려다보는 적을 움츠리게 했다.
특히 이종족은 마력에 민감한 족속이고 레벨도 높은지라, 내 영혼의 격을 남들보다 또렷이 볼 수 있었기에 반응이 격했다.
“소문이, 사실이었나.”
“인간이 어떻게 어머니와 같은 힘을···.”
공교회의 포교가 성과를 보였다.
예전이라면 극심한 두통을 일으켜야 했을 행동.
그러나 지금은 그저 조금 머리가 지끈거릴 뿐이었다.
“너희가 기다리는 어머니는 오지 않는다. 너희를 도왔다가 내 분노가 자신에게 향할까 봐 두려워서. 겁을 먹었기에 너희를 돕지 않을 것이다.”
도우려면 진즉 도왔겠지.
수도 함락을 앞둔 지금 도울 이유가 뭐가 있겠나.
“나는 알고 있다. 너희의 어미가 애당초 이 전쟁을 원하지 않았음을. 그러나 너희가 자만하여 내게 이길 수 있으리란 헛된 믿음을 품고 전쟁을 강행했음을.”
애당초 공화국이 두 왕국이 정복당한 직후에 제국에게 전쟁 선포를 하지 않은 이유가 뭐겠나.
내가 대의제에서 으름장을 놓았으니까.
나가는 혹여 자신들이 표적이 될까 봐 우려하여 공화국의 돌출 행동을 막고 있었을 터.
“내가 황제의 관을 쓰고 반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그 시간 동안 제국이 삼면의 적과 싸우며 역량이 깎였으리라 생각했더냐?”
공화국의 판단은 상식에 기반을 둔 판단이었다.
제국의 내부 상황을 알지 못하기에 제르마니아와 왈로키아 왕국이 존재하던 시절의 역량을 기준으로 제국을 파악했을 테니까.
두 왕국의 역량은 삼면에서 이어지는 소모전을 감당하면서 내치를 이어가는 것이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하물며 늑대교의 봉기와 왈로키아 내전이라는 혼란까지 겪지 않았나? 국력이 회복은커녕 크게 깎였고 한계에 달했다고 판단하는 것이 상식적이었다.
“제국이 그토록 약한 존재였다면 대의제가 왜 지금까지 나를 가만두고 있을까. 왜 너희를 당장 돕지 않고 저리 눈치를 보고 있을까.”
그러나 내 능력은 상식을 벗어났다.
권속이 있었고, 화약 무기가 있었으니.
권속을 기반으로 행한 행정체제 개편은 봉건 제도를 해체하면서 체제 내 비효율성을 줄였고, 제국의 잠재된 역량을 끌어올렸다.
그렇기에 삼면으로 국지전을 벌이면서도 올리머스를 개발하고 남부를 요새화할 수 있던 것이었다.
“너희가 오만을 품고 제국과 전쟁을 결의한 시점에서 너희의 운명은 정해졌다. 너희는 제국을 이길 수 없고 체세나 공화국이란 이름은 역사에서 사라질 것이다.”
여기에 화약 무기는 고레벨을 제외한 이들을 평등하게 만들었고, 둑길 공사를 할 때 공화국의 해군을 격파하기에 충분했다.
지난 몇 달간 생산한 대포의 수는 적었다.
조병창이 올리머스 한 곳뿐이었으니까.
그러나 공화국의 해군은 해안포대를 공격할 수 없으면서 둑길 공사를 막기 위해 해안포의 유효 사거리 안에 오래 머물러야 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몇 개월을.
“하지만 지금이라도 너희가 죄를 인정하고 항복한다면 받아주겠다. 조건은 하나다. 티시레돈을 버리고 나가라.”
승패는 확실히 굳어졌다.
오늘 항복을 하고 전쟁을 끝내느냐, 길어야 몇 주 가지 못 할 저항을 하며 남은 역량을 소모하느냐, 공화국의 선택지는 두 개뿐.
이전에 내게 항복을 권한 루치오가 건넨 제안과 같았다.
“또한, 인간 중에서 도시에 남겠다는 자가 있다면 죄를 용서하고 제국인으로 받아주겠다.”
말을 마치자 사방이 고요했다.
바다가 출렁이며 하늘을 노니는 바닷새의 울음만 들렸다.
그러나 곧 마음을 추스른 공화국 측에서 화살을 쏘았다.
“꺼져!”
“공화국은 항복하지 않는다!”
칼리오페가 앞으로 나서서 내게 향하는 화살을 쳐냈다.
나는 입꼬리를 살짝 끌어올리면서 비웃음을 지었다.
“그것이 너희의 바람이라면.”
오른손을 들었다.
“계속 공격하라.”
콰광!
기다렸다는 듯이 공성포가 불꽃을 토했다.
성벽과 둑길의 간격은 공성포 유효 사거리의 반도 안 되는 거리였고, 해군총장 겸 제독 호레이쇼가 직접 지휘하는 포대는 수개월에 걸친 실전으로 숙련도가 높았다.
“적이 움직이지 않는 표적이라고 방심하지 마라.”
쾅! 쾅! 쾅!
반면에 티시레돈의 성벽은 고전적인 성벽이라서 높기만 할 뿐, 대포에 대한 대응이 전혀 되지 않았다. 표적으로 딱 좋았다.
포탄은 한 발도 빗나가지 않고 성벽을 때렸다.
“반격해!”
“더는 가까이 오게 해선 안 된다!”
물론, 거리가 가까워진 이점은 우리만 누리지 않았다.
이제 공화국도 굳이 선박을 띄울 필요가 없었다.
성벽에서 쏘아도 둑길에 닿았으니까.
“인부만 노려라! 공사를 막아!”
“발리스타를 쏴라!”
퉁!
칼리오페와 게하르드 그리고 근위병이 돌아다니면서 화살과 돌을 쳐냈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광경이었으나 현실이었다.
그들 수준에서 화살이나 돌 따위 모기를 쳐내는 것과 다름이 없었으니.
팅—
모든 공격을 막지는 못해도 상당수의 투사체가 인부에게 닿지 못하고 바다로 떨어졌다.
개중에는 발리스타의 대형 화살도 있었다.
“저걸 쳐낸다고···?
“괴물 새끼들!”
티시레돈의 수비군은 경악했으나 포기하지 않았다.
화공선을 보내고, 해저에서 둑을 해제하고, 해안 상륙을 시도하는 등 둑길이 도시와 가까워질수록 저항은 필사적이게 변했고, 밤에도 쉬지 않고 전투가 이어졌다.
그러나 소용없었다.
불이 붙으면 끄면 그만이고, 둑길이 무너지면 다시 지으면 그만이고, 상륙 따위 간지럽지도 않았으니.
“남은 거리는 가교를 올려라. 더 메꿀 필요도 없다.”
고작 4m 남았을 때, 나는 고했다.
제국군은 티시레돈과 둑길 사이에 철판 여럿을 올렸다. 그것으로 섬이었던 티시레돈은 육지와 연결되었다. 공사를 시작하고 불과 넉 달하고 반이 지난 날이었다.
###
티시레돈은 혼란에 빠졌다.
성벽이 공성포의 사정거리 안에 들었을 때부터 혼란했겠지만, 둑길 공사가 끝을 보이자 혼란은 도시 밖에서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커졌다.
“인제 서야 도망가봐야 얼마나 빠져나가려나.”
호레이쇼가 반쯤 뜬 눈으로 바다를 보면서 하품했다.
나는 그 시선을 따라 도시를 벗어나는 배를 보았다.
며칠 전부터 수송선이 도시를 들락날락했다.
인근에 있는 섬으로 시민을 나르는 것이라.
“늦었다. 도망가려면 진즉 도망갔어야지.”
게하르드가 흥, 코웃음 쳤다.
“지금 와서 도망치려 해봐야 사람을 나를 배도 몇 척 없을 거다. 우리와 소모전을 펼치느라 대형 함선은 거의 잃었고, 그나마 있는 배는 근해를 벗어나지 못하는 허접스러운 것뿐이니까. 왜 미련하게 억지로 버텼는지 모르겠군.”
“뭐, 끝까지 나가가 도와줄 거라고 믿었나 보죠.”
호레이쇼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것도 맞는 말이지만, 티시레돈이 워낙 중요하기도 했다.
체세나 공화국은 도시 국가나 마찬가지기에 수도 티시레돈을 제외한 섬은 아무런 기반이 없었다. 따라서 티시레돈을 잃으면 사실상 멸망이나 다름이 없었다.
공화국이 멸망하면 공화국의 시민은 어떻게 될까.
“공화국이 멸망하면 기생식물의 숙주, 그러니까 혼종은 뭐 나가가 알아서 거두어 가겠죠. 사실상 동족 취급이니까. 하지만 숙주가 아닌 시민은 그냥 인간일 뿐이니 관심이나 가지겠습니까.”
“그래. 그들에게 남은 것은 아무런 기반이 없는 섬으로 도망가거나, 나가의 공물이 되겠다고 자신을 바치거나, 내 자비를 구하는 것밖에 없지.”
호레이쇼는 머리를 긁적이며 성벽을 보았다.
둑길과 연결된 성벽은 무너져 있었다. 공성포의 사거리에 들었을 때부터 때려댔으니까. 두 달 가까이 이어진 공격에서 높게 짓기만 한 성벽이 버틸 리 있나.
무너진 성벽은 언덕을 형성했고, 언덕을 엄폐물로 삼아 숨어 있는 수비군의 머리가 보였다.
“돌입할까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총병대 앞으로.”
호레이쇼의 지시에 머스킷 총병대 2개 연대가 선두 대열로 나왔다.
올리머스의 조병창에서 반년에 달하는 전쟁 기간 생산한 머스킷은 3,000여 정. 거기서 둑길 공사 및 보급 부대 호위 등으로 발생한 손실을 제외하면 2,000정에 조금 못 미치는 수가 남았다.
“전진!”
둑길의 너비는 120m.
보통 총병대의 대열은 3열 횡대였으나, 너비가 좁은 탓에 6열 횡대로 천천히 나아갔다.
“막아라!”
“넘어오지 못하게 해!”
“와아아아아!”
총병대가 언덕에 발을 올리자 숨어 있던 수비군이 튀어나왔다.
타다다다다당!
그러나 곧장 일제 사격이 쏟아졌다.
수비군과 총병대의 간격은 불과 몇 걸음.
심지어 수천 명이 밀집한 채 달려들었으니, 일제 사격의 효과는 어마어마했다.
“전열 앉아!”
적에게 끔찍한 사실은 일제 사격이 일제 사격이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일제 사격한 것은 전방 3열이었고, 후방 3열은 서 있었을 뿐이었다.
“후열! 사격!”
따라서 첫 사격에서 쓰러지지 않고 버틴 적은 두 번째 일제 사격을 맞았다.
타다다다당!
흑색 화약이 일으킨 자욱한 매연에 수비군이 얼마나 큰 피해를 보았는지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2,000명의 총병이 몇 걸음 앞에 있는 수천 명에게 일제 사격을 했다면 결과는 뻔하지 않나?
“돌격!”
“황제 폐하 만세!”
총병대가 물러나고 권속과 제국군이 연기 속으로 달려들었다.
“으, 으아아아악!”
지근거리에서 일제 사격을 두 번이나 맞은 수비군은 이렇다 할 저항을 하지 않았다. 의지가 없었고, 능력도 없었다.
“항복! 항복합니다!”
“쏘지 마시오!”
남아 있는 수비군은 순수한 인간뿐이었으니까.
“역시 다 도망갔군요.”
호레이쇼가 인상을 찌푸렸다.
본디 수비군을 지휘해야 할 기생식물의 숙주, 혼종이나 이종족은 이 자리에 없었다. 호레이쇼의 말대로 도망친 것이었다.
둑길이 완공을 앞둔 시점부터 보이지 않았으니 그때부터 도시를 탈출하기 시작한 것이겠지.
“전부는 아닐 거다.”
나는 도시를 빠져나가는 함대를 보았다.
말이 함대지 실상은 함대라 부르기도 민망한 규모.
함대를 구성하고 있는 선박의 종류도 전투함은 없고 중소형의 보조함뿐. 저 정도 규모로 며칠 오고 가봐야 나를 수 있는 규모는 적었다.
내 기억으로 티시레돈에 있는 혼종과 이종족은 수천이 넘었을 터.
분명 아직 도시를 떠나지 못한 이들이 도시에 있었다.
“호레이쇼, 적의 함선이 도시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토산에 있는 포대를 성벽으로 올려라.”
“예, 폐하.”
“게하르드는 정박지로 가라. 그곳에서 배를 기다리는 족속을 모두 잡아라.”
“잡으라는 말씀은, 포로로 잡으란 말씀이십니까?”
포로라.
인간이라면 모를까.
이종족이나 혼종 따위를 잡아서 무얼 한다고.
나는 고개를 젓고 답했다.
“내 제국에 이종족은 필요 없다. 한 마리도 남기지 말고 죽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