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 a human empire by creating a clan RAW novel - Chapter (116)
권속 생성으로 인류 제국 건설 118화(118/185)
혼종 전쟁(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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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럭
제국의 깃발이 도시의 가장 높은 첨탑에 걸렸다.
체세나 공화국의 수도 티시레돈은 전쟁이 시작되고 반년도 되지 않아서 점령당했다. 공화국은 도시 국가나 다름없었기에 수도의 상실은 사실상 공화국의 멸망이었다.
탕! 타다당!
쾅!
“꺄아아아악!”
그러나 도심에서 전투는 계속되었다.
곳곳에서 총성과 포성 그리고 비명이 이어졌다.
도시에 남은 이종족과 기생물질의 숙주, 혼종이 많았던 탓에 이들을 사냥하는 제국군과 제국군에게 항전하는 이들의 전투가 있었다.
항복은 없었다.
이종족은 인간에게 굴욕당한 바에는 죽음을 택했고, 제국은 이종족에게 항복을 권할 바에는 칼을 한 번 더 휘둘렀으니까.
“정리는 순조롭습니다. 해가 지기 전에 끝날 겁니다.”
나는 시가전이 이어지는 와중에 칼리오페와 게하르드, 호레이쇼를 거느리고 티시레돈의 청사를 향해 말을 몰았다.
“이종족, 혼종이 인간보다 강하다 해도, 아직 남아 있는 놈은 급이 낮습니다. 자살을 희망하지 않는다면 패배가 확실한 장소에 남을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도망치고 싶어도 못 도망친 거다.
타고 갈 배가 없어서 우선순위에서 밀린 거겠지.
“요란하기만 하고 별문제 되지 않은 놈들입니다.”
게하르드의 장담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시설 피해는 없나? 조금 전에 불이 났다고 들었는데.”
“네. 저희가 도시에 진입한 직후에 일부 불순분자가 조선소에 불을 지르는 등 파괴 공작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일이 커지기 전에 진압해서 피해는 거의 없습니다.”
“다행이군. 시설 경비는 무조건 권속을 세우도록. 도시가 안정을 찾기 전까지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티시레돈을 점령했다고 끝이 아니었다.
공화국은 티시레돈을 뺏긴 탓에 멸망에 가까운 피해를 보았지만, 제국 입장에서는 해상의 적 하나를 무찌른 것에 불과할 뿐.
이래서야 겨우 본전이지.
제국이 티시레돈의 산업 시설과 기술자를 온전히 흡수해야 이번 전쟁의 목표를 완전하게 달성했다고 할 수 있었다.
“항복한 시민 중에서 기술자는 따로 분류해라. 시설을 확보해도 운용할 인력이 없다면 의미가 없으니 이들을 반드시 포섭해야 한다.”
특히 조선 기술자.
나가로부터 조선술을 전수받은 이들이 필요했다.
“포섭은 이전처럼 공교회의 사제들에게 맡기시겠습니까?”
그것이 공교회의 사제를 부른 이유지.
공화국 시민에게 나는 침략자요, 배교도였고, 나가의 은총을 받아서 동족으로 대우받을 기회를 박탈한 폭군이기까지 했다.
이들을 교화하여 제국인으로 만들지 않는다면 나중에 문제가 될 것이 뻔했다.
공교회 사제들의 역할은 이들을 제국인으로 교화하는 것.
“공교회 사제들도 공화국 출신은 다루기 어려워하는 것 같습니다만··· 교화되지 않은 이들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교화되지 않는 이들?
나는 피식 웃음을 지었다.
“이미 보여주지 않았나.”
게하르드는 내 말에 담긴 뜻을 이해하고 끄덕였다.
둑길 공사를 누가 했지?
교화되지 않은 공화국 시민이 했다.
제국인이 되기를 거부한 시민 말이다.
“제국인이 되기를 거부한다면 제국이 손을 필요로 하는 곳에 불려가야지. 제국 곳곳에서 일손이 모자라 도움을 구하고 있다. 해안 도시를 복구하고, 국경에 요새를 짓고, 운하를 파고, 이런 일이 한 둘이 아니다.”
오히려 마침 잘 되었다고 생각되지 않나?
티시레돈의 포로는 족히 10만이 넘을 거다.
배를 탄 사람은 이종족이나 혼종 뿐일 테니까.
이종족이라도 우선순위에서 밀려서 배를 타지 못 하고 남아 있다가 제국군에게 잡히고 있는 판국인데, 인간들이 어떻게 도망치겠나.
즉 10만에 가까운 잉여 인력이 생긴 셈이다.
“제국인을 동원한다면 임금을 치러야 하지만, 포로에게는 임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지. 비용 문제없이 자유롭게 부릴 수 있는 존재다.”
“마치 노예 같군요.”
호레이쇼가 옆에서 머리를 긁적였다.
“노예하고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있지.”
“다른 점이라면?”
“나는 기회를 줄 것이다. 언제라도 제국인이 되고자 한다면 받아주겠다고 말이다. 이종족이 되고자 하는 같잖은 의식만 버린다면.”
이 정도면 관대한 제안이라 생각하는데.
노예처럼 사고 팔리지 않고, 공물로 바쳐지지도 않고, 실험체로 쓰이지도 않고, 제국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관념을 받아들이겠다고 하면 해방되지 않나.
그러나 평생 품은 사고관을 바꾸는 일은 어려웠다.
둑길에 동원된 인력을 보면 알겠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인간이 수두룩했다.
“그래도 될 수 있는 한 많이 교화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공화국 시민은 모두 뱃사람이란 말이 있잖습니까. 이들이 제국인이 된다면 선원 충원은 걱정이 없을 텐데요.”
“음.”
나는 문득 잊고 있던 것을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해군처를 맡은 권속이 호레이쇼, 너였군.”
“뭐··· 해군 없는 해군처를 맡고 있지요.”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미안하군. 어쩔 수 없었다, 라고 밖에 할 말이 없구나.”
“아닙니다. 저라도 그랬을 겁니다.”
호레이쇼는 머쓱하게 웃었다.
“어선 밖에 만들 줄 모르는 나라에서 제대로 된 군함을 만들고자 한다면 대체 얼마나 많은 자원과 시간이 들었겠습니까.”
“글쎄, 시간만 따지면 파시메아는 최소 3년을 잡더군.”
“3년이요? 너무 짧게 잡으신 거 아닌가요?”
그러니 최소다.
제국의 역량을 온전히 쏟아부었을 때 소모 시간.
그마저도 조선소에서 첫 선박 건조를 시작할 때가 최소 3년 뒤라는 의미였다. 그 전까지는 조선공을 교육하고 목재를 건조하는 등 준비 작업만으로도 시간이 모자랄 거라고 했으니.
“그래,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지.”
파시메아의 머리에 청사진이 있어도 제국의 역량이 문제였거든. 벌려놓은 판이 한둘이 아니라서 해군까지 신경 쓸 수가 없었다.
해군을 육성하기 위해 기지로 삼을 부지를 확보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건조와 선원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상대할 적을 생각하면 티시레돈조차 모자랄 정도다. 그런데 조선소 하나 없고 어선 밖에 만들 줄 모르는 조선공을 데리고 어느 세월에 해군을 양성하겠나.”
“예. 차라리 기간 시설과 인력을 빼앗는 게 편하죠. 티시레돈은 그 점에서 가장 적절한 목표물이었습니다. 어떻게 점령하느냐가 문제였을 뿐이죠.”
나는 그 어떻게를 이미 해봤기에 성공을 장담했다.
두 번째라서, 그때보다 상황이 더 좋아서 더 쉬웠고.
“그에 대한 사과라고 하긴 뭐하지만, 네게 이곳을 맡기마.”
나는 티시레돈의 청사 앞에서 말을 세웠다.
청사는 사각형의 대형 건축물이었다.
크기만 보면 왕궁에 가까울 정도.
공화국은 제르마니아, 왈로키아에 버금가는 부를 가졌던 나라. 청사는 그런 공화국을 이끄는 종신 지도자 도제를 포함한 10명의 위원이 상주하는 장소였으므로 왕궁이나 다름없기는 했다.
“영주나 총독 같은 개념입니까?”
“아니다. 도시 행정관은 따로 보내겠다. 네 역할은 이곳, 티시레돈을 해군처의 중추부로 삼고 해군을 육성하고 통솔하는 것이다.”
제국 정부 부처는 전부 올리머스에 있었다. 군무부 산하 해군처도 형식상 올리머스에 있었다. 실제로는 해군처 자체가 이름 외에 아무것도 없었지만.
아무튼, 올리머스의 위치는 제국의 북단에 가까웠고 티시레돈은 제국의 남단에 있었다.
전화기도 없는 시대에 해군처를 올리머스에 둔다면 통솔이 제대로 이루어지겠나. 차후에 해군 참모나 부장, 작전 사령관을 배치할 여유가 생긴 뒤나 그래야지.
당장은 호레이쇼가 모든 직위를 겸하면서 발품 팔아야 했다.
군무대신 게하르드가 작전권을 가지고 현장에서 군사령관을 겸하듯이.
“공화국은 멸망한 것이나 다름이 없으나, 바다에서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블라드의 흡혈 제국이 무너지고 대의제가 우리와 직접 맞붙게 된다면, 공화국이 했던 짓을 똑같이 저지를 거다.”
일명 바다로의 진군이라 부른 초토화 전술 말이다.
해안 가까이에 있는 군사, 민간 시설을 파괴하고 인간은 모조리 사냥하는 단순하되 전투 수행 역량을 확실히 깎는 방법.
그 효과는 이미 입증되었다.
공화국이 초토화 전술을 시행한 시기는 두 달 남짓에 불과했지만, 제국이 입은 피해는 상당했다. 제국 전역의 해안에 소개령을 내려야 했을 정도니까.
장기전으로 갔다면 감당 못 했을 터.
“상대가 똑같은 짓을 반복했을 때, 당하는 것까지 똑같아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 바다를 지킬 해군이 필요하다.”
초토화 전술에 큰 피해를 입은 이유 중 하나는 해안 방비가 거의 되지 않았다는 점도 있었다.
그러나 근본적인 이유는 제국의 해군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공화국이 제국의 연안을 멋대로 돌아다녀도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으니까.
오죽하면 군함도 아니고 빈 상선 한 척에 인간 사냥꾼 넷을 태워서 촌락을 털고 촌민을 사냥해갔다는 보고까지 올라왔겠나.
“해군 양성을 위한 시설과 인력을 얻었으니, 이곳에서 너는 최우선으로 해군을 육성하고 공화국의 남은 섬을 정복해라. 그에 필요한 모든 것은 내가 지원해주겠다.”
티시레돈의 항만 시설과 조선소 그리고 조선공과 선원 등 해군 육성에 필요한 것은 다 모였다. 여기서 내가 지원할 것이 뭐가 있을까.
앞으로는 호레이쇼의 추진력에 달렸다.
“조급함을 화를 부른다고 하지. 그러나 우리에겐 시간이 없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해군을 육성해라. 차후 생성하는 권속 중 원하는 권속이 있다면 말하라. 해군처에 우선 배속하겠다.”
“감사합니다. 폐하.”
공화국 잔당을 처리한 뒤에는 왈로키아 남부의 소국을, 남부의 소국을 끝냈다면 나가에서 대의제에 이르기까지 제국의 해역을 위협하는 모든 적과 싸워야 한다.
이제 막 기반을 얻었을 뿐인 제국 해군에게는 가혹한 목표지만 그래야만 한다.
“더 할 말 있나?”
호레이쇼는 잠시 고민하다가 안대를 긁적였다.
“이 자리에서 바로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말해 보도록.”
“올리머스의 조병창에서 생산하는 대포를 해군에게 최우선 배치해 주십시오.”
“음.”
“함선 위에 대포를 올려야 합니다. 선박의 크기와 목재의 내구성을 고려하면 한 척당 최소 수십 문을 올려서 일제 사격이 가능해야 유효한 타격을 줄 겁니다. 따라서 대포가 필요합니다. 아주 많이요.”
들어주기 쉽지 않은 부탁이었다.
지금까지 만든 대포는 청동 대포였다. 청동은 구리와 주석을 혼합한 합금인데, 구리는 매장량이 그리 많지 않은 금속이었다.
제르마니아와 왈로키아에 있는 구리 광산은 매장량은 준수하지만, 앞으로 늘어날 수요를 감당할 정도는 아니었다.
특히 해군 육성으로 대포의 수요가 급증하고 모든 대포를 청동으로 만든다고 가정하면 지금의 구리 채굴량으로는 감당하지 못할 터.
오로코 대평원의 회색 산맥을 모두 차지한다면 모를까.
“안 그래도 그 문제에 대해 파시메아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해군을 육성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대포의 수요가 늘어날 터. 그에 맞추어 대포 생산량을 늘릴 방안을 고민했지.”
파시메아는 원자재 부족으로 인한 공급량 저하는 구리가 아니라 철로 대포를 만들면 해결 가능하다고 답했다.
이를 주철 대포라고 말했는데, 문제는 주철은 청동보다 제작 난도가 높고 만든 뒤에도 취성 문제로 청동 대포보다 폭발 위험이 큰 등 운용이 까다롭다는 점이 있었다.
하지만 철은 구리에 비하면 넘치는 자원이라는 점 하나로 모든 단점을 해소했다.
제르마니아에서 포병이 부족한 성능에도 불구하고 나름 성과를 낸 이유는 대포의 숫자에서 비롯되었으니.
“주철 대포··· 수량만 어떻게든 갖출 수 있다면 운용상 난점은 감내할 만하다고 봅니다. 못 써는 게 낫습니다.”
호레이쇼는 품에서 여러 겹 접은 종이 한 장을 건넸다.
말 안장 위에서 받아서 펼쳐보니 함선의 스케치였다.
휘날려서 그린 터라 너저분했으나, 나는 그가 나타내고자 하는 바를 알아챘다. 왜냐면 지구에서 실존했던 함선과 유사했으니까.
‘전열함’
전열함과 유사한 스케치였다.
똑같다고 하기에는 포문이 적고 배치도 달랐지만, 그가 구상하는 바는 전열함과 같았다.
“공화국의 함선은 연안을 항해하는 갤리선과 원양을 항해하는 범선으로 나뉩니다. 하지만 저는 함선을 범선 하나로 통일하고 측면에 최대한 포신을 다는 방식을 도입할 겁니다. 이런 군함으로 이루어진 함대가 일렬로 나아가면서 측면 화력을 쏟아낸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이종족의 해군은 압도적이다.
나라별로 군함만 수백 척은 가지고 있을 터.
지금 와서 제국이 전력으로 해군을 육성해도 양적으로 이종족의 해군을 따라잡거나 압도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러나 한 가지 맹점이 있었으니, 제국은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화약 무기를 실전 배치한 국가라는 것이었다. 반면에 이종족은 화약의 존재는 알아도 그 실용성은 이제 막 접했다.
이를 달리 말하면, 이종족의 선박은 대포를 단다는 개념조차 모른 채 만들었다는 뜻이었다.
“제국이 지금부터 수십 문의 함포를 단 전함을 만들기 시작하면 질적으로 해군력에서 앞서가게 됩니다. 사실상 이전까지 만든 전함은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까요.”
지구에서 영국이 드레드노트급 전함을 만들었을 때와 유사했다.
그 신개념 전함이 등장한 직후에 이전까지 활약한 전함이 모조리 구식으로 변한 것처럼.
호레이쇼가 주장하는 전열함의 존재는 이종족의 전함을 모조리 구닥다리로 만들겠지.
전열함은 드레드노트처럼 장갑과 속력까지 이전 전함을 뛰어넘지는 못하겠지만, 지구에서 대포가 개발되고 수백 년에 걸쳐서 개량을 거친 뒤에 나타났던 전열함이란 존재가 하루아침에 나타나는 셈이 되므로 이종족에게 주는 충격은 그 못지않으리라.
호레이쇼는 평소의 졸음에 차 맥없던 목소리를 가다듬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니 제국 해군에게 대포를 최우선 배정해주십시오. 그러면 제가 폐하께 바다를 바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