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 a human empire by creating a clan RAW novel - Chapter (118)
권속 생성으로 인류 제국 건설 120화(120/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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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역사는 천 년에 불과하다고 말하지만, 역사란 기록이기에 역사 이전에도 인간은 존재했다. 만 년의 역사를 지닌 엘프 중에 만 년을 넘게 산 엘프가 있듯이.
그러나 역사 이전의 인간이 역사를 남기지 못한 것은 이유가 있는 법이다.
“인간이 왜 원숭이인 줄 아느냐? 불과 천 년 전까지 인간은 돌을 떼거나 혹은 갈아 쓰는 원숭이와 다를 바 없이 끽끽거리는 동물이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원숭이를 가르치지 않았으면 아직도 끽끽거리고 살았겠지.”
엘프가 인간을 비웃을 때 종종 하는 말.
이렇듯 역사를 스스로 시작하지 못한 인간은 이종족이 보기에 근본부터 열등한 동물이요, 어설프게 이종족을 닮아 불쾌감을 일으키는 동물이었다.
“인간이란 종은 이도 저도 아닌 동물이다. 엘프처럼 아름답지도 않고, 드워프처럼 손재주가 뛰어나지도 않고, 오크처럼 강인하지도 않지. 그저 다른 종족을 흉내 냈을 뿐인 열등 동물 아니냐?”
인권이 희박한 시대에 인간에 관한 편견이 맞물리자 그 대우 또한 각박했다.
“그래도 열등하기에 쓸모가 있는 동물이다. 오크와 고블린에게는 번식 수단으로 좋고, 나가에게는 아종의 숙주로 삼기에 좋다. 드워프에게는 채광 노예가 될 것이며, 엘프에게는 실험체로 적합하지.”
이 시기의 인간은 자산이었다.
이종족과 비교하면 육체적으로 연약하고, 정신적으로도 마력에 둔감한 반푼이였으나 적어도 개나 돼지와 달리 말을 알아들으니까.
이종족과 유사한 외형은 이종족의 단순 업무를 맡길 수 있다는 장점이 되기도 했기에, 사룟값만 충당할 수 있다면 많이 보유할수록 수익을 만드는 값진 자산으로 취급되었다.
– 근래에 집마다 인간을 사들이고 있다. 마치 이전에 불었던 튤립 광풍처럼 인간을 투기의 대상으로 보는 유행인데, 인간은 튤립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기르기 힘든 작물이다.
– 인간은 어미 배에서 일 년이나 보호받아야 하는 게으름과 태어나고도 10년 이상 어른이 되지 못하는 만숙함, 성인이 되고도 불과 몇십 년 가지 못해 쇠약해지는 나약함을 가졌다.
– 이뿐인가? 어릴 적부터 혹독하게 가르치지 않은 인간은 원숭이보다 미개하기 그지없다. 이 털 빠진 원숭이가 얼마나 야생적인지는, 교육과 발달을 마친 인간만 산 머저리들은 모를 것이다.
인간이 상품으로서 인기를 끌면서 인간을 조련하는 법에 관한 책도 나왔고, 책은 하나같이 인간은 열등하고 야생적이라 키우기 어렵다는 내용으로 시작했다.
실제로 비전문가에게 사육당한 인간은 주인에게 저항하거나 도망치거나 혹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의 행동을 보였다.
네 자릿수에 달하는 해가 지난 뒤에야 이종족 사이에서 전문 사육자가 기른 인간을 사야 한다는 공감대가 생겼고, 그에 따라 사육자들은 고객이 원하는 우수한 인간을 만들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했다.
“아편을 먹이십시오. 아편을 주면 수면시간을 줄이면서도 주인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서 고분고분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다른 종에게 본능적으로 친근감을 느끼는 인간끼리 짝을 지으면 어떨까? 수십 대는 걸쳐야 효과가 나오겠지만, 시간은 충분하잖아?”
사육자들의 노력에 힘입어 인간은 이종족에게 주목받는 자산이 되었다. 그러나 주목도와 꾸준히 늘어나는 것과 달리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인간이란 종족 자체가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어려운 종족이었으니까.
“서남 반도를 목장으로 삼아 인간을 기르자.”
안정적으로 인간을 공급하기 위한 논의가 이어지는 와중에 누군가 그렇게 말했다.
티아마르의 봉인으로 인하여 마력에 민감한 이들은 거주가 어려워진 서남 반도.
대의제가 보기에 천 년 이상 무인지대로 두어야 할 것이 분명한 땅을 그대로 두어 묵힐 바에는 인간을 풀어서 목장으로 삼자는 의견이었다.
“서남 반도는 우리가 개입하기 어려운 곳이다. 그런 곳에 인간을 풀어주면 통제할 수 있겠나?”
“우수 품종을 지배 계층에 두면 될 거요. 오랜 기간 선택 교배를 통해 개량한 덕에 본능적으로 이종족에게 호감을 느끼고, 이종족에게 지배 받기를 갈구하는 성향이 있지.”
최초로 서남 반도에 보내진 인간은 호르비드와 그의 자손을 보필하는 의무를 부여받았고, 훗날 교국이란 이름의 나라를 지었다.
첫 정착이 성공하자 각 종족 및 국가마다 인간을 서남 반도 각지에 정착시키기 시작했다. 정착한 인간은 대의제의 보호 아래 안정적으로 성장했고, 그들의 주인에게 정기적으로 동족과 여러 물품을 상납이란 이름으로 바쳤다.
처음에는 인간을 보내는 행위를 재산 낭비라고 생각한 자들도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상납을 보자 너나 할 것 없이 인간을 서남 반도로 보냈다.
“인간이 돌을 갈아 곡물을 벨 때 어디 왕이 있고 노예가 있었더냐? 인간은 인간이다. 인간은 가축이 아니다!”
간혹 인간 중에서 유전적 본능을 억누르고 반발하는 변종도 있었으나, 같은 인간이나 호르비드가 후하고 불면 꺼지는 촛불에 불과했다.
“원숭이에 불과한 우리가 문명을 일구게 된 것은 위대한 분들의 비호 덕분이다. 인간이 이 땅에 올 적에 고작 수만 명에 지나지 않았거늘, 지금 보아라. 서남 반도에 다 담지 못할 만큼 번성하지 않았나.”
“노예란 인간이되 인간이 아닌 족속이다. 우리 귀족의 조상은 이 땅에 정착하기 이전부터 위대하신 종족께서 직접 만드신 혈통을 이었고, 노예는 그러지 못한 인간의 탈을 쓴 가축에 불과하다.”
천 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르면서 인간 대부분에게서 사육자가 까다롭게 관리하던 유전적 성질은 희석되었으나, 서로 간에 혼인이 잦았던 귀족은 정착 이전의 성질이 짙게 남아 있었다.
그렇기에 인간은 번성할수록 당연하다는 듯이 동족을 상납했고, 이종족은 공급이 수요를 넘을 정도였다.
서남 반도 외의 장소에서 운영하던 인간 목장 대부분이 사라진 이유가 바로 이런 공급 초과로 인한 인간의 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이었다.
왜 대부분이라고 말하냐면, 리자드맨은 적자를 감당하면서 인간 목장을 유지했기 때문이었다.
“인간은 신께 바치는 공물이다. 공물에 정성이 들어가지 않는다면 신을 모욕하는 것이다.”
이런 관념은 서남 반도에서 쏟아지는 값싼 인간과 인간을 기르느라 지나치게 많은 토지를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을 맞아 한계에 달하고 있었다.
하지만 인류 제국이 출현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제국이 대의제와 적대하면서 인간 매매를 금하자, 공급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가격이 급등하고, 인간 목장의 가치도 덩달아 오른 것이었다.
리자드맨은 이 순간을 호재로 여겼다.
가까운 시일 내로 목장 경영을 완전히 접고자 목장을 하나둘 해체하던 그들은 이제는 최대한 이득을 보려고 목장을 쥐어짜기 시작했다.
“제사는 지난달에 있지 않았습니까? 어째서 또 저희를 거두어 가시는 것입니까··· 위대한 종족이시여!”
“너희 따위가 그것을 알아서 무얼 하겠다는 거냐?”
인간 마을에 당도한 리자드맨 무리가 이제 막 성인이 된 청년들을 공출하자, 촌장이 리자드맨의 다리를 붙들고 간청했다.
“저희는 여태껏 위대하신 분들을 충실히 섬겨 왔습니다. 하지만 올해만 세 번째입니다. 이대로는 마을을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부디 자비를···.”
“너희를 살려두는 것으로 자비는 충분히 베풀었다.”
“하, 하지만···!”
“원숭이 따위가 말이 길군.”
서걱!
촌장의 목이 바닥을 굴렀다.
리자드맨은 혀를 날름거리고, 촌장을 따라 나온 인간 무리를 노려보았다. 인간들은 그의 시선을 피하려고 고개를 숙이고 몸을 움츠렸다.
“쯧, 토종은 이게 문제야.”
리자드맨은 죽은 촌장과 비슷한 나잇대의 인간에게 촌장직을 승계하도록 지시하고 청년들을 끌고 갔다.
올 한 해 동안 세 번의 공출로 젊은이가 사라진 마을에는 어린이나 늙은이만이 남아 주저앉았다.
“이게,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모든 인간 거주지에서 이와 같은 일이 성행했다.
공출을 감당하기에 너무 작았던 마을은 마을 자체가 공출 대상이 되어 소멸하기도 했고, 그나마 규모가 있는 마을은 청년기에 속한 사람이 싹 끌려갔다.
그러나 때때로 돌아오는 사람도 있었으니.
농사나 공사를 목적으로 동원되는 경우였다.
이들은 현장에서 다른 마을주민과 접촉하거나 리자드맨 간의 대화를 엿들었기에 다른 부족의 소식과 이종족의 정세를 전하는 소식통이기도 했다.
“인류, 제국?”
촌장은 눈을 크게 떴다.
대체 왜 갑자기 공출을 늘렸나.
그것이 궁금했던 촌장에게 동원에서 돌아온 중년인은 뜻밖의 대답을 했다. 서남 반도에 인류 제국이라는 국가가 나타났고, 인간 매매를 금하여 이종족과 다투고 있다는 것.
그로 인해 인간의 값이 올랐으니 공출을 늘려서 한탕 벌이를 하는 것이라고.
“자세히 이야기해보게. 그 제국이란 국가는 대의제가 세운 국가가 아닌 건가?”
“아닌 것 같습니다. 대의제에 반기를 들어서 전쟁을 치렀다 하며 거기서도 승리하여 인간 매매를 완전히 막았다고 합니다.”
인간이 대의제에 반기를 들다니?
반기를 드는 것을 넘어서 이겼다고?
“그럴 리가··· 불가능해. 잘못 들은 거 아닌가?”
“아닙니다. 저만 들은 게 아닙니다.”
“······.”
촌장은 말을 삼켰다.
이종족을 물리치는 상상은 수없이 해봤다.
그러나 상상은 상상일 뿐.
현실에서 절대 이룰 수 없는 일이었다.
그것을 알기에 지금까지 체념 속에서 살아왔는데, 인류 제국이라는 이름을 내세우고 이종족에게 맞서는 인간 국가가 나타났다고?
솟아오르는 전율을 느꼈다.
“촌장님, 저희가 제국에게 도움을 청하면 어떨까요.”
“제국에게? 어떻게 말이냐.”
촌장은 고개를 저었다.
인간 목장은 리자드맨의 영토 깊숙한 곳에 있었다.
거주지에서 나가는 즉시 발각될 것이 분명했다. 혹여 영토를 벗어나더라도 제국이 있는 서남 반도로 가려면 오크와 고블린이 자리 잡은 네루프 평야를 돌파해야 했다.
부족원 중에 이런 위험을 감내하고 제국에 도달할 수 있는 강자가 있을까?
“정말 운 좋게 제국에 도착해서 우리의 상황을 알려도 제국이 우리를 도와주리란 보장은 없지 않으냐.”
“그럼, 말라 죽기를 기다리실 겁니까.”
중년인은 목에 힘을 주었다.
“내년도 올해처럼 공출을 당한다면 아무도 남지 않을 겁니다. 저들이 더는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는 것은 아시잖아요. 몇 개의 마을이 사라졌는지 잊으셨습니까.”
촌장을 고개를 숙였다.
중년인의 말대로였다. 이전까지는 매년 공출을 강요하더라도 인간 사회가 유지되도록 공출량을 조절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제는 달랐다.
이대로라면 이 마을도 공출을 감당하지 못하고 소멸한 다른 마을과 똑같은 운명을 맞이할 터.
“······.”
그는 목이 잘린 전임자를 떠올렸다.
“전사들을 불러라.”
마을에서 전사는 투기장 검투사나 국경 보조병으로 동원되고 살아남은 이들.
촌장은 이들 중에서 수준이 높은 열네 명을 추렸다.
“제국으로 가라. 가서 소문이 진실인지 확인해라. 인간이 자유를 쟁취했고, 이종족과 맞섬이 진실인지. 소문이 진실이라면··· 그분께 우리의 고난을 전하고 우리를 고난에서 건져주시기를 청하거라.”
전사들은 새벽이 되자 마을을 벗어났다.
조금이라도 발각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 낮에는 숨고 밤에만 움직였다. 그런데도 발각되면 서로가 미끼를 자처하며 동료를 구했다.
네루프 평야에 도착했을 때, 열네 명 중 남은 한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
그 한 명, 그녀는 왼쪽 눈을 잃고 손가락 마디는 여럿을 잃고 전신은 깊은 상처에 고름이 줄줄 흘렀으나 끝끝내 제국에 도착했다.
오크를 솎아내던 제국군에게 구조되어 제국의 황제 앞으로 보내졌다.
‘소문은 사실이었어.’
그녀는 정오에 창문에 비치는 햇볕 따위보다 밝은 빛을 보았다. 그것은 실체가 있는 빛이 아니라 그녀의 눈앞에 앉아 있는 인간이 발하는 존재감이었으나,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손을 잡자 실제로 하는 빛이 되어 그녀를 감쌌다.
빛은 그녀를 시시각각 죽음으로 내몰고 있던 육체의 상처를 치유하고 그녀의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았던 절망을 잊게 했다.
육신의 눈으로 보기에 그는 젊고 키가 큰 남자에 불과했으나, 영혼의 눈으로 보기에 그는 눈에 다 담을 수 없는 거인의 형상이었으니.
무심코 인간이냐고 물었던 행동은 이 뜻이었으리라.
그녀가 보았던 그 어떤 존재도 이처럼 강대하지 못했으므로.
“폐하··· 아니, 신이시여.”
그녀는 그가 빛을 거둔 뒤에도 그의 존재감이 발하는 빛을 느끼며 두 손을 뻗어 그의 손을 꽉 쥐었다.
그리고 이마를 손에 대어 떨리는 목소리로 이종족 치하에서 인간이 처한 고난을 고했다.
“인간의 신이시여, 저희를 고난에서 구원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