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 a human empire by creating a clan RAW novel - Chapter (122)
권속 생성으로 인류 제국 건설 124화(124/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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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움직인다!”
고블린이 외쳤다.
“쉿!”
다른 고블린이 검지로 입을 가렸다.
“실수다! 미안하다!”
목청을 높였던 고블린이 아차 하며 입을 다물었다.
고블린은 제 몸만 한 오크통을 굴리고 있었다.
드르르, 드르르륵—
말라비틀어져 바닥을 드러낸 개천.
스무 마리의 고블린이 개천 위를 분주히 돌아다녔다.
“찾았다!”
개천 한편에 고블린의 키보다 조금 큰 구멍이 있었다.
그 구멍은 지하수도의 입구였고, 출구는 저 앞에 있는 장벽 너머였다.
본래라면 개천에 물이 차서 드러나지 않았어야 할 입구. 그러나 수십 년도 더 이전에 개천이 마른 탓에 입구가 훤히 드러났다.
“입구. 막혀있다.”
입구를 발견한 고블린은 고개를 갸웃했다.
녹슨 창살이 입구를 막고 있던 탓이었다.
“내가 열어 본다.”
조금 덩치 큰 고블린이 창살을 잡고 흔들자 툭, 하고 빠졌다.
오랜 기간 보수하지 않아 녹이 슬대로 슨 탓이었다.
붙어 있는 것조차 놀라울 정도였다.
“들어간다!”
“조심하는 거다!”
고블린들은 낮은 지능으로도 통 안에 든 것이 아주아주 무서운 폭발물이란 것을 알았기에, 겁을 집어먹고 통을 살살 굴리며 지하수도 안으로 들어갔다.
드르륵, 드르르륵—
“쉽다!”
지하수도 내부에도 침입에 대비한 창살과 여러 장애물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러나 입구와 마찬가지로 보수하지 않아서 작동하지 않거나 쉽게 부서졌다.
“밖이 보인다!”
“쉿! 통을 쌓고 나간다!”
물론, 이런 꼬락서니여도 방위에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지하수도의 폭은 오크나 고블린이 대규모로 침입할 정도의 공간이 못 되었고, 침입을 사전에 발견하지 못했더라도 하수도를 막을 방도는 많았다.
그러나 하수도를 통한 침략이 아니라면?
하수도를 폭파해서 지반을 무너뜨린다면?
툭
고블린들은 화약을 가득 담은 오크통을 하수도에 쌓았다.
“다했다!”
“불! 붙인다!”
지하수도 출구부터 장벽 아래까지.
고블린은 무수히 많은 오크통을 굴려서 차곡차곡 채우고, 끝에 있는 오크통에 기다란 심지를 꽂아 불을 지폈다.
파지지직···
“도망쳐!”
“터진다!”
심지가 빠르게 타들어 가는 것을 보자, 고블린들은 비명을 지르며 잽싸게 개천으로 나왔다.
퍼버버버버벙!
개천을 나오자 거대한 폭음이 고블린의 등을 때렸다.
“끼에에에엑!”
몇몇 고블린은 지하수도 밖으로 뿜어 나오는 연기가 자신을 덮치자 겁에 질려서 괴성과 함께 허우적거렸다.
그러나 곧 아무 일도 없다는 것을 깨닫고 개천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장벽은 어찌 되었을까?
“실패?”
고블린의 얼굴에 실망감이 어렸다.
요란한 소음과 다르게 장벽은 무사한 듯싶었다.
폭발이 일어난 지면이 볼록하게 튀어나왔을 뿐.
“장벽이 멀쩡해!”
“실패했다!”
“파국이다!”
그 순간, 지반이 훅 꺼졌다.
볼록 튀어나왔던 지반이 꺼지면서 장벽도 빨려 들어갔다.
30m에 달하는 장벽이 굉음을 내며 뒤로 기울어졌다.
우르르르——
거인이 쓰러지는 것처럼, 장벽이 무너졌다.
장벽 위에서 졸거나 수다를 떨던 다섯 엘프는 붕괴에 휘말렸다. 그들은 미처 도망갈 틈도 없이 무너지는 장벽 사이에 끼었고, 그 즉시 쏟아지는 돌무더기에 압사되어 죽었다.
“어······?”
“장벽이 무너졌다?”
고블린들은 멍하니 그 광경을 보았다.
아주 오랜 세월 그들을 막아왔던 거인이 허무하게 쓰러진 모습에, 재잘거리는 것도 잊고 입을 벌리고 있을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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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솔개와 연결된 감각을 끊었다.
장벽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았으니 충분했다.
“끝났다.”
“정말로 성공했다고?”
지노릭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겉으로 보면 난공불락. 그러나 약점은 있기 마련이다.”
“약점?”
“엘프의 장벽이 가진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지노릭은 대답을 못 하고 인상을 찌푸렸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길이다. 엘프의 장벽이 가진 근본적인 문제는 길이지.”
판토니아와 맞닿은 국경을 장벽으로 둘러 버렸으니.
만리장성에 버금가는 길이를 얼마나 촘촘히 막겠나.
하물며 엘프는 통일 왕조를 가진 종족이 아니었다.
“엘프는 너희 오크가 부족 단위로 나뉘고, 리자드맨이 세 개의 왕국으로 나뉜 것처럼, 제국과 왕국 등 여러 국가가 난립한 종족이다. 그에 따라 장벽 또한 여러 국가가 나뉘어 관리하지.”
오크의 대이주를 겪고 재발을 막고자 장성을 쌓을 때는 괜찮았다. 국가는 여럿이어도 건설 총지휘자는 오크를 무찌른 가우라멜가 3세가 주도한 덕에 통일성이 있었으니까.
그러나 축조를 마친 뒤에 장벽은 다섯 등분되어 관리되었고, 이 탓에 국가와 국가 사이의 경계는 보수가 되지 않았다.
“제국과 왕국 사이의 국경. 그곳을 누가 관리하느냐를 두고 눈치 싸움이나 하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너희가 장벽을 공격한 적이 몇 번이나 있더냐? 저 길디긴 장벽에는 축조 이래 단 한 번도 공격받지 않은 장소가 여럿 있다.
“네가 노린 곳이 거기인가.”
“그렇다. 마법사가 흩트려 놓은 마력은 다시 균형을 찾았고, 관리 되지 않는 성벽엔 이끼가 끼었으며, 장벽 아래에 지하수도를 건설한, 아주 확실한 약점이지.”
서로 상대방이 장벽을 지켜주리라 믿고 책임을 회피했지, 블라드와의 전쟁으로 수비병의 상당수가 차출당했지, 오랜 평화로 군기는 나태에 빠졌지.
이 세 가지가 맞물렸는데 장벽이 어찌 버티겠나.
“애당초 장벽의 방어체제가 똑바로 굴러갔다면, 네가 전사를 모으기 시작할 때부터 하늘에는 귀쟁이의 척후가 가득했겠지. 그러나 봐라. 하늘에 무엇이 있더냐?”
하늘은 맑기만 할 뿐.
구름도 새도 없었다.
“너희가 장벽을 넘는 순간에도 놈들은 너희의 침공을 알아채지 못할 거다.”
“······.”
장벽이 무너진 길이는 그리 길지 않았다.
고작 십여 미터 정도?
장벽의 높이가 높고, 폭도 넓기에 무너진 뒤에도 언덕이 생겨서 장벽과 유사한 높이의 방어 구조물이 생겼다. 허나 오크와 고블린에게 있어서 언덕 따위 장애가 되지 않았다.
“언제까지 고민할 것이냐. 이보다 좋은 기회를 기다리는 거냐? 그런 것은 없다. 네가 지금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장벽을 넘지 못할 것이고, 너는 역사상 가장 겁 많은 오크로 남겠지.”
으드득···
지노릭은 이를 꽉 깨물면서 나를 노려보았다.
내 수작에 놀아났다는 것을 알면서도 거부할 수 없을 테니.
나는 빙긋이 미소를 지으면서 녀석을 마주 보았다.
“혹시 거부할 테냐? 이 기회를 버릴 셈이냐?”
“아니! 우리는 엘프를 사냥할 것이다!”
“그렇다면 가라. 너희의 숙원을 이룰 시간이다.”
곧 십만 마리의 오크, 고블린이 장벽을 넘어서 엘프의 땅으로 쇄도했다.
한 주가 지나자 다시 십만 마리의 오크와 고블린이 장벽을 넘었고, 한 주가 더 지나자 또다시 십만의 오크와 고블린이 장벽을 넘었다.
그렇게 여섯 번을 넘은 뒤에야 장벽을 넘는 무리가 없었다.
‘이로써 오크는 제국을 넘보지 못할 것이다.’
대의제가 블라드에게 묶인 것처럼.
오크와 고블린 또한 엘프에게 묶여버렸으니.
내 원정을 막을 장애물을 모두 사라진 셈이었다.
나는 원정군을 이끌고 네루프 평야를 지나 동방, 리자드맨의 땅으로 향했다. 탈주자 후아나가 제국에 당도하고 두 달이 지난 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