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 a human empire by creating a clan RAW novel - Chapter (123)
권속 생성으로 인류 제국 건설 125화(125/185)
인간 목장(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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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루프 평야의 동쪽 끝.
사막이나 다름없는 네루프 평야에서 파릇파릇한 풀잎이 보이기 시작하는 지역. 그곳은 리자드맨의 왕국 테오칼로 들어서는 경계였고, 예로부터 오크와 고블린의 준동에 시달렸던 지역이었다.
비슷하게 오크의 침략을 겪은 엘프는 국경 전체를 수십 미터 높이의 장벽으로 막았지만, 리자드맨은 엘프와 같은 역량이 없었기에 요새를 여럿 축성한 것이 고작이었다.
그 탓에 소규모 오크, 고블린 무리의 침입을 허용하기 일쑤였고, 백성의 원성도 자자했으나 테오칼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애당초 300km가 넘는 국경을 어찌 막겠는가.
그들의 몇 배나 되는 국경에 장성을 축성한 엘프의 행동이 기상천외한 것이었으며, 그것이 천 년 이상 유지 된 것부터 예외적인 것이었다.
리자드맨은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려면 다리가 찢어진다는 것을 잘 알았기에 현실적인 대안을 택했다.
1. 국경에 요새를 촘촘하게 짓는다.
2. 오크와 고블린의 세가 늘기 전에 솎아낸다.
지금 국경에서 진행되는 공사가 1번에 해당했다.
“꿈지럭대지 마라!”
짜악—!
리자드맨 감독관이 채찍을 휘둘렀다.
채찍은 그의 앞을 지나가던 노인의 등허리를 때렸다.
“아악!”
등가죽이 찢어지며 피가 튀고 노인은 고꾸라졌다.
그러나 곧장 바들바들 떠는 손으로 바닥을 짚고 일어섰다.
일어서지 않는다면 또다시 채찍을 맞을 뿐이란 것을 경험으로 알았으니까. 고통으로 식은땀을 흘리면서 이를 물고 행렬로 들어갔다.
“쯧.”
그 모습을 보며 요새의 성주가 혀를 찼다.
“너무 거칠게 대하는 거 아닌가?”
“아닙니다. 인간은 채찍질을 자주 해주지 않으면 금세 나태에 빠지는 동물입니다. 보십시오. 저 늙은이가 채찍에 맞자 다른 인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지 않습니까.”
“음···.”
성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인간 노예를 구하기가 힘들어. 죽으면 곤란하네.”
“물론입니다. 적당히 조절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보다 원정에서 따로 들려오는 소식은 없습니까?”
“뭐, 똑같지. 어디서 싸웠다, 어디를 정복했다, 그뿐이야. 자네가 기대하는 소식은 전혀 없으니 포기하게.”
감독관은 인상을 찌푸렸다.
“노예를 추가로 보내주지 않으면 공사 진행이 어렵습니다.”
“어렵다고? 공사를 못 할 정도인가?”
“그 정도는 아닙니다만···.”
“그럼 됐네. 공사가 늦어도 좋아. 중단만 하지 않으면 돼.”
“하지만, 소문을 듣지 않으셨습니까?”
판토니아에서 오크가 세력을 모으고 있다는 소문.
오크의 잦은 국경 침입에 시달리는 리자드맨으로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는 소문이었다. 오크가 엘프나 드워프를 노릴 리는 없고, 흡혈귀나 인간 혹은 리자드맨을 노릴 것이 분명했으니까.
지금 한창 국경 요새를 보강하는 이유가 그 탓이었다.
“저것들을 보십시오.”
감독관은 한숨을 푹 쉬고 인부들을 가리켰다.
수천 명의 인부가 건축 자재를 나르며 구슬땀을 흘렸다.
“인부라고 보낸 것이 전부 애새끼 아니면 늙은이뿐입니다. 이래서야 진척이 너무 늦습니다. 올해 안에 끝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인부는 모두 인간이었다.
테오칼 왕국 전역에 있는 목장에서 동원한 인간.
성별은 남녀 혼성이었으나 연령대는 어린아이와 노인뿐. 두 연령대 사이에 있어야 하는 청년이나 중장년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지 않나.”
성주는 고개를 저었다.
인간 노예가 모자란 이유는 전쟁 때문이었다.
블라드의 미케나 제국과 전쟁을 이어가면서 전비를 충당하고자 인간 목장을 처분하고 있었다. 그 탓에 요새 보강에 동원해야 할 노예가 부족하게 된 것이었다.
“미케나 제국을 고꾸라뜨릴 기회야. 엘프도 그렇고, 드워프도 그렇고, 심지어 나가까지 미케나를 멸망시킬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안달이 났네.”
“······.”
“오크를 제외한 모든 종족이 미케나와 싸우고 있는데, 우리만 빠지면 어떻게 되겠나? 싸울 것이라면 확실하게 싸워서 우리 몫을 주장해야지.”
“그래도 말입니다. 인간을 저렇게 팔아서야···.”
“걱정하지 말게. 이번 전쟁이 끝나면 다음은 인간이야.”
애당초 인간 목장을 처분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인류 제국이 오래 가지 못하리라 보았기 때문이다.
“전하께서 목장을 처분하시는 이유는 전쟁 때문만이 아닐세. 지금이 목장을 비싸게 처분할 수 있는 시기라는 점도 이유지. 인간의 제국이 노예 수출을 막을 뒤로 노예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았나.”
인간 노예의 가격이 얼마나 올랐냐면, 천 년 동안 하향 곡선을 그리던 가격이 천 년 전으로 회귀했다는 말이 들릴 정도로 급등했다.
“지금이야 노예가 없어서 난리지. 불과 몇 년 전에는 너무 많아서 난리였어. 서남 반도에서 쏟아지는 노예 때문에 가격이 폭락해서 목장 유지비도 못 뽑았지.”
“그건 그렇습니다만···.”
“인간의 제국을 무너뜨리면 또 그렇게 될 거야. 전하께서는 그것을 아시니까, 비싸게 팔 수 있을 때 처분하시는 걸세.”
미케나 제국이 무너지면 다음 차례는 인간의 제국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대의제가 어떻고, 가축이 어떻고, 같은 이유가 아니라 더 현실적인 이유. 제국이 인간 수출을 금했기 때문이었다.
“황제라는 놈이 큰 실수를 했어. 인간 수출을 막다니? 제 딴에는 동족을 위해서 그랬는지 모르겠으나, 이 세상에 노예를 부리지 않는 나라가 어디 있는단 말인가?”
이종족의 사회는 노예제 사회였다.
공식적으로 노예를 금하는 나라는 인류 제국뿐.
그 외의 모든 나라는 노예를 기반으로 사회가 굴러갔기에 노예를 금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노예란 대개 인간을 가리켰다.
인간 외의 종족을 노예로 부리는 경우는 오크, 고블린처럼 동족조차 사냥하는 경우나 빚이나 전쟁 포로로 잡힌 사람을 노예로 삼는 경우를 제외하면 드물었다.
태생부터 노예 취급을 받는 종족은 인간밖에 없었다.
한데, 인간 노예의 수출을 막는다?
이종족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인간 노예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커졌다. 편리함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노예는 계속 안정적으로 공급될 필요가 있었다.
아직은 리자드맨의 영토에 인간 목장이 남아 있었고, 인류 제국이 정복하지 않은 인간 영토가 여럿 남아 있었다. 이곳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인간이 공급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식의 공급은 오래 가지 못할 터.
넘쳐나는 수요를 채울 방법은 인류 제국이 인간 수출을 허락하는 것뿐이고, 제국이 거부한다면 전쟁은 필연적이었다.
“조금만 버티면 돼.”
성주가 감독관의 어깨를 두드리며 다독이던 차에, 공사장 한편에서 소란이 일었다.
“웬 소란이냐.”
병사들이 한 아이를 끌고 성주 앞으로 왔다.
“탈주자가 있었습니다.”
“탈주자?”
새파란 남자아이가 병사의 손에 이끌려 영주의 앞에 무릎 꿇려졌다.
잡혀 오면서 여기저기 맞은 듯 온몸에 퍼런 멍이 들었고 얼굴은 탱탱 부었다.
“혼자인가?”
“네. 동조자는 없어 보입니다.”
영주는 눈매를 좁히고 혀를 날름거렸다.
채찍을 휘두르고 족쇄를 채워도 자유에 대한 열망을 죽이지 못했다. 특히 바로 옆이 네루프 평야라는 점은 한 걸음만 내디디면 자유를 가질 수 있다는 착각을 일으키기 마련이다.
그들 대부분이 탈주 중에 잡히고 나머지는 탈주 후에 굶어 죽거나 오크, 고블린에게 사냥당할 운명.
그런데도 탈주자는 잊을만하면 나타났다.
“처형하라.”
“처형이요?”
감독관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반응에 영주가 피식 웃었다.
“왜? 불쌍하다고 생각하나?”
“조금 전에 제게 노예를 적당히 다루라고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영주는 코웃음을 쳤다.
“이게 적당함일세. 자네도 말하지 않았나. 인간은 자주 채찍질을 해야 한다고. 탈주도 마찬가지야. 독방에 며칠 가두고 용서하는 식으로 대응하면 우리를 우습게 보지. 이러니저러니 해도 죽이지는 않는구나, 라고 생각하는 동물이 인간일세. 그러니 가끔은 이렇게 본보기를 보여서 긴장을 유지할 필요가 있어.”
하물며 처형당하는 죄인은 성인식도 거치지 않은 아이.
그들의 무자비함을 보여주기에는 적절한 물건이었다.
“묶어라!”
병사들은 소년을 성벽 위로 끌고 가서 목에 매듭을 걸었다.
소년은 죽음을 앞에 두고 겁이 나서 눈물을 흘렸다.
부은 얼굴에 눈물이 흐르고 몸이 떨렸다.
“시끄러.”
“애새끼가 찡찡거리긴.”
병사들은 인상을 구기고 소년의 입에 재갈을 물렸다.
리자드맨에게 있어서 인간은 비늘 없는 가축에 불과했으니, 아이의 울음에 감정이 동하기는커녕 짜증이 일었을 뿐이었다.
“애초에 도망치지 않았으면 됐잖아.”
“——!”
소년은 성벽 여장에 올라섰다.
뒤에 선 병사가 발길질하면 소년은 성벽 아래로 떨어질 것이고, 매듭은 목을 조일 터. 소년의 넝마 바지가 실금으로 축축하게 젖었다.
짜악!
감독관이 채찍을 휘둘렀다.
처형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공사는 이어지고 있었다.
성벽 앞을 지나가는 인부들이 아이의 죽음을 보지 않으려고 고개를 돌리자, 감독관은 채찍을 휘두르며 꽥 소리쳤다.
“고개를 돌리지 마라!”
채찍이 고개를 돌린 인부를 때렸다.
인부들은 마지못해 소년을 올려다보았다.
소년의 눈동자에 어린 절망과 공포를 읽었다.
“잘 봐라! 의무를 저버리고 도망친 겁쟁이의 최후다!”
사형 집행인이 오른발을 무릎 높이까지 들어서 걷어차려는 순간,
부———
나팔 소리가 울렸다.
“무슨 일이냐!”
성주가 깜짝 놀라서 첨탑을 올려다보았다.
첨탑에서 감시병이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미상의 군대가 접근 중!”
“군대?”
성주는 성벽 위로 올라가 지평선을 보았다.
여름이 다가오며 뜨거운 바람이 부는 평야.
그 끝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오크인가···?”
눈매를 좁히자 지평선을 가득 채운 무리가 보였다.
아지랑이가 조금씩 가라앉으며 형체가 점점 또렷해지기 시작하니, 성주는 무리의 정체를 깨닫고 눈을 크게 떴다.
“인간?”
인간의 무리가 지평선을 넘어오고 있었다. 인류 제국의 군대가 네루프 평야를 지나서 리자드맨의 왕국 테오칼에 당도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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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
요란한 나팔 소리.
나는 오른손을 들어서 한 차례 휘저었다.
권속으로 이루어진 기병대가 대열의 선두로 나왔다.
“칼리오페. 기병과 합류해서 성 밖에 있는 인간을 구하라.”
본디 권속 기병대는 육군총장 젝트의 지휘를 받아야 했지만, 리자드맨은 이전까지의 적과 달랐다. 혹여 예상 밖의 강자가 나타날 수 있었다.
이를 대비해 나는 칼리오페를 지휘관으로 삼아 보냈다.
“네, 에다르 님.”
칼리오페는 즉각 기병대를 이끌고 달렸다.
기병대가 달리기 시작하자 나팔 소리가 더욱 커졌다.
둥— 둥—
적의 요새는 북을 치면서 요새 밖에 있는 이들에게 퇴각을 알렸다.
그러나 요새 밖에 있는 이들은 대다수가 인간이었고, 그들은 인간의 군대를 보며 멍하니 있을 따름이었다.
날 때부터 가축으로 자란 인간이 노예가 아닌 인간의 군대를 본 적이 있었겠나. 기껏해야 화살받이로 동원되었을 때, 인간이 무리 지어 움직이는 정도가 전부였겠지.
리자드맨 병사들이 움직이지 않는 인간들을 잡아서 요새로 끌고 가는 모습이 보였다.
“리자드맨과는 정면대결을 피하겠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이 정도는 대결도 아니지. 사소한 충돌이다.”
이깟 요새 하나에 수비군이 몇이나 있을까.
끽해야 수백 명에 불과할 터다. 지원 부대까지 포함해서 10만에 가까운 군대가 이 자리에 있는데, 저 정도는 점령해 주어야 적이 우습게 여기지 않을 거다.
“쏴, 쏴라! 성안으로 못 들어오게 해!”
적은 기병대에게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못했다.
요새 밖에 있는 병사와 인부를 들여 보내다가 기병대가 성문으로 접근하는 시늉을 하자 성문을 올리고 화살을 쏘았다.
기병대는 화살을 쳐내면서 요새로 들어가지 못한 리자드맨을 도륙하고 인간 인부들을 이끌며 본대로 귀환했다.
그들의 수가 족히 4,000명이 넘었다.
모두 어린애와 노인.
‘돈이 되는 인간은 팔아버린 건가.’
나는 속에 끓는 화를 억누르며 군을 활 사거리 밖에 세우고, 근위병과 함께 요새 가까이 접근했다. 그러자 화살 여럿이 날아왔으나 근위병의 손짓에 모두 바스러졌다.
“네놈!”
성벽 위에서 가장 화려한 옷을 입은 도마뱀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원숭이의 황제를 참칭하는 것이 너렷다! 무슨 목적으로 온 것이냐! 원숭이는 반도에서 나갈 수 없음이 대의제의 규율임을 몰랐더냐!”
나는 피식 웃고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냉소를 지었다.
대의제 따위, 나와 척을 진지 오래건마는 무슨 소용인가?
“너와 할 말은 없다. 너의 주인을 불러와라.”
“꺼져라! 감히 너 따위가 무엇이라고 전하를 찾느냐!”
“입이 험하군.”
나는 재차 손을 들었다.
펑!
공성포가 불꽃을 토하며 포탄을 날렸다.
포탄이 성벽을 정확하게 후려쳤다.
후두두둑···
성벽의 겉면이 크게 파이고 파편이 떨어졌다.
성주는 고개를 내려 피해를 확인하고 말을 더듬었다.
“무, 무슨···.”
이제는 물릴 정도로 흔하디흔한 반응.
“항복하라. 네가 인간을 두고 요새를 포기한다면 안전을 보장하도록 하지. 그리고 네 주인에게 돌아가서 나, 에다르 룬드링겐, 인간의 황제가 왔음을 알려라.”
“웃기지 마라! 원숭이 따위가 여기가 어디—“
펑! 퍼벙!
포성이 다시 이어지며 성주의 말을 끓었다.
성주는 포성을 듣자마자 여장 뒤로 몸을 숨겼다.
“아직도 할 말이 있나?”
“······.”
성벽에 고개를 내미는 도마뱀이 한 마리도 없었다.
“계속 쏴라. 저것들이 항복할 때까지.”
쾅! 콰광! 콰과광!
사흘 동안 이어진 포격.
성벽은 첫날에 바로 무너졌다.
그러나 나는 요새로 돌입하지 않고 포격을 이어갔다. 의미도 없는 요새 따위 점령할 필요가 없었으니. 수비군이 항복할 때까지 포격했고 요새는 사흘이 되던 날에 백기를 들었다. 그리고 나는 요새를 주둔지로 삼아서 기다렸다.
테오칼의 왕이자 리자드맨의 화신, 수몬테마가 내 앞에 당도하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