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 a human empire by creating a clan RAW novel - Chapter (124)
권속 생성으로 인류 제국 건설 126화(126/185)
인간 목장(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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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제국 재상 스카디가 내게 물은 적이 있었다.
“신이란 게 대체 뭐죠?”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답했다.
“과학이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존재.”
스카디는 눈살을 찌푸리며 다시 물었다.
“과학은 이해하겠는데요. 상식은 무슨 말이죠? 과학이나 상식이나 거기서 거기 아닌가요?”
“아니. 다르다. 이 세상은 마법이 존재하지 않더냐. 거기에 영혼과 같은 영적인 존재 또한 실존하는 세계 아니냐? 이것은 과학으로 설명되지 않으나 상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
한데, 그 둘로 납득할 수 없는 존재가 있다면?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신이라는 존재였다.
“멀리 갈 것 없이 나를 보아라. 나는 내 영혼의 힘을 끌어서 빛을 발하지 않더냐. 빛에 닿은 병자가 치유되는 모습이 과학이나 상식으로 설명할 수 있나?”
이렇듯 과학과 같은 보편적인 진리나 법칙으로 풀 수 없는 미지의 힘을 어찌 여겨야 할까. 이 세계의 사람들은 단순하게 해결했다.
– 그것이 신의 힘이요, 그 힘의 주인은 신이시다.
그래.
그렇게 해서 신이란 족속이 만들어졌다.
엘프는 제 종족을 낳는 나무를 세계수라 불렀고, 드워프는 거장을 조상신으로, 나가는 가장 오래 산 자를 신으로, 오크와 고블린은 그저 강한 자를 섬겼다.
그리고 인간은 호르비드라는 늑대를 신으로 섬겼고.
“리자드맨은요?”
“리자드맨은 돌연변이를 신으로 섬기지.”
리자드맨은 알에서 태어난다.
알을 개인이 아니라 산란장이라 부르는 양육시설에 모아서 기르는데, 이때 산란장은 마력의 흐름이 가장 정갈한 장소에 지었다.
마력이 풍부한 산란장에서 자라는 리자드맨은 알 속에서 변이를 일으키고, 변이의 결과를 두고 계급이 정해진다.
일꾼, 전사 그리고 왕.
리자드맨 대부분은 일꾼이고, 소수의 전사가 태어나며, 수백 년에 한 번쯤 왕이 태어난다.
왕은 산란장의 마력을 모조리 흡수하며 성장하고, 이 과정에서 같은 산란장에 있는 다른 알마저 폐사시킴으로 자신을 드러낸다. 리자드맨은 왕을 다른 말로 화신이라 불렀다.
“리자드맨의 왕은 마력 적성이 높고 욕심도 많은 돌연변이에 불과하다. 그러나 마력 적성이 높다는 말은 잠재력이 높다는 말이기도 하다. 오크와 고블린이 강자를 숭배하는 것을 알고 있나?”
“알고 있어요. 리자드맨도 똑같다는 건가요?”
“똑같다. 강자가 숭배 받는 세상이기에 왕 또한 숭배 받았고, 그것이 종교적 색채를 가지면서 왕이란 신이 육신에 깃든 존재라고 믿게 되었지.”
오크나 고블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두 종족은 가장 강한 자를 자신들의 욕망을 채워 줄 수 있는 우두머리 정도로 여겼고, 욕망을 채워주지 못한다면 언제라도 등을 돌렸다.
반면에 리자드맨은 개인의 욕망보다는 집단의 이익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었고, 구성원 모두 전사에 속하되 하급, 중급, 상급처럼 높낮이가 존재하는 오크와 다르게 뚜렷한 계급이 존재하는 종족이었다.
“현 시점에서 존재하는 리자드맨의 화신은 셋. 리자드맨의 나라가 셋으로 나뉜 것은 각각의 화신이 왕국을 꾸리고 있기 때문이다.”
본디 셋 보다 많은 나라를 가졌으나, 다른 여왕을 가진 개미들이 서로 다투는 것처럼 리자드맨 또한 서로 다투는 탓에 셋만 남았다.
그 셋 중 하나가 테오칼 왕국의 화신 수몬테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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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 90】
“감히···.”
수몬테마가 이를 드러내며 그르렁거렸다.
나는 무너진 성벽 위에서 녀석을 내려다 보았다.
성벽은 국경 요새였던 곳이고, 이제는 제국 원정군의 주둔지가 된 곳이었다. 요새가 너무 작아서 원정군 대부분은 주둔지 안으로 들어오지도 못했지만.
“원숭이가 감히 여의 영토를 넘봐?”
마력이 담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수몬테마는 요새에서 멀찍이 떨어진 곳에 있었다.
저가 이끌고 온 군대를 뒤에 세우고, 열두 마리의 리자드맨이 짊어진 가마 위에 앉아서 나를 노려 보았다.
피골이 상접할 정도로 말라서 병이라도 걸렸나 싶은 모습.
그러나 저 육신에 담긴 영혼은 거대하여 자연스럽게 제 기운을 흘리고 있었다. 녀석의 영혼이 워낙 크기에 마력에 둔감한 인간이라도 느낄 수 있을 터.
‘과연, 가짜라도 신은 신이라는 건가.’
나는 속으로 웃음을 흘렸다.
녀석의 몸 주변으로 아지랑이가 일렁였다.
마력에 의해 주변 공간이 뒤틀리는 것이었다.
“나는 네 영토에 관심 없다. 수몬테마.”
나 또한 목소리에 마력을 담아서 답했다.
그러자 녀석의 목소리가 울렸듯이 내 목소리도 울렸다.
녀석은 놀란 듯 눈을 떴다가 다시 눈매를 좁혔다.
내 마력의 근원이 영혼임을 알았을 테니까.
“내가 원하는 것은 인간이다. 너희가 인간을 가축으로 기르고 있음을 안다. 나는 아홉 번째 자리를 가진 자로서, 인간을 대표하는 자로서 인간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네게 인간을 풀어 줄 것을 요구한다.”
하, 하고 수몬테마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고작 그깟 소리를 지껄이러 온 것이냐?”
그깟이라.
나는 눈은 고정한 채, 한쪽 입꼬리만 올리고 답했다.
“그래. 네게는 그깟 것에 불과한 인간을 원한다. 무상으로 취하지는 않겠다. 값은 치르지. 어차피 인간을 판다면 내게 팔아도 문제 없지 않나.”
“꺼져라!”
수몬테마가 고함쳤다.
거센 바람이 나를 향해 불었다가, 바람이 내게 닿기 직전에 사그러들어 미풍만이 내 살갗을 간질였다.
“내가 기르는 원숭이는 내 재산이다! 내 재산을 누구와 거래할 지는 내가 정한다! 너 따위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네가 아무리 값을 불러도 네게 넘기지 것이다!”
그렇겠지.
애당초 그럴 가능성이 있었다면 이렇게 원정군을 동원할 필요도 없었다. 그저 값을 주고 인간 목장을 통째로 사오면 되었으니까.
“네까짓 것이 무리를 이끌고 내 땅을 점거한 것은 나를 겁박하기 위함이렷다! 허나, 내가 너희 따위에게 겁먹을 이유가 어딨더냐!”
수몬테마가 오른손을 번쩍 들었다.
맑은 하늘에 먹구름이 끼고 거센 바람이 불었다.
우르릉—
“반도에 숨어 명이 끝나기를 기다렸어야지! 대의제의 규율을 되새기며 후회에 빠져 죽어라!”
녀석의 손이 나를 가리키는 순간, 벼락이 내리쳤다.
콰광!
벼락은 나와 수몬테마 사이에 떨어졌다.
지면을 때리고 사방으로 가지처럼 뻗어나간 자국.
수몬테마는 벼락이 남긴 그을림을 보고 눈을 깜빡였다.
무언가 잘못되었다, 라는 속내가 표정에 훤히 드러났다.
“이런.”
나는 미소를 짓고 턱을 살짝 세웠다.
내 태도에 수몬테마가 으드득, 이를 깨물고 다시 벼락을 불렀다. 아까보다 센 바람과 큰 굉음 그리고 세 번이나 연속되는 벼락이 내리쳤다.
쿠르릉!
콰광! 쾅! 쾅!
세 벼락 모두 같은 자리에 떨어졌다.
조금 전 벼락이 내렸던 자리와 같은 곳.
지면이 그을림을 넘어서 벌겋게 익었다.
“뭣···.”
수몬테마가 작게 입을 벌렸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가만히 뒷집을 지고 섰다.
“겁을 주는 것은 그 정도면 되지 않나. 수몬테마.”
네 번의 벼락은 본디 내게 떨어져야 했다.
수몬테마가 나를 죽일 심산으로 벼락을 부른 것이니.
하지만 내가 녀석의 마력에 간섭해서 막아냈다.
녀석의 마력이 영혼에서 발하는 것이니까, 녀석이 나와 같은 힘을 부리고 있으니까, 내가 개입해서 방해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겠나.
거짓된 신을 상대할 수 있는 것은 같은 신이다.
“이, 이···!”
수몬테마는 분노와 치욕으로 몸을 떨었다.
태생이 도마뱀인지라, 화가 난다고 얼굴에 피가 쏠리고 붉게 물들지는 않았으나 녀석이 품은 마력이 거칠게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다른 리자드맨은 반응이 달랐다.
화신이 왜 화를 내는 지 몰라서 몸을 움츠리고 눈치를 살필 뿐. 내가 대놓고 힘을 보인 것도 아니고, 수몬테마가 부른 벼락이 녀석들에게 떨어진 것도 아니니까.
정확한 사정을 하는 사람은 나와 수몬테마 뿐이었다.
리자드맨이 보기에 녀석이 나를 겁박하는 것으로 보일 터.
“이놈!”
녀석이 두 손을 번쩍 들었다.
그러자 강렬한 회오리바람이 불었다.
회오리가 얼마나 큰지, 요새를 삼키고도 남았다.
녀석은 나를 노려보면서 이를 드러내고 미소를 지었다.
‘어디 이것도 막아 봐라.’
그런 생각이나 하고 있겠지.
나는 활짝 펼친 왼손을 앞으로 뻗으며 고했다.
“사그러들어라.”
바람이 뚝 끊어졌다.
폭풍은 허상이었다는 듯이.
태양을 가린 구름 또한 사방으로 흩어졌다.
햇빛이 다시 지면에 내리며 온기를 일으켰다.
헉—
훅,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들렸으니.
녀석이 어찌나 놀랐는지 보지 않아도 알았다.
“음.”
나는 솟구치는 두통에 무심코 관자놀이를 누르려다가 손을 내렸다. 벌써부터 약한 모습을 보여서야 안 되지.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미소를 띠며 녀석을 보았다.
“더 할텐가?”
내가 네게 굴욕을 주어야 하나?
뒷말은 하지 않았지만, 녀석은 뜻을 알았으리라.
내가 마음만 먹었다면 녀석이 부른 벼락이나 폭풍을 되돌려주는 것도 가능했으니, 그러지 않은 것은 녀석과 협상을 하기 위함이란 것을 모를 리 없을 거다.
부르르···
수몬테마는 굴욕으로 몸을 크게 떨었다.
그러나 분노에 먹혀 달려드는 일은 없었다.
‘리자드맨의 왕국은 셋. 마찬가지로 화신도 셋. 세 화신은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지고 반목하고 있지. 수몬테마는 그 중에서 가장 소심한 녀석이다.’
다른 두 화신과 다르게 말이 통하는 녀석이니까. 아니, 말이 통한다기보다 이렇게 해야 수가 먹히는 녀석이니까.
소심한 사람은 승패가 확실하지 않는 한 패를 꺼내지 않는다.
수몬테마는 지금 깨달았을 거다.
힘에서 나를 압도하지 못함을.
“다시 말하지. 인간을 풀어주어라. 값은 치르겠다.”
나는 수몬테마의 뒤에 도열한 군대를 보았다.
친위군으로 보이는 리자드맨 무리는 6,000마리 남짓.
본디 수가 적은 친위군이고, 레벨이 낮게는 40, 높게는 70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숫자가 참으로 적디적었다. 주력군이 블라드의 미케나 제국으로 출정한 탓이겠지.
수천 년 간 삼강 체제를 유지하던 국가를 멸망시키고 떡고물을 얻어먹을 수 있는 기회였다. 참여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내게 화약 무기가 없다면 이기지 못할 전력이다.’
정규군이 6만에 이르는 원정군.
그 중에서 권속은 700명이 조금 넘는 수.
이들로 화신이 포함된 6,000마리의 리자드맨과 싸우라고?
만약 이기더라도 막대한 피해를 입는다. 신의 힘이란 무서운 것이라, 교국과의 싸움에서도 호르비드가 어둠을 내리거나 괴물을 만들거나 그러지 않았나.
리자드맨이 그와 같이 축복을 받고 달려들면?
‘그러니 수가 모자람에도 나를 이길 수 있으리라 판단했겠지.’
하지만 내게는 권속과 화약 무기가 있었다.
화약 무기를 직접 경험하지 못한 적을 상대로 포병과 총병을 동원한다면 어렵지 않게 이길 수 있다. 역으로 쉽다고 할 수준은 아니었지만, 이대로 회전을 치루면 무조건 이긴다.
그러나 이기면?
이기면 그 뒤는 어떻게 할 것인가?
눈앞의 6,000마리가 리자드맨의 전병력인가?
수몬테마를 죽일 수 있다는 확신이 있나? 녀석을 죽이면 테오칼 왕국이 항복하나? 아니면 다른 왕국과의 전쟁이 없겠나?
‘회전을 치르면 적지 않은 피해를 볼 것은 확실하고, 미케나 제국으로 원정 간 본대가 회군할 것도 확실하다. 내가 인간 목장을 수습하기 전에 테오칼의 전군과 맞붙게 될 텐데, 이를 감당하라고?’
테오칼을 어떻게 정복해도 문제다.
비등한 국력의 왕국이 두 개나 더 있었다.
나머지 두 왕국과도 싸우게 된다면, 총병대 8,000여명과 권속 700여명으로 리자드맨의 세 왕국을 정복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애당초 내가 지금 원정을 시작한 이유 중 하나가 세 왕국이 미케나 제국과 싸우느라 텅 비었기 때문이었다. 전력이 비었기 때문에 협상을 강요하기 쉬우니까.
‘그러니 내가 요새를 점령해서 수몬테마를 도발하고, 녀석이 일으킨 재해를 상쇄하며 내가 녀석과 동등한 존재라는 것을 보인 것이지.’
나와 겨루면 피를 볼텐데, 그러겠나?
조금이라도 머리를 굴릴 줄 안다면 절대 못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