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 a human empire by creating a clan RAW novel - Chapter (127)
권속 생성으로 인류 제국 건설 129화(129/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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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아믹은 끓어 오르는 분노를 꾹 참았다.
가축 따위에게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탓이었다.
‘인간 따위가 감히.’
수몬테마가 순순히 길을 열었다는 사실에서 짐작은 했다. 눈앞의 인간에게 무언가 있다고. 그러나 코아믹은 쉬이 인정하지 않았다.
그가 기억하는 인간은 목장에서 기른 인간 뿐이었으니.
감히 가축 따위가 그를 겁박한다고?
그런 모양새를 용납하지 않았다.
‘망할.’
하지만 이제 인정해야 했다.
인정하지 않으면 손해만 볼 테니까.
‘이 내가 가축에게 굴복하다니.’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코아믹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둘이었다.
첫 번째 선택지는 이대로 사생결단을 내는 것이었다.
‘이대로 싸우면 승산은···.’
승산은 낮았다.
저 인간 여자의 무위를 보아라.
샌드웜을 발길질 한 번으로 무력화하지 않았나.
이는 코아믹도 보이지 못하는 압도적인 무위였다.
‘왕궁 내에 있는 친위대가 일 백. 지금쯤 왕궁 주변으로 수비군이 대기 중일 터다. 저년이 아무리 강해도 양을 짓누를 정도는 아니겠지만 손해가 막심할 거다.’
에다르와 칼리오페를 죽이기 전에 코아믹 자신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위험을 느꼈다.
단순한 직감이 아니라 확신에 가까운 위험.
‘처음부터 이것을 노렸다고?’
코아믹은 에다르의 지적을 떠올렸다.
– 너는 나를 죽일 기회를 잡기 위해서 거리를 내주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아라. 이 거리에서 내가 너를 죽이지 못하리라 보는가?
그 말대로였다.
에다르가 코아믹을 죽이면 그도 무사하지 못하겠지만, 거꾸로 코아믹이 에다르를 죽이려 들면 코아믹도 무사하지 못할 터.
‘수몬테마도 이딴 술수로 넘긴 거냐.’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으면서 에다르를 노려 보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인간 따위에게 굴복하기는 싫다.’
두 번째 선택지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코아믹은 수몬테마와 달랐다. 다른 두 화신을 죽이고 유일한 화신이 되기를 바랐어도 이런 식으로는 아니었다.
다른 종족도 아니고 가축이나 다름없는 인간의 힘을 빌려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었다.
‘다른 두 놈을 잡는 데에 가축의 도움은 필요 없어!’
애당초 신뢰도 없었다.
수몬테마, 코아믹, 두 화신에게 협상을 걸지 않았나.
쿠이라우에게 또 다른 수작을 걸지 말라는 법이 있나?
세 치 혀로 대의제를 농락한 인간이 코아믹에게 득이 되는 결과를 만들어 주지란 믿음도 없었다.
‘수몬테마, 머저리 같은 놈.’
수몬테마가 길을 내주지 않았다면 이렇게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만약 조금이라도 전력에 여유가 있었다면, 제국군이 수도가 아닌 다른 장소에 나타났다면 협상이고 뭐고 없이 결판을 냈을 텐데.
빠드득, 이를 갈면서 화를 끓였다.
‘차라리 내게 도움을 요청했어야지! 그랬다면 나나 쿠이라우가 도왔을—‘
문득, 생각을 멈추었다.
‘돕는다?’
그래.
그 방법이 있었다.
앞의 두 선택지 말고 세 번째 선택지.
제안을 받은 척하면서 쿠이라우와 협공하는 것.
‘바로 그거야.’
인간을 넘기겠다, 대신 쿠이라우를 죽여라, 라고 약조하고 제국군을 쿠이라우에게 보낸다. 그리고 미케나 제국으로 보낸 원정군을 회군시키면서 제국을 추격한다.
통행 허가를 내어주어도 허튼짓하지 않도록 감시는 해야 하니까. 감시하는 척 제국군을 쫓으면서 군대를 모았다가 쿠이라우와 함께 협공하면?
단순하지만 이보다 확실한 방법은 없었다.
‘물론··· 이 가정은 쿠이라우가 인간과 싸운다는 전제 조건이 필요하지. 하지만 쿠이라우는 반드시 그럴 거다. 우리 셋 중에서 가장 거친 놈이니까.’
성격도 성격이지만 상황도 좋았다.
코아믹이 쿠이라우에게 제국군보다 앞서 소식을 전하면 대비할 시간은 충분하고, 쿠이라우의 왕국은 수도를 급습할 우회로가 전혀 없었다.
‘나는 심장이나 다름없는 수도를 기습당해서 이런 굴욕을 받았다. 허나 쿠이라우는 아니야. 일 만도 되지 않는 군대로 국경 요새에서 깔짝거려 봐야 부질없다. 요새 하나 점령하기도 벅찰 거다. 쿠이라우가 그깟 요새 하나 점령당했다고 기죽을 성격이냐? 되레 화를 돋울 뿐이다.’
코아믹이나 쿠이라우나 화신이었다.
화신은 신으로 추앙받는 존재로서 자존심이 높았다.
그런 그들이 가축에게 강압 받는 상황을 용납하겠는가?
자존심을 굽히며 이득을 취한 수몬테마가 특이한 녀석이었다.
‘겸사겸사 쿠이라우에게 피해를 입힐 수도 있겠고.’
잘하면 인간을 잡은 뒤에 쿠이라우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인간에게 이용당하는 것은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지만, 인간을 이용한다고 생각하자 마음에 들었다.
“네 제안대로 모두 넘겨주지. 대신 쿠이라우의 목을 내게 가져와라. 네가 목을 가져온 뒤에 인간을 넘겨주겠다.”
“그러지.”
에다르는 수몬테마에게 한 것처럼 똑같이 답했다.
“출발은 언제 하지?”
“열흘 뒤.”
“꽤 오래 머무는군.”
코아믹은 내심 웃었다.
열흘, 쿠이라우에게 알리기 충분한 시간.
원정군이 회군하기에는 모자란 시간이어도 쿠이라우가 사태를 파악하고 영내에 잔존한 군을 소집하기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제국군이 쿠이라우의 영토로 향하는 시간까지 고려해야 하니까.
‘패밀리어를 통해서 전령을 전하면 적어도 원정군의 일부는 놈이 국경을 넘기 전에 합류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웃음은 짧았다.
“후발대가 도착하지 않아서.”
후발대?
일만 명이 다가 아니라고?
수도에 당도한 제국군의 수는 일 만.
그들이 전부라고 생각한 코아믹은 당황했다.
“몇 명이나 산맥을 건넌단 말이냐?”
“글쎄.”
에다르는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대답을 피했다.
제국군의 전력은 사흘이 지나자 밝혀졌다.
“5만?”
후발대는 선발대의 다섯 배에 달했다.
일 만도 되지 않고, 갑옷도 제대로 입지 않은 채 날 없는 창이나 들고 있던 선발대와 다르게 후발대는 중무장을 갖춘 대규모 부대.
“···저것이 본대겠군. 쿠이라우에게 연락이 닿았느냐?”
그 사이에 코아믹은 원정군에 파발을 보내어 회군 명령을 내리고, 쿠이라우에게도 제국군의 출현을 알려서 대비하도록 했다.
“예. 쿠이라우 님께서도 즉각 원정군을 돌리기로 하셨습니다. 인간의 군대가 어디로 향하는지만 주기적으로 전해달라고 요청하셨습니다.”
“음. 쿠이라우에게 알리기를 잘했어.”
그러나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이제껏 그가 알고 있는 인간은 목장에서 지내는 가축이었으니까. 그중에서 그나마 괜찮은 가축이 투기장, 전쟁 노예였는데, 그들도 냉정하게 보면 허접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제국군은 어떠한가.
‘숫자만 많다고 보기에는 무장 상태나 군기가 상당하다. 산맥을 넘었다는 것도 잡병이 아니라는 증거고.’
코아믹은 에다르가 영혼을 드러낼 때보다 충격을 받았다.
에다르를 직접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어도 그리 놀라지 않았다. 대의제에서 벌인 행각 하나하나가 큼지막했기에 범상치 않은 인간이라고 이미 생각하고 있었다.
대의제에서 행패를 부리려면 그 정도는 되어야지 않겠나.
제국군은 달랐다.
6만에 이르는 원정군?
숫자만 보면 미케나로 보낸 원정군 못지 않았다.
‘수에 비해 내실은 크지 않을 거다. 놈이 반도를 정복하고 황제를 참칭한 것이 고작 몇 년이니.’
문제는 그 몇 년 안 되는 사이에 세가 이렇게 불어났다는 점이었다. 고작 몇 년 사이에 이토록 세력을 키울 정도라면 그보다 여유가 주어지면?
그것이 그에서 위기의식을 불러왔다.
“어쩌면··· 블라드의 미케나 제국보다 인간을 먼저 노렸어야 했을지도 모르겠군.”
지금이라도 죽여야 한다. 코아믹은 확정했다.
원정군이 돌아오면 수적으로 우세한 쪽은 코아믹과 쿠이라우였다. 회전을 치르면 피해가 크겠고, 수몬테마의 술수에 놀아나는 셈이었어도 이대로 돌려보내면 안 된다고 코아믹은 확신했다.
“제국의 움직임을 주시해라. 대의제를 손 위에 두고 논 작자다. 또 무슨 수작을 부릴지 모른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행동을 보이면 바로 보고 해!”
제국군은 예정대로 열흘째에 출발했다.
코아믹이 길잡이를 보내주겠다고 했으나 에다르는 거부했다.
“길잡이는 필요 없다. 몇 번 왔던 길이다.”
“왔던 길이라고?”
대체 언제?
코아믹이 물었으나 또다시 에다르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래, 어디 잘난 척 해봐라. 네까짓 놈이 대단한 척한다고 결과가 바뀌진 않는다.’
에다르는 선두에서 군대를 이끌었다.
코아믹은 제국군의 경로를 보고 웃었다.
많고 많은 길 중에서 강을 건널 셈이었다.
몇 번이고 왔다고 거들먹거려 놓고 강을 건너?
“길을 안다더니 전혀 모르는군요. 허세였나 봅니다.”
측근의 비웃음에 코아믹은 고개를 끄덕였다.
“돌고 돌아서 과달하라 강이라···. 이전까지 보인 모습대로였다면 조금 참신한 짓거리를 할 줄 알았건마는 허세였나.”
과달하라.
우아칸 왕국과 소치틀락 왕국 사이에 흐르는 강.
그 강은 오랜 세월 두 왕국의 자연 국경으로 취급되었다.
물살은 잔잔했고 수심도 깊지 않았으나 강은 강이었다. 강을 건너려면 배를 띄우거나 다리를 두어야 했는데, 제국군이 향하는 곳에는 항구가 없었으며 다리도 단 하나뿐이었다.
“강을 건너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 다리가 있으니 뗏목을 만들 필요도 없고 그냥 건너면 될 뿐.”
“하지만 굳이 강을 건널 필요도 없지 않습니까.”
“맞다. 우아칸의 수도에서 소치틀락의 수도까지는 직선에 가깝게 길이있지. 이 길을 두고 강이 있는 남쪽으로 우회한다? 시간으로 따지면 두 배나 걸릴 거리를 돌아가려는 멍청한 짓이야.”
제국군이 산맥을 넘은 이유가 무엇이었나?
코아믹이 대응을 할 여유를 주지 않기 위함 아니었나?
그러나 지금 제국군은 정반대의 행동을 하고 있었다.
“이래서야 내가 쿠이라우에게 알릴 필요도 없었겠어.”
코아믹은 몇 번이고 고개를 갸웃하면서 제국군의 뒤를 쫓았다. 그러나 에다르의 제국군이 강가에 도착하기까지 아무리 고민해도 에다르가 허세를 부려서 길을 잘못 들었다, 라고 밖에는 결론이 나지 않았다.
“혹시.”
그렇게 추측하고 넘어가려던 차에 전사장이 말했다.
“설마 멍청하게 쿠이라우와 회전을 벌일 생각은 아니겠지요?”
그의 추측에 코아믹은 헛웃음을 지었다.
“그럴 리 없지 않느냐.”
“그래도 혹시 모르지 않습니까? 놈은 쿠이라우 님의 목을 가져오겠다고 약조했습니다. 따라서 쿠이라우 님이 회전을 벌일 수 있도록 군을 소집할 시간을 주었을 가능성도 있지 않습니까?”
“시간? 우회한 이유가 시간을 끈 것이라 보느냐?”
“예. 놈이 자존심 때문에 길을 모르면서도 아는척 했다가 이 꼴이 났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만··· 지금까지 놈에 대해 들은 바와 너무 다른 행적입니다.”
코아믹은 표정을 굳히고 생각했다.
그가 몇 번이고 고민한 이유가 그것이었다.
차라리 다른 계략이 있어서 의도 모를 짓을 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에다르의 전적은 화려했으니까.
“그렇다면 왜 하필 강을 택한 것이라 보느냐? 무난하게 평야를 택하는 것이 좋지 않나? 혹여 일이 잘못되어 퇴각을 하게 된다면 좁은 다리로는 퇴각이 곤란해.”
다리가 부서지게 된다면 아예 건너는 것조차 불가능하고, 쿠이라우의 영토에 꼼짝없이 갇히는 셈이었다.
전사장은 답을 아는 듯했으나 머뭇거렸다.
코아믹이 재촉하자 그제야 자신 없는 목소리로 답했다.
“···전하 때문 아니겠습니까?”
“나 때문이라고?”
“전하께서 쿠이라우와 협공을 노리고 있음을 예상했다면 말입니다. 강을 후방에 두어 안전을 도모하는 것이···.”
“······.”
코아믹은 숨을 삼켰다.
설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아니! 그럴 리 없다! 애당초 놈이 쿠이라우와 회전을 벌이겠다는 가정부터 말이 안 된다. 쿠이라우를 이기고 죽이더라도 놈의 전력이 온전하겠느냐? 만신창이가 된 놈을 나나 수몬테마가 가만두겠느냐?”
에다르는 분명 약조했다.
쿠이라우의 목을 가져오겠다고.
코아믹은 약조를 믿지 않았다. 그가 약조를 거짓으로 맺었으니까. 거짓말쟁이가 다른 사람의 말을 어찌 믿겠는가?
“회전은 없을 거다. 또 그놈의 혓바닥을 놀려서 협정을 맺고 흐지부지 처리하려는 속셈일 거다. 분명 그럴 거야.”
자신에게 최면을 걸듯이 중얼거렸다.
전사장은 더는 말하지 않고 뒤로 물러났다.
그 사이에 제국군은 다리를 건너기 시작했다.
둥— 둥—
그리고 그때를 노려서 쿠이라우의 군대가 나타났다.
강을 건너는 순간보다 취약한 순간은 없으니까.
‘이미 다리를 건넜다. 인제 와서 물리지도 못해.’
구릉에서 관망하던 코아믹이 주먹을 꽉 쥐었다.
“때가 왔다!”
코아믹은 몸을 돌려서 소리쳤다.
그의 앞에 우아칸의 군대가 도열했다.
미케나 제국령에서 다급하게 귀환한 원정군과 지방에서 끌어모은 잡병을 포함한 3만의 리자드맨 전사들. 이 중 절반가량이 원정군 출신의 기병과 하마 보병이었다.
숫자만 보면 제국군의 절반에 불과했으나, 제국군은 다리를 건너느라 분산되어 있었다. 수적 우위를 점할 수 없었고, 대응조차 제대로 할 수 없을 터.
“저 먼 땅에서 온 가축이 내게 고했다! 내 울타리를 부수고 내가 기른 가축을 해방하라고! 너희는 이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
전사들이 아니라고 외쳤다.
“그래! 말도 안 되는 헛소리다! 그러니 나는 너희를 불렀다. 흡혈귀와의 전쟁도 멈추고 감히 우리를 겁박하는 노예도 되지 못한 가축을 벌하기 위해서!”
코아믹은 다리를 향해 손짓했다.
“가라! 모두 잡아라! 너희가 잡은 가축은 곧 너희의 것이다!”
두 화신이 이끄는 군대가 제국군의 양면에서 몰아닥쳤다.
‘네가 정말로 멍청한 짓을 한 것인지, 아니면 잘난 계략을 품었는지 보여봐라! 그 어떤 것도 우리의 분노를 이길 수 없음을 보여주겠다.’
코아믹은 제국군의 후방에 나와 서 있는 두 인간을 노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