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 a human empire by creating a clan RAW novel - Chapter (129)
권속 생성으로 인류 제국 건설 131화(131/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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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했군요.”
게하르드의 부관 티투스가 말했다.
“아니, 성공이지.”
그 옆에서 게하르드가 답했다.
임시로 설치한 막사 안에 권속이 여럿 모였다.
그들은 원정군에서 전투력이 상위에 꼽히는 이들.
각자 무장을 점검하면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들었다.
“성공이라고요? 싸우지 않는 것이 최선 아니었습니까?”
“싸우는 것이 최선이었다.”
티투스가 눈매를 좁혔다.
이해 못 하는 반응이 당연했다.
이번 원정은 전투를 최대한 피해야 한다고 거듭 말했는데, 인제 와서 싸우는 것이 최선이라 말하면 이해하기 어렵지.
설명을 요구하는 시선을 받고, 게하르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원정의 목적은 하나가 아니야. 인간을 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지만, 그 외에도 여러 목적이 있다. 폐하께서 쿠이라우에게 결투를 제안하신 것은 그 때문이지.”
“쿠이라우를 죽이기 위해서입니까?”
권속들이 게하르드에게 시선을 모았다.
“맞다.”
나는 손에 쥔 연초를 내려놓고 게하르드를 대신해서 답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원정의 목적은 세 가지다.”
하나는 리자드맨 왕국에 있는 인간은 구하는 것.
둘은 블라드, 미케나 제국의 생명줄을 늘리는 것.
셋은 리자드맨의 세 왕국을 혼란에 빠뜨리는 것.
“이 중에서 인간 목장에 있는 인간을 구하는 것은 아직 진행 중이고, 모기의 명줄을 늘리는 것은 거의 달성 되었지. 너희는 왜 내가 모기를 돕는지 아는가?”
“놈을 살려주면 득이 되기 때문 아닙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인류 제국은 블라드의 전쟁으로 이득을 보고 있었다.
대의제와 블라드가 다투는 덕분에 인류 제국을 향한 견제가 약해졌고, 그 사이에 안정적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었다.
그러나 전쟁이 영원할 리 없지.
그리 길게 이어지지도 않을 터였다.
벌써 몇 년이나 전쟁이 이어지지 않았나.
“산상노인 누아딜의 보안군이 전하기를, 블라드의 전황은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추세를 보면 올해 안에 전면 항복할 가능성이 크다고 하더군.”
“으음···.”
권속들이 표정을 굳혔다.
전쟁이 끝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뻔하니까.
대의제는 전쟁이 끝나는 즉시 제국을 압박하겠지.
상당히 좋지 않은 추세였다. 제국이 급속도로 성장했어도 이종족과 전면전을 벌일 정도는 아니었다. 원정군을 조직하면서 괜히 충돌을 피해야 한다고 했겠나.
“우리가 이종족과 싸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아직은 때가 아니다. 제국을 수립하고 고작 몇 년. 역량을 기를 시간이 더 필요하다.”
따라서 블라드의 명줄을 늘릴 필요가 있었다.
대의제가 블라드에게 발목을 더 오래 잡혀야 했다.
“블라드의 명줄을 늘리기 위해서는 미케나 제국을 공격하는 세력을 약화시켜야 한다. 내가 오크, 고블린으로 하여 엘프를 공격하게 한 것이나, 코아믹이나 쿠이라우에게 원정군을 돌릴 시간을 준 이유가 거기에 있다.”
블라드 입장에서는 적의 절반이 갑자기 사라진 격.
놈이 무능하지 않다면 이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는다.
“그리고 쿠이라우를 죽이는 것은 혼란을 일으키기 위함이지.”
리자드맨은 3국이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서로의 전력이 비등해서 균형을 이루고 있기에 셋 중 하나를 무너뜨리면 균형이 깨진다.
쿠이라우를 죽임으로 셋이 둘이 되고, 화신 없는 왕국 하나가 덩그러니 놓인다면?
남은 두 화신이 쿠이라우의 잔재를 먹고자 날뛰지 않을까.
“하면, 결투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나는 피식 웃었다.
사실 결투는 큰 의미가 없었다.
되는 좋고, 아니면 말고 였는데 성공했을 뿐.
“가지치기지.”
“가지치기요?”
“어차피 싸울 것이라면 그 전에 전력을 깎아내면 좋지 않더냐.”
쿠이라우는 절대 물러나지 않는다.
수몬테마처럼 소극적이지 않고, 코아믹처럼 잔꾀를 부릴 성격도 아니다. 녀석은 단순하고 격정적인 성격이었다.
가축에 불과한 인간 따위와 협상을 할 이유가 없었다.
“녀석은 나를 혐오하는 것만큼 다른 두 화신을 싫어한다. 그러니 회전을 벌이면 두 화신이 득을 본다고 말하고, 회전이 아닌 다른 싸움을 제시했지.”
“회전이나 결투나 별 차이 없어 보입니다만, 먹혔군요.”
“단순한 녀석이니까.”
회전을 벌이면 다른 두 화신이 득을 본다.
하지만 싸우지 않고 인간을 보내주기는 싫다.
결투를 치르면 손실 없이 인간을 무찌를 수 있다.
···같은 단순한 사고 전개에 불과했다.
‘신이란 칭호는 지혜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 그저 주제넘은 힘을 가졌기에 추앙받는 것뿐이지.’
나는 속으로 혀를 차면서 권속들을 보았다.
“결투가 끝나면 쿠이라우는 회전을 시도할 거다.”
쿠이라우는 절대 결투에서 이기지 못한다.
결투 결과에 승복하지도 않을 것이다.
제 분을 못 참고 나를 죽이려 들겠지.
“따라서 결투에서 너희가 할 일은 하나다. 최대한 많이 끌어들여서 많이 죽여라. 너희가 죽인 상대만큼 이다음 전투에서 죽는 형제자매가 줄어들 테니. 그것이 내가 결투를 가지치기라고 부른 이유다.”
“결투는 일대일인데, 많이 죽이란 말씀은—“
와아아아아아아—!
질문을 마치기 전에 막사 밖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쿠이라우가 먼저 대전사를 내보낸 것일 터.
“여전히 성미가 급하군.”
나는 피식, 웃으면서 사념으로 질문에 답했다.
권속들은 사념을 읽고 고개를 끄덕이고 밖으로 나왔다.
“쿠이라우시여!”
양측 군대 사이에 있는 공터.
군대가 마주 보는 그곳에 대전사가 섰다.
대전사는 쿠이라우에 버금가는 체격의 도마뱀이었다.
“이 싸움을 당신께 바치나이다! 이 싸움에서 거둔 가축을 당신께 바치겠나이다!”
대전사는 가슴을 탕탕 치며 맹세를 고했다.
쿠이라우가 미소를 지으며 손을 까딱이자 녀석의 군대가 다시 함성을 질렀다.
【Lv. 86】
“전사장이 아니군.”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쿠이라우가 내놓을 수 있는 최고의 패는 전사장.
한데, 지금 내놓은 대전사는 전사장이 아니었다.
굳이 전사장보다 약한 전사를 내놓다니?
“얕보고 있나.”
허, 하고 웃었다.
나에 대해 모를 리 없을 텐데.
그저 소문에 불과하다고 여기는 건가?
나는 어처구니없어서 고개를 저었다.
“칼리··· 아니, 게하르드.”
“네, 폐하.”
“이길 수 있겠나?”
게하르드는 적의 대전사를 보고 눈매를 좁혔다.
레벨만 따지면 둘 다 똑같은 86이었다.
“이길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가라.”
칼리오페를 보내면 필승이지만, 다른 권속도 이길 수 있다면 굳이 그녀를 보낼 이유가 없지. 고레벨을 사냥할 기회는 흔하지 않으니까.
“이 싸움을 폐하께 바치겠습니다.”
게하르드는 대전사를 흉내 낸 맹세를 고하고 공터로 나갔다. 그는 평소와 다르게 검과 방패로 무장한 채 선수를 취하여 대전사를 공격했다.
깡!
두 대전사의 검이 부딪히자 묵직한 소음이 터졌다.
게하르드는 일격이 막히자 곧장 수세를 취하며 물러났다.
“큭···!”
대전사는 게하르드가 밀린다고 판단하여 뒤쫓았다.
쉴 새 없이 검을 놀리는 탓에 반격할 틈이 없었다.
“원숭이답게 도망치는 것은 잘하는구나!”
게하르드의 볼을 칼날이 가볍게 할퀴고 지나갔다.
볼을 타고 흐르는 피를 보자 대전사의 움직임이 더욱 격해졌다.
‘잘하고 있군.’
나는 게하르드의 사념에서 여유를 읽었다.
불리해서 밀리는 것이 아니라 기회를 엿보는 것이라.
게하르드는 권속이 가지는 특성을 잘 알았다. 바로 체력. 쉽게 떨어지지 않는 체력을 이용하여 지구전을 펼치고 있었다.
‘상대가 자신과 동급이니까, 과감한 공격은 삼가고 견실하게 상대하고 있어. 그래, 훌륭하다.’
욕심을 화를 부르는 법. 속전속결을 욕심내어 과감하게 반격하면 자칫 큰 피해를 부를 수 있었다.
어차피 적은 게하르드보다 먼저 지치게 되므로 수세를 유지하며 자멸하기를 기다리면 그만이었다.
“허억··· 허억···!”
결국, 게하르드의 뜻대로 되었다.
대전사는 금세 체력이 동이나 숨을 헐떡였다.
반면에 게하르드는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대전사의 앞에 서 있었으니, 그제야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은 표정이었다. 때는 늦었다.
“찰나의 승리는 기뻤나?”
게하르드는 씩, 웃으면서 대전사의 목을 쳤다.
툭···
정적이 흘렀다.
대전사가 죽자 쿠이라우의 군대가 입을 다문 탓이었다.
제국군은 처음부터 응원 한 마디 하지 않았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을 뿐이었기에 쿠이라우가 침묵하자 십 만에 가까운 무리가 모인 들판이 소름 돋을 만큼 고요했다.
게하르드는 숨을 깊게 내쉬고 대전사의 목을 들었다.
“이깟 놈을 대전사라고 내놓은 거냐!”
쿠이라우가 게하르드와 시선을 마주하며 부들부들 떨었다.
“차라리 고블린이 낫겠다! 너무 시시해서 하나로는 도저히 성이 차지 않는구나! 이 나를 상대할 자가 어디 없는가! 너희 도마뱀이 몇 마리가 오건 모두 상대해주겠다! 와라! 내 앞으로 와서 너희의 용맹과 무위를 증명해 봐라! 도마뱀들아!”
“카마피치!”
도발에 넘어간 쿠이라우가 소리쳤다.
그러자 즉시 그의 곁에 있던 리자드맨이 뛰쳐나갔다.
【Lv. 89】
바로 내가 주시하고 있던 쿠이라우의 전사장이었다.
“칼리오페!”
나는 다급한 척 외치며 칼리오페를 내보냈다.
그녀는 전사장보다 먼저 게하르드에게 도착했다.
그리고 즉시 전사장이 사선으로 내리긋는 곡도를 막았다.
챙!
“인간 따위가!”
칼리오페가 무릎을 살짝 굽혔다.
“······크, 윽.”
그녀의 입에서 난생처음 신음이 나왔다.
너무도 어색한 신음을 흘리면서 간신히 공격을 막은 것처럼 다리를 떨었다. 그러자 전사장은 이를 악물면서 곡도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어딜!”
게하르드가 그녀를 돕기 위해 칼을 뻗었다.
전사장은 곡도날을 그녀의 이마 앞까지 떨어뜨린 상황에서 게하르드의 칼날을 피하려고 물러났다.
“이 비겁한!”
“······.”
칼리오페는 자세를 고쳐 잡고 게하르드와 연계하며 전사장을 공격했다. 그녀의 움직임은 게하르드보다 아주 조금 빨랐고, 전사장은 매 공격을 간발의 차로 쳐냈다.
“카마피치를 구해라! 얼른!”
그 아슬아슬한 형세에 쿠이라우가 성을 내면서 팔을 휘두르며 전사 셋을 보냈다.
“너희도 가라.”
그에 맞추어 나 또한 근위병 넷을 보냈다.
“저놈이 감히!”
그러면 쿠이라우는 여섯을 보내고, 나는 또 몇 명을 얹어서 보냈다.
마치 도박장에 판돈이 계속 오르는 꼴이라, 일대일 결투로 시작된 싸움은 불과 몇 분 사이에 수가 불어나면서 수십 명이 뒤엉킨 난전이 되었다.
“이것 참···.”
티투스가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같잖은 연기에 웃음 밖에 나오지 않겠지.
지금 눈앞에서 펼쳐지는 결투는 진실을 아는 사람이 보면 연극에 불과하니까.
단칼에 죽일 수 있는 상대에게 밀리는 척하면서 팽팽함을 유지하고, 그 팽팽함을 견디지 못한 쿠이라우가 수위의 전사들을 쏟아내게 만드는 같잖은 연기 혹은 통발이었다.
“정말 통할까, 싶었습니다만··· 통하는군요.”
“단순한 녀석이니까.”
나는 아까 했던 말을 반복했다.
“수몬테마나 코아믹이었다면 통하지 않을 수다. 대전사, 라는 말만 꺼내도 비웃고 무시하겠지. 적어도 그 둘은 슬기롭지는 못해도 멍청하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니.”
쿠이라우는 달랐다.
단순, 격정이란 단어가 가장 어울리는 멍청이.
가진 힘이 지나치게 뛰어나지 않았다면, 다른 두 화신이 서로의 눈치를 보느라 힘의 균형이 유지되지 않았다면 제일 먼저 도태되었을 녀석이었다.
“수몬테마나 코아믹이 나와 직접 맞붙지 않은 이유는 여럿이겠으나,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이 맞붙지 않아도 다른 화신이 싸우겠거니 믿었기 때문이다.”
“그 믿음은 쿠이라우 때문이겠지요.”
“음.”
쿠이라우의 성격은 단순, 격정 그 자체니까.
내가 무슨 수작을 부려도 인간은 가축으로 보지 않는 녀석은 단순하게 생각할 거다. 가축이 반발한다고? 가축하고 왜 대화를 하지?
그나마 내가 초전에서 기병대를 몰살하고, 영혼의 격을 보였기에 잠시 주춤했을 뿐.
등을 돌리면 곧장 잊어버리고 다시 나를 노려와도 이상하지 않을 성격. 두 화신은 녀석의 이런 성격에 믿음을 보낸 것이다.
“하지만 믿음을 저들만 보냈겠나.”
두 화신 못지않게 나도 쿠이라우를 잘 알거든.
그러니 나도 녀석에게 믿음을 보냈지.
이렇게 멍청하게 대응하리라고.
“연기는 이쯤이면 됐다. 죽여라.”
나는 오른손을 들었다.
그 순간, 게하르드가 상대 전사의 눈을 쥐었다.
리자드맨의 머리가 컸기에 한 손에 움켜쥘 수 있는 대상은 눈밖에 없었으니까. 건틀릿을 착용한 그의 손이 리자드맨의 눈을 짓이겼다.
콰직!
“흐아아아아악!”
눈이 터진 리자드맨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넘어졌다.
그 비명에 일방적으로 공세를 취하던 전사들이 멈칫했다.
“폐하께서 고하셨다!”
게하르드는 찌꺼기가 들러붙은 건틀릿을 한 차례 털고 외쳤다.
“연기는 끝이다!”
뎅겅!
동시에 무언가 단번에 잘려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
칼리오페가 전사장의 목을 베었다.
겨우겨우 막는 듯 연기했던 모습을 탈피하고 전사장과 그 뒤에 선 전사마저 함께 베었다. 두 도마뱀의 육신이 왼쪽 어깨부터 오른쪽 옆구리까지 자상이 그어지며 두 토막이 되었다.
“——!”
전사장은 그저 놀라 동그랗게 뜬 눈으로 입을 벌릴 뿐.
바람 빠지는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절명했다.
“모두 죽여라.”
그녀는 서늘한 푸른 눈동자로 적을 훑으며 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