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 a human empire by creating a clan RAW novel - Chapter (135)
권속 생성으로 인류 제국 건설 137화(137/185)
인간 목장(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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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루프 평야에서 북동쪽으로 나아가다 보면 두 가지를 보게 된다. 하나는 뼈가 시린 추위고, 다른 하나는 평야 하나 없이 여러 산이 늘어서 있는 광경.
드워프의 터가 그곳에 있었다.
산이 너무 많은 탓에 산의 수를 헤아리는 행위는 별 의미가 없다. 대신 딱 하나만 기억해도 문제가 없는데, 봉우리 가운데 풀 한 포기 자라지 않고 붉은빛을 띠는 산, 적색 산만 기억해도 되었다.
적색 산은 다른 모든 봉우리보다 우월했다.
그 이유는 적색 산의 주요 매장 광물이 오리칼쿰과 미스랄이기 때문이었으며, 드워프가 정착한 이래 수천 년이나 채굴되고 있을 만큼 매장량이 많기도 했으니까.
그 외의 봉우리는 몇 단계 급이 나누어져 있으나, 대개 오리칼쿰, 미스랄이 매장되지 않은 산일 수록 급이 낮았다.
브루노 브론즈해머는 그런 급 낮은 산의 장인이었다.
“한동안 두문불출하더니 뭘 한 건가?”
아흔 명의 드워프가 브루노의 저택을 찾았다.
브루노는 그들을 저택 마당으로 초대하며 답했다.
“글쎄, 무슨 말인지 모르겠구먼.”
“흥. 자네가 몇 달이나 공방을 비웠음을 모를 사람이 어딨나? 그리고 빈손으로 돌아와서 곧장 공방에 틀어박혔지. 대체 무얼 만든 건가?”
외눈박이 드워프가 일행을 대표하여 말하자, 다른 드워프들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브루노가 산 아래에서 영감을 얻고 돌아왔다고 기대를 품은 것이라.
“어험.”
브루노는 헛기침했다.
“다들 내가 무얼 만들었나 궁금한 모양이구먼.”
동료 장인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했다는 사실이 못내 만족스러워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알고 있으면 군소리 말고 얼른 보여주게.”
“이럴 시간에 망치질 한 번 더하겠어!”
브루노는 마당 한편에 섰다.
드워프에게 마당은 보조 창고나 마찬가지.
각종 물품을 만들고 작동을 실증한 뒤에 내팽개치는 장소였던지라, 곳곳에 만들고 버린 장비가 여럿 있었고, 유일하게 하나가 천막에 덮여 있었다.
“바로 이걸세.”
천막에 손을 얹어서 집을 듯하다가 손을 펼쳤다.
“보여주기에 앞서서, 내가 왜 이것을 만들게 되었나 알려주어야겠지.”
“별로 궁금하지 않네만.”
“자네들도 알다시피 몇 년 전에 인간들이 부족을 통일했네.”
그게 뭐 어쨌다고?
드워프들의 표정이 시큰둥했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물뱀들이 인간과 다투어 패했다고 했지. 거기까지는 다들 알고 있지 않나?”
물뱀은 나가를 말했다.
“알고 있으니까 뜸들이지 말고 빨리 말하게!”
“시답잖은 소리를 하고 있어!”
“우리가 원숭이 따위 궁금해서 온 줄 아나!”
브루노가 두 손을 저으며 다독였다.
“자자, 잘 들어보게. 사실 내가 산에서 내려간 이유는 그 탓이네. 인간들이 제국이란 것을 만든 이후로 노예 공급이 확 줄지 않았나. 내가 그래서 일손을 구하고자 사냥을 간 거였거든. 마침 대의제에서 서남 반도에 무제한 사냥 허가를 내려주었으니.”
드워프들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 가운데 사냥에 나가지 않은 사람이 몇 없었다. 드워프가 손재주가 좋아도 팔과 다리는 각각 두 개였으니까.
기술이 필요 없는 단순 작업마저 직접 하면 능률이 너무 떨어졌다. 본능적으로 창작욕에 시달리는 드워프에게 창의성과 관련 없는 단순 반복 작업은 고문이나 다름없기도 했고.
따라서 장인은 노예를 필요로 했다. 잘 나가는 장인일수록 노예의 수가 많이 필요했다. 그리고 노예란 극소수 예외를 제외하면 인간을 가리켰지.
“요즘 인간 값이 너무 비싸.”
“도마뱀 새끼들이 가격 장난을 한단 말이지.”
“사냥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고···.”
속닥거리며 불만을 뱉었다.
“아무튼, 사냥하러 갔던 나는 노예를 주겠다는 말에 혹해서 티시레돈이라는 물뱀의 도시에 갔네. 정확하게 말하면 물뱀이 아니라 기생충의 도시였지.”
“그래서?”
“티시레돈은 섬이었네. 인간의 침략을 받고 있었지. 배가 없는 인간들이 무식하게 삽으로 땅을 메워서 섬과 육지를 연결하고 있더군.”
“무식하구먼.”
“무식했지. 하지만 나는 그곳에서 엄청난 것을 보았네.”
“엄청난 것?”
“그래! 배가 없다고 바다를 메우겠다? 물뱀들이 가만히 있겠나? 둑길 공사를 막으려고 바다에서 맹렬하게 공격했지. 그런데 인간들은 막아냈네. 기발한 무기를 만들어서 말이야!”
기발한 무기.
그 말에 하품하던 드워프들이 입을 다물었다.
일순간 눈에 총기가 돌아오고 귀를 쫑긋 세웠다.
“그 무기의 위력에 전함이 부서지고 성벽이 무너지더군! 마력을 부린 것도 아니야. 한 줌의 마력도 없어도 그저 사용법만 안다면 누구라도 그럴 수 있어.”
브루노는 천막을 잡아당겼다.
“바로 이거야.”
천막이 가렸던 무기는 대포였다.
청동으로 만든 대포는 길이가 3m에 이르는 대형.
구멍의 지름도 사람 머리보다 넓은 공성포였다.
“이건···.”
드워프들은 브루노를 밀치고 대포를 둘러쌌다.
저마다 손을 뻗어서 대포를 만져보고, 머리를 포구에 넣어보고, 망치로 두드리는 등 온갖 방법으로 대포를 분석했다. 그러나 대포의 용도를 깨달은 드워프는 없었다.
브루노는 지적 우월감을 느끼며 미소를 짙게 지었다.
“화포, 라는 것일세.”
“화포.”
몇몇 드워프가 깨달은 듯 표정이 변했다.
곧 브루노가 대포에 화약과 철구를 넣어서 장전하고 발포까지 시연을 보이자, 그때까지 고민하던 드워프들도 청동 대포의 용도와 위력을 깨닫고 눈을 깜빡였다.
“놀랍지 않나? 본디 화약은 우리가 개발한 것이야. 하지만 우리는 폭죽으로 사용했지, 무기로 사용한다는 발상은 하지 않았네. 한데 인간은 발상의 전환을 이루었어.”
원숭이 따위가.
라는 말이 목에 걸렸다.
“이뿐이 아니야. 인간은 이보다 작은 화포도 만들었네.”
브루노는 나무 막대기를 들어서 견착하고 쏘는 시늉을 했다.
“이렇게 두 손으로 들고 쏘더군. 위력이 철제 갑옷을 뚫을 정도였지. 사거리도 활에 비해서 크게 밀리지 않았어.”
“그래서? 자네는 원숭이가 만든 무기를 따라 만든 건가?”
외눈박이가 삐딱하게 물었다.
“······.”
드워프들의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발상의 전환, 이라는 말이 내심 마음에 걸렸을 터.
드워프는 장인으로 태어나 장인으로 죽는 종족.
누구보다 창의적이라고 자부하는 족속이건마는, 원숭이가 그들이 생각하지 못한 발상의 전환을 이루어서 기발한 무기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자존심에 상처를 입힌 것이라.
외눈박이의 삐딱함은 그런 감정의 발현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렇지.”
브루노도 표정을 굳히며 답했다.
목소리가 딱딱한 것이 그도 내키지 않은 투.
변명하듯이 빨리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이것의 성능을 보게. 인간이 독점하게 두기에는 너무 아쉽지 않나? 이 화포라는 것의 위력은 귀쟁이 마법사가 발하는 마법에 비견 돼. 그런데 마력 없는 존재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지.”
“으음···.”
“작은 화포도 그렇네. 활보다 익히기 편하면서 철제 갑옷조차 뚫을 수 있다니? 얼마나 편리하고 강력한 무기인가? 나는 인간들이 이런 무기로 무장해서 물뱀을 사냥하는 모습을 똑똑히 보았네.”
“결국, 자네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리가 화포를 만들고 화포로 무장해야 한다는 것 아닌가?”
“바로 그걸세!”
브루노가 고개를 손뼉을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은 이제 막 화포를 도입했을 뿐이야. 우리도 늦지 않았어. 지금이라도 생산을 한다면 인간보다 앞서갈 수 있네! 인간의 손재주가 우리를 따라올 리 없지 않나!”
드워프들은 침묵했다.
서로 눈을 흘기며 대답을 피했다.
브루노는 그들의 반응에 불안을 느꼈다.
그리고 불안은 적중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외눈박이의 물음에 브루노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무슨 소린가?”
“우리가 원숭이나 쓰는 무기를 쓸 이유가 있냐는 말일세.”
“아니··· 자네. 내가 한 말을 어떻게 듣—“
“우리가 이것을 쓰면 얻을 이점이 뭔가?”
외눈박이는 주먹으로 대포를 퉁퉁, 쳤다.
“조금 양보하자면 화포는 나름 괜찮다고 생각하네. 성벽을 부술 정도의 위력을 돼 보여. 부족한 마법사를 대신해서 쓴다면 나름의 효과는 있겠지.”
다른 드워프들도 차례차례 외눈박이의 말을 거들었다.
“동의하오. 하지만 그 손으로 들고 쏜다는 작은 화포는 아닌 것 같소. 갑옷을 뚫을 수 있다는 말은 철제 갑옷에 한정되지 않소? 혹시 미스랄이나 오리칼쿰도 뚫을 수 있을 정도요?”
브루노는 잠시 망설이다가 아니라고 답했다.
오리칼쿰과 미스랄을 인간이 가공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었던가?
장인이 마력을 능숙하게 다루지 못하면 융해부터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두 광물은 두드려서 형체를 바꾸는 단조조차 마력을 담아서 광물을 이루는 구조를 흩트려 놓은 뒤에야 가능했다.
그런 오리칼쿰과 미스랄이 마력 한 줌 들어가 깃들지 않고 오로지 화약의 폭발력으로 날아가는 포탄에 꿈쩍할까. 아주 얇게 핀 장갑이라면, 공성포를 정면에서 맞는다면 그럴지 모르겠으나, 그런 조건을 갖출 확률이 실전에서 몇이나 되겠나.
“돼지나 물뱀, 도마뱀 같은 거지들은 마법도 빈약하고 무장도 빈약하니까 나름 쓸 곳이 많겠지. 하지만 우리나 귀쟁이한테는 굳이? 라는 소리가 나올 무기요.”
“특히 당신이 말한 작은 화포는 더 그래. 누가 망치를 내려놓고 원숭이가 쓰는 무기를 들겠어? 한 발 쏘는 것보다 망치로 휘둘러 패는 게 더 빠르고 확실한데.”
“전사 중에서 이딴 무기를 들 정도로 나약한 놈은 없소. 우리가 그런 녀석을 전사로 삼을 정도로 나약한 종족인가?”
“모기 새끼들이라면 모를까.”
드워프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지! 다 죽어가는 놈들이라면 좋다고 받겠지.”
“우리는 그렇게 할 필요가 없네. 우리가 놈들과 같은 무기를 사용하면, 마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무기를 사용하면 우리의 이점을 버릴 뿐이니.”
신랄한 비판이 쏟아졌다.
브루노는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무어라 말을 해보아야 소용없음을 경험으로 알았으니.
“됐네! 더 들을 말 없어!”
브루노는 꽥 소리를 지르고 손님들을 내쫓았다.
마당에 홀로 남은 그는 씩씩거리며 혼잣말을 뱉었다.
“머저리들! 실용성은 내다 버리고 아무도 이해 못 할 예술에 심취해서는! 이것이 얼마나 무서운 무기인지 눈으로 보고도 모른단 말이냐.”
신경실적으로 수염을 잡아당겼다.
“오리칼쿰, 미스랄이 아무리 뛰어나도 수량은 몇 없다고. 그리고 전사들이 아무리 뛰어나도 그들이 죽으면? 귀쟁이와 소모전을 이어가는 마당에 모기와 전쟁을 치르고, 이제는 인간까지 덤벼오는데? 언제까지 전사가 넘쳐날 거라 생각하는 거냐!”
브루노는 대포 위에 걸터앉고 한숨을 푹 쉬었다.
그는 인간이 티시레돈을 공략할 때, 그 자리에 있었다.
나가의 아종과 나가를 섬기는 인간 무리가 포탄에 꿰뚫려 죽는 모습을 보면서 섬찟함을 느꼈다. 자칫하면 나가도··· 엘프나 드워프도 같은 최후를 당할 수 있다고.
그래서 도망치듯 티시레돈을 나와 봉우리로 돌아왔다.
원숭이의 물건을 베꼈다는 오욕을 감내하고 화포라는 무기를 만든 것이었다. 그런데, 정작 그가 위했던 동족은 그를 비웃을 뿐.
“이대로는 안 돼. 인간은 예전의 원숭이가 아니야··· 위기감을 느끼고 대응하지 않는다면 잡아먹히는 쪽은 우리라고.”
브루노는 머리를 쥐었다.
“화포의 위력을 더 보여주는 수밖에. 조금 더 개량해서 반도로 보내자. 아직 인간과 싸우는 놈들이 있으니까. 그곳에 보내서 성능을 보여주면 받아들이는 놈들도 있을 거야.”
브루노가 그렇게 다짐하면서 공방으로 들어가자, 다른 드워프가 마당으로 들어와 화포 앞에 섰다. 그는 아흔 명의 드워프 무리에 섞여 있던 장인 중 한 명이었고, 블라드의 종복이었다.
“화포라··· 어르신께 도움이 되겠어.”
때는 초겨울.
인류 제국의 원정군이 출정을 앞둔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