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 a human empire by creating a clan RAW novel - Chapter (146)
권속 생성으로 인류 제국 건설 148화(148/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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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다르 님?”
나는 눈을 떴다.
칼리오페의 얼굴이 보였다.
감정이 없던 얼굴에 걱정을 한껏 띄운 표정.
“괜찮으십니까?”
무심코 이마에 손을 얹었다가 내렸다.
평소처럼 두통이 있을 줄 알았는데 괜찮았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지?”
“잠깐입니다. 아주 잠깐이요.”
아주 잠깐이라.
나는 측벽의 창문을 보았다.
옥좌에 앉기 직전에 노을이 거의 지고 있었지.
지금은 노을이 완전히 지고 어둠이 내려앉은 뒤.
그리고 창틀에 앉아 있던 로드의 비둘기도 없었다.
‘지켜보기만 한 건가.’
의향을 알 수 없어서 갸웃하자, 괴성이 들렸다.
“무슨 일이냐.”
“몬스터들이 통제를 잃고 날뛰고 있습니다.”
“몬스터가?”
더 설명해보라는 시선에 칼리오페는 대답 대신 손짓을 했다.
근위병이 키리얀을 끌고 와 내 앞에 무릎 꿇렸다.
“으, 으으으!”
키리얀은 나를 보자 눈을 번쩍 뜨고 이를 악물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녀석은 엘프가 되어 있었다.
본디 엘프였으나 흡혈귀로 변절한 녀석이었다.
그런데 인제 와서 다시 엘프가 되다니? 어째서?
“모릅니다. 에다르 님의 마력이 닿자 저리되었습니다.”
“내가 옥좌의 영혼을 받아들였을 때, 말인가.”
“예.”
창백했던 피부에 붉은 기가 돌고 송곳니는 뭉툭하게 변했다.
외형적으로 흡혈귀를 짐작할 수 있는 요소가 사라졌다.
혈족이라면 그런 요소를 숨기는 것도 가능했지만.
내게는 블라드의 반지가 있었으니까 숨길 수 없었다.
‘반지.’
불현듯 나는 반지를 살폈다.
블라드의 영혼이 깃들어 있었던 반지.
항상 내게 헛소리를 지껄이던 녀석이 조용했다.
‘내게 흡수된 건가.’
반지에서 영혼이 사라졌다.
“오지마! 오지마아악!”
키리얀은 격하게 몸을 비틀었다.
우득, 우득, 소리가 나는데도 고통을 인식할 여유도 없어 보였다. 오로지 내게서 멀어지겠다는 일념으로 파닥거렸다.
나는 이유를 알았다.
내게서 발하는 마력이 녀석을 압박하는 것이라.
영혼의 격과 빛이 녀석에게 두려움을 주는 것이라.
– 모르지? 네가 옥좌의 영혼을 받아들이면서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너는 아직 꿈속에 있을 뿐이니까. 네가 일으킨 혼란 덕분에 나를 옭아매었던 사슬이 사라졌어.
티아마르의 말을 떠올렸다.
내가 일으킨 혼란, 영향인가.
“몬스터는 라헬이 권속을 이끌고 처리하고 있습니다. 몬스터가 날뛰는 이유도 키리얀이 엘프로 되돌아간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입니다.”
“본래 종족으로 돌아간 것은 키리얀뿐이 아니겠지.”
“예. 도시 내에 있는 모든 흡혈귀가 해당합니다.”
“······.”
옥좌에 앉은 채 생각에 잠겼다.
‘내가 흡혈귀를 죽인 것도 아니고 본래 모습으로 돌렸다고?’
흡혈귀를 결정으로 분해했다면 이해가 갔다.
그저 넘치는 힘을 주체 못 하고 사고를 쳤구나, 하면 되니까.
허나 종족을 바꾼다, 라는 능력은 경험도 생각도 한 적 없었다.
한 번 흡혈귀가 된 존재는 본래 종족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것은 불변의 진리였다. 그러니 용서받지 못하는 것이고.
‘이것이, 내 힘이란 말이냐.’
그런 위업을 이루었음에도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조금이라도 영혼에서 마력을 끌어내면 일어야 할 두통.
두통은커녕 시야가 흔들리거나 일말의 현기증조차 없었다.
‘대체 얼마나 막대한 힘이 내게 주어졌기에.’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는 내게 메르세포네가 다가왔다.
“에다르.”
메르세포네는 내 소매를 당겼다가 손을 쭉 뻗었다.
제 손을 잡아 보라는 듯 시늉하는 메르세포네.
“해줘.”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아서 마력을 흘려보냈다.
그러자 곧 메르세포네는 성인의 형상을 갖추었다.
【Lv. 95】
칼리오페조차 뛰어넘는 레벨.
이를 보며 나는 이마에 손을 얹었다.
아파서가 아니라 혹시 내가 착각하고 있나 싶어서.
마력이 여전히 한껏 차서 가득하였기에.
옛 신의 잔재
“에다르, 괜찮아?”
메르세포네가 내게 얼굴을 가까이하며 물었다.
내가 마력을 과도하게 소모하고 있지 않나, 걱정하는 것이라.
그도 그럴 것이, 지금 그녀의 레벨은 지나치게 높았다.
리자드맨의 화신을 상대했을 때보다 4 높아졌다.
칼리오페보다는 2 높았고.
‘마력 소모가 상당하군.’
내 육신 밖으로 흘러나가는 마력의 흐름을 느꼈다.
옥좌에 앉기 이전이었다면 결코 견디지 못했을 소모량.
허나 지금의 나는 아무렇지 않았다.
“괜찮아. 이 정도는.”
“정말?”
“그래.”
나는 메르세포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녀는 눈을 감고 내 손길을 받았으나 곧 몸을 일으켰다.
내 말에도 걱정이 풀리지 않아, 아이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무리하면 안 돼.”
무리가 아니다.
정말로 마력이 흘러넘쳤다.
억누르지 않으면 폭발처럼 터질 듯이.
‘옥좌의 마력이 막대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이상이다.’
티아마르가 탐낼 정도의 마력이었으니.
블라드가 신이 되기 위해서 모은 마력이었으니까.
옥좌가 폭주하여 재앙을 일으키는 모습도 본 적 있었다.
하지만 보는 것과 다루는 것은 전혀 다른 느낌이다.
‘여태껏 옥좌는 부수기만 했다. 통제할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되니 티아마르와 블라드가 왜 이것에 집착했는지 알겠군.’
잠시 눈을 감고 내 안에 흐르는 마력을 살폈다.
마력이 막대하게 늘어난 뒤로 어려워진 통제.
단순히 마력의 양이 늘어나서가 아니었다.
‘옥좌가 담고 있던 것은 영혼이다.’
영혼이 품고 있는 마력을 흡수하기 위해서, 옥좌는 무수히 많은 영혼을 잡고 있던 것.
‘나는 옥좌의 영혼과 합일을 이루었다. 이는 내게 막대한 마력을 주었지만, 그와 함께 온갖 영혼이 내 안에서 조화되지 않고 날뛰게 하는군.’
나와 합일을 이룬 영혼은 자아를 상실했다.
그들이 생전에 가지고 있던 기억도 내게 전해지지 않았고.
그저 영혼이 품고 있던 마력만이 온전히 내게 전해졌을 뿐.
각각의 영혼이 품고 있던 마력은 성질이 조금씩 달랐다.
그 탓에 서로 섞이지 못하고 충돌하고 있었다.
‘온갖 불순물이 내 안에 뒤섞인 느낌.’
마력을 과하게 사용했을 때와 다른 불쾌감.
고통은 없으나 찝찝함이라고 해야 할까, 꺼림칙하다.
나는 숨을 깊게 내쉬면서 새어 나오려는 마력을 억눌렀다.
‘안정을 찾기까지 시간이 걸리겠군.’
온전히 쓸 수 있는 마력은 일부에 불과할 터.
그러나 그 일부조차 내게는 막대한 마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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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좌의 영혼을 받아들인 뒤로 변한 것은 마력만이 아니었다.
상태창의 문자가 완전하게 깨져서 알아볼 수 없었다.
본디 내 이름과 레벨 그리고 특성이 있어야 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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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달자
메르세포네
Lv. 1
등급: SSS
특성: [권속], [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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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메르세포네는 이상이 없었다.
오로지 내 상태창의 문자만 깨졌다.
‘그나마 줄 바꿈이나 문장 구조는 그대로다.’
그 덕에 문자만 깨졌을 뿐, 내용은 그대로라고 추정 가능했다.
‘이마저도 깨진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군. 어쩌면 상태창이 주는 스킬이나 특성까지 사라질지도 모르겠어.’
그리되면 내 레벨 제한과 권속 생성 능력도 사라질까?
글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나는 직감적으로 생각했다.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상태창의 깨짐은 한계를 넘는 것이다.’
내게 주어진 제약이 사라지는 것.
가진 능력을 잃는 것이 아니라.
이유는 감에 근거하지만, 그럴 것 같았다.
“칼리오페. 마법 소양이 높은 대원은 제외하고 동행하라.”
“알겠습니다.”
제국 근위처의 정원은 열여섯으로 늘어났다.
그중 네 명이 마법 소양이 높거나 마법사에 속하는 권속.
그들이 빠지고 메르세포네가 합류하여 열세 명이 동행했다.
나는 황궁 지하에 있는 비밀 창고로 향했다.
“폐하, 이곳은···?”
근위병 라이몬도가 물었다.
“블라드가 수집한 아티펙트의 보관소다.”
지하 창고는 입구부터 범상치 않았다.
문은 오리칼쿰 재질에 온갖 마법을 부여받았으니.
생각 없이 손을 뻗으면 전신이 녹아 버릴 테지.
“과연··· 그런 것 같습니다. 문부터 아티펙트 수준인데요.”
나는 문에 손을 뻗었다.
“조심하십시오.”
“괜찮다.”
손이 문에 닿자 마력이 내 손을 감쌌다.
본디 아지랑이처럼 일렁이기만 해야 할 마력.
오리칼쿰이 발하는 보랏빛과 같은 색으로 나를 감쌌다.
드, 드드···
미세한 진동.
뒤이어 떠오르는 복잡한 도식.
나는 도식을 퍼즐 맞추듯 규칙에 따라 배열했다.
배열된 도식은 곧 빛을 발했다가 사그라들었다.
철컹.
그리고 문이 열렸다.
“허.”
창고 안은 밖보다 밝았다.
천정에 달린 석제 구슬이 마력으로 만든 빛을 내렸으니.
방공호처럼 거대한 공간이 제 모습을 훤히 드러냈다.
무수히 많은 아티펙트가 진열되어 있었다.
“엄청 많군요. 대체 몇 개나 될까요?”
“이 도시에 있는 너희 형제자매가 하나씩 들고 가도 남을 거다.”
내가 원정에 동원한 권속의 수는 560명.
창고에 있는 아티펙트의 수는 그보다 많았다.
“그렇게 많단 말입니까?”
“집착이지. 신이 되기 위한 집착의 결과야.”
블라드의 우행을 비웃으며 나는 진열대를 훑었다.
메르세포네가 내 왼손을 잡고 옆에 붙고, 칼리오페는 오른쪽에, 라이몬도는 나보다 몇 걸음 앞으로 나아가며 재잘거렸다.
칼리오페가 수차례 눈치를 주었으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아티펙트를 살폈다.
“숫자가 많아서 그런지, 수준 미달도 많군요.”
가져갈 수 있는 것은 블라드가 챙겼을 테니까.
남은 물건은 가치가 낮거나 높더라도 챙길 수 없는 것뿐.
“폐하.”
라이몬도는 그중 하나에 시선을 꽂았다.
“집어 봐도 됩니까?”
투박한 창이었다.
일체의 장식도 없이 날과 몸체만 있는 투척용 창.
라이몬도는 창 안에 흐르는 마력을 느낀 투였다.
“잡아 봐라.”
라이몬도는 허가를 받자마자 덥석 창을 집었다.
그러자 창의 몸체인 창간에서 줄기가 솟았다.
“어, 헛···?”
순식간이었다.
줄기가 창간을 잡은 손을 감쌌다.
그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줄기는 손을 완전히 덮었으니.
당황하여 창을 놓으려 했을 때, 줄기는 이미 팔을 올라타고 있었다.
스르릉···
칼리오페가 칼을 뽑았다.
창에 흐르는 마력을 느낀 것이라.
제르마니아의 대신전에서 보았던 마력.
시체를 괴물로 만들었던 마력과 같은 성질이었다.
“누, 누님, 자, 잠시만요!”
라이몬도는 창보다 그녀의 행동에 더 크게 당황했다.
그녀의 성정이라면 망설임 없이 팔을 베어 버릴 테지.
뒷걸음질 치면서 도망치려는 것을 내가 잡았다.
“됐다. 물러나.”
나는 칼리오페를 물리고 줄기를 잡아당겼다.
퍼석
마른 나뭇잎이 바스러지는 소리.
라이몬도의 허리와 다리까지 뻗었던 줄기가 풀렸다.
창이 의지를 품은 것처럼 내게서 도망가려고 줄기를 물렸다.
나는 창간을 잡고 마력을 흘려 넣었다.
“니르야. 네 본모습을 찾아라.”
창이 제 몸을 떨었다.
뻗었던 줄기들이 타닥, 타닥, 바닥으로 떨어졌다.
허물을 벗듯이 창간의 껍질이 벗겨지며 드러나는 속살.
자루가 하얀 자체를 보이며 내가 주입한 마력을 흘렸다.
“···어떻게 된 겁니까?”
라이몬도는 식은땀을 흘리며 몸을 털었다.
“이 창, 니르는 세계수의 뿌리로 만든 것이지.”
“세계수의 뿌리라면··· 엘프를 낳는 나무 말이죠?”
“그래. 니르는 본디 엘프의 무기다. 옛 신을 자양분으로 삼아 자란 뿌리를 잘라 만들었고, 창날은 오리칼쿰으로 벼렸으니 신묘한 재주가 담겼다.”
“재주요?”
나는 창 니르을 벽을 향해서 던졌다.
퍽!
별 힘을 주지 않았는데도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 벽에 박혔다.
“돌아오라. 니르.”
손을 뻗으며 명하자 니르는 부르르 떨다가 날아갔던 그대로 되돌아와 손에 잡혔다.
“이렇듯 투창 니르는 사용자에게 돌아오는 재주가 있다. 또한, 사용자가 목표로 삼은 대상을 향해 날아가는 성질도 있어서 어지간한 상대는 니르를 피할 수 없지.”
“오···.”
라이몬도는 니르를 받고 감탄했다.
놀라기는 이르다. 보관소에 있는 무기는 많으니까.
“그것은 뒤랑이다. 옛 신의 목을 베어 그 피를 마신 탓에 신의 저주가 담겼지. 사용자의 마력을 빨아 먹고 마력이 없으면 생명마저 쥐어짜지만, 사용자는 뛰어난 전사가 된다.”
“모그테인은 칼날이 채찍처럼 길어진다. 거인이 채찍으로 사용했다는 전승이 있지.”
“발노람은 천둥은 부르는 망치다. 오늘 공성전에서 오우거를 바스러뜨렸던 망치를 기억하더냐? 발노람을 복제한 것이다. 발노람은 강력한 무기지만 뒤랑보다 옛 신의 힘을 품고 있기에 사용자를 타락시키거든.”
아티펙트를 하나하나 점검하면서 권속에게 넘겼다.
앞서 말했듯이 저주나 다름없는 문제점을 가진 것뿐.
블라드나 대의제가 함부로 챙기지 못한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 내게 그깟 저주는 문제가 안 되었다.
저주 따위 부스러뜨리고 옛 신의 잔재 따위 내 것으로 덮어버리면 그만이니까.
두 세력에게 계륵이나 다름없던 장소가 내게는 노다지였던 셈이지.
“좀 괜찮다 싶은 건, 전부 옛 신하고 연관되어 있군요. 폐하가 안 계셨으면 구경만 하다가 나왔겠습니다.”
“그럴 수밖에. 옛 신의 영향은 너희라도 뿌리치기 어려울 테니.”
“옛 신이 무엇입니까?”
“지금은 신이 아닌 족속을 가리키는 말이다.”
한때 신이라 추앙받았으나 몰락한 족속.
저를 믿던 종족이 멸망하거나 누구도 믿지 않았거나.
옛 신의 특징은 동족, 이라고 불릴 존재가 없었다는 점이다.
리자드맨의 화신은 종족을 따지면 리자드맨.
드워프의 조상신도, 나가의 모신도 마찬가지다.
예외로 엘프의 세계수는 엘프를 낳는 나무일 뿐이지.
“옛 신은 대부분 먼 옛날에 신이라 불릴 위업을 달성한 존재다. 그들은 로드에게 패하여 죽거나 내쫓기거나 노예로 전락했지.”
몇몇은 세계수의 뿌리가 박혀서 영양분으로 삼아지고, 몇몇은 드워프의 노예가 되어 대산맥의 지하를 파거나, 몇몇은 죽이지도 부리지도 못하여 심연이란 곳에 가두거나.
살아도 제대로 살지 못하고, 죽어도 제대로 죽지 못하지.
“블라드는 신이 되기를 원했지. 그러니 더더욱 신의 힘이 담긴 물건을 구했고. 옛 신의 힘이 담긴 물건이 많은 것은 그 때문이다.”
창고의 끝에 다다르자 거대한 솥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이건··· 뭔지 알겠습니다. 티아마르의 성물이군요.”
“맞아. 티아마르와 아카코스크의 영혼이 담겨 있던 성물이지.”
솥에 손을 얹었다.
다른 아티펙트와 다르게 반응이 없었다.
내부에 마력은 흐르고 있었으나 알맹이가 없으니.
본디 안에 있어야 할 영혼 조각은 블라드에게 있을 거다.
‘아니면 반지처럼 내게 흡수당했을지도.’
– 그건 아니야.
그때, 펜던트가 내게 말했다.
펜던트에 깃든 티아마르의 영혼.
그녀가 내게 처음으로 말문을 열었다.
‘말을 할 줄 아는군.’
– 더는 숨길 필요가 없으니까.
가벼운 웃음소리가 뇌리에 울렸다.
‘티아마르가 보고 있나?’
– 나도 티아마르야.
‘본체는 아니지.’
티아마르는 흥, 하고 코웃음을 쳤다.
– 그 애는 보고 있어. 하지만 우리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모를 거야. 내가 전하지 않을 거니까. 보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나는 눈매를 좁혔다.
지금껏 시시콜콜 전했으면서 인제 와서 그러지 않는다고?
– 마음이란 변할 수 있는 거지. 그리고 본체라는 말도 우리 관계를 정립하기에 적당한 말이 아니야. 하나에서 떨어져 나갔다고 모두 같은 마음을 품는다고 생각해?
그녀의 목소리에서 묘하게 질투심 같은 감정이 느껴졌다.
어쩌면 내 착각일지도 모르겠으나, 그런 느낌이었다.
– 내가 그 애한테 무엇을 전달할지 내가 선택해. 그 애가 내게 간섭할 수 있게 되었더라도, 저깟 솥에 있는 녀석과 나는 급이 다르거든?
그렇겠지. 로드가 직접 떼어낸 영혼 아닌가.
펜던트의 티아마르를 해방하면 본체가 깨어난다고 할 정도였으니.
– 무엇보다. 난 그 애의 말에 동의하지 않아.
‘동의하지 않는다?’
– 아버지가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이야.
‘그래서 날 돕겠다는 건가?’
내가 로드의 후계자니까?
– 네가 원한다면.
나는 소리 없이 피식, 웃었다.
꿈에서 만난 티아마르는 셋이었지.
하지만 세상에는 티아마르가 더 많았다.
족히 수십 마리의 티아마르가 뿌려져 있다고 봐야 한다.
그녀들이 대부분은 본체와 같은 생각을 품고 있겠지만.
펜던트의 티아마르처럼 손을 잡을 수 있다면?
‘미래를 대비하는 것은 나쁘지 않지.’
지하 창고를 나오자 라헬이 기다리고 있었다.
몬스터 사냥을 끝낸 터라, 수녀복이 피에 절었다.
“아버지.”
라헬은 나를 보자 격하게 몸을 떨면서 다가왔다.
동공이 풀리고 입을 벌린 것이 약에 취한 모습.
티아마르가 내게 보였던 모습과 동일했다.
– 그 애도 저 정도는 아니야.
나는 한 걸음 슬쩍 물러나며 피했다.
“다친 곳은 없더냐.”
“예··· 괜찮아요, 아버지.”
그녀의 뒤에 서 있던 권속 사제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빛이 발하여 그를 감싸고 그의 상처를 치유했다.
“오, 오오···.”
사제는 손을 들어서 제 눈두덩을 더듬었다.
수년 전, 제르마니아 정복전에 잃었던 왼쪽 눈.
눈이 움푹 파인 눈두덩 안에서 다시 자라고 있었으니.
곧 잃었던 절반의 시야가 돌아와 두 눈으로 나를 보았다.
“이젠 정말, 신이 되셨군요··· 아버지.”
– 언제는 아니었다고 생각해?
티아마르의 투덜거림을 나는 무시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그녀가 원하지 않는다면 내게만 들렸다.
– 고작 이깟 수준에 놀라다니, 너무 꼭꼭 숨기고 다녔어.
‘굳이 드러낼 필요가 없었을 뿐이다.’
– 아니야. 너는 아직 네 위치를 실감하지 못한 거야. 내 아버지와 같은 존재가 되려면 더 당당해야지. 사자가 토끼 무리에서 움츠린다고 토끼가 돼?
“······.”
– 여태까지는 약했다고 변명할 수 있지만, 이젠 아니야. 너도 알고 있지? 네가 겨우 한두 단계 오른 수준이 아니란 거. 그치?
예전에 나는 영혼의 마력으로 빛을 발하여 도심에 있는 병자를 치유한 적이 있었지. 그러나 그것은 잃은 것을 새로이 만들지 못했다. 오직 벌어진 상처를 봉했을 뿐.
그마저도 막대한 부담을 주어 나를 쓰러뜨렸는데, 이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제 내게 이적을 행하며 받는 부담은 숨을 내쉬며 받는 부담과 똑같았다.
– 익숙해져야 할 일이야. 에다르.
펜던트의 티아마르가 속삭였다.
– 네 자리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
나는 권속들을 모아 그들의 상처를 돌보았다.
내가 그들을 만들었을 때와 같은 완전함을 되찾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