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 a human empire by creating a clan RAW novel - Chapter (147)
권속 생성으로 인류 제국 건설 149화(149/185)
###
며칠 지나지 않아서 블라드의 군대가 도착했다.
수십 만에 이르러야 했을 군대가 절반 가까이 줄어든 꼴로.
“네 탓이라고.”
블라드를 지배하는 성물이 투덜거렸다.
내가 발한 마력의 폭주가 그에게까지 미쳤다고.
“언데드 중에 인간이었던 것은 모두 네게 먹혔어.”
언데드는 생전에 육신이 품고 있던 영혼의 일부를 시신에 가두어서 노예로 부리는 것.
영혼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았는데, 그 영혼을 내가 의도치 않게 흡수했다는 소리였다.
“몬스터도 통제가 잘되지 않아. 네 주변에 있으면 아카코스크의 마력도 안정을 잃어. 좀 억누를 수 없어?”
– 할 수 있다면 진즉 했지. 뻔히 알면서 물어?
“젠장.”
펜던트에서 비웃음이 흘러나왔다.
“옛 신의 마력이 나와 충돌하는 것 같군.”
“쯧, 그런가 봐.”
블라드는 혀를 찼다.
“어차피 옥좌는 무용지물이 됐고, 솥만 챙기고 물러나는 게 어때?”
티아마르는 수도를 지킬 이유가 없었다.
옥좌가 품고 있던 마력을 내가 흡수했으니까.
그녀가 수도를 지켜서 얻을 이득이 전혀 없었다.
“전력이라도 온전했다면 모를까. 너 때문에 언데드는 반 절이 날아갔지, 몬스터는 통제가 안 되지, 아무리 방어전이라도 이건 아니잖아?”
나는 고개를 주억였다.
“그치? 동의하지? 그럼 물러—“
“아니, 맞붙어야지.”
“뭐? 지금 제대로 듣긴 한 거냐?”
높아지는 목성을 무시하고 손을 앞으로 뻗었다.
나는 성벽 위에서 평야를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내가 손을 뻗자 하늘에 낀 구름이 사라지고 햇빛이 내렸다.
“하나 묻지. 대의제가 내 존재를 아직도 모를까.”
“모를 리가. 무조건 알아챘지. 네가 옥좌에서 일으킨 마력의 흐름은 교국에 있는 내가 알아챘을 정도니까. 신이라고 자처하는 존재라면 그 원인도 알아챘을 거야.”
“그렇다면 더더욱 맞서야겠군.”
“······.”
“이곳으로 향하는 적은 아직 내 존재를 모를 터다. 나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다면 오지 않을 테니까.”
기껏해야 수도에서 거대한 마력의 폭발이 일었다, 정도겠지.
그러니 물러나면 안 된다.
적이 나를 모르고 있을 때를 노려야지.
다음에는 이보다 약한 상대가 내게 오지 않을 테니.
“할 수 있겠어?”
내 영혼, 내 마력의 양을 묻는 것이 아니다.
내가 온전히 다룰 수 있느냐 의심하는 것이지.
“보아라.”
앞으로 뻗은 손을 꽉 쥐었다.
따사롭게 내리던 햇볕이 강렬하게 내리쬐었다.
보고 있는 두 눈이 눈부심에 비명을 지를 정도로.
화르르륵!
직전에 소나기가 내려 축축하게 젖은 풀밭.
풀은 수분을 내뱉고 쪼그라들다가 거센 불을 일으켰다.
옥빛을 머금었던 들판이 시뻘건 불길에 휩싸였다.
팔을 움직이자 빛이 따라 움직이며 들판을 불태웠다.
“티아마르. 네 아버지의 이적을 기억하나?”
“······.”
“그리고 저들도 아직 기억하고 있을까?”
블라드는 입을 다물었다.
“잊은 기억을 떠올리게 해주지.”
주먹을 펴자, 화염이 신기루처럼 녹아 사라졌다.
그리고 재만 남은 땅에 새싹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너희는 나의 징벌이다.
###
고요가 감도는 숲.
한 엘프가 나무 아래 앉아 명상에 잠겼다.
그는 세계수의 수호자, 여덟 엘프의 군주 중 하나.
알레온, 라는 이름의 엘프였다.
“······.”
그는 수년째 명상을 이어가고 있었다.
자신에게 물 한 모금 허락하지 않고 선정에 빠졌다.
스스스스···
숲에 감도는 세계수의 마력.
옛 신을 자양분으로 삼아 만든 마력.
어린 엘프를 만들고 남은 마력이 숲에 감돌았다.
“후우—“
사방에 감도는 마력이 그의 육신에 스며들었다가, 그가 작게 숨을 토하면 같이 나오고, 다시 숨을 들이마시면 스며들기를 반복.
몇 번이고 반복되는 흐름 속에 피부가 허물처럼 벗겨지고 육신은 새것으로 재구성되었다.
그 결과, 그의 외모는 소년과 청년 사이에 있었다.
엘프가 구리를 녹여 제 몸을 치장하고, 최초의 역사서를 편찬하기 이전부터 살았던 그는 왕자 라에라곤보다 어려 보이는 외모를 가졌으니.
과연 누가 그의 나이를 쉬이 짐작할까.
스륵···
그런 그가 눈을 떴다.
수년 만에 눈을 뜨며 고개를 움직였다.
“무슨 일이십니까, 알레온 님.”
곁에서 시중을 들던 페어리가 물었다.
손뼘 두 번에 불과한 신장을 가진 페어리들.
그들은 작은 날개를 파닥이며 그에게 다가와 물었다.
그는 시선을 동쪽에 고정한 채 작게 입을 열었다.
“흐름···.”
흐름?
“이토록 거대한 흐름이라.”
페어리들은 그의 말을 따라 하며 머리에 각인했다.
그들에게 알레온은 신처럼 여겨지는 존재였으니.
신의 말씀을 듣고 기록하고자 함이었다.
“마력이 출렁이고 있다. 감히 헤아릴 수 없이 막대한 힘이 하나의 목적을 두고 움직이는 것이라. 나는 이와 같은 흐름은 평생 세 번밖에 보지 못했다.”
알레온은 그리 말하고 눈을 감았다.
말을 듣고 놀랐던 페어리들은 눈을 깜빡였다.
또 명상에 잠기는가?
그는 거듭 눈을 뜨고 말했다.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페어리들이 얼른 입을 열어 물었다.
그러자 알레온은 페어리들을 찬찬히 훑으며 답했다.
“존엄한 아일레트리오네가 제 존재를 발하였을 때, 나는 처음 신의 존재를 깨달았다. 그는 전지와 전능에 가장 가까웠으니 만물이 고개를 조아려야 했음이라.”
“두 번째는 언제셨는지요?”
“사룡 티아마르가 대업을 배신했을 때. 그녀가 타락하여 울부짖던 그 순간 그 부르짖음이 세상에 두루 미쳤으니.”
세 번째를 묻자 그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뱉은 불길에 세상의 모든 용이 비가 되어 내렸을 때, 그 아래에 있던 세상의 모든 생명이 불타 녹았을 때, 나는 세 번째 흐름을 느꼈다.”
그제야 페어리들은 뜻을 이해하고 눈을 크게 떴다.
“그 말씀은···.”
“이 흐름은 신의 탄생 혹은 거대한 죽임으로 인한 마력의 흐름.”
그는 눈매를 좁혔다.
시선이 또다시 동쪽으로 향했다.
페어리들은 그가 보는 방향을 보며 떠올렸다.
동쪽에 무엇이 있지? 무엇이 그런 흐름을 만들었을까.
의심할 것이 너무도 많아서 하나를 꼽기 어려웠다.
“블라드.”
한 페어리가 중얼거렸다.
곁에서 고민하던 요정들이 고개를 들었다.
“블러드?”
“신이 되기를 갈망하는 모기.”
“놈은 영혼을 수집하고 있어!”
미케나 제국의 황제 블라드.
그가 영혼을 수집하고 있음을 누가 모를까.
영혼을 모아 제 것으로 만들어 신이 되고자 하였지.
그의 술수가 통했다고 한다면 흐름의 정체가 확실했다.
“그가 신이 되었는가?”
알레온 또한 고개를 갸웃했다.
만 년이 넘는 경험도 확신을 못 했다.
블라드는 신이 되기에는 너무 평범했으므로.
신이 될 수 있었다면 진즉 되었을 자리에 있었다.
그러지 못했기에 겨우 황제위에 욕심을 냈지.
“그 외에 누가 이럴 수 있겠습니까.”
“아니야! 한 마리 더 있어.”
페어리 중 하나가 대뜸 소리치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그게 누구냐.”
“······.”
페어리들은 누구를 가리키는지 알았다.
그러나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입을 우물거렸다.
그자는 인간이었고, 고작 수년 전부터 나타났으니까.
알레온은 명상으로 인하여 그 인간을 몰랐다.
“말하라.”
그는 페어리들의 태도에서 무언가를 느끼고 재촉했다.
작은 날개의 요정들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을 맞추어 사실을 고했다. 그들의 작은 입에서 한 인간의 위업이 풀어지니,
“그자다.”
알레온은 탄식하며 제 무릎을 쳤다.
“그가 이 흐름의 원인. 인간이 제 신을 가졌음이라.”
이전보다 다급함이 담긴 투로 고했다.
“블라드의 땅에 간 형제자매들을 불러라.”
“예?”
“얼른! 물러나라고 전하라!”
“네, 넷!”
알레온의 호통에 페어리 무리가 달아나듯 날개를 파닥이며 숲을 빠져나갔다. 홀로 남은 알레온은 털썩 흙바닥에 앉아 나무에 등을 기댔다.
“인간의 신이라···.”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그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두 마리 용의 뒤를 이을 존재가 우리가 아니라?”
목소리가 분노와 억울함이 뒤엉켜 떨렸다.
“그래선 안 되지. 그래선 안 돼. 기껏 만든 기회를 다른 누구도 아닌 가축 따위가? 제깟 것들이 무엇이라고.”
육신에서 마력이 발하자 땅이 울렸다.
땅의 울림은 사방으로 퍼져나가 숲을 흔들었다.
“한 번은 어렵지만, 두 번은 쉽지. 갓 태어난 신 따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