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 a human empire by creating a clan RAW novel - Chapter (148)
권속 생성으로 인류 제국 건설 150화(150/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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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몸! 내 몸을 돌려줘!
황궁 알현실에서 블라드는 인상을 찌푸렸다.
지금 그의 육신을 지배하는 것은 티아마르의 성물.
성물에 깃든 티아마르와 아카코스크의 영혼이었다.
‘끈질겨. 가만히 있어.’
성물의 티아마르는 블라드의 영혼을 짓눌렀다.
– 제발!
블라드의 영혼은 평소보다 저항이 질겼다.
그 탓에 육신이 품은 마력이 불안정하게 흐르는 상황.
속이 더부룩한 느낌에 배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평소보다 심한데.’
이토록 격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야 뻔했다.
성물의 티아마르는 눈동자를 옥좌로 향했다.
‘이 녀석 때문이겠지.’
에다르 룬드링겐, 인간의 황제이자 인간의 신이 된 존재.
그는 옥좌에 앉아 무료한 표정으로 턱을 괴고 있었다.
– 아아아아아악!
블라드의 영혼이 비명을 질렀다.
육신이 보고 접하는 것을 그도 보고 접해야 하니까.
에다르의 육신이 발하는 영혼의 마력을 접하고 있었다.
– 제발! 떨어지라고!
에다르의 마력은 흡혈귀와 상극이었다.
흡혈귀를 본래 종족으로 되돌리는 이적을 행하였으니.
본인이 의지를 품고 행한 이적은 아니었으나, 그렇기에 더욱 문제였다. 그가 자연스럽게 흘리는 마력이 주변에 영향을 미칠 만큼 강대하다는 의미 아닌가.
– 차라리 죽여! 날 죽여!
‘그건 안 돼. 네가 죽으면 혈족을 통제하기 어렵잖아.’
– 저주받을 년들!
비명을 무시하고 에다르를 자세히 살폈다.
육신의 눈이 보기에 그는 후광에 덮인 존재였다.
강렬한 후광이 비추어 인간의 형상 외에 보이지 않으니.
그 후광은 산 자의 감정을 자극할 터.
평범한 사람이라면 여러 감정이 끓었으리라.
하지만 티아마르와 아카코스크는 달랐다.
두 영혼은 후광에 영향받지 않고 에다르를 보았다.
그들이 보기에 후광 너머의 에다르는 그냥 인간.
평범한, 한 명의 청년이 의자에 앉아 있을 뿐.
그의 모습에서 특별함은 없었다.
티아마르는 인간에 대해서 잘 알았다.
그들이 빼앗은 본디 인간이었던 블라드의 것.
블라드의 경험을 고스란히 흡수했기에, 에다르가 인간 기준에서 상당히 키가 크고, 반듯한 외모를 가졌음을 알았다. 허나 그것은 특별하다고 말할 정도가 아니었다.
‘도마뱀이 원숭이에게 빠지다니, 이해가 안 가는데.’
성물의 조롱에 다른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 닥쳐.
펜던트에 깃든 티아마르가 으름장을 놓았다.
그녀의 경고에도 성물의 티아마르는 조롱을 이어갔다.
‘아니면 아닌 거지. 왜 그렇게 격하게 반응해?’
성물의 티아마르는 다른 자신의 속내를 눈치챘다.
그녀가 은근하게 에다르 편에 서서 그를 돕고 있음을.
‘로드가 네게 저 녀석을 도우라 한 거야?’
– 너한테 말할 의무는 없어.
‘아니면 로드를 닮아서 마음에라도 든 거야?’
대답은 없었다.
무언은 긍정의 또 다른 대답이라는 말이 있지.
그 사실이 퍽 우스워서 그녀는 내심 웃었다.
그리고 이를 본체에 전할까, 했으나 하지 않았다.
‘뭐어··· 알고 있겠지.’
결국, 하나의 영혼에서 발했으니까 모르려야 모를 수 없다.
‘몰라도 말하지 않는 쪽이 더 재밌을 것 같기도 하고.’
성물에 담긴 영혼은 티아마르와 아카코스크.
아카코스크는 사기, 기만, 장난을 상징하는 옛 신.
이런 악신의 영혼과 섞였기에 성향 또한 이어받았다.
‘잘 해보라고.’
속으로 웃으면서 알현실로 들어오는 병사를 보았다.
“폐하. 연합군이 도착했습니다.”
“상당히 늦었군.”
에다르는 고개를 들었다.
후광에 가려진 무료한 표정이 사라졌다.
둥, 둥—
뒤이어 적의 침공을 알리는 북소리가 울렸다.
“적의 수는?”
“46,000명에 소규모 부대가 합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블라드는 허, 소리를 냈다.
그를 추격할 때보다 늘어난 전력.
지역 수비군까지 싹 끌어모았을 규모였다.
“전력을 꽤 모았네. 너 때문에 아냐?”
농으로 던진 말이었으나 반은 진담이었다.
옥좌의 마력을 흡수하면서 일으킨 거대한 마력의 흐름.
연합군이 폭풍해일과 같은 흐름을 느끼지 못했을 리 없었다.
“걱정할 것 없다.”
에다르는 사제들에게 갑옷을 채워지면서 말했다.
“너와 수일 거리를 두고 따라오던 무리다. 한데, 일주일 넘게 도착하지 않았지. 이유가 무엇이겠나.”
“이곳에서 일어난 이변을 경계하고 전력을 모았겠지?”
“그래. 하지만 그뿐이다. 이변의 원인을 모를 테니.”
연합군은 마력의 흐름을 온전히 파악하지 못했다.
파악했다면 절대 오지 않았을 터다.
“기껏해야 저가 모르는 아티펙트를 사용했다고 여길 터. 아니면, 옥좌와 관련해서 의심하거나.”
짐작으로 사태를 파악할 정도로 걸출한 인물은 그의 공작으로 회군을 한 뒤니까, 남아 있는 인물들이 정답을 도출하기란 어려웠다.
“무엇보다 대의제는 여태껏 승기를 잡고 있다가 일시적으로 패배한 것에 불과하지. 네게 비장의 수가 있었다면 왜 좀 더 일찍 쓰지 않았을까,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것도 그래.”
하여 적은 걱정은 하되 심각하게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나는 그 작은 오판을 노리는 것이고.”
에다르는 그리 말하며 황궁을 나섰다.
쿵!
황궁이 흔들릴 정도로 강렬한 지진.
멀찍이 떨어진 성벽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마력이 짙게 느껴지는 것이 규모가 큰 마법을 발한 것이라.
마법에 의해 성벽 일부가 무너져 구멍이 뻥 뚫렸다.
와아아아아아—!
거센 함성이 따랐다.
초전부터 성벽이 무너진 탓이었다.
성벽이 무너지면 공성전은 끝이나 마찬가지.
사실상 전투 시작과 동시에 승리가 결정된 꼴 아닌가.
적의 함성은 그런 승리를 확신하는 환호였다.
“역시 조금도 못 버티네.”
블라드는 쯧쯧 혀를 찼다.
무너진 성벽은 이전에 공성포로 부순 곳.
시간이 촉박하여 보수를 거의 하지 못했다.
못 버티는 것이 당연했다.
“돌입! 성안으로 들어가!”
“함정이 아니다! 걱정하지 마라!”
연합군은 무너진 성벽을 향해 전력으로 달렸다.
성벽 위에서 수비군이 화살을 쏘았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
수비군의 수는 몇 안 되었고, 언데드 무리였으니까.
시체가 쏘는 화살이 갑옷을 뚫겠나.
“저딴 화살에 맞아 죽는 놈이 등신이지!”
화살은 갑옷을 퉁, 퉁, 치고 바닥에 떨어질 뿐.
재수 없게 갑옷 틈새에 박히는 경우 외에 피해가 없었다.
연합군의 병사들은 수비군의 나약한 행태에 사기를 올렸다.
“뭐냐, 저것들 막을 생각은 있는 거야?”
“잠깐 점령만 하고 도망간 거 아니냐?”
무너진 성벽 틈까지 수십 미터.
틈 너머에 있어야 할 수비군도 보이지 않았다.
블라드는 소수의 수비군을 두고 도주했으리라.
그런 확신이 선두의 보병대 사이에 맺혔다.
“그러면 어때! 다시 한번 점령하면 되지!”
전투가 쉬우면 그거대로 좋지 아니한가.
그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성벽 틈으로 달려가다가,
강렬한 빛을 받고 질끈, 눈을 감으며 걸음을 멈추었다.
“어······.”
지축을 울리는 함성이 일순간 사라졌다.
아주 조금의 징조도 없이, 그의 존재가 나타남으로.
훅, 숨을 깊이 삼키는 소리와 함께 함성이 존재를 잃었다.
“······.”
수만 명이 자리한 전장에 내려앉은 침묵.
침묵 속에서 에다르가 성벽에 올라 적을 내려다보았다.
‘일출 같네.’
계단 밑에서 에다르를 올려다 보는 티아마르.
블라드, 그의 신체에 깃든 티아마르는 생각했다.
에다르의 오름이 일출과도 같다고.
“아버지?”
누가 무심코 그리 중얼거렸다.
“대체, 어떤 분이···?”
한 번이라도 신을 영접한 적 있는 이들은 물었다.
자기 자신에게 물어서 저것과 같은 빛을 본 적 있느냐고.
세계수를 보거나, 조상신을 보거나, 화신을 보거나.
그들 가운데 이와 같은 빛을 내는 존재가 있던가.
저벅, 저벅
어째서일까.
마력 한 줌 담기지 않은 발소리가 들렸다.
에다르 룬드링겐은 성벽 위에 제 피조물과 함께 섰다.
그의 육신이 광휘에 감싸여 또렷이 보이지 않았으니.
성벽 너머에 있는 누구도 그가 인간임을 몰랐다.
그의 모습은 그들이 섬기는 존재 중 하나로 여겨질 뿐.
“너희, 죄 많은 족속아.”
에다르는 입을 열면서 마력을 해방했다.
무수히 많은 영혼을 삼켜서 주체 못 할 마력.
그가 애써 억눌렀음에도 그토록 새어 나오던 마력.
블라드를 고통에 차게 한 마력이 댐이 무너지듯 성벽 아래에 있는 모든 생명을 덮쳤다.
————!
마력이 퍼져나가는, 들릴 리 없는 소리가 들렸다.
육신의 눈이 아니라 영혼의 눈으로 그를 관찰하고 있던 티아마르조차 눈이 부시다고 생각할 빛이 터졌으니.
티아마르에게 있어서 하찮은 족속이 보기에 어떻겠는가.
“마, 마력이···?”
모두가 경악한 가운데 누군가 다른 이유로 경악했다.
“마력이··· 흩어지고 있어!”
그 누군가는 연합군에 속한 마법사들.
자연 속에서 안정적으로 흐르던 마력이 날뛰기 시작했다.
제 영혼에서 마력을 끌어 쓰지 않는다면 자연의 것을 써야 하는데, 자연의 마력이 통제할 수 없을 만큼 거세게 날뛰었다.
“커, 허헉!”
한 마법사가 억지로 마력을 끌었다가 몸을 뒤틀며 고꾸라졌다. 그는 눈을 뒤집고 거품을 물며 바들바들 떨었다. 옆에 있던 마법사는 한 박자 늦게 마력을 부리려다가 그 모습을 보고 놀라 멈추었다.
그들은 상당히 나은 편이었다.
끼에에에엑!
다른 마법사는 몸이 뒤틀리는 것에 끝나지 않았다.
뒤틀린 육신을 찢고 도저히 자연적으로 탄생했다고 볼 수 없는 기괴한 생명체를 낳았다. 그것은 괴성을 지르고 헉헉거리다가 몇 걸음 걷지 못하고 숨이 막혀 죽었다.
“마법을 쓰지 마시오!”
“이, 이 무슨···?”
소수의 마법사가 경험으로 깨달았다.
천 년도 더 된 기억 속에서 이 같은 일을 떠올렸으니.
설마, 하며 눈을 깜빡이다가 곧 파르르 떨었고,
떨던 어깨를 우뚝 멈추어 쉰소리를 내었다.
“티아마르?”
사룡의 마력이 일으켰던 재앙이 아닌가.
서남 반도를 감히 이종족이 머물지 못하게 한 재앙.
“어째서··· 어째서 지금 이곳에서?”
이유는 모두가 알았다.
연합군에 속한 모두가 고개를 들어 빛을 보았다.
빛 속에 있는 에다르가 왼손을 높이 들었다.
우르릉——
그러자 하늘에 먹구름이 짙게 깔렸다.
연합군의 머리 위에 굵은 빗방울이 쏟아졌다.
솨아아아아아···!
비는 곧 거센 바람과 섞였다.
바람은 곧 중심을 잡고 돌기 시작하였고.
거대한 회오리가 연합군 한가운데 탄생했다.
“어, 어어어?”
“막아! 마력의 흐름에 간섭해!”
“마력이 안 잡히는데 어떡하라고!”
연합군에는 마법사가 많았다.
그러나 모두가 답을 알면서 풀지 못했다.
일말의 마력도 그들 손에 잡히지 않았으니까.
혹여 잡을 수 있더라도 잡아서는 안 되니까.
고오오오—
비바람 속에서 격렬하게 도는 회오리.
5만에 이르는 군세가 재앙에 무방비로 노출되었다.
땅이 뒤집히고, 그 위에 있던 생명이 낚여 분해되었다.
“아아아아악——!”
본디 회오리의 갈색이다.
회오리에 날린 흙의 색깔을 따라가므로.
하지만 연합군을 찢고 있는 회오리의 색은 시뻘겋다.
어찌나 많은 이들이 회오리에 찢겼을까.
찢긴 이들의 피에 젖어 붉은 기를 띠었다.
“피, 피피피해!”
“도망쳐엇!”
연합군은 사방으로 흩어졌다.
회오리가 진 한가운데 돌고 있었다.
대오를 지키고 있으면 죽을 뿐.
흩어져야 살 수 있었다.
“허어어억!”
모두가 눈물인지 비인지 모를 물기로 얼굴을 적셨다.
마법이 존재하는 세상에 신비로운 일은 수없이 많았다.
그러나 수만 명을 헤집을 정도의 이적은?
“하.”
그 광경 보며 블라드는 헛웃음을 지었다.
멀리서 보면, 활짝 벌린 두 팔에 담길 공간.
그 공간 안은 지옥도가 따로 없었는데, 이곳은 평온했다.
성벽 위, 도시 안은 따스한 햇볕이 내렸으니.
마치 한 폭의 지옥도를 감상하는 느낌.
‘역시··· 영혼만 흡수한 게 아니야.’
에다르의 주변에 일렁이는 아지랑이.
자세히 보면 얇은 실처럼 뻗어 나가고 있었다.
실은 가깝게는 그의 피조물과 한 가닥씩 연결되었다.
멀게는 하늘 높이 뻗어서 저 멀리 있는 누군가와 연결되었고.
‘저건 마력의 흐름. 인간들이 보내는 믿음이 마력으로 발하여 깃드는 것. 정말 신처럼 신앙을 삼키게 됐네.’
한 명 한 명의 믿음이 주는 마력은 보잘것없는 양이다.
허나 인간 전체가 단 한 명에게 믿음을 보낸다면?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정말 막대했다.
‘옥좌의 영혼을 흡수하면서 제 영혼의 한계만 넓어진 게 아니야. 마치 탈피를 한 것처럼 변화가 생겼어.’
그 변화가 저것이었다.
막힌 혈이 뚫린 것과 같은 흐름.
그를 처음 보았을 때도 흐름은 있었다.
그러나 그때는 미약했고, 온전하게 받지 못했다.
‘신앙을 온전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건가.’
심지어 그렇게 받은 마력 일부가 피조물에게도 향했다.
펄럭
메르세포네가 성장하여 날개를 활짝 펼쳤다.
날개가 어찌나 큰지 어른이 된 그녀가 너무도 작게 보였다.
화르륵!
라헬을 비롯한 사제들은 무구가 빛을 발했다.
빛은 불처럼 시뻘겋게 타올랐으나 열기는 없었고, 대신 블라드의 영혼이 불길을 보고 괴성을 질렀다.
“······.”
그리고 주인의 곁을 항상 지킬 뿐인 칼리오페.
그녀는 옛 신의 힘을 정화한 무구로 무장했으니.
무구는 그녀의 주인이 발하는 빛과 같은 색을 띠었다.
황금빛이 주인의 휘광을 머금고 더욱 맹렬하게 발하였다.
“내 아이들아.”
에다르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중후하게 들렸다.
어떤 마력을 담아도 이와 같은 무게를 품지 못할 터.
티아마르조차 이 순간은 셋이 함께 떨었으니.
그들 눈에도 에다르가 인간이 아니게 보였다.
“가라.”
에다르는 성벽 너머에 있는 무리를 가리켰다.
연합군을 휩쓸던 비바람과 회오리가 뚝 그쳤다.
고통과 공포에 물은 신음만이 흘렀다.
“너희는 나의 징벌이다. 그리하여 너희의 행위가 나의 적을 두렵게 하고 나의 위업이 될 것이니, 자비를 두지 말고 모두 죽여라.”
인간의 신이 만든 전사들이 성벽에 뛰어내렸다.
그들은 바닥을 기는 적에게 징벌이 되어 죽음을 내리니.
감히 누구도 저항하지 못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