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 a human empire by creating a clan RAW novel - Chapter (149)
권속 생성으로 인류 제국 건설 151화(151/185)
인간의 절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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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성벽 위에서 전장을 내려다보았다.
전장, 이라고 말하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한 광경.
한쪽이 너무 압도적이라서 학살극이라고 봐야 할 터.
“신이시여···!”
누군가 제 신을 단말마의 비명으로 질렀다.
수만에 이르는 이종족의 군세가 녹아내린다.
이종족의 상대는 고작 수백에 불과한 권속인데.
백 배에 가까운 군세를 가지고도 일방적으로 밀렸다.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우리는 징벌이다!”
권속은 해일이 되어 적을 몰아쳤다.
그들의 육신에서 황금빛이 발하고, 무구 또한 빛나니.
불에 타듯 이적의 빛이 타오르고, 불길이 되어 적을 태웠다.
“으아아아악!”
“모, 몸에 불이···!”
나는 그 광경을 내려다보면서, 들판에서도 맞보고 있었다.
수백 권속이 저가 보는 광경을 내게 사념으로 보내왔으니.
인식 능력이 월등하게 향상된 나는 이를 모두 읽어 들였다.
‘정말 이상한 느낌이군.’
이전에도 권속, 패밀리어의 감각을 자주 공유했었지.
그러나 공유 대상이 동시에 수백에 이르지는 않았다.
한다면 할 수는 있었지만, 개별적으로 이해가 불가능했으니.
마치 시장 바닥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말을 구별하는 것처럼.
“하탄! 거리를 너무 벌렸어!”
“내가 선수를 친다! 따라와!”
“마법사부터 노려!”
수백의 사념을 나는 한순간에 이해했다.
이해뿐인가? 그들 모두에게 개별 지시도 내릴 수 있을 터.
‘인지 능력이 지금 이 순간에도 확장하고 있다.’
———!
——! ——!
————!
하지만 지금 상태가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었다.
들리지 않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으니.
‘영혼이 날뛰고 있군.’
그 소리는 나와 합일을 이룬 영혼의 것.
이들 영혼은 자아가 없는 마력 덩어리였다.
내 안에서 섞이지 못한 마력이 날뛰고 있었다.
———!
마력이 날뛰면 통제가 어렵다.
저 아래에 있는 연합군의 마법사들을 보라.
조금만 마력이 날뛰어도 마법을 부리지 못하지.
지금 내 안에서 요동치는 마력은 그 이상이었다.
‘내가 통제 못 할 수준은 아니다.’
아예 마력을 부리지 못할 정도로 통제 불가는 아니다.
강약 조절이 안 될 정도로 날뛰고 있다고 봐야지.
내 안에 구멍이 뻥 뚫린 느낌이었다.
마력이 주체 없이 쏟아져 나갔다.
사아아아——
내 육신에서 발하는 빛이 더욱 강렬해졌다.
그와 함께 들판의 풀이 덩굴을 뻗어서 적의 발을 잡았다.
“어, 어···?”
그리고 덩굴은 적의 다리를 타고 올라가 전신을 감쌌다.
지하 창고에서 옛 신의 잔재가 담긴 투창 니르처럼.
우어어어어어어!
마력이 막대하게 쏟아져 자연을 멋대로 변화시키는 상황.
그로 인한 변화가 이뿐이라면 무시하고 넘어가도 좋았을 터.
하지만 마력에 영향받는 것은 자연뿐이 아니었으니.
우어어어어어!
마력은 몬스터와 언데드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통제가 안 돼!”
“이쪽으로 오지 마! 앞으로 가라고!”
몬스터가 광기에 사로잡혀 아군을 공격하거나,
언데드에게 조금 남아 있던 영혼이 승천하거나,
내가 발하는 마력의 영향은 아군 또한 괴롭혔다.
‘곤란하군.’
그렇다고 억누를 수도 없고.
나는 혼란이 잦아들기 시작한 전장을 두루 살폈다.
“겁먹지 마라!”
“적의 수는 얼마 안 된다!”
연합군은 초전의 혼란에서 빠져나왔다.
단순하게 수를 따져 보면 권속의 백 배에 가까운 수.
언데드와 몬스터는 의도치 않게 혼란에 빠진 상황.
전열 정비하기에 적합한 기회였다.
“조상께서 보고 계시는데 이 꼴을 보일 테냐!”
“상대는 원숭이다!”
연합군은 오합지졸이 아니었다.
일시적으로 혼란에 빠졌을 뿐이지.
수년간 실전 경험으로 다져진 정규군.
혼란을 잠재우고 제대로 된 반격을 시작했다.
“수로 밀어붙여!”
적은 내가 한때 사용했던 방식을 그대로 사용했다.
내가 블라드와 혈족을 상대로 수를 앞세워 맞섰듯이.
그들 또한 압도적인 수를 내세워 반격을 가했다.
푸욱!
한 권속은 열 한 명의 적에게 포위되었다.
적의 동시 공격에 오른팔이 잘리고, 목이 꿰뚫렸으며, 가슴에 네 개의 창과 검이 박혔다. 죽음이 확실하게 찾아와야 할 피해였다.
화르르!
그러나 상처에서 마력이 불길이 되어 거세게 타올랐다. 불길은 무기를 밀어내고, 구멍 난 상처를 치유했고, 죽음 앞에서 권속을 건져내었다.
“무, 무슨···.”
그의 앞에 선 엘프가 놀라 눈을 크게 떴다.
흰자를 드러내었던 눈동자가 초점을 찾고 적을 노려보았다.
“나는 폐하의 징벌이다!”
권속은 그녀가 반응할 여유도 주지 않고 팔을 휘둘렀다.
휘두르는 검을 따라 마력의 불길이 길게 뒤따랐으니.
그녀를 베고 그를 포위한 여섯의 이종족을 녹였다.
“죽은 자가 살아난다고?”
“말도 안 돼!”
이러한 광경이 모든 권속에게서 나타나고 있었다.
모든 권속이 그들보다 수십 배 많은 적을 상대했으니까.
심장이 찔리고, 사지가 뜯기고, 머리가 터졌는데도.
영혼이 육신에서 빠져나가기 전에 새살이 돋았다.
“위대한 장인이시여! 저희에게도 당신의 힘을···!”
연합군 안에서 사제들이 저가 믿는 신을 부르짖었다.
마력의 혼란을 잠재워주고 내 이적을 몰아내게 해달라고.
우르릉···
콰광—!
그러자 이종족의 신들이 부름에 반응했다.
하늘에 모인 먹구름에서 천둥과 번개가 쳤으니.
내가 흩트려 놓았던 마력의 흐름이 제 자리를 되찾고, 몇 번이고 되살아나던 권속이 형체조차 남기지 않고 바스러졌다.
“돼, 됐어!”
“마력이 잡힌다!”
마력의 통제권을 되찾은 마법사들이 환희했다.
뒤늦게 손에 잡히는 마력을 느끼며 분노 또한 표했다.
“감히··· 원숭이 따위가!”
사방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거대한 화약 창고가 터진 것처럼.
먼지가 하늘 높이 솟구치며 비명이 울렸다.
마법사의 억눌린 분노가 터지는 것이라.
“읏!”
라헬은 그 폭발 속에 있었다. 폭발로 그녀의 시야가 잠시 흐트러진 틈에, 한 드워프가 망치를 휘둘러서 머리를 부수려고 했다.
“어딜!”
텁, 하고 라헬은 맨손으로 망치를 잡았다.
파직파직, 스파크가 튀며 손이 타고 연기가 솟았다.
“곱게 죽어라! 원숭이야!”
“흥!”
라헬은 조롱을 웃음으로 받아치며 손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망치가 붉게 물들면서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뭐, 뭣···!”
드워프는 쇳물이 제 손에 닿으려 하자 놀라서 손을 놓았다.
“왜 무기를 놓고 도망쳐?”
반쯤 녹고 마력을 잃은 망치.
라헬은 그것을 바로 잡고 빙글 돌리면서 씨익 웃었다.
“너희 신보다 내 아버지가 우월하신 것 같네?”
까맣게 타고 바스러진 손이 새로이 자라났다.
드워프는 그 모습을 보고 눈을 크게 뜬 채 떨었다.
무기를 놓고 맨손이 된 이상 운명은 정해져 있으니.
퍼억!
망치가 그의 머리를 내리찍었다.
그도 신의 가호를 받고 있었지만, 그녀와 달랐다.
드워프의 조상은 나와 달리 제 자손을 치유하지 못했으니.
영혼이 육신에서 떨어져 나가며 완전한 죽음을 맞이했다.
“아아아아아악!”
그나마 그의 최후는 나은 편이었다.
적어도 그녀에게 상처는 입히지 않았나.
칼리오페, 메르세포네는 상처조차 없었다.
두 권속은 서로의 측면을 지키며 나아갔으니까.
적은 신의 가호를 받고도 감히 범접하지 못했다.
두 권속의 주변은 휑하다 싶을 정도로 산 자가 없었다.
오로지 절명한 이종족의 육신만이 나뒹굴 뿐.
“퇴각! 퇴각하라!”
적의 사분지 일이 죽었을 무렵.
숫자는 여전히 연합군이 압도적이었으나 승패는 달랐다.
칼리오페가 왕관을 쓴 드워프를 반으로 쪼갠 직후에 일말의 희망조차 사라졌다. 적은 망설임 없이 등을 돌리며 달렸고, 그들의 수가 워낙 많았기에 권속은 그들 대다수를 살려 보내야 했다.
“이쯤이면 됐어.”
블라드, 그의 육신에 깃든 티아마르가 말했다.
나는 블라드의 영혼이 희미하게 일렁이는 모습을 보았다.
곧 꺼질 듯한 촛불과도 같았는데, 아직 그가 죽어서는 안 된다.
그의 영혼과 얽매인 혈족, 종복을 지배해야 하니까.
“아쉽군.”
몬스터, 언데드의 군세가 온전했다면 섬멸을 했을 터.
그러나 블라드를 보듯 내 영혼의 영향력이 문제다.
영혼에 노출된 사령술사 다수가 바닥을 굴렀다.
게거품을 물고 쓰러지거나 본래 종족이 되거나.
“으, 으으으···!”
나는 주체 없이 쏟아지는 영혼의 마력을 억눌렀다.
마력은 내 의지를 무시하고 흐름을 유지하려고 했다.
자아가 없는데도 통제를 거부하며 날뛰는 모습.
나는 다시 집중하고, 또 집중했다.
스스스스···
그제야 마력의 흐름이 잔잔해지고 누출이 줄기 시작했다.
‘역시 통제가 쉽지 않아.’
마력은 계속해서 내 몸을 빠져나가려고 한다.
이 때문에 내가 마력을 사용하고 있으면 적당함이 없었다.
댐을 일부 열고자 했더니 완전 개방하는 느낌으로 말이다.
‘아직은 마력이 충만하지만, 통제를 확실하게 하지 않으면 차후에 문제가 되겠어. 마력을 억누르는 아티펙트를 착용하든지 해야겠군.’
앞으로의 대처에 대해 생각하며 성벽을 내려갔다.
추격을 마치고 회군한 권속들이 성문 앞으로 모였으니
곧 내 앞에서 멈추어 부복했고, 칼리오페가 맨 앞에 섰다.
“승전 축하드립니다.”
나는 그녀로부터 녹아내린 왕관을 건네받았다.
왕관이었다는 것조차 쉬이 알기 어려운 형상.
하지만 녹지 않고 붙어 있는 보석.
– 놔라! 더러운 족속아!
보석이 사념으로 내게 욕지거리를 뱉었다.
드워프의 조상신이 제 의지를 일부 담은 것이라.
의지와 함께 담긴 마력이 막대하여 녹지 않고 버텼다.
이런 왕관의 주인이 누구였겠나.
인간으로 치면 왕에 해당하는 봉우리의 주인이었겠지.
우두둑···
녀석은 이미 온기가 빠지는 시신에 불과할 터.
나는 손에 힘을 주어 보석을 으그러뜨렸다.
– 그, 그만! 그만해라! 네가 지금 무슨 짓을——
보석은 쇠 긁는 소리를 내다가 부서졌다. 그러자 안에 담고 있던 마력이 사방으로 튀면서 거뭇한 연기가 피어오르다 내 안에 스며들었으니, 안 그래도 넘치던 마력이 더욱 흘러넘치고 이전보다 더 날뛰기 시작했다.
“끝인가.”
블라드는 사라진 연기를 보며 후, 한숨을 쉬었다.
육신을 빼앗긴 영혼이 이제야 잠잠해진 모양.
영혼도 기절할 수 있다면 기절했겠지.
“블라드, 나는 돌아가겠다. 뒤는 맡기마.”
“벌써? 너무 이른 거 아니야?”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내 존재가 널리 알려진 지금.
이전처럼 안전하리라 생각하면 안 된다.
물론, 이전도 그리 평온하지는 않았지만.
“행정 관료는 남겨두겠다. 그들을 나라고 생각하고 권한을 보장해라. 그리고 산업이 궤도에 오를 때까지, 수비적으로 대응하도록. 괜한 욕심은 내지 말고.”
“알고 있어.”
시신이 널린 들판을 보았다.
전투가 끝났음에도 새 한 마리 내려앉지 않았다.
마력이 일으킨 불이 잔불로나마 타고 있었으니까.
회색 연기가 피어오르고, 연기 사이를 까마귀가 활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