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 a human empire by creating a clan RAW novel - Chapter (15)
권속 생성으로 인류 제국 건설 16화(16/185)
나는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에 귀를 만졌다.
“백작께서는 그대가 지금이라도 죄를 인정하고 영지를 배납한다면 이상의 죄는 묻지 않겠다고 하시었다! 죄를 인정하겠는가!”
저 앞 구릉 위에 뜬금없이 찾아와 선전포고를 던진 기수가 있었다.
기수 옆에 호위가 둘 있었고, 눈을 게슴츠레 뜨자 그들의 레벨이 보였다.
【Lv. 13】
【Lv. 19】
【Lv. 11】
‘역시 인간들의 수준은 이종족에 비하면 한참 낮군.’
“어떡하시겠습니까.”
칼리오페의 조용한 물음에 나는 그녀를 보았다.
“잡을 수 있나?”
대답 대신 묵묵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잡아라. 죽이지 말고.”
“알겠습니다.”
칼리오페는 상체를 구부려 흙바닥의 잔돌 세 개를 집었다.
두 개는 왼손으로 옮기고, 남은 하나를 오른손에 쥐었다.
그녀의 팔이 귀 뒤로 젖혀졌다가 찰나에 앞으로 튕겼다.
쉭!
바람 찢는 소리가 들렸다.
“억!”
그리고 비명이 터졌다.
돌아보면 기수가 낙마하며 깃발이 쓰러졌다.
호위들이 기수를 내려보는 사이에 칼리오페가 똑같은 행동을 두 번 더 반복하자 호위들도 쓰러졌다.
차이가 있다면 둘은 비명조차 내지 못 했다는 것뿐.
“끝났습니다.”
“수고했다.”
내 칭찬에 칼리오페의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올라갔다.
아마도 제 나름의 미소를 지은 것이라.
“허어···.”
마침 옆에 있던 키슬러가 길게 숨을 내뱉었다.
칼리오페의 기교에 경이를 느낀 투였다.
당장 말을 타고 쫓아가도 도망치면 그만이었을 거리.
그 거리를 돌멩이 세 개로 해결했으니 놀라지 않을 수 있을까.
“엘프와 싸워 이긴 것을 보아놓고 무엇이 놀랍나.”
“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키슬러가 어색하게 웃었다.
곧 권속들이 무뢰배들을 데려왔다.
갑옷에 뚫린 구멍 사이로 피가 철철 흘러 정신이 혼미해 보였다.
권속들에게 이들을 치료 후 심문해서 이동 경로, 공격 시기, 규모 등 백작의 모든 것을 알아내라 지시하고, 놈들이 타고 온 말을 보았다.
“농사에 써도 괜찮을 것 같군.”
“예. 다리가 튼실해서 쓸만해 보입니다.”
가까이 온 말을 쓰다듬자 녀석이 푸드덕대며 머리를 비볐다.
성격도 온순하고 의도치 않게 좋은 말을 얻었다, 그것도 세 마리나.
기존에 마차를 끌었던 짐말 두 마리를 더 하면 다섯 마리.
‘사신을 보냈다는 것은 이미 출정했다는 뜻이겠고. 이참에 백작을 잡아서 놈들이 타고 온 말도 얻어야겠어.’
수가 얼마나 될지는 모르나 못해도 수십은 되겠지, 백작이니까.
꽤 짭짤한 벌이가 되겠다고 생각하며 나는 입꼬리를 올렸다.
기존에는 짐말 두 마리뿐이라 농사에 동원하기가 참 애매했다.
‘쟁기를 달면 적게는 2마리, 많게는 8마리의 소나 말이 필요하니.’
다행스럽게도 대평원의 흙이 워낙 부드러워서 쟁기 하나에 8마리가 붙을 일은 없었다.
그래도 가구당 쟁기 하나는 끌게 해주려면 말이 엄청 많이 필요한 것은 사실.
‘철제 농기구도 털어오면 괜찮겠군. 왈로키아가 제르마니아에 비해 낙후되었어도 그건 일반적으로 쓸 테니. 그리고···.’
머릿속으로 전리품을 계산하다가 어처구니없어서 싱겁게 웃음을 지었다.
’전쟁으로 경제를 일으켜 세운다는 말이 지금 떠오를 줄이야.’
전생에서 영지를 개발할 때는 약탈이 드물었다.
항상 기반이 그럭저럭 잡힌 영지에서 시작했으니까.
가진 것을 늘리면서 주변으로 확장하는 것이 정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가진 것이 없었다.
가진 것을 키울 때가 아니라, 키우기 위해 가져야 할 때였다.
‘백작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싸움을 걸어줘서 고맙다고 하고 싶군.’
대의제의 감시가 어디까지 미치는 지 모르는 지금.
내가 먼저 손을 썼다는 평가를 받지 않도록 싸움을 걸어오다니.
고맙기 그지 없는 양반이었다.
‘다만··· 아직 영지 순례를 시작도 못 했는데, 남의 영지부터 보러 가야 하는 것은 조금 아쉽구나.’
나는 등을 돌려 영지를 보았다.
부임하고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영지는 빠르게 변하고 있었다.
권속은 영지민보다 힘이나 솜씨가 좋고 휴식이 필요 없기 때문이었다.
저레벨 권속이라도 농민의 수 배에 달하는 인력이 되었다.
거기에 만렙에 가까운 칼리오페나 마법사 그리프까지.
개발 진척이 늦으려야 늦을 수가 없었다.
‘올리머스의 개발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다른 촌락도 개발해야 하는데, 권속이 너무 모자라.’
나는 그리프 이후로 새로이 생성한 권속들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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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
반
Lv. 9
등급: F
방랑시인
힐데
Lv. 42
등급: C
뱃사공
기욤
Lv. 12
등급: F
시동
한스
Lv. 14
등급: E
면죄부 판매원
카라마조프
Lv. 38
등급: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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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권속의 수가 열 명에 이르렀다.
올리머스에 도착하고 그리프를 포함해서 추가로 여섯 명을 만든 셈.
그러나 그 중 그리프보다 높은 레벨의 권속은 없었다.
두 번째로 높은 레벨이 42이고, 방랑시인이라는 애매한 직업.
‘면죄부 판매원보단 낫다만.’
나는 그 직업을 떠올리고 가벼운 웃음을 흘렸다.
‘권속이야 무얼 시켜도 열정적으로 따르지. 그래도 가능하면 가진 직업에 걸맞은 일을 맡기고 싶건만, 이런 건 조금 난감하군.’
직업에 맞게 면죄부를 팔아오라고 하랴?
‘그나마 당장은 단순 작업이 시급하니 신경 쓸 필요가 없어서 좋군.’
단순 작업만으로도 일이 넘쳐서 뭐든 손이 부족한 지경이었다.
풀이 무성한 평원을 개간해서 이주민에게 소작을 주어야 하고, 임시 움막을 개축해야 했으며, 수확 철까지 모자란 식량을 보충할 채집과 사냥은 물론이요, 도시 건설을 위한 토목도 준비해야 했다.
권속이 아니라 평범한 인간이 작업했다면 작업량이 감당이 되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나마 권속이었기에 일손이 모자라도 조금씩 진도가 나가고 있었다.
‘슬슬 스킬 등급이 올라가 권속을 늘려야 하건만.’
[다음 사용까지 남은 시간: 46시간 31분.]3일마다 1회 생성은 한계가 명확했다.
적어도 1일 1회가 되어야 숨통이 트인다.
‘뭐, 당장은 생각해봐야 내가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니야.’
스킬의 경험치를 알 수 없기에 꾸준히 사용하면서 기다리는 수밖에.
나는 스킬에 대한 고민은 뒤로 미루고 한창 오고 있을 도린 백작을 떠올렸다.
“그리프. 환영 마법을 사용할 수 있나?”
“쉽지요.”
그리프는 싱긋 웃고 오른손을 들었다.
아지랑이가 일렁이듯 손이 일렁이더니 곧 촉수로 변했다.
오징어의 손 끝처럼 변한 그리프의 손이 내게 꾸벅 인사를 했다.
“흐··· 어떻습니까?”
“괜찮군. 귀를 엘프처럼 보이게 할 수도 있겠지?”
그리프는 대답 대신 손뼉을 두 번 쳤다.
그러자 칼리오페의 귀가 토끼 귀로 변했다.
“······.”
칼리오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리프를 보았다.
나는 칼리오페의 사념이 무겁게 내려앉는 것을 읽었다.
그리프가 다급하게 마력을 흩트려 토끼 귀를 지웠다.
“···뭐, 이 정도면 되겠습니까?”
칼리오페의 무거운 시선을 피하면서 그리프가 말을 이었다.
“저보다 마력을 잘 다루는 사람이라면 금세 눈치챌 겁니다.”
“상관없다.”
내가 속이려는 것은 대의제 같은 강자가 아니니까.
그리프의 환영 마법을 간파하지 못할 것이었다.
“무얼 계획하시는지?”
“내 뒷배가 귀쟁이라고 믿게 하려는 거다. 경계심이 내게 집중되지 않도록. 알아서 착각하게. 지난번엔 대의제를 속였으니, 이번에는 인간들을 속여봐야지 않겠느냐?”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산맥
하늘에 까마귀 한 마리가 활공했다.
나는 그 모습을 올려다보다가 칼리오페에게 손짓했다.
칼리오페가 조약돌을 던졌고 핑, 하고 파성이 울렸다.
까악!
동시에 까마귀가 비명과 함께 깃털을 사방으로 터트렸다.
어찌나 세게 맞았나 추락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먼지를 흩뿌리듯 까마귀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나는 멈춘 말을 다독여서 다시 걷게 했다.
내 뒤로 세 명의 권속과 키슬러가 따랐다.
“참 귀찮은 놈들이군요.”
그리프가 투덜거렸다.
까미귀는 패밀리어였다.
주술사와 시야를 공유하며 우리를 감시하고 있었다.
올리머스를 떠난 직후부터 따라붙고 있었다.
“벌써 여덟 마리째 아닙니까.”
“그랬지.”
방금 잡은 까마귀가 여덟 번째 패밀리어.
패밀리어는 술사와 영혼의 계약을 맺기에 죽으면 술사에게 충격이 간다.
마력이 역류한다고 해야 할까, 한동안 마력을 움직일 수 없을 터.
‘즉 매번 다른 술사를 통해서 우리를 감시한다는 뜻이렷다.’
“경계가 너무 심한 것 같습니다.”
나는 말린 과일을 입에 넣으면서 키슬러를 보았다.
투란으로 가는 길을 안내하고자 동행한 그였다.
그리프와 내가 나누는 대화를 듣자 표정이 바짝 굳었다.
그가 개척지에서 보낸 세월이 못해도 10년은 넘었기에 이종족이 얼마나 잔혹한지 뼈저리게 느꼈겠지.
그런 족속이 나를 경계하고 있다는 말에 두려울 법했다.
“그럴만하지.”
나는 작게 웃음소리를 흘렸다.
“내게 땅을 뺏기지 않았더냐. 저들에게서 땅을 빼앗은 인간은 내가 유일할 것인데, 또 무얼 저지를까 경계하지 않고 배길까. 어쩌면 조만간 다시 대의제를 찾아갈지도 모르겠구나.”
한참 하늘을 올려다보던 칼리오페가 고개를 내렸다.
“끝났습니다.”
“더 보이지 않고?”
“제가 감지할 수 있는 범위에선.”
“좋군.”
나는 과일을 주머니에 넣고 그리프를 보았다.
“그 귀쟁이 놈이 보냈을까요?”
“가능성은 크지만, 단독은 아닐 거다. 대의제가 지켜보고 있다고 여기는 게 좋겠지.”
“이래서야 백작을 잡아도 영지를 뺏는 건 어렵겠는데요. 분명 이래저래 말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그렇겠지.”
고작 영지 밖으로 나왔다고 이 꼴이다.
내가 내륙으로 영지를 확장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뻔했다.
“계획이 잘 먹혔으면 좋겠군요.”
“잠깐.”
나는 말을 멈추고 흙길 옆의 수풀을 보았다.
우리가 지나고 있는 길은 길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숲 한가운데였다.
무성한 수풀에 사람 손 타지 않은 온갖 식물이 자라고 있었다.
“에다르 님?”
말에서 내려서 수풀 사이에서 자라고 있는 식물 한 줌을 캐냈다.
덩달아 말에서 내린 이들이 내 뒤에 섰다.
내가 땅에서 캐낸 식물을 보고 갸웃했다.
“알팔파군요.”
“그래. 혹시 식물도 볼 줄 아나?”
“마도는 얇고 넓은 학문이지요. 약초학에도 약간은 발을 걸치고 있습니다.”
어깨를 으쓱이는 그리프에게 알팔파를 넘기고 일어섰다.
“이것과 똑같은 식물을 뿌리째 캐서 가져와라.”
“으흠··· 콩과 식물이라. 휴경지에 심으시려는 겁니까?”
“음.”
그리프는 실눈을 더욱 좁히면서 눈웃음을 지었다.
뒤따르던 키슬러가 눈을 껌벅였다.
잡초를 왜 휴경지에? 라고 생각하는 것이겠지.
식물학이 발달하지 않은 시대니까.
식물이 흙에 어떤 영향을 주느냐, 경험으로밖에 모른다.
또한, 이 시대의 경험은 전생과 비교가 안 되게 아주 조심스럽게 쌓였다.
사회 보장이 없으므로 한 번의 실수가 인생을 끝낼 수 있으니.
농사를 마치고 쉬게 두어야 하는 땅에 모르는 식물을 심는다?
도전은커녕 미쳤다고 손가락질당해도 마땅했다.
“자, 이 알팔파로 말할 것 같으면 땅을 비옥하게 만들지요. 농사를 하고 땅을 쉬는 이유가 뭡니까? 토양을 회복하기 위함이 아닙니까.”
그리프는 알팔파를 오른손에 쥐고 휘릭휘릭 과장되게 휘저었다.
“알팔파를 휴경지에 심으면 지력 회복에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알팔파뿐만 아니라 주변에 클로버, 자운영, 완두 같은 식물도 알팔파와 같은 효과를 내면서 다른 용도로 써먹을 수도 있지요.”
방금 말한 식물들을 묶어서 콩과 식물이라고 불렀다.
작물이 토양에서 빨아 먹는 영양소 중에서 특히 많이 소모되는 것이 질소, 인, 칼륨이다.
콩과 식물은 공기 중의 질소를 땅에 고정하는 세균을 가지고 있어서 지력 회복에 큰 도움이 되었다.
‘콩과 식물의 또 다른 장점은 지력 회복 외에 부수적인 소득도 만든다는 거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자운영은 양봉에 도움이 된다.
완두는 식용, 클로버, 알팔파는 가축 사료로 사용할 수도 있었다.
‘여기에 순무가 더 해지면 밀부터 순무, 보리, 클로버로 이어지는 4윤작의 기본 틀이 완성되는 것이고. 감자까지 있으면 중간에 감자를 끼워서 작물 생산량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가 있어.’
전생에서 세계 경제는 근대에 이르기까지 농업의 비중이 50%가 넘었다.
산업 혁명의 기반이 되는 기술, 제도, 자원 하나 없는 시대는 어떨까.
괜히 농사가 천하의 근본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낟알 한 톨을 농지에 심으면 평작에 3알, 풍작에 4알이 나오는 것이 이 시대의 일반적인 농사다. 평작이라 3알을 수확했다고 치면 그중 1알은 파종을 위해 보관하고, 1알은 세금을 내고, 나머지 1알로 1년을 버텨야 하지.’
내가 가축이니 농기구니 신경 쓰는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산업 혁명 이전의 농업은 단순하고 효율이 너무 낮았다.
그러니 조금만 개선해도 효율이 높이 올라서 소득도 크게 늘었다.
땅을 조금이라도 빠르게 회복시키면,
땅을 조금이라도 더 깊게 갈아엎으면,
평작의 수확량이 3알에서 4알이 된다면?
파종을 마친 농민의 손에 쥐어지는 낱알이 2알에서 3알이 된다면?
2알에서 3알로, 즉 이윤이 50%가 증가하는 셈이었다.
겨우 1알의 차이였지만 엄청난 도약이었다.
‘농경지를 짠하고 소환하거나 농업 버프 같은 것을 주는 스킬이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것이 없는 이상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최대한 빨리, 최대한 많은 효율을 내는 방법을 도입하는 수밖에.’
키슬러는 그리프가 요술봉처럼 휘두르고 있는 알팔파에서 눈동자를 떼지 못했다.
‘무슨 보물을 보는 것처럼 보는군. 아니, 보물이 맞나.’
촌장 이전에 한 명의 농부였으니까.
조금이라도 더 땅을 비옥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겠지.
‘문제는 농민들이 내 말을 믿고 휴경지에 심어보겠느냐는 것이었는데, 반응을 보니 괜찮을 것 같군.’
키슬러는 알팔파를 조심스럽게 받아 쥐고 물었다.
“어떻게 이를 아시는 겁니까?”
“저도 마도학자입니다. 마도가 모르는 것은 없지요.”
대답은 그리프가 했지만, 키슬러의 시선은 나를 향하고 있었다.
“글쎄.”
나는 실없는 웃음을 지어 대답을 흘렸다.
몇 번째인지 모를 질문인데도 대답은 항상 같았다.
내가 드러내는 지식과 경험은 이번 삶이 아니라 이전 삶의 경험이었으니.
이전 회차에서 해봤다, 라고 답할 수는 없는 노릇이잖나.
‘밭에서 구르고 장인 밑에서 일도 하고 어부가 되기도 했지.’
영웅놀이와 귀족 생활이 질려서 노예로 시작한 적도 있었다.
‘그때 얻은 경험은 다 스킬이 보조했기에 가능했던 것이지. 하지만 스킬이 주는 효과는 없어져도 기억은 남아있다. 업적과 마찬가지로 대강 무얼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정도는 알 수 있어.’
알팔파나 콩과 식물의 효능을 아는 것이 그러한 예였다.
농업 스킬이 보조할 적에는 상태창이 알팔파의 효능을 나열했거든.
어떤 작물과 섞으면 어떤 효과가 나고, 스킬 등급이 오르면 그 효과가 상승한다는 식으로 사실성과 게임성을 적절하게 섞었다.
‘업적과 다르게 딱히 암기할 생각은 없었다만. 기억이란 재밌군.’
기억은 때때로 사소한 것을 또렷이 기억하고, 중요한 것을 잊어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