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 a human empire by creating a clan RAW novel - Chapter (150)
권속 생성으로 인류 제국 건설 152화(152/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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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나.”
알레온은 옥좌에 앉아 쯧, 혀를 찼다.
옆에서 시종이 고개를 조아렸다.
“예. 그것이··· 패밀리어의 통제가 불안정해서···.”
“알고 있다. 방해꾼이 있던 것이지.”
그가 명상에서 깨어나자마자 내렸던 지시가 무엇이었나.
원정군에게 즉각 퇴각하라고 명한 것이었다.
그러나 명령이 제때 도착하지 못했다.
“원인은 아직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그 인간의 신이라는 자가 사룡처럼 마력의 흐름을 혼란하게 만든다는 보고가 있습니다만, 그 영향이 이토록 먼 곳까지 닿을 지는···.”
명령은 패밀리어를 통해 전달되었다.
말을 탄 전령보다 하늘을 나는 것이 더 빠르니까.
허나 이상하게도 패밀리어가 비행 중에 야생으로 돌아갔다.
마법사와 패밀리어 사이의 연결이 갑작스레 끊어진 것.
처음에는 실수라고 생각했는데, 실수가 아니었다.
몇 번이고 같은 일이 반복되다가 여러 날이 지났다.
가까스로 지시를 전달했을 때는 늦었으니.
패전이 확정된 하루 뒤였다.
“노골적이군.”
“노골적이라니요?”
시종의 물음에 알레온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시선을 내려서 손에 쥔 무기를 살폈다.
그것은 매치락 머스킷이었다.
“수년 사이에 인간이 세력을 통합하고, 이런 것까지 만들었다고? 대단하군. 과연, 황제라고 자칭할 법해. 난쟁이들이 수천 년간 떠올리지 못한 발상을 했으니.”
알레온은 머스킷을 견착했다.
“예정대로 명상을 이어갔다면 위험했겠어.”
본래라면 수십 년은 이어져야 했을 명상.
그는 계획대로 명상을 이어갔으면 어땠을까 생각했다.
몇 년 만의 이런 발전을 이루는 인간에게 시간이 더 주어진다?
생각만으로도 불쾌하여 다시 인상을 찌푸렸다.
“아이야. 너는 할 말이 없느냐?”
총구가 옥좌 밑에 무릎 꿇고 있는 엘프, 라에라곤을 겨누었다.
“···없습니다.”
라에라곤은 그 말을 겨우 뱉고 입술을 깨물었다.
“그 원숭이를 최초에 대의제로 부른 것이 너였지.”
“예, 알레온 님.”
“대체 왜 그런 멍청한 짓을 한 것이냐?”
알레온은 방아쇠를 당겼다.
탁.
화승과 화약을 달지 않아서 머스킷은 잠잠했다.
알레온은 코웃음을 한 차례 치고 총구를 거두었다.
“네가 부상 때문에 호위에 밀려서 기가 꺾였다고? 그렇다면 더더욱 죽였어야지. 대의제에 부를 것이 아니라. 아니! 대의제에 불렀어도 죽였어야지.”
“······.”
“원숭이 따위에게 패할 것을 두려워야 할 것이 아니라, 원숭이가 우릴 패하게 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두려워했어야지. 저깟 것들에게 기회만 준 것이지 않느냐.”
라에라곤은 얼굴을 벌겋게 물들이고 머리를 지면에 박았다.
“죄송합니다.”
“죄송하다고?”
머스킷이 라에라곤의 뒤통수를 찍었다.
알레온이 그를 노려 던진 것이었다.
주륵···
어찌나 세게 던졌나.
뒤통수에서 피가 나와 바닥에 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아, 알레온 님···.”
시종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러나 그의 눈초리를 받자 몸을 움츠리며 물러났다.
“한심한 것.”
라에라곤은 눈을 질끈 감고 이를 악물었다.
“네가 한 나라의 왕자요, 엘프 중에서 가장 강하다고 칭송받더니, 어리석음만 늘었구나.”
이를 악물어도 내뱉을 말은 없었다.
분명 그의 어리석음에서 이 모든 일이 발생했으니.
허세에 물어나지 않고 피해를 감수하고 결전을 벌였다면.
만약 그랬다면 에다르, 라는 인간은 거기서 끝이었을 터.
“······.”
그리고 옥좌에 앉아 있는 엘프는 알레온이었다.
엘프의 역사보다 긴 삶을 사는 존재요, 살아 있는 신으로 추앙받는 존재에게 감히 반발할 정도로 라에라곤은 어리석지 않았다.
무엇보다 라에라곤이 가장 강하다는 소문은 알레온의 참모습을 모르는 자가 하는 헛소리임을 그 누구보다 잘 알았으니까.
“나가라. 꼴도 보기 싫다.”
알레온은 고개를 홱 돌리며 손짓을 했다.
라에라곤은 힘없이 일어서 알현실을 나갔다.
그리고 마침 대기 중이던 쌍둥이 엘프와 마주쳤다.
“넌···.”
아르님과 라스.
로드의 직속 호위이자, 대의제의 무력을 상징하는 두 전사.
둘은 그들을 스쳐 지나가는 라에라곤에게 속삭였다.
“겁쟁이.”
“다 너 때문이야.”
으그극···
라에라곤은 이를 갈았으나 살기는 억눌렀다.
알레온의 시선이 여전히 느껴지고 있었으니.
이곳에서 싸워봐야 라에라곤만 불리할 터.
“무얼 꿈지럭거려! 들어와라!”
“”예!””
쌍둥이는 라에라곤의 어깨를 툭 치고 알현실로 들어갔다.
알레온은 여전히 얼굴을 찌푸린 채 둘을 훑어보았다.
“로드의 호위라는 것들이 내게 오다니. 단순히 내 얼굴을 보고자 찾아온 것은 아니겠지?”
“물론입니다.”
아르님과 라스는 허리춤에 건 칼집을 풀었다. 시종이 계단을 내려가 두 사람의 검을 받아서 알레온에게 건네고, 알레온은 칼집을 쓰다듬다가 천천히 칼을 뽑았다.
스르릉—
칼집에서 날이 나오자 일순간 바람이 일었다.
저가 품고 있던 마력이 해방되는 것이라.
마력이 인공적으로 만든 바람.
알레온은 미소를 지었다.
“좋군.”
그와 동시에 알레온의 내면에 거대한 마력이 깃들었다.
흡족한 미소가 자연스레 떠오르고 눈웃음을 지었다.
두 검은 로드가 직접 벼린 아티펙트.
사용자의 마력을 일시 증강하는 효과가 있었다.
“저를 키운 아버지를 배신한 다라··· 부끄럽지도 않느냐?”
아르님은 움찔했으나, 라스는 똑같이 눈웃음을 지었다.
“그것은 알레온 님도 똑같지 않으십니까.”
“음.”
알레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만 년이라는 시간은 서로의 거리를 무엇보다 가깝게 하기도 하고, 그 무엇보다 멀게 하기에도 충분한 시간이지.”
검을 도로 칼집에 넣자, 마력이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짧은 시간이었어도 급격한 마력의 증가를 느꼈던 터.
알레온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며 칼집을 쥐었다.
“아르님, 라스.”
“네. 세계수의 수호자시여.”
“가서 대의제를 소집하라. 나, 알레온의 이름으로 명하여 모든 전투를 중단하고, 각 종족과 국가는 내 앞에 서기에 모자람 없는 대표를 내보내라고 하라.”
“알겠습니다.”
“만약 명에 따르지 않는다면 어찌하겠습니까?”
“명에 따르지 않는다면 대의제에서 자격을 박탈한다.”
아르님은 고개를 끄덕이고, 라스는 알레온은 마주 보았다.
“인간은 어떡하시겠습니까?”
“원숭이?”
“그는 아홉 번째 자리를 대의제의 절차를 통해 얻었습니다.”
“하!”
알레온은 무릎을 탁 치며 목을 뒤로 젖혔다.
하하하, 웃는 소리가 알현실에 울렸다.
“사람이 앉는 자리에 가축이 앉으면 쓰나.”
“······.”
“나는 원숭이에게 자리를 허락한 적 없다.”
“그 말씀은···.”
“부르지 마라. 대의제의 자리는 여덟 개면 차고 넘친다. 또한, 이번 의제는 인간이란 원숭이의 절멸. 부를 이유도 없지.”
인간의 절멸.
그 말에 아르님과 라스가 침을 삼켰다.
당신에게 죄를 물어야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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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늙은 엘프가 횃불을 들고 서 있었다.
넓디넓은 동굴 안에 불빛은 오직 하나.
횃불을 보는 눈이 무거워 다시 감으려다가,
“알레온이 찾아왔습니다. 로드.”
그 이름에 정신이 깨었다.
“알레온.”
“네. 배신자 알레온이 대의제를 소집했습니다.”
배신자.
짙게 깔린 피로 속에 하나의 감정이 고개를 들었다.
바로 분노, 라는 이름의 감정이었으니.
“그 아이는 명상에 들어가지 않았나?”
“명상을 중도에 그만두고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에다르가 옥좌의 영혼과 합일을 이룬 것에 영향을 받은 것 같군요.”
“자세히.”
“먼저 모든 엘프를 불러 충성 맹세를 확인했습니다. 아르님, 라스도 그에게 넘어갔습니다. 대의제에 속한 엘프는 전부 녀석에게 넘어갔다고 봐야겠습니다.”
저를 제외하고 말입니다, 라고 뒷말을 덧붙였다.
“···그렇군.”
“알레온이 대의제를 소집한 이유는 분명 에다르를 죽이기 위함입니다.”
“에다르.”
“예. 에다르 룬드링겐, 말입니다. 당신께서 아주 먼 옛날에 제 육신을 빌려 활동할 때 사용한 이름을 가져간 인간.”
나는 흐릿한 기억 속에서 에다르를 떠올렸다.
인간이라는 가축 취급받는 종족에서 나타난 존재.
대의제가 가축에게 농락당했다는 소리를 들어서, 그때 나는 그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의 호위가 엘프의 왕자, 라에라곤에게서 우위를 점했다는 소리에 흥미를 느끼고 그를 찾아가게 되었지.
“당신께서는 그를 보고 제게 말씀하셨지요. 그는 당신과 같은 영혼의 그릇을 가지고 있으므로, 곧 신이 되어 나와 같은 존재가 되리라고.”
“그래, 그랬다.”
나는 그의 영혼이 나와 같음을 알았다.
그리고 티아마르와 달리 타락하지 않은 순수를 품었음도.
그 아이가 타락한 이래 내가 존재하기를 바랐던 영혼.
그것이 바로 에다르 룬드링겐이었으니.
“이제 어쩌시겠습니까? 알레온이 대의제에서 인간이란 종의 절멸을 의제로 삼는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그리되면 전면전입니다. 예상보다 일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요.”
“의제를 막을 수는 없겠지.”
“못 막습니다. 블라드··· 아니 티아마르를 제외한 전원이 찬성을 던질 겁니다. 드워프는 인간이 필요하기에 반대를 던질 수도 있습니다만, 알레온은 인간을 대체할 방도를 알고 있지요.”
대화를 나누면서 정신이 점점 맑아진다.
육신이 죽어가는 탓에 기력이 너무 많이 빠져나갔다.
잠에서 깨어나는 것조차 이리 오래 걸려서야 얼마나 갈까.
나는 남아 있는 기력을 끌어 올리며 몸을 일으켰다.
드드드드···
내 육신이 일어서자 동굴이 흔들려서 먼지가 굴을 채웠다.
룬드링겐은 쿨럭, 쿨럭, 재채기하며 몸을 숙였다.
그도 늙은 것이라, 이깟 먼지에 저리 힘겨워하니.
“이 세상에 저보다 오래 산 엘프는 없습니다. 로드.”
“알레온은 젊지 않나.”
“녀석은 제힘으로 육신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 제힘을 부리는 것이 아니지.
이 세상에서 강자라고 자부하는 족속 중에 온전하게 제힘을 발하여 그 자리에 선 존재가 몇이나 될까.
근 천 년 중에서 인간 에다르가 나 외에 유일한 존재였지만, 옥좌에 있는 영혼을 받아들임으로써 애매해졌다.
제 몸에 날뛰고 있을 영혼을 온전하게 소화하지 않으면 티아마르나 알레온과 비슷한 길을 걸으리라.
“그가 이겨낼 수 있겠습니까? 알레온과 티아마르를.”
룬드링겐은 제 이름을 빌린 인간에게 호감을 품은 듯 보인다.
그가 근래에 누군가에게 이토록 호감을 보인 적이 있었나.
내 낮게 깔린 웃음에 동굴이 재차 떨었다.
“알 수 없다.”
나는 한때 전지전능이란 칭송을 받았지.
이제 아니다. 지금의 나는 나약하고 죽어갈 뿐.
매 순간순간 마력이 빠져나가며 죽음이 가까워진다.
그 때문에 나는 기억이 흐릿하고 추론 또한 불확실하다.
“알레온, 티아마르, 그 둘 다 에다르의 적이다. 그리고 둘 다 우리가 생각했던 때보다 일찍 깨어났지. 에다르가 쉬이 상대하지 못할 것이다.”
“허나, 티아마르는 그에게 호감을 품어 손을 내밀었고, 그는 옥좌의 영혼과 합일을 이루기까지 했습니다. 알레온 하나만 상대한다면 쉽지 않겠습니까?”
“아니.”
알레온이 혼자였다면 그렇겠지.
문제는 녀석이 혼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알레온이 왜 명상을 하는지 잊었나.”
“···옛 신의 힘을 흡수하기 위함이지요.”
옛 신.
신, 이라는 명칭은 적절하지 않다.
그들은 자처하여 신이라 한 적이 드물었으니.
또한, 그들을 신이라 믿고 따른 이들도 드물었으니.
내가 세상을 정복하기 이전에 세상을 지배했던 존재들.
“당신께서 당신의 형제자매와 함께 저들을 몰아내었음에도, 그들 가운데 미처 죽이지 못한 자들 말입니다.”
내가 티아마르를 죽이지 못한 것처럼 말이다.
옛 신 중에 죽이지 못한 족속은 그 아이처럼 봉인을, 그들 가운데에 죄를 고하고 용서를 구한 족속은 이종족에게 봉사하도록 벌하였다.
티아마르를 타락시킨 아카코스크는 후자였지.
“티아마르는 용이기에 지배받지 않아. 그렇기에 역으로 저를 타락시킨 존재를 잡아먹어 새로운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알레온은 그저 엘프일 뿐. 나와 동등한 존재가 되기에는 많은 것이 모자라다.”
알레온은 분명 오래 살았다.
룬드링겐이 산 세월과 아주 조금밖에 차이가 없지.
그러나 세월은 녀석을 강하게 만들지언정 본질을 바꾸지는 못했다.
녀석은 나와 같은 영혼을 가지지 못했으니까.
그저 오래 산 엘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녀석은 당신의 후계자가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옛 신의 힘에 집착하는 이유가 그것이지.
“하지만 당신께서 녀석을 후계자로 택하지 않으셨지요.”
“알레온은 나와 다르다.”
“예. 녀석도 알 겁니다. 그래서 스스로 신이 될 수 없다면 신이라 불렸던 존재를 삼켜서 신이 되겠다는 속셈을 품었겠지요.”
“어리석은 짓이다.”
규모가 다를 뿐, 알레온도 블라드와 같다.
블라드가 영혼을 모아 제 영혼의 그릇을 넓히려 했듯이.
알레온은 옛 신을 삼켜서 신이 되기를 갈망했다.
“알레온은 블라드와 다르게 육신을 빼앗기지는 않겠지. 그러나 저보다 큰 존재를 받아들임으로써 그 자신을 잃을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알레온은 옛 신도 알레온도 아닌 무언가가 되겠지.”
아카코스크를 잡아먹은 티아마르처럼.
그리고 이것이 내가 알레온을 불신한 이유.
녀석은 욕심 탓에 이미 나와 너무 멀어졌으니까.
“에다르 룬드링겐은 다르리라 보십니까?”
“그는 다르다. 옛 신의 영혼을 가져도 옥좌의 영혼을 가져도 조금 혼탁해질 뿐. 본질은 그가 삼킨 그 어떤 것보다 크니까. 그는 능히 통제하고 견뎌낼 수 있을 터.”
“그래서 그를 당신의 후계자라고 생각하시는군요.”
“나를 잇는 것은 내 의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쟁취하는 것이지.”
“하지만 내심 그러기를 바라지 않습니까?”
나는 룬드링겐을 마주 보았다.
그는 목을 들어서 나를 올려다보며 씩 미소 지었다.
나와 너무 오랜 기간 하나가 되었던 육신이니까.
내 속내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
“그는 인간 외에 어떤 종족도 남기지 않으려 합니다.”
“불만인가?”
“아닙니다.”
룬드링겐은 별 감정 없이 대답했다.
가축에 불과한 인간이 위에 서도 상관없다는 투.
오랜 기간 내 육신이 되어 주면서 내게 동화되었으니까.
그의 정체성은 룬드링겐보다 아일레트리오네에 가깝다.
“당신은 저의 육신을 빌려서 기회를 주었습니다. 불조차 제대로 다루지 못하여 떠돌 뿐이었던 야만인에게 문명이란 것을 전파하였지요. 한데, 지금 그들이 당신께 어떤 모습을 보입니까?”
“······.”
“인간을 제외한 모든 종족이 당신의 말씀을 거부하고 타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으니, 이대로 두면 당신께서 지배하기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테지요. 그리될 바에는 멸망하는 것이 낫습니다.”
알레온, 티아마르.
옛 신의 영향을 받은 배신자들.
두 거목이 활동을 시작했으니까.
옛 신의 영향이 세상 곳곳에 뻗어 나갈 터.
“대의제에 참석하실 겁니까?”
대의제가 열렸다고 내가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에다르, 그 인간이 최초로 대의제에 왔을 때처럼.
내 참석 여부는 내 자유였다.
“그래야지.”
“가지 마십시오.”
룬드링겐이 내게 이처럼 단호하게 말한 적이 몇 번 있었나.
나는 침묵하며 눈빛으로 그에게 이유를 물었다.
“알레온은 당신이 행한 것을 다 알고 있을 겁니다. 그가 당신을 가만두려고 하겠습니까? 당신을 모욕하고 폄훼할 텐데, 그 꼴을 보셔야겠습니까?”
“달리 방도가 없다.”
“차라리 대의제에서 나가는 것이—“
“어떻게?”
그는 입을 다물었다.
대의제에서 나갈 방법은 없다.
사념을 통하여 바깥과 소통하는 것이 고작.
본체는 굴을 나가지 못한다.
이곳은 감옥이니까.
“내가 티아마르의 영혼을 바깥이 아닌 이곳에 숨긴 이유가 무엇이었나. 이곳은 내 감옥, 죽음을 기다리기 위한 보금자리. 이는 내가 필멸자가 된 순간부터 결정되었다.”
“······.”
룬드링겐은 작게 한숨을 내쉬고 한 걸음 물러났다.
나는 내 의식을 룬드링겐과 연결했다. 용으로서 내려보던 시선이 엘프로서 올려다보는 시선으로 바뀌었다.
“조금 낫군.”
“저는 심장을 도려내지 않았으니까요.”
혼잣말을 중얼거리자 내면의 룬드링겐이 답했다.
“내 심장을 잘 감추어라. 반드시 요긴하게 쓰일 때가 올 것이니.”
나는 본체가 잠드는 굴을 나와서 회담장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