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 a human empire by creating a clan RAW novel - Chapter (151)
권속 생성으로 인류 제국 건설 153화(153/185)
###
대의제.
로드가 티아마르를 봉인하고 세운 기관.
그 아이가 필멸자의 손에 죽을 수 있도록.
대의제는 그 아이가 나약해지도록 관리를 해야 했다.
그러나 영원한 것은 없다.
티아마르에 의해 그가 필멸자로 떨어진 이후.
그 힘은 하루가 다르게 빠져나가고 있었으니까.
그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그에게 영혼이라도 바칠 듯 허리를 굽혔던 이들이, 그의 나약함을 접하자 등을 돌리고 반항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그는 대의제에서 의장으로 자리할 뿐.
그저 한 표를 행사하는 존재에 불과했다.
“더 약해졌습니다? 로드.”
텅 빈 객석이 바라보고 있는 회담장 가운데 탁자.
탁자의 상석 우측에 앉은 알레온이 빙긋이 미소를 지었다.
“무엇이든 영원한 것은 없지.”
로드는 대답과 함께 자리에 앉았다.
알레온은 수년의 명상으로 이전보다 강해졌다.
세계수의 힘을 마음껏 흡수하고 있으니까.
뿌리에 있는 옛 신의 힘을 말이다.
“때론 현실을 인정하고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 알레온.”
“······.”
알레온은 웃음을 거두고 로드를 보았다.
표정 없는 얼굴에 눈동자는 강하게 불탔으니.
그에게 품은 온갖 감정이 내면에 감도는 것이라.
“당신께서 올바른 선택을 했다면 달랐습니다.”
‘올바른 선택이라.’
그는 지금도 자신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알레온은 그가 후회라도 하기를 바랐겠지만.
그가 담담하게 마주 보자 눈동자를 떨었다.
“······.”
로드는 알레온을 무시하고 참석자를 훑었다.
회담의 참석자는 그를 제외하고 여덟 명.
엘프, 알레온.
드워프, 고타바.
리자드맨, 수몬테마와 코아믹.
나가, 오파트라.
오크, 지노릭.
이름 모를 고블린.
그리고 흡혈귀, 블라드.
그의 육신에 깃든 티아마르와 아카코스크.
“······.”
블라드는 로드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로드는 저 육신에 깃든 영혼을 보았다.
그가 보기에 영혼이 셋이었으니.
그중 하나는 날뛰는 블라드.
블라드를 억누르는 아카코스크.
그 둘보다 강한 빛을 발하는 티아마르.
짝—
드워프 고타바가 손뼉을 치며 분위기를 환기했다.
“자. 로드도 왔으니 시작하지. 수십 년은 자야 할 녀석이 일찍 일어나 우릴 부른 이유를 들어보자고.”
그의 비아냥에 알레온은 코웃음을 쳤다.
“이유? 너희가 멍청하게 굴어서, 외에 달리 할 말이 없는데.”
“뭐야?”
“어찌나 한심한 작태뿐인지 혀를 차다가 혀가 닳아 없어질 정도더군. 대체 무슨 짓거리를 한 것이냐? 너희가 대의제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말이 심하군. 귀쟁이.”
고타바가 인상을 와락 구기고 노려보았다.
회담장이 삽시간에 분노라는 열기로 가득 찼다.
“요정 몇 마리가 섬긴다고 네가 뭐가 된 줄 알아?”
“우리가 너보다 짧은 생을 살아도 이렇게 깔볼 정도는 아니야!”
“그 잘난 방벽을 지은 게 누구지?”
“오크 따위한테 한 방 먹은 족속이 할 말이 아니지.”
알레온은 오른손으로 귓불을 만지작거리다가, 그와 블라드를 제외한 모두가 한 소리 내뱉은 뒤에야 입을 열었다.
“나는 너희와 달라. 문제를 삭히지 않고 바로 처리했지.”
시종 둘이 큼지막한 상자를 들고 회담장으로 들어왔다.
상자는 지노릭의 옆에 놓였고, 녀석은 고개를 갸웃했다.
“열어봐.”
상자를 열자 14개의 머리가 담겨 있었다.
“다 알고 있는 얼굴이겠지.”
지노릭은 침묵했다.
입은 굳게 다문 채 이마에 땀을 흘렸다.
누구냐고 묻는 시선에도 답하지 않고 시선을 피했다.
“감히 방벽을 넘은 돼지 무리의 족장이다. 길게 말하지 않겠다. 나머지를 물려라. 그러면 내 더 따지지 않겠다. 네 죄를 용서해주겠다, 이 말이다.”
“···으음.”
오크의 왕이라 불리는 지노릭.
로드는 녀석의 본질이 겁 많은 돼지라는 것을 안다.
녀석이 제 무리의 상당수를 본토에 남겨두었음도 알고 있지.
방벽을 넘는 것도 녀석이 원하여 저지른 것이 아니라는 것도.
무리를 통제할 수 없기에 싸움을 택한 것에 불과했다.
“고민이 되나? 그러면 답은 이따 듣도록 하지.”
알레온은 방긋 웃으며 리자드맨을 보았다.
두 화신은 갑작스레 시선을 받자 눈을 깜빡였다.
“너희에게도 제안하지. 싸움을 멈추어라.”
“네 놈이 내게 명할 자격은 없다.”
“리자드맨의 주인은 하나. 둘은 필요 없다.”
알레온은 단검을 뽑았다.
놀란 화신들이 몸을 일으켜 뒤로 물러났다.
단검은 그들을 노리지 않고 탁자 위 지도를 찔렀다.
두 화신의 분쟁 지역을 반으로 나누었다.
“이렇게 나누어라. 이것은 권고가 아니다.”
“허.”
“미친 거냐?”
터무니없는 횡포인지라 두 화신은 헛웃음을 지었다.
당장 이유를 설명하라는 눈빛을 받고도 알레온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리고 너희도 다툼을 멈추어라.”
시선은 드워프, 나가를 거쳐서 블라드에 이르렀다.
“개소리 마라.”
블라드는 송곳니를 드러내며 알레온을 노려 보았다.
“너희가 점유하고 있는 내 영토를 전부 돌려준다면 휴전쯤은 받아주지. 하지만 원정군도 패한 주제에 내게 이와 같은 굴욕적인 평화를 강요한다면, 나는 죽는 순간까지 싸우겠다.”
“···그래?”
그 순간, 알레온이 자리를 박찼다.
탁자를 밟고 블라드에게 뛰어들었다.
서걱—
동시에 허리춤에 맨 칼을 뽑았으니.
그의 육신에 마력이 한껏 차서 가득해졌다.
“······헛!”
정말 찰나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블라드가 대응조차 못 하고 목이 잘렸다.
왈로키아에서 한 번 죽은 탓에 많이 약해지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이리 쉽게 죽을 존재가 아니었거늘.
안개로 변하여 피할 기회조차 없었다.
‘쌍둥이의 검과 옛 신의 힘을 사용했군.’
로드는 눈매를 좁혔다.
그만이 알레온의 움직임을 읽을 수 있었다.
허나 움직임도 읽기만 했을 뿐.
막을 수가 없었다.
“무슨 짓이냐!”
“대의제에서 살인을 저지르다니!”
참석자 전원이 일어나 거리를 벌렸다.
혹여 알레온이 그들마저 노릴지도 모른다고.
회담장 밖에 있던 라에라곤, 아르님, 라스까지 들어왔으니.
네 사람이 나머지를 노린다면 승패는 뻔했다.
‘티아마르의 존재를 눈치챘나.’
로드는 알레온이 블라드를 죽인 이유를 추측했다.
티아마르가 블라드를 조종하고 있다면 협상은 불가하니까.
차라리 방해가 안 되게 회담장에서 쫓아내는 것이 나을 터.
‘아닐 가능성도 있다.’
알레온이 옛 신의 힘을 끌어다 쓰기에 아카코스크나 티아마르의 존재를 눈치챘을 가능성이 크지만, 단순하게 기선제압을 위해 블라드를 퇴출했을 가능성도 있었다.
“겁먹지 마라. 너희와 싸울 생각은 없으니까.”
“왜 이런 짓을 한 거냐? 무슨 속셈을 품은 것이냐? 네 이름을 걸고 우리를 불렀기에 우리가 너를 존중하여 왔거늘, 네 횡포가 용납되리라 생각하는 거냐?”
알레온은 칼을 한 번 털고 칼집에 넣었다.
“너는 다시 노예로 전락하고 싶은가?”
“뭐?”
고타바가 눈을 깜빡였다.
“지난 만 년의 세월. 우리의 역사가 어땠지?”
“뜬금없이 무얼 말하는 거냐?”
“로드의 후계자가 나타났다.”
후계자, 그 말에 모두가 흠칫했다.
시선이 잠시 로드에게 향했다가 알레온에게 다시 향했다.
“원숭이. 인간 에다르. 놈이 새로운 지배자다. 로드의 후계자란 말이다. 죽어가는 그의 뒤를 이어서 우릴 새로이, 다시 만 년 동안 지배하려 한단 말이다.”
“······.”
“이 중에 인간이 신의 반열에 올랐음을 언제 깨달았지?”
알레온은 고타바에게 턱짓했다.
“나는 미케나에서 지난 전투를 통해 깨달았다.”
알레온의 시선이 두 화신에게 향했다.
“···우리는 놈과 다투었을 때.”
나가, 오파트라는 고개를 숙였다.
이 자리에 있는 이들 중에서 가장 먼저 깨달았으니.
사실을 말하기가 부끄러워 입을 다무는 것이라.
“봐라!”
알레온이 소리를 쳤다.
“너희는 신을 믿거나 혹은 스스로 신의 반열에 올랐다고 믿지. 한데, 너희보다, 너희가 믿는 존재보다 강대한 적이 탄생하였거늘 대체 왜 꼭꼭 숨기고 있는 것이냐? 과연, 그 인간이 신의 반열에 오른 때가 지금이라고 생각하나? 그보다 더 앞서서 완성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 거냐?”
“······.”
“언제까지 반목하며 서로를 깎아내릴 것이냐? 너희는 속고 있다는 생각조차 못 하는 거냐?”
“속았다고? 우리가?”
“누가 우릴 속인단 말이냐!”
흥, 하고 코웃음을 치며 알레온이 그들을 노려보았다.
그의 눈빛을 받은 이들은 다시 몸을 움츠렸다.
“그래, 너희는 남을 속였지. 자신이 속고 있다는 줄도 모르고. 그런 속임의 끝은 결국 서로에게 지금과 같은 막대한 손해로 돌아왔을 뿐이다. 하지만 이 중에 단 한 번도 손해 보지 않는 존재가 있지 않나?”
훅, 숨을 들이켜는 소리.
참석자들은 직감적으로 깨달은 것이라.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알레온은 슬픈 어투로 말했다.
“그리고 그 인간이, 그런 존재가 어떻게 갑자기 나타났을까.”
로드에게 시선이 모였다.
“에다르, 그는 본디 서드렛이라는 라에라곤이 관리하는 품종에서 나왔다. 너희도 몇 번이나 들어왔을, 우수 품종에서 말이다. 어떻게 그런 품종에서 그런 돌연변이가 나올 수 있지? 누군가 개입한 것 아니냐?”
“······.”
“그간 우리를 속이며 사태를 조율한 배신자가 있다. 우리에게 서로의 약점을 풀어서 혼란을 일으키도록 조장했지.”
고타바가 목소리에 힘을 주어 말했다.
“···한낱 인간이 어떻게 우리밖에 모르는 비밀을 알고 있나, 의심스럽기는 했지.”
“원숭이가 사룡 티아마르의 존재를 알고 있는 것부터.”
“사룡의 봉인이 손상되었다는 것.”
“엘프의 방벽에 약점이 있다는 것도.”
“블라드가 인간에게 당해서 약해졌다는 것도!”
“놈이 세력을 통합할 때가 우리가 서로 다투고 있던 때였지?”
고타바를 시작으로 수몬테마, 지노릭, 오파트라 등 한 명씩 확신을 담은 의심을 던졌다.
“이게 단순하게 우연이라고 말할 테냐?”
누구도 아니, 라고 말하지 않았다.
알레온의 미소가 진해졌다.
“모두가 속았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곤란함은 모두 인간 따위가 발한 꾀가 아니다. 우리가 한때 주인으로 섬겼던 자의 망집에서 비롯된 것. 그가 우리를 다시 지배하기 위해서, 제 대리인을 내세운 것이지.”
“···그 말은.”
“에다르, 그가 로드의 후계자다. 점지된 후계자를 옥좌에 올리기 위해 우리를 파멸로 이끈 것이 로드라는 말이다.”
이때, 로드는 홀로 앉아서 침묵을 지켰다.
시선이 보내는 감정이 또렷이 느껴졌으니.
그 감정은 경악, 의심 그리고 분노였다.
“이래도 너희는 지금처럼 서로를 질투하며 다투기만 할 것이냐? 종족의 유일한 주인이 되느냐, 몇 안 되는 땅덩이의 주인이 누구냐, 그깟 것을 위해?”
“······.”
“우리는 우리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 만 년의 지배를 받을 테니까.”
알레온은 의자를 끌어와 자리에 앉았다.
“그러면 회담을 시작하지. 첫 번째 의제는, 로드, 당신에게 죄를 물어야겠는데.”
###
바닷바람 특유의 끈적함이 느껴졌다.
나는 숨을 깊게 내쉬고 등을 돌려서 바다를 보았다.
미케나에서 출발하여 제국 서부 해안에 도착한 스무 척의 배.
배에서 내리고 있는 식량 출신의 인간들이 보였다.
“서두르지 마시오.”
“한 명씩, 모두 내릴 것이니 천천히! 천천히!”
기대감과 두려움을 품은 표정들.
흡혈귀가 없는 세상에 당도했으니.
내가 그들에게 인간으로서 존엄을 약속한바.
그들은 신천지에 도착했다는 사실에 들떠 있었다.
“일반적인 노예와는 다르네요.”
마중 온 스카디가 툭 말을 던졌다.
제국 재상으로서 나 대신 업무를 맡고 있던 그녀다.
고생이 참 많았을 텐데도 내색 없이 그녀는 내 옆에 섰다.
“태어날 때부터 노예였던 사람보다 이곳에서 사냥당해서 끌려간 이들이 많을 테니까. 보다 감정을 품고 있는 것이 당연하지.”
“예. 건강 상태도 좋고, 체격도 참 좋아요.”
인간이 식용 가축의 품종을 개량하는 것과 같다.
맛있게, 많이 먹기 위해서 꽤 괜찮게 관리받았겠지.
그리 받은 대우의 대가로 생명을 바쳐야 했지만.
“사람들은 다 데려오려면 몇 번 왕복해야 하는데, 들키지 않기를 기도해야겠어요.”
“기도? 누구에게요?”
단어에 반응해서 뒤따르던 라헬이 귀를 쫑긋 세웠다.
그 반응에 스카디는 입꼬리 한쪽을 세우고 무시했다.
“이젠 어쩌실 거예요? 아버지가 어지간한 신보다 강해졌다는 게 들통났잖아요? 저쪽에서 무언가 해오지 않겠어요?”
“그렇겠지.”
예상되는 반응은 많았다.
내가 미리 할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고.
내게 안긴 메르세포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답했다.
“일단은, 남부를 정복한다.”
“남부요? 시기는 언제로?”
“당장.”
“빠르군요.”
나는 고개를 주억였다.
“전선을 하나로 줄여야 해. 흡혈귀를 제외한 모든 종족이 인간을 노릴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피해왔던 전면전이 시작되는 것이지.”
“예. 전면전에 대비하기 위해서 전선을 줄여야겠죠.”
“그래.”
칼리오페가 끌고 온 말에 올랐을 때, 몸이 떨렸다.
목에 건 펜던트가 맹렬하게 떠는 탓이었으니.
티아마르의 목소리가 울렸다.
– 에다르.
사념으로도 느껴지는 감정의 떨림.
난 뒷말을 짐작했다.
– 아버지의 마력이 끊어졌어.
“대의제의 짓인가.”
– 아마도··· 살해 아니면 봉인, 둘 중 하나.
나는 대의제가 있는 동북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이제 나를 제국 밖에서 지켜 줄 존재는 아무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