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 a human empire by creating a clan RAW novel - Chapter (153)
권속 생성으로 인류 제국 건설 155화(155/185)
올바른 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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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 둥— 하고 울리는 북소리.
부—— 하고 울리는 나팔 소리.
“전진! 속보로!”
장교의 호령에 제국 보병대가 대오를 갖추어 나아갔다.
들회색 군복을 입은 군세가 푸른 들판을 지나갔다.
펑! 펑! 퍼벙!
그들의 앞에서 요새를 향해 포격을 가하던 포병대.
보병이 다가옴에 따라 포격을 멈추고 물러났다.
그리고 측면에서 기병대가 힘껏 달렸다.
“가자! 더 빨리!”
그 모습을 내려다보는 고위 장교가 있었다.
그는 요나스 도르프, 뢰제네 후작의 가신 출신.
제국군이 창설되던 해에 임관한 젊은 장교였다.
요나스는 구릉에서 입을 꽉 다물고 전장을 관찰했다.
“별 저항은 없을 겁니다.”
그러다가 누군가의 목소리에 움찔했다.
그 목소리에 반응해서 움츠린 것이 아니었다.
뒤에 잇따를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가 떠오른 탓에.
요나스의 앞에서 발하는 빛의 주인을 생각한 탓이었다.
“그렇군.”
빛의 주인은 황제였다.
인류 제국의 황제, 에다르 룬드링겐.
황제는 요나스의 앞에 서서 권속과 대화를 나누었다.
요나스는 그의 중후한 목소리를 접하고 파르르 떨었다.
목소리에 담긴 마력이 요나스의 내면에 스며들었으니.
요나스의 마력이 반응하여 매섭게 요동친 탓이었다.
‘목소리에 마력을 담는 것은 흔한 일인데,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어째서 목소리에 마력이 뒤흔들 리는 거지?’
마력을 다루는 데 익숙한 귀족은 물론, 칼밥 좀 먹은 용병도 때때로 적을 압박하기 위한 고성을 지르면서 목소리에 담는 것이 마력.
방금 전진을 호령한 장교도 적게나마 마력을 담지 않았나.
그러나 그들의 목소리는 요나스의 마력을 뒤흔들지 못했다.
‘모습도 저 빛에 가려 보이지 않고.’
요나스의 시선에 황제는 광채에 휩싸여 있었다.
분명 빛 너머에 인간이 서 있음을 알았고, 그가 황제요, 인간의 신이라 불리는 존재라는 것을 알았지만, 두 눈동자가 보기에 그는 그저 빛의 덩어리였다.
조금이라도 집중하면 빛 너머를 볼 수 있을까?
“······.”
다급하게 머리를 털었다.
무언가, 거대한 무언가가 보였다.
찰나였으나 요나스는 그 무언가로부터 도망쳤다.
그의 영혼이 본능적으로 그를 도망치게 한 것이라.
황제의 빛은 영혼이 발하는 것이었으니.
영혼의 깊이를 보게 되면 장엄함에 눈이 멀 것이기에.
솨아아아아아——
황제는 요나스의 변화에 아랑곳하지 않고 전방을 주시했다.
그는 적의 요새를 보고 있었는데, 요새 위에 비가 내렸다.
하늘은 대부분 맑지만, 오직 요새 위에만 낀 먹구름.
짙게 깔린 먹구름이 거센 빗방울을 토해냈다.
“보시죠. 바로 항복하잖습니까.”
근위병 라이몬도가 성벽을 가리켰다.
성벽에서 수비군이 두 손을 들고 흔들었다.
항복을 표하는 것이었고, 바로 성문을 열었다.
“빌어먹을 원숭이들!”
“끝까지 싸우란 말이다!”
요새 안에 몇 안 되는 이종족이 저항했다.
그러나 한 줌도 안 되는 그들이 무엇을 하겠나.
기병대는 활짝 열린 성문을 지나 이종족을 도륙했다.
“체세나 공화국과 다릅니다. 남부 왕국과 대의제는 그저 외교적 관계입니다. 부와 안전을 약속하고 저희와 맞서라 했으니, 안전이 보장되지 않으면 끝이죠.”
“무엇보다 아버지께서 모습을 드러내셨습니다. 인간이 감히 저항 의지를 품을 수 있겠습니까.”
라이몬도의 말을 공교회의 사제가 덧붙였다.
요나스는 두 사람의 말을 들으면서 전장을 살폈다.
황제를 보다가 본능적으로 위기를 느낀 그였다.
감히 영혼을 훔쳐 볼 욕심은 접고 시선을 피했지만.
“······.”
황제가 발하는 광휘가 더 강렬해졌다.
마주 보지 않고 있으면 부담이 크지 않았는데.
이제는 고개를 돌리고 손을 들어서 가려도 소용 없었다.
빛이 눈이 아니라 육신과 영혼을 파고드는 느낌.
‘이, 무슨···.’
이와 비슷한 압박감을 옛날에 느낀 적 있었다.
그가 뢰제네 후작의 가신으로 있을 적에.
뢰제네 후작과 검을 나눌 영예를 누릴 적에 말이다.
‘아니··· 그때와 달라. 전혀 다르다고.’
분명 빛은 압박감을 주었지만, 그뿐이 아니었다.
그의 내면을 채우는 경외감도 있었다.
그리고,
‘잠깐.’
요나스는 오른손을 들어서 주먹을 쥐었다 폈다.
그리고 눈을 크게 뜨며 장갑을 벗었다.
‘상처가 나았다.’
수년 전에 입었던 상처.
성흔처럼 손바닥에 뚫린 구멍이 없었다.
‘몇 번이고 들었지만, 내가 이것을 겪을 줄은.’
그도 소문은 들은 바 있었다.
황제는 병도 낫게 한다는 소문을.
소문을 의심한 적은 없었다.
다만, 실감도 하지 않았을 뿐.
하여 그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하지 않았다.
‘이종족을 몰아낸 분이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기적을 일으키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말 신이 아닌가.’
요나스는 본능이 위험을 알리는데도 고개를 돌렸다.
황제를 보기 위해서, 그가 발하는 빛을 보기 위해.
‘신이시여.’
그는 황제가 발하는 빛의 찬란함에 점점 매료되는 자신을 깨달았다. 어쩌면 정신을 세뇌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눈을 달리 두지 못하고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럴수록 그의 내면에 마력은 거칠어졌고,
“···윽.”
갑자기 현기증이 몰아닥쳤다.
두통도 크게 일면서 시야가 흔들렸다.
내면의 마력이 거세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것이 요나스에게 고통을 일으키는 것이라.
마력을 진정시키려고 정신을 집중했다.
‘갑자기 왜?’
뾰족한 무언가가 속에서 날뛰는 느낌.
살이 찔리고 찢어지는 고통이 일었다.
마력이 진정되면 조금을 나을 것 같은데.
도통 진정되지 않고 거세지고 있었다.
‘젠장, 이래서야···.’
“안 되겠군.”
그때, 황제가 말했다.
사방에 퍼지던 빛이 사그라들었다.
빛이 약해지자, 요나스의 마력도 잔잔해졌다.
“괜찮은가, 요나스.”
황제는 요나스에게 다가와 어깨에 손을 얹었다.
마력이 다시 크게 움직였으나 이전처럼 속을 뒤집지 않았다.
되레 활기가 가득 차오르는 느낌이 일었다.
손바닥의 상처가 나았을 때와 같은 아무는 느낌이.
“미안하군. 네게 영향을 끼치리라 생각 못 했다.”
“아, 아닙니다.”
방금의 소란은 황제에게 영향받은 것인가.
그리 생각하며 요나스는 몸을 파르르 떨었다.
존재만으로 마력의 흐름을 흔들다니.
그의 존재가 얼마나 크다는 것이냐.
“너희는 괜찮더냐?”
황제가 권속에게 물었다.
요나스는 권속, 이라는 명칭은 몰랐지만, 황제의 곁을 지키는 전사들이 인간이되 인간이 아닌 존재임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저희는 괜찮습니다. 하지만 평범한 인간들은 버티지 못할 것 같군요.”
라이몬도가 구릉 아래를 가리켰다.
아래에 대기하고 있던 포병들이 주저앉아 있었다.
가까이 있던 요나스는 식은땀에 전신이 잦으면서도 어찌어찌 서 있었는데, 육신에 품은 마력이 적고 마력을 다룰 줄도 모르는 평범한 인간들은 기절에 가까운 상태였다.
“너무 강해지셨습니다. 상대보다 높은 마력은 압박을 주고, 이를 넘어서면 경외를 부르지만, 폐하는 그조차 넘어서 죽음을 부르시는군요.”
“곤란하군.”
다행스럽게도 사망자는 없었다.
툭, 투둑···
황제가 빛을 거두고 인간이 되자 비가 그쳤다.
먹구름도 신기루였던 것처럼 사라지고.
“때론 과함이 모자람보다 못하다고 하지. 지금 내 상황이 그 말에 적합하군. 과도한 마력이 주변에 지나친 영향을 미치기에 오히려 나를 제약하고 있어.”
“마력을 온전하게 다루실 때까지 주의하셔야겠습니다.”
그는 잠시 하늘을 보다가 답했다.
“그래야겠지만, 그럴 여유가 있을지 모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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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 있는 굴.
심지어 횃불 하나 없어 한 치 앞도 볼 수 없었으니.
막 계단을 내려와 공동에 도착한 무리가 걸음을 멈추었다.
“어둡군.”
“불을 밝혀라.”
화악—
하얀빛을 발하는 구가 여럿 발하였다.
둥둥 떠서 사방으로 흩어지며 주변을 밝히는 구.
밝아진 공동 안에 마흔 명에 이르는 이종족이 있었다.
그들은 대의제 회담의 참석자와 호위.
“넓군.”
“벽이 안 보이는데.”
리자드맨의 두 화신, 코아믹과 수몬테마가 중얼거렸다.
“대의제의 밑에 이런 곳이 있었다고?”
“무섭다! 나가고 싶다!”
오크 지노릭과 고블린도 한마디 거들었다.
“여기가 어딘지 알고 있는 건가, 알레온.”
드워프 고타바의 물음 아닌 물음.
“물론.”
알레온은 고타바를 보지 않고 앞으로 걸어나가며 답했다.
“나보다 이곳을 잘 아는 사람이 있을까?”
있다면 그는 로드겠지, 라고 알레온이 중얼거렸다.
“이곳은 로드가 지은 감옥이다.”
“감옥?”
“아주 오래전에 로드에게 패배한 적을 가두기 위한 감옥.”
무리가 알레온을 뒤따랐다.
고요한 공동 안에 오직 그의 목소리와 무리의 발소리만 울렸다.
“너희도 알다시피, 로드가 이 세상에 질서를 가져오기 이전에도 지배자라고 할 법한 존재들이 있었다. 로드는 그들을 꺾었고, 그들 가운데 죽이지 못한 존재를 이곳에 가두었지.”
“가두었다라··· 이곳이 그 심연이라는 곳인가.”
“실제론 감옥일 뿐이다. 심연이란 말은 비유일 뿐.”
심연.
그 안에 무엇이 존재하나.
아주 먼 옛날의 일이어도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은 알았다.
그리고 그것을 알기에 두 화신이 목청을 높였다.
“너는 우리에게 네 힘의 원천을 알려주겠다고 했다.”
“그것이 접해선 안 되는 존재의 힘이란 말이냐?”
“맞아.”
두 화신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공동에 감도는 한기 탓이 아니었다.
그들이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나, 깨달았기에.
“두려운가?”
“······.”
“이깟 것에 두렵다면 로드는 어떻게 상대했지?”
“로드는···.”
“로드는 너희가 접해선 안 되는 존재라고 말한 족속을 물리치고 봉인한 존재다. 그보다 못한 존재란 말이다. 그런데 그와 싸울 때는 용맹하더니 지금은 뭐냐?”
“우리는 로드와 싸우지 않았다.”
알레온은 피식, 웃었다.
그들의 말대로 로드와 직접 겨루지는 않았다.
그저 대의제의 합의 하에 로드를 봉인했을 뿐이지.
“우리는 이미 건너지 말아야 할 선을 건넜다. 인제 와서 잘못이라 생각하고 되돌아가려는 것은, 터무니없다고 보는데?”
“······.”
“지난 일은 잊어라. 너희가 궁금한 것은 과거가 아니지 않나. 지금 내가 어떻게 이 힘을 얻었는가, 그것이 궁금한 것이지.”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그는 분명 그들 가운데 가장 오래 산 자.
허나, 세월이 반드시 강함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만 년이 넘는 세월을 살았어도 그들 모두를 압도하지 못했으니.
단지 한 명 한 명과의 격차를 크게 벌릴 정도의 강함.
‘한데, 지금의 알레온은 너무 강하다.’
‘내가 아는 알레온은 로드를 이길 수 없다.’
‘블라드가 약해졌어도 일격에 죽을 정도는 아니야.’
대체 무엇이 그를 이토록 강하게 만들었을까.
그들에게 있어서 단기간이라 볼 수 있는 시간에.
툭—
걸음이 멈추었다.
한참을 걸어서 도착한 벽.
높이를 알 수 없는 벽이 그들 앞을 막았다.
“이것이···.”
“봉인의 문이지.”
벽에 무수히 많고 복잡하게 그린 문양.
붉은빛을 띠며 사사사, 기어가는 소리와 함께 움직였다.
“이 너머에 내 힘의 원천이 있다.”
“···봉인을 풀어야 한다는 소리냐.”
“마개를 따지 않으면 포도주를 마실 수 없지.”
“······.”
알레온을 제외한 모두가 침을 삼켰다.
문양이 상징하는 바를 알기에, 벽 너머의 것이 두려워서.
“강한 힘에는 무거운 대가가 필요한 법.”
“대가가 지나치군.”
“걱정 마라. 나는 저들을 지배하고 있으니까.”
“네가?”
“그래. 내가, 바로 이 내가, 저들을 지배하기에 이 힘을 가진 것이지.”
알레온은 주먹으로 퉁퉁 벽을 쳤다.
벽은 속이 빈 것처럼 울릴 뿐.
그 이상의 반응은 없었다.
“자, 해방하라.”
그의 호위들이 먼저 앞으로 나섰다.
뒤이어 눈치를 보던 다른 종족의 호위도 나섰으니.
여섯 개의 종족, 서른세 개의 생명에 벽 앞에 섰다.
그들은 함께 벽에 손을 짚고 마력을 흘려 넣었다.
드드드드···
그러자 벽이 흔들리기 시작하며 공동 자체가 흔들렸다.
“겁먹지 마라. 무너지지 않아.”
놀라서 손을 뗀 이들을 알레온이 진정시켰다.
“이 위에 뭐가 있는지 있었나?”
대의제가 그리 허접스럽게 지어졌을 리 없지.
알레온은 웃으면서 봉인이 풀리는 광경을 보았다.
“피가···.”
문양이 움직이기를 멈추고 강렬한 핏빛을 발했다.
그리고 쩌적, 소리를 내며 깨어지며 흘러내렸으니.
피가 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처럼 보였다.
“나오라. 자유를 갈망한 옛 지배자들아.”
벽면이 갈라지더니 무너졌다.
먼지가 사방으로 퍼지며 요란한 소리가 울렸다.
– 드디어——
목소리가 들렸다.
귀가 아니라 뇌리에 전달되는 사념.
공동에 잔잔하게 차 있던 마력이 출렁였다.
– 해방이다.
자욱한 먼지 속에서 기다린 손이 나왔다.
팔의 굵기는 보통 사람과 같았는데 정말 길었다.
수 미터에 이르고 사이사이에 관절이 여럿 있는 손.
손도 굵기처럼 보통 사람과 같았으니.
조심스럽게 알레온의 볼을 쓰다듬었다.
쿵—
그리고 땅이 울렸다.
쿵, 쿵—
까마득하게 높은 천정에 머리가 닿을 듯 큰 거인.
척추는 꼽추처럼 굽었고, 눈은 세 개에 눈꺼풀이 없었다.
그의 뒤를 따라 거미처럼 여덟 개의 다리를 가지되 상체는 인간의 형상을 띈 괴인, 손 대신 집게를 가졌으며 뿔처럼 뾰족한 두개골을 드러낸 괴물 등 도저히 사람 아니고 살아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존재들이 알레온의 앞으로 왔다.
“옛 신들···.”
고타바는 숨을 삼키며 그들을 일컫는 말을 뱉었다.
– 신?
– 옛 신이라고?
– 누가?
신이라 불린 족속은 웃음소리를 흘렸다.
– 우리는 신이 아니다.
– 신으로 추앙받은 로드에 맞섰기에 신으로 불렸을 뿐.
이들이 로드와 맞섰다고?
고타바는 역사를 알기에 거짓이 아님을 알았다.
그러나 로드와 맞서기에는 너무도 약한 모습이었다.
외형은 상상 이상으로 끔찍했지만 말이다.
‘약하군.’
고타바는 일순간 얼굴에 실망의 빛을 보였다.
‘저들이 옛 신? 힘의 원천이라고?’
호위조차 못 이기겠는데.
‘아니···.’
그러나 곧장 생각을 고쳤다.
출렁이던 마력이 흐름을 바꾸었다.
마치 바람처럼 한쪽으로 불기 시작했다.
‘마력을 흡수한다고?’
주변의 마력이 옛 신에게 빨려들고 있었다.
마력을 먹은 저들의 기세가 무섭게 성장하고 있었다.
‘굶주렸기에 약했던 것이군. 봉인의 목적이 그것일 테지. 티아마르의 봉인과 똑같을 테니까.’
죽일 수 없는 존재가 있다면 약하게 만들겠다.
그것이 티아마르에게 행한 봉인의 목적이었으니.
심연의 봉인 또한 같은 원리로 행해졌을 터.
‘자연뿐이 아니라 내 마력도 끌어당기는군.’
얼마나 게걸스러운가.
자연에 흐르는 마력이 얼마나 풍족한데.
모자란다며 타인이 품고 있는 마력까지 당기다니.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속수무책으로 빼앗겼겠지.
어쩌면 영혼까지 취했을 지도.
‘이 추세라면··· 곧 우리를 뛰어 넘는다.’
소름이 돋았다.
저토록 많은 괴물들이 자신보다 강한 존재가 된다고?
터무니 없는 소리가 아니었다.
로드가 왜 죽이지 못했겠나.
‘이들을 풀어주는 것이 옳은가.’
알레온은 분명 제 영혼을 걸고 약속했다.
저가 가진 힘의 원천을 알려주고 나누어 주겠다고.
‘저들을 풀어주게 된다면···.’
로드조차 감당하지 못하여 봉인한 존재들.
그들을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 리 없지 않나.
고타바는 굳게 다짐한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지금이 아니라면 저들을 저지할 수 없으리라고.
잘못을 되돌릴 수 있는 시간은 지금뿐이라고.
– 알레온.
옛 신들이 알레온에게 무릎을 꿇었다.
무릎이 없는 존재는 바닥에 머리를 찧었다.
– 우리의 해방자.
– 우리는 충성한다.
– 네 은혜를 잊지 않으리.
그들은 알레온에게 달라붙었다.
몇몇은 발을 핥았고, 몇몇은 그를 감싸며 축복했으니.
영락없이 영도자를 반기는 백성과 같은 모습.
고타바는 말문을 잃었다.
“내가 말했지. 이들을 내가 지배하고 있다고.”
알레온은 고타바를 보며 말했다.
그의 눈에 어린 의심을 털어내듯이.
“나는 이들의 주인이다. 세계수의 뿌리 아래에 있는 이들로부터 힘을 취하여 그 마력을 통제할 수 있게 된 순간부터. 나는 로드조차 이루지 못한 업적을 이룬 것이다.”
고타바는 말도 안 된다고, 말하려다가 입을 닫았다.
“걱정이 많군. 표정에 확 드러나. 몇 번을 말하지만, 걱정하지 말라고. 내 전에 약속했던 대로 너희에게도 힘을 나누어 줄 테니. 약속은 약속이다. 나는 누구와 다르게 약속을 어기지 않아.”
고타바는 고개를 주억였다.
긴장으로 꽉 쥐었던 주먹을 풀었다.
반쯤은 감정에 의해 로드를 배신한 것이지만, 다른 절반은 이것을 바라여 배신한 것이기에.
‘그래, 이미 늦었어. 로드를 배신한 순간부터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간 거다.’
그는 지시를 기다리며 무기를 쥔 호위에게 끄덕였다.
옛 신을 받아들인다, 그들과 우리는 한패라고.
“이제 무엇을 할 텐가.”
“다시 올바른 질서를 세워야지. 먼저, 원숭이부터 처리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