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 a human empire by creating a clan RAW novel - Chapter (156)
권속 생성으로 인류 제국 건설 158화(158/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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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바닥에 큰 원을 그렸다.
원은 시뻘건 색이고, 원료는 비린내 진한 피.
지하실 한가운데에 원을 그린 남자가 벽으로 물러났다.
“준비하시오.”
그의 말에 로브를 뒤집어쓴 이들이 원으로 들어갔다.
촛불의 은은한 빛에 시야를 의존하며 안에 도형을 그렸다.
“블라드 폰 홀슈타인, 피의 주인이시여.”
“저희를 고난에서 구하시고···.”
힘 빠진 목소리로 웅얼거리는 이들.
원 밖에 선 남자는 향로에 향목을 태워 분향했다.
“당신께서 내리신 영생이 저희를 떠나지 않고···.”
지하실에 있는 이들은 전원 인간의 형상을 했다.
그러나 혈색이 없고, 송곳니가 자랐으며 눈은 붉었으니.
피에 굶주려 육신이 붕괴하기 시작한 흡혈귀의 모습이었다.
그들은 제국의 모기 사냥에서 가까스로 생존한 이들이었다.
웅——
원이 빛을 발했다.
지하실에 감도는 붉은 빛.
기도가 끊기고 모두의 시선이 모였다.
치이이익···
그러나 기대와 달리 원을 그린 피가 끓으며 빛이 뚝 꺼졌다.
“또 실패인가.”
몇 번째인지 모를 한숨이 울렸다.
그들은 지금 블라드를 부르는 의식을 행하고 있었다.
“다시 해봅시다.”
“우리의 믿음이 부족한 탓이오.”
이런 행위가 어찌 블라드를 부를 수 있을까.
혈족 혹은 혈족에 근접한 종복이라면 그리 물었을 터.
지하실에서 행해지는 짓거리는 영락없는 종교 의식이었다.
“전지전능하신 아버지, 블라드 폰 홀슈타인···.”
이들은 블라드를 신이라고 믿었다.
혈족조차 직접 본 적 없는 잔챙이인 탓이었다.
종복 중 누군가가 생각 없이 만들고 버려둔 잔챙이.
“———.”
“——. ——.”
그 때문에 혈족 아가톤이 만든 사업체에서도 별 관심을 두지 않았고, 미케나 제국이 대의제와 전쟁을 하면서 내린 귀국 명령조차 전달받지 못해 지하로 숨었다.
언젠가 블라드가 돌아와 그들을 구원하리라 믿고서.
“저희를 구원하소서.”
이들이 블라드를 신이라 믿는 것은 당연했다.
막연하게 혈족의 주인, 아버지로 여겨지던 존재였으니.
블라드가 혈족 중에 서열이 가장 높은 흡혈귀에 불과하다는 것을, 필멸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가르쳐 줄 동족도 없었다.
또한, 인류 제국의 감시망이 좁혀지며 곧 발각될 것이라는 위기감도 있었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절명 속에서 구원 신앙 외에 매달릴 곳이 없었던 터 였다.
“이것도 안 되는군.”
기도를 주도하던 남자는 단상 위에 있는 책을 펼쳤다.
“이번엔 이걸로.”
그 책은 혈족의 사업체에서 보관하고 있던 물건이었다.
언뜻 듣기로 신에 관한 정보가 담겨 있다고.
무슨 신을 가리키는지는 듣지 못했지만, 혈족과 연관된 신은 블라드 외에 누가 있겠나, 라고 생각하며 사업체가 몰수될 때에 챙겨서 도망쳤다.
“아버지, 모든 흡혈귀의 아버지시여.”
문양을 다시 그리고 또 기도했다.
얼마 안 되는 마력이 문양에 스며들었다.
이전처럼 붉은빛이 발하면서 지하실을 덮었다.
번쩍!
“어, 어?”
꺼질 듯 말듯 깜빡이던 빛이 갑자기 환하게 터졌다.
“돼, 됐다!”
여태껏 목도한 적 없는 문양의 반응.
원에서 방대한 마력이 흘러나왔다.
– 누가 나를 찾느냐.
지하실에 바람이 불었다.
촛불이 꺼지며 완전한 어둠이 깔렸다.
허나 원 가운데에 빚을 내는 안개가 깔렸으니.
피와 같은 색을 띠는 안개가 하나의 형상을 만들었다.
“오오오!”
“아버지··· 블라드이시여!”
종복은 형상 앞에 부복했다.
– 나는 너희의 아버지도, 블라드가 아니다.
흠칫
블라드가 아니라니?
놀란 종복들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제 눈앞에 있는 존재에 눈을 크게 떴다.
“아, 아니···.”
웅크리고 있는 괴이한 존재.
박쥐의 머리, 다리 그리고 날개.
오로지 상체만 인간 남성처럼 하얀 피부.
누가 그를 가리켜 블라드라고 할 수 있겠나.
“당신은···.”
– 나는 바르멧. 너희가 옛 신이라 불렀던 자다.
“바르멧··· 어째서 당신이? 우리는 블라드 님을 뵙고자 했는데, 어째서 당신이 그곳에서 나오신 거요···?”
– 너희가 나를 불렀으니까.
“우리가, 불렀다고?”
바르멧의 시선이 단상으로 향했다.
단상 위의 책이 허공에 떠 그에게 날아왔다.
– 이것은 우리의 적이 우리를 기록한 것.
그의 손가락이 바닥의 타원을 가리켰다.
여전히 마력을 머금어서 빛을 발하는 문양.
– 너희는 기록을 보았지. 그리고 나의 문양을 피로 그리어 마력까지 담았는데, 내가 너희의 부름을 듣지 않을 리 있느냐.
“그, 그렇다면··· 혹시 아버지께서 그 책 중에 계시오?”
– 아니. 없다
일말의 고민도 없이 답했다.
– 나는 아일레트리오네와 싸운 형제, 자매를 기억한다. 블라드, 그 이름은 내 기억에 없다.
질문을 던졌던 종복이 이마를 짚었다.
그간의 노력이 헛짓거리였다는 소리니까.
충격이 종복들의 얼굴에 어리고 탄식이 흘렀다.
– 실망하지 마라. 나는 너희가 바라는 바를 안다.
“우리가 바라는 것?”
– 너희는 블라드가 아니라 그의 도움을 원하는 것이지.
바르멧이 오른손을 뻗었다.
하얀 손바닥이 갈라지며 피가 흘렀다.
뚝, 뚝···
옛 신이 흘리는 핏방울.
지하실 바닥을 적시는 피가 진한 향을 풍겼다.
꿀꺽
종복들이 멍하니 피를 보았다.
얼마나 오랜 시간 굶주림 속에 있었나.
제국의 감시 아래서 피를 구하는 것은 어려웠다.
지하실의 쥐는 씨가 말랐고, 도로의 고양이나 강아지를 사냥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어찌어찌 피를 구해도 간신히 목숨을 부지할 정도만 섭취하고, 나머지는 의식을 위해 소모할 뿐.
그런 상황에서 신선한 피가 보였다.
꾸르르르륵——
부끄러울 정도로 큰 공복 소리.
누구도 부끄러워할 여유가 없었다.
너무도 달콤한 향기가 코를 간질였으니.
– 마셔라. 내 너희의 굶주림을 채워주겠다.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던 피가 줄을 이어 떨어졌다.
손바닥 위에 물을 부은 것처럼 핏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그 모습을 보자, 종복 누구도 더는 이성을 지키지 못했다.
캬아아아악!
흡혈귀들은 괴성을 지르며 다투었다.
서로를 밀치고 짓밟으며 바르멧의 손에 대가리를 밀었다.
손이 흘리는 피를 받아먹기 위해서 마른 혀를 내밀었다.
“피! 피!”
“나도 먹게 해줘!”
“저리 꺼져! 내꺼라고!”
손을 물고 바닥을 핥고 게걸스럽게 피를 빨았다.
피가 혀를 적시고, 목을 타고, 배를 채우자 종복의 외형이 변하기 시작했다.
마치 걸어 다니는 미라와 같던 외형이 건강미 넘치는 인간으로 변했다.
홀쭉한 볼이 탱탱하게 나오고, 푸석한 피부는 기름이 졌으며, 충혈된 눈동자에 생기가 번뜩였다.
– 그만.
바르멧은 손을 거두었다.
손바닥의 상처가 바로 아물며 출혈이 멈추었다.
그제야 종복은 이성을 되찾고 그를 바라보았다.
“허억···.”
숨을 삼켰다.
굶주림이 떠난 자리에 자리 잡은 이성.
이성은 바르멧이 흘리는 위압을 또렷이 느꼈다.
“아버지—“
– 헛소리하지 마라. 너희의 주인은 나다.
어둠이 내려앉았던 지하실에 빛이 발했다.
바르멧이 발하는 빛이었고, 색은 붉은 기를 띠었다.
종복은 그 빛을 보며 영혼이 그에게 구속되는 것을 느꼈다.
인간에서 흡혈귀로 떨어질 적보다 강한 구속감.
죽어서도 그에게서 떨어지지 못하리라.
– 나는 내 피로 너희의 값을 치렀다. 노예들아.
종복들이 몸을 떨었다.
하지만 누구도 감히 거부하지 못했다.
“저희가 무엇을 하면 되겠습니까··· 주인이시여.”
쾅!
바르멧이 물음에 답하려는 순간,
지하실 천장에서 요란한 소리가 났다.
“여기다!”
누군가 그들의 은신처를 발견하고 소리쳤다.
바르멧을 소환하며 터트린 마력이 발각된 것일 터.
종복의 얼굴에 긴장이 어렸다.
“이쪽에 입구가 있습니다!”
“지하실이군.”
“열겠습니다!”
벌컥, 지하실 입구가 열리며 빛이 쏟아졌다.
지하실은 새벽보다 깜깜했지만, 밖은 정오였다.
놀란 종복이 빛을 피해 도망치듯 벽으로 붙었다.
“도, 도망쳐야···!”
“어디로 말이오!”
그들이 허둥대는 사이에 한 무리의 인간이 계단을 내려왔다.
“여기 숨어 있던 것이냐. 모기들.”
무리의 선두를 이끄는 인간이 검을 뽑아 들었다.
그는 크라이바의 행정관이었다.
“황제 폐하께서는 너희 종족의 배신자를···.”
행정관은 선고를 읊다가 입을 닫았다.
지하실 중앙에 웅크린 바르멧을 발견한 것이었다.
조각처럼 가만히 그를 내려다보고 있는 거대한 괴물.
무위가 그리 높지 않았던 행정관은 깨달음이 늦었다.
서걱—
시선을 마주함과 동시에 그의 목에 빨간 선이 그어졌다.
그리고 툭, 소리와 함께 목이 떨어지고 뒤이어 몸도 쓰러졌다.
– 인간이되 인간이 아닌 이상한 놈이군.
바르멧의 사념이 닿은 병사들이 흠칫했다.
행정관이 죽은 이유를 뒤늦게 깨달은 것이었다.
“저, 괴, 괴물···!”
바르멧이 오른손을 뻗자 손끝에 마력을 맺었다.
한 박자 늦게 그에게 괴물이라 외친 병사의 몸이 반토막 났다.
– 세상이 참 많이 변했어.
펼친 손바닥을 한 차례 털듯이 흔들었다.
다시 마력이 움직이며 토막난 병사 옆의 세 병사를 찢었다.
“아아아아아악!”
“크, 허헉···!”
절명 직전의 비명이 지하실을 채웠다.
“엇···.”
시간이 멈춘 듯이 모두가 경악한 그때.
도시 경비병 사이에 있던 사제가 등을 돌려 달렸다.
공교회의 사제로 신앙심이 늑대교 사제보다 높다는 이들.
한데, 그런 이가 황제의 적을 앞에 두고 도망치다니?
“잡아! 놓치면 안 돼!”
한 종복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사제는 겁을 먹고 도망친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바르멧의 상대가 되지 못함을 깨달은 것이었다.
하여 제국에게 위험을 전하고자 도망을 택했다.
휙—
바르멧이 다시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마력이 사제의 육신을 휘감았다.
펑!
사제의 육신이 폭발했다.
무어라 비명조차 지르지 못할 찰나였다.
– 약하군.
남은 이들은 평범한 인간 병사.
도시에서 자체적으로 모집한 경비병.
그들은 덜덜 떨면서도 무기를 꽈악 쥐었다.
행정관과 사제의 죽음에 극도의 공포를 느꼈을 터.
그러나 그들은 도망치지 않고 맞서려고 했다.
– 같잖다.
바르멧은 그들을 보며 코웃음을 치고 주먹을 쥐었다.
“어, 어억···!”
병사들의 육신이 허공에 뜨며 우그러졌다.
비명이 터지고, 뼈가 살을 찢고, 핏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바르멧은 고개를 살짝 내밀고 입을 벌렸다.
허공에 떠 있는 살, 바닥에 흐른 피, 지하실에 맴도는 영혼.
그 모든 것이 바르멧의 아가리로 빨려 들어갔다.
– 좋군. 생명이 넘쳐.
바르멧의 주변으로 아지랑이가 일렁였다.
그가 품은 마력이 한층 늘어난 것이라.
– 정말 좋은 세상이 도래했어. 이렇게 풍요에 차다니.
그는 웃음을 터트렸다.
– 이런 세상을 두고 모략질이나 한다고? 머저리들.
종복들은 그가 누구를 비웃고 있는지 몰랐다.
그저 그의 웃음에 소름이 돋아 몸을 떨 뿐이었다.
두려움이 그들을 잠식했지만 도망칠 수도 없었다.
이제 그가 그들의 주인이 되었으니.
“주인님.”
종복들은 무릎을 꿇고 이마를 바닥에 대었다.
“저희가 무엇을 하면 되겠습니까.”
– 무엇을 하냐고?
바르멧은 몸을 일으켰다. 웅크린 거구가 일어나자 천정이 무너지고, 무너진 벽 사이로 햇볕이 내리쬐었다.
종복들은 피부를 찌르는 햇빛을 느꼈으나, 더는 아픔을 느끼지는 못했다. 꼭 인간 시절처럼 따스함만 느꼈을 뿐.
– 모두 사냥하라. 그리고 내게 바쳐라.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나의 사냥감이다.